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분석③ <사회적 경제 활성화>
지난달 18일,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은 사회적기업, 마을 기업, 자활 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경제주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역대 최초로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에는 ‘인력 양성 체계 강화’도 주요 정책 과제로 포함됐다. 소관 부처가 교육과정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면서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은 미비하다는 지적에서다. 지금까지 정부 지원 교육과정이 창업 및 운영 교육에 편중돼 있는 것도 한계점이다.
이에 교육부와 고용부는 사회적 경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2013년부터 매년 3개 대학을 선정해 대학(원)생과 사회적 경제 조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교육하던 ‘사회적 경제 리더 과정(1년 비학위 과정)’도 내년부터는 5개 대학으로 확대한다. 또한 평생학습도시, 행복학습센터, 지역경제교육센터, 민간경제교육단체협의회 등을 활용해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경제 평생 학습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3년 전과 비교해 사회적 경제 전문가 양성을 위한 석·박사 과정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부산대 사회적기업학(2010년), 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 석·박사(2010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사회적기업 MBA 과정(2013년)에 이어,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2014년),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2015년),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사회적기업 석사, 이화여대 사회적 경제 석·박사(2017년) 등 각 대학에서 사회적 경제 관련 석·박사 전공을 개설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원 과정이 궁금하시다면?
다만 ‘사회적 경제 관련 인재 양성 수요를 정부 정책 차원에서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는 물음표다. 몇몇 대학에서는 ‘사회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행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사회 혁신’에 주목하는 것. 연세대는 2017년 1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사회 혁신가 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에서 개설한 ‘사회 혁신’ 관련 수업을 19학점 이상 수강하면 학교가 사회 혁신가 인증서를 정식 발급해준다. 맥킨지 등 컨실팅 회사와 연계해 사회적기업을 컨설팅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한다든지 UN협회세계연맹과 파트너십을 맺고 글로벌 사회 혁신 기관에 방문할 기회도 제공한다.
한양대는 동아시아 대학 중 최초로 글로벌 사회 혁신 대학들의 커뮤니티인 아쇼카U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또한 2018년 1학기부터는 학부에 ‘사회혁신융합전공’도 개설된다. 서진석 한양대 사회혁신센터장은 “융합 전공을 넘어 단일화된 학부 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과제”라면서 “대학 내에서는 학과별로 정원이 묶여 있어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 금융 인프라… 민간 생태계 확산을 위한 정책 설계 필요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문제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실제 대부분의 국내 사회적기업들은 정부 보조금(51.4%)이나 특수관계인 차입(43.6%)에 의존하고 있다(2015년 고용노동부). 정부가 대부, 신용보증, 투자 등 관련 금융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은 저조하다. 사회적기업의 지원 현황만 봐도 미소금융은 전체(4000억원)의 0.24%(9.5억원),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전체(4.5조원)의 0.18%(82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신용보증 한도 역시 최대 1억원(지역 신보의 경우 최대 4억원)에 불과하다.
이번 활성화 방안에는 신용보증기금(신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 신보) 등 정책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이 포함됐다. 신용보증기금은 사회적기업 대상 현행 1억원 보증 기준을 3억까지 늘리며, 금융위와 중기부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내 사회적 경제 기업 대상 평가 모형을 마련해 사회적 가치에 따라 공적자금 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금융위는 2018년에는 100억원 규모의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모태 펀드를 추가로 조성하며, 300억원 규모의 사회 투자 펀드를 신설한다. 소셜 벤처를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 펀드도 조성한다.
우려되는 점은 없을까. 이상진 한국사회혁신금융 대표는 “정책자금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사실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민간의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면서 “영국의 BSC(빅소사이어티캐피털)처럼 민간 사회적 금융 중개 기관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SC는 2012년 4월 영국 정부가 사회 투자 시장 확대를 위해 1조2000억원 규모로 설립한 독립적인 금융기관이다. BSC는 자금을 사회적기업 및 자선 단체에 직접 지원하지 않으며, 채러티뱅크(Charity Bank) 등 사회 투자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집행하도록 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영국의 BSC가 궁금하시다면?
미국의 지역개발금융기관(CDFI)도 저소득 계층과 지역사회에 자본을 조달하는 중간 지원 기관이다. 단순 보조금 지급이 아닌, 기관의 지분에 투자함으로써 주택이나 의료, 빈곤계층 교육시설 등을 확충하고 금융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에 주력한다. 문진수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는 “손실을 감수하는 촉매 자본 운용을 비롯해 전문 중개 기관을 발굴하고 육성해 풀뿌리 금융기관들을 늘리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과제] 사회적기업 10년 새 30배 늘어… 인증제도 개편 등 ‘질적 성장’의 단계로
김경하·박혜연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