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기업 자원봉사 담당자에서 전문가로’…2017 기업 자원봉사 리더스쿨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더나은미래 주최

‘지역자원봉사센터의 기업 자원봉사 전문가’ 양성 위한 1박2일 교육 

저마다 앞에 놓인 종이에 무언가를 쓰느라 분주했다. 잠시후 벽에 30여개의 종이가 다닥다닥 붙었다. ‘미니 태양광 전등 부착 사업’, ‘청소년들의 사회적기업 창업 활동 지원’…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지역자원봉사센터 실무자 30여명이 적은 기업 자원봉사 프로그램 키워드들이다. 

“작년부터 했는데 동네가 밝아지니까 좋아하시더라고요”, “예산이 별로 없었다가 이번에 공공구매를 통해서..” 대여섯 명씩 둘러앉은 책상에서 각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원봉사 이야기도 오고갔다. 

지난 2일 열린 2017 기업 자원봉사 리더스쿨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포스트잇에 각 센터 사업에 대한 봉사 키워드들을 적고 있다. ⓒ장소영

지난 2~3일 1박2일 동안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2017 기업 자원봉사 리더스쿨(이하 리더스쿨)’이 열렸다.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주최한 이번 프로그램은 전국지역자원봉사센터의 기업 자원봉사를 담당하는 실무자를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 자원봉사 트렌드와 파트너십, 자원봉사 기획과 실제 사례 등을 주제로 영리와 비영리 분야의 기업 자원봉사 전문가의 강연이 열렸다. 이를 바탕으로 조별 토론을 통해 기업 자원봉사를 직접 기획해보는 워크숍도 함께 진행됐다. 

 

◇기업 자원봉사, ‘두 마리 토끼’ 잡는 방법은?

“산타 할아버지가 세상을 바꾸는 거 봤어요? 산타 할아버지는 잠깐 왔다가요. 우리 마을에 관심이 없어요. 아이들에게 선물 주는 것만 관심 있어요.”

첫 강연자인 유승권 JB금융지주 사회공헌팀장은 주는 것에만 집중하는 이른바 ‘산타 할아버지형’ 사회공헌의 한계를 지적했다. 기업은 이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기업 스스로도 변하고 있다. 무엇을 얼마나 줬는지(input)가 아닌, 얼마나 변화했는지(outcome)를 원한다.

그는 “요즘 기업들은 사회공헌의 임팩트(impact)를 고민하고 있는데, 김장 1000포기 지원은 매번 똑같을 뿐”이라면서 “기업 입장은 이제 질적으로 높은 사업들을 하기 위해서 임직원 봉사활동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승권 JB금융지주 사회공헌팀장의 강연 모습. ⓒ장소영

유 팀장은 덧붙여 한국의 사회공헌이 기업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연계하는 전략적 모델로 변화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공헌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같다”라며, 기업 자원봉사를 기획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강의에 나선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그룹 팀장과 김미화 KT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은 지역자원봉사센터에서 기업 자원봉사를 기획·실행할 때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실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나영훈 팀장은 “기업은 ‘세상에 도움이 되는가’, ‘기업에 도움이 되는가’, 둘 다 고려한다”라며 “기업 자원봉사 기획을 할 때 기업에 대한 공부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전략적 사회공헌은 비즈니스와 사회공헌이 맞물려 돌아가는데, 이를 다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그는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에게 줄 사업 제안서는 논문 형식이 아닌 ‘한 페이지’로 쓰고, 이메일이 아닌 ‘사람’을 통해 전달할 때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김미화 차장은 기가 아일랜드, 스마트 팜, 실버케어 서비스 등 KT의 사회공헌 사례를 통해 자원봉사센터가 기업 자원봉사 활동을 기획할 때 고려했으면 하는 점들을 공유했다.

그는 “이제 많은 기업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데 KT도 사회공헌 사업을 기획할 때마다 국제연합(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참고한다”면서 “센터와 NGO도 기업 자원봉사를 기획할 때 SDGs 같은 국제 표준을 고려해볼 것”을 당부했다. SDGs는 UN에서 2015년에 채택된 의제로, 2030년까지 이행하며 ‘모든 형태의 빈곤 종결’, ‘기아해소’, ‘건강보장과 복지증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 등 17대 목표, 169개 세부 목표, 230개 지표를 담고 있다.

“많은 기업이 해외사회공헌을 하기 시작했고 국내 사업을 하더라도 ‘사회문제 해결’, ‘임팩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UN처럼 국제적으로 공신력 높은 단체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사업을 기획하는 게 중요한 이유죠. KT 또한 사회공헌 사업을 기획할 때마다 SDGs를 많이 참고합니다. 내년에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도 SDGs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각 조에 들어가 참가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김미화 KT지속가능경영센터 차장. ⓒ장소영

이후 김 팀장은 참가자들과 함께 KT에 제안하고 싶은 자원봉사 활동을 기획해보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KT의 IT 교육, 의료지원 등에 관심을 보이며 자원봉사센터 및 NGO들과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묻기도 했다. 

이에 김 차장은 “이제는 기업 혼자 사회공헌을 기획·실행해 큰 임팩트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정부, 기업 그리고 NGO와 같은 시민사회 영역이 협력해야 한다”면서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사랑나눔기금’ 사회공헌에 대해 소개하면서 센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기금은 전국의 전화국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행사 당 100~150만원정도의 지원비를 받을 수 있다.

 

◇‘지역 이슈’ 중심 발굴…협력은 필수

이번 행사에서는 기업과 센터의 협력뿐 아니라 지역센터의 기획력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윤순화 한국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기업자원봉사활동이 노인, 아동, 장애인 등 한두 개 영역에 치우쳐 있음을 지적하면서 ‘지역 이슈 중심의 아젠다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과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답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 이를 위해서 윤 사무국장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업을 포함해 적극적인 다양한 섹터 간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가진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 사회 내의 단체, 행정 조직과 협업해 접근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뜻이다. 

김민정 한국자원봉사문화 과장이 강의 후 워크숍 시간에 참가자들에게 ‘해보고 싶은 자원봉사’를 써볼 것을 주문했다. ⓒ장소영

김민정 한국자원봉사문화 과장도 ”복지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것에서 벗어나, 융복합적인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자원봉사의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아젠다형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있어서 5가지의 요소가 중요한데 지역 주민 특성의 반영(주도성), 다양한 자원을 관계기관과 나누는 과정(협력성), 새로운 방식의 해결(혁신성), 어떤 변화(사회변화), 지속가능 여부(확산성)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젠다형 기업 연계 프로그램 우수 사례를 통해 ‘사업 벤치마킹’을 해보는 순서도 진행됐다. 소개된 우수 활동은 서초구자원봉사센터의 서초구 공원 정비 사업.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계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레드’ 등급의 공원 리스트를 제공받고, 구청 공원녹지과에서 장비를 지원받아 기업 임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민관 협력사업이다. 

사례 발표를 진행한 김보연 서초구자원봉사센터 팀원은 “연간 4개의 공원에 대해 분기별로 한 개씩 봉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봉사 전 경찰서에서 기업 자원봉사자들에게 이 활동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여 참가자들의 봉사 몰입도가 높아졌다”면서 “구청, 경찰서, 자원봉사센터, 기업이 함께 협력해 공원을 바꿔 나갔고 실제 놀이터를 이용하는 지역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고 소개했다. 

 

◇언론홍보와 커뮤니케이션, 핵심은 ‘매력적인 자료’

언론 커뮤니케이션 및 기업 CSR 트렌드를 강연한 정유진 더나은미래 부편집장. ⓒ장소영

지난 3일 열린 2부 세션에선 기업 자원봉사에 홍보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더해졌다. 정유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부편집장은 ‘비영리 홍보와 커뮤니케이션’라는 주제로 한 강의에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언론 홍보 및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면서 “기업들에게 아직 사회공헌 성과측정도구가 없어, 어떻게 언론 보도가 됐는지에 따라 사회공헌 성과 평가가 갈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부편집장은 변화하는 저널리즘의 특성과 뉴스가 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 설명하면서,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를 효과적으로 쓰는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는 “뉴스가 되는 7가지 원칙에 맞춰서 쓰면 좋은데 새롭고, 특별하고, 유명한 사람이 있거나, 흥미가 있고, 영향력이 있고, 갈등 이슈가 있다면 뉴스가 될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하면서 “기사에 필요한 각종 수치는 언론 보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수치가 구체적일수록 대중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 환산할 수 있을 때, 그 임팩트는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다른 기관의 사례를 함께 넣어 트렌드처럼 만들 것’, ‘인물의 스토리를 발굴할 것’, ‘물의 날 등 기념일에 맞춰 미리 콘텐츠를 만들 것’ 등의 조언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 부편집장은 비영리 기관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비영리 이슈는 영리기업의 이슈와는 다르게 한 번 타격을 받으면 그 영향이 끝까지 가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소통 대상에 따라 기관의 의도와 다르게 말이 전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통 창구를 일원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2017 기업 자원봉사 리더스쿨 참가자들의 단체 사진.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강연 후 참가자 한 명 한 명에게 수료증이 전달됐다. 올해 처음 리더스쿨에 참가했다는 황지연 사단법인 세상아이 간사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봉사활동에 대해 알고 싶어 이번 리더스쿨에 참여하게 됐는데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 업계 고민, 사업 기획 등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자연 광주남구자원봉사센터 교육개발 담당자는 “보도자료가 기사로 발전하려면 이렇게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센터로 돌아가면 기존의 보도자료를 완전히 바꿔 써보는 연습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오창섭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자원봉사센터에서 협업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끌어들여 임팩트를 내는 것이 트렌드”라며, “기업 자원봉사 리더를 양성해 기업 자원봉사에 있어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중앙자원봉사센터에서도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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