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기고] 좋은 부모 되려면?

부모, 자녀 연령에 맞춰 변신 또 변신해야

정채옥(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복지대학원교수·열린부모교육학회장)
정채옥(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복지대학원교수·열린부모교육학회장)

우리는 흔히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의 행복은 부모에게 달려 있다”, “문제 아동은 없다, 문제 부모만이 있을 뿐이다” 등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곤 한다. 이런 얘기를 듣는 부모들은 좋은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과 더불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부모가 돼야만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자녀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복지국가를 향한 우리의 이상이 ‘삶의 질 향상’이라고 한다면 좋은 부모란 자녀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삶의 질은 생의 단계마다 다른 측면이 있으며, 자녀들은 성장하고 발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시기마다 부모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영아기에는 기초부터 튼튼하게 잡아주는 역할, 유아기에는 보호자·교육자로서의 역할, 아동기에는 격려자로서의 역할, 청소년기에는 상담자·지지자로서의 역할 등이 부모에게 요구된다.

첫 번째로 영아기에는 의미 있는 상호작용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이때 부모는 개인차를 이해하고 타고난 기질에 적합한 양육과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자녀와 함께 놀이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사소하게 보이는 일상생활의 반복을 통해 자기 조절 능력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호기심이 많은 영아기 자녀가 주위 환경에 흥미를 느끼고 열중할 때 안전하게 주변을 탐색하도록 만들어 줌으로써 지적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면 향후 인생의 기초를 튼튼하게 잡아주게 될 것이다.

유아기에는 부모는 단지 사랑과 애정을 가진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 정서적이고 지지적인 가족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아이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고 한계를 정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동기 자녀는 일상 생활을 혼자 해결하는 자조 능력은 갖췄지만, 독립적인 주체로서 주도적으로 시도하고 책임지는 일이 서툴기 때문에 부모는 이를 지켜보며 격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 세계 시민 소양 교육,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 개발 등을 위해 건강한 인성적 기반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있을 다양한 기회를 통해 아이의 미래가 잘 전개되리라는 부모의 믿음과 긍정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성인도 아동도 아닌 주변인으로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기의 자녀를 둔 부모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어 심한 갈등에 휘말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들이 처한 발달적 특성과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상담자로서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인정하는 지지자로서의 부모 역할을 한다면 자녀는 부모와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려 할 것이다. 이 시기의 부모는 일방적인 지시나 요구 대신 공감과 개방적인 대화로서 세대 차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녀의 연령에 맞는 발달적 특성과 자녀가 처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부모 스스로 여러 번의 변신을 거듭해야 한다. 그러므로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반드시 공부해야 하고 준비가 있어야 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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