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하늘을 돌려줘-①] 엄마가 떴다! 5개월만에 수천명 동참 이끈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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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하늘이 잿빛입니다. 올해 1~3월 전국에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날은 86일. 최근 3년새 가장 높습니다. 최근 환경단체·학부모·변호사 등은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시는 미세먼지를 ‘자연재해’로 다뤄, 주의보 발령시 소화전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세먼지 없는 환경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나의 작은 실천, 삶의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순 없을까요. 더나은미래는 미세먼지 해결책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찾아가는 심층기획 ‘파아란 하늘을 돌려줘’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더나은미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최근 대선 주자들도 미세먼지 관련 공약을 앞다투어 내놓는 가운데, 누구보다 앞장서서 꾸준히 미세먼지 해결에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 있다. 활동가도, 전문가도 아니다. ‘그저 중학교 3학년 딸 아이의 엄마’라는 김민수(49·사진)씨.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라는 커뮤니티를 대표해 김씨가 지난 4개월간 지역구 국회의원 간담회, 토론회, 기자회견 등 미세먼지 관련 공식·비공식 일정에 나선 것만 약 30회에 이른다. 무엇이 엄마를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지난 7일, 세종대에서 한국대기환경학회 주최로 열린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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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단체 열혈 활동가 같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게 된 계기가 있나. 

“아토피가 심한 딸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눈 주위가 빨갛게 팬더가 되더라. 눈 다래끼도 수시로 난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이 마음에 아팠다. 하루는 시야도 안 좋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었다. 아이 학교 행사로 등산이 예정돼있어서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미세먼지가 아이들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은데 취소하면 안되느냐’고 했는데, 등산을 강행하고 왔더라. 선생님이 ‘오늘은 미세먼지 수치가 80㎍으로 ‘보통’이라서 등산다녀왔다’고 했다. 우리나라 기준은 81㎍부터 ‘나쁨’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기준으로 하자면 50㎍ 이상이 ‘나쁨’이다. 엄마로서 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키자’는 생각에서 행동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약 5개월.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인터넷 카페 회원수는 약 3300여명에 달한다. 김씨와 함께 활동하는 운영진은 총 11명으로, 대부분 ‘엄마’들이다. 후원금도 받지 않고, 운영진들이 사비를 털어 충당하고 있다. 카페에는 회원들이 매일 지역별 미세먼지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마스크 착용법을 공유하며, 미세먼지 관련 보도 및 전문가 글을 아카이빙하며, 최근에는 대선 주자들의 공약까지 점검했다. 김씨는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공적금융의 투자’에 대한 세미나에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지난 3월 20일, 석탄화력발전소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김민수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대표.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 지난번 국회토론회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세미나에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참석해서 놀랐다. 모두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회원들인가. 

“그 날 국회토론회가 오전·오후, 두 차례 있었다. 오후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환경정책 토론회는 회원들이 직접 기획까지 했던 자리였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하원 시간과 겹치다보니, 아예 하루를 빼서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한 분들이 많았다. 안성에 사시는 한 분은 본인도 기관지가 좋지 않은데, 아이도 미숙아로 태어난데다 천식이 있어서 고생하고 있다. 정말 ‘못 살겠다’고 나오는거다. 어린이집은 하루 1시간 야외활동을 해야한다는 평가 규정이 있어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아예 결석시키고 가정 보육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꼼짝없이 학교에 보내야한다. 학교에서부터 미세먼지 기준을 WHO 수준으로 강화해야한다.”

지난 10일,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 미세먼지 종합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학교의 미세먼지 대응 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강화해, 학생들의 실외 활동 여부 등 매뉴얼을 내놓은 것. 앞으로 학교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공기 1㎥당 50㎍(WHO 기준)을 넘으면 야외수업을 자제하도록 지도하며, ‘나쁨’ 이상의 고농도 미세먼지(81~150㎍)가 예보되면 야외수업은 실내수업으로 대체된다.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는 현재 경남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 담당자와 정책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과 함께 ‘학교보건법’, ‘대기환경보전법’ 일부 개정안 발의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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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소속 회원들이 아이를 데리고 국회토론회에참석한 모습.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  미세먼지 기준치를 변경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학교 내에 공기청정기를 도입하자’, ‘환기 시설을 설치하자’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현행 학교보건법상 학교 건물 안에서의 공기 질에 대한 유지·관리 기준(학교보건법 시행규칙)을 보면 미세먼지는 ㎥당 10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 기준이 환경부 기준(80㎍)보다 느슨한 셈이다. 지금 수준이라면, 교실 안에 공기청정기가 있으나 없으나 별반 차이가 없다. 관리 기준이 있어야 공기질에 실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겠나. 공기청정기를 들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이후 필터 관리는 어떻게할 것인지까지 세밀하게 고민해야한다.”

– 미세먼지 기준 수치를 WHO 수준으로 강화한다면, 1년 내 상당일이 ‘나쁨’ 수치로 나타나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봄 학기가 시작된 3월 2일 이후 40일 동안 서울 중심부의 공기가 WHO 기준을 초과한 날은 30일(75%)이나 됐다).

“그게 중요한가? 기준에 맞춰서 몸이 적응하는게 아니다. 1년 365일 공기의 질이 나쁘다고 해도, 사람들한테 제대로 알려야한다. 그리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하고, 미세먼지 줄이기 노력을 강화해야한다.”

–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어떤 대책들이 마련돼야한다고 보나. 

“60대 할머니 회원 한 분이 글을 올렸다. 인천에 살고 있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손자를 키울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 가슴이 아팠다. 실제로 정부에서 내놓는 대책을 보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보호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환경부 안에서만 해결할 수 없다. 기술력 문제도 아니고, 정책이 없어서도 아니다. 의지의 문제로 보인다. 자동차 대책에 있어서도 경유차만 말하는데, 이륜차는 규제에서 쏙 빠져있다. 군 차량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를 보급하겠다고 하지만, 에너지원인 전기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차가 아닌 셈이다. 최근 당진에는 신규 화력발전소 설립 승인이 났다. 중국에서는 산둥반도로 공장들이 이전하고 있다고 하더라. 정부는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중국 공장 이전실태를 정확하게 알려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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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세종대에서 한국대기환경학회 주최로 열린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토론회’에도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회원들이 참석했다. ⓒ김경하 기자

–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높다. 

“우리가 잘 하고 있어야 남한테 손가락질할 수 있지 않을까.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고, 국내 기업의 현지 중국 공장에는 저감 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야한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국내로 들어올 때 친환경 인증을 받든지, 열악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물건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단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공기가 전 지구적으로 순환되지 않나. SNS를 통해 전세계 각국 언어로 대기오염 실태를 알리고, 대기오염 문제에 대한 대책을 글로벌 무브먼트로 마련해야한다.”

환경부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부처를 통합하는 차원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다음 아고라에서 미세먼지 해결을 촉구하는 10만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서명 참여하기  김씨는 “다음 대통령이 어떤 사람이 되든지, 미세먼지 문제 해결 촉구에 대한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상 생활에서 미세먼지 줄이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카페 슬로건 중 하나가 ‘나의 불편함이 나를 살립니다”이다. 미세먼지 주요 발생원인인 석탄화력발전소와 방사능 위험이 있는 원전을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민 차원에서 전력 소모량을 감소하는 에너지 절약이 정말 중요하다. 불필요한 전등을 끄고, 안 쓰는 전기 플러그를 뽑고, 3층까지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수칙들이다. 회원들에게는 냉장고에 붙여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내 아이만 내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 아이들도 함께 지켜야한다.”

김씨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미세먼지 관련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달라”고 강조했다. 미세먼지가 연일 이슈가 되면서, 왜곡된 정보가 확산된다는 것. “오늘은 미세먼지 수치가 보통이라 외출하기 좋다는 것도 사실 잘못된 말입니다. WHO 기준에 의하면 ‘나쁨’ 수준일 수 있거든요. 그럴 때면 전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라디오 진행자에게 문자를 보내요. 방송의 영향력을 알고 있거든요. 어느 날은 ‘미나리 무침을 먹으면 미세먼지가 몸 밖으로 배출된다’는 DJ의 멘트를 들었어요. 즉시 ‘연세대 임영욱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음식물로는 미세먼지가 배출이 되지 않는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열혈 엄마라고 말할지 몰라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는 김씨. 이젠 정말 파아란 하늘을 보고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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