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그 후] 빗물이 마실 물로 바뀌는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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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힐루퉁안 섬에서는 물이 아주 귀합니다. 건기에는 비가 아주 조금 내리고, 우기에 모인 빗물은 금세 오염이 돼 먹을 수 없습니다. 지하수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산호초로 이루어진 힐루퉁안 섬은 빗물이 고이지 않고 땅으로 스며드는데다 땅을 파도 짜디짠 바닷물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힐루퉁안 섬 아이들이 약 20kg 무게의 물통을 짊어 나르고 있다.ⓒ전국재해구호협회
힐루퉁안 섬 아이들이 약 20kg 무게의 물통을 짊어 나르고 있다.ⓒ전국재해구호협회

1500여 명의 주민들은 물이 부족할 때면 10페소짜리(약 220원) 수돗물을 사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 합니다. 물을 구하는 것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의 몫입니다. 아이들은 6~7살이 되면 일하러 간 부모님을 대신해 약 20kg이나 되는 무거운 물통을 두 개씩 들고 나섭니다. 물을 구하러 가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이것도 경제 사정이 좋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힐루퉁안의 각 가정의 한 달 수입은 약 2000페소(4만4000원). 건기가 되면 물 값은 4~5배 정도 오르기 때문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은 양동이나 그릇에 빗물을 받아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릇에 모인 빗물은 쉽게 오염됩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끼가 끼어있거나 벌레가 있는 오염된 물을 마시고 수인성 질병, 감염 등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최재봉(41)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릿지 과장은 지난해 초 필리핀 협력 업체 직원을 통해 이 ‘비극’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소식을 접하자마자 필리핀으로 날아갔지요. 힐루퉁안 섬을 직접 가 본 최 과장은 섬의 비극적 상황에 매우 가슴이 아팠다고 합니다.

 

제가 만난 5살짜리 남자 아이는 오염된 물 때문에 청력을 잃었습니다. 더러운 물을 마시면서 귀에 염증이 생겼고 제때 치료하지 못해 듣지 못하게 됐죠. 힐루퉁안 섬에 사는 많은 아이들이 더러운 물을 마시고 배앓이, 설사, 구통 등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스테인레스 재질의 빗물 저장 탱크를 들여오는 힐루퉁안 섬 주민들.ⓒ전국재해구호협회
스테인레스 재질의 빗물 저장 탱크를 들여오는 힐루퉁안 섬 주민들.ⓒ전국재해구호협회

그러던 어느 날 힐루퉁안 섬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해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빗물 저장 시설을 섬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죠. 토질 환경을 진단해보니 우물을 파는 대신, 우기에 오는 비를 저장하는 ‘빗물 저장 시스템’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는 지난해 3월 필리핀 힐루퉁안 섬으로 날아가 5일 동안 섬 곳곳을 조사했습니다. 가가호호 집들을 방문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마을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도 세 차례 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4월 주민들과 함께 빗물 저장 시스템 설치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빗물 저장 시설 설치에는 힐루퉁안 섬 주민들도 참여했다.ⓒ전국재해구호협회
빗물 저장 시설 설치에는 힐루퉁안 섬 주민들도 참여했다.ⓒ전국재해구호협회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힐루퉁안 섬에 설치할 빗물 저장 시스템 비용을 마련하는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1012명의 도움으로 약 135만원이 모였습니다. 이 돈으로는 지난해 11월 힐루퉁안 섬의 스테인리스 물탱크 3대를 샀습니다. 덕분에 힐루퉁안 섬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고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힐루퉁안 섬의 빗물 저장 시설 규모는 총 18톤. 강우량이 많은 여름철에는 최대 월 40톤가량의 빗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 사람이 하루 2리터의 물을 식수로 사용한다고 하면, 한 달 기준 약 670명에게 충분한 물을 제공할 수 있는 양입니다. 나뭇잎이나 먼지는 자동으로 걸러지고,  햇빛과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탱크에 보관되기 때문에 빗물식수가 상하지 않은 채로 오랫동안 보관됩니다. 빗물식수시설의 설치에는 전문 인력도 동원되었지만 대부분 마을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시설 교육을 받고 설치에 참여하였기 때문에 추후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장이 생기더라도 스스로 수리하고 유지보수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힐루퉁안 섬의 한 여자 어린이가 정수된 빗물을 마시고 있다.ⓒ전국재해구호협회
힐루퉁안 섬의 한 여자 어린이가 정수된 빗물을 마시고 있다.ⓒ전국재해구호협회

빗물식수시설이 완성되자 마을의 주민들과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작은 물병을 하나씩 선물 받은 아이들은 줄을 서서 빗물식수탱크에 모인 물을 받아갔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린이들은 20kg의 무거운 물통 대신 책가방과 작은 물병을 손에 쥐고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른들은 자신의 아들 딸들에게 깨끗한 물을 안심하고 줄 수 있게 됐고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빗물 저장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3개월에 한 번씩 모니터링 조사도 나갑니다.

전국재해구호협회는 2015년 필리핀 지비팅길 섬에 이어 2016년 필리핀 힐루퉁안 섬에 빗물 저장 시설을 지었습니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지역 곳곳에 빗물 저장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보다 많은 재해 빈민들이 빗물로 행복과 희망을 꿈 꿀 수 있도록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세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갑작스러운 재해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1961년 조직된 민간 재해구호 단체입니다. 국내외 이재민 구호에 필요한 의연금품을 모집하고 배분할 뿐 아니라 재해구호에 관한 연구, 조사 및 홍보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또 재해구호사업의 기획·조사 및 기타 구호실시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정부 기구들과 협력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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