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네팔 대지진의 아픔도 커피 한 잔에 담았습니다

아름다운커피

2015년 4월. 네팔 땅이 순식간에 갈라졌다. 80년 만에 일어난 강도 7.8 규모의 대지진이었다. 8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고, 1만6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도로와 통신은 끊어졌고, 86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생겼다. 아이들과 부모는 삶의 터전을 잃었다. 네팔 지진 직후, 여러 국제구호개발 단체들이 현장을 찾았지만, 한국의 공정무역 단체 (재)아름다운커피도 네팔을 찾았다. 아름다운커피는 2006년 공정무역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을 출시하면서 네팔의 신두팔촉 지역의 협동조합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었기 때문. 아름다운커피가 네팔 현지의 커피농가들과 협력 관계를 가진지 꼭 10년째였다. 하지만 네팔 대지진으로 생산지가 파괴되면서, 500여 가구의 조합원 중 35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커피 묘목과 농작물은 그야말로 황폐화됐다.

아름다운커피_네팔대지진 현장_201611
네팔에 대지진이 발생하고 3개월 뒤, 아름다운커피 간사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가 촬영한 사진. 히말라야의 선물 생산지가 있는 신두팔촉 지역의 지진 현장 모습. /아름다운커피 제공

“카페 사장님 대부분은 맛있는 커피보다 ‘균일한 맛’의 커피를 선호해요. 손님들이 그 맛을 기억하고 카페를 찾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정무역 커피는 생산자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원칙이기 때문에, 생산지 상황에 따라 맛이 다를 수 있어요. 더구나 일반 무역상이었다면,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 지역의 커피 원두를 구매하지 않았겠죠. 원두 크기도 작아졌고, 작년보다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배소영 아름다운커피 상상마케팅팀 간사)

아름다운커피는 일반 무역상과 달랐다. 생산지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았다. 2015년 9월. 아름다운커피는 ‘성거이(네팔어로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이 함께 네팔의 아픔을 치유하겠다는 뜻이었다. 아름다운커피는 ‘성거이 프로젝트’로 약 1억여 원을 모금해 커피 농가의 자립을 지원했다. 피해 지역 아동들에게 미술치료 프로그램도 지원했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네팔로부터 구매한 커피 생두만 100톤가량이다.

아름다운커피_네팔대지진_커피표목 지원_201611
아름다운커피는 네팔의 커피마을 8곳에 3만 9000그루의 커피 묘목 을 지원했다. /아름다운커피 제공
히말라야의선물_생산자
아름다운커피의 ‘히말라야의 선물’ 생산자인 네팔 조합원들. /아름다운커피 제공

 

◇ 커피 한 잔에 생산지의 희로애락이 담겨있습니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를 ‘시장’에서 돕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다.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주고 물건을 사고, 소비자에게는 유통 과정을 최대한 생략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도록 노력한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비극적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아름다운커피는 2006년, 한국 최초로 공정무역 원두커피인 ‘히말라야의 선물’을 출시한 국내 공정무역 단체 중 한 곳이다.

다국적 기업이 현지 농민들로부터 커피 원재료를 싸게 구입해 많은 이윤을 붙이는 반면, 아름다운커피는 정당한 가격과 임금을 지불한 후 원재료를 사오고 이윤을 많이 붙이지 않는다. 공정무역 상품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다. 또한 원재료를 정당한 가격으로 지불하기도 하지만, 공동체발전기금(소셜 프리미엄·social premium)을 얹어 생산자 조합도 지원한다. 이 돈은 조합원들이 커피 펄핑 머신(수확한 커피 열매의 껍질을 벗기는 기계) 구매 등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학교를 설립하는 등 지역 공동체 개발에 사용된다. 2015년 네팔 지진이 났을 때, 구호 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외부로부터 모금을 받아 지역 복구 사업도 진행한다. 현재 아름다운커피는 네팔 지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주재원이 상주하면서 생산 지역을 직접 관리하며, 지역의 역량 강화 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그 외 우간다, 인도네시아 지역은 영국의 공정무역 전문 업체인 트윈을 통해 거래하며, 현지 방문이나 직접적인 협의는 비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홀빈제품
아름다운커피의 대표 상품인 선물시리즈. /아름다운커피 제공

아름다운커피의 대표적인 상품은 원산지의 이름을 딴 선물시리즈다. 첫 상품인 히말라야의 선물(네팔)에 이어 2008년에는 안데스의 선물(페루), 2009년 킬리만자로의 선물(우간다), 2014년 수마트라의 선물(인도네시아) 등 생산지를 앞세워 마케팅했다. 특히 2016년에는 ‘콜드브루(기존 더치커피)’ 상품을 출시하며, 커피 시장의 변화에 맞춰 제품 형태도 다각화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커피는 경복궁점, 단국대 죽전점, 세정점, 창덕궁점 등 4곳의 직영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100여곳의 카페 파트너에게 원두를 공급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서울시청 지하 시민청의 공정무역 카페인 ‘지구마을’에도 입점해있다. 2016년 기준 월 매출은 2억 원 정도. 배소영 아름다운커피 상상마케팅팀 간사는 “직영카페와 직영 쇼핑몰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공정무역을 인지하는 소비자들의 구매가 많은 편”이라면서 “G마켓이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에도 입점을 추진해봤지만 공정무역의 특성상 유효한 상품 유통 채널은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고 마케팅 노하우를 전했다.

히말라야의선물파우치
아름다운커피가 2016년 내놓은 신제품, 콜드브루. /아름다운커피 제공

◇ 아이에게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먹거리를 원한다면? 

전 세계 약 149개국에서 판매된 커피, 차, 코코아, 바나나, 설탕, 금, 면화 등 3만 5000여종 이상의 공정무역 인증제품은 2015년 기준 약 9조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2016). 이는 2014년 대비 약 16% 성장한 것. 한국은 2015년에 190억 원의 공정무역 인증마크 제품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 판매량은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부착된 완제품만 합산한 금액이므로, 아름다운커피를 포함한 개별 공정무역 단체 공급량을 합할 경우 매출을 200억 원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업계 추산 국내 커피 시장만 하더라도 5조 700억 원 규모(2015년 기준)에 달하므로, 한국의 공정 무역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태동기인 공정무역 시장에서 아름다운커피가 야심차게 내놓는 또 하나의 상품은 ‘초콜릿’이다. 아름다운커피는 2012년 공정무역 초콜릿 ‘이퀄’을 시장에 출시했다. 페루의 나랑히요 조합과 관계를 맺고, 반제품의 초콜릿을 굳혀 가져와 한국에서 재가공한다. 페루 지역은 마약류 코카인을 함유한 ‘코카’나무 생산 1위 지역. 조합원들의 대부분은 수익이 크지만 불법인 코카 사업을 접고, 제2의 인생을 살고자 결심한 사람들이다.

용감한초콜릿캠페인
공정무역 초콜릿의 경쟁력은 카카오 원재료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 안심하게 먹일 수 있다는 점이다. / 아름다운커피 제공

무엇보다 자신 있는 것은 ‘정직한 원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배소영 아름다운커피 간사는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초콜릿엔 카카오 함량이 30%가 안 되고, 그 외 설탕과 유화제, 합성첨가물, 색소 등을 넣은 ‘무늬만 초콜릿’이다”면서 “카카오 원재료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초콜릿을 먹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 코코아도 주력 상품 중 하나다. 타사 제품은 코코아 함량이 13% 정도지만, 아름다운커피 제품은 코코아 함량이 41%로 3배가량 더 높다. 식품 구성표에도 코코아 분말과 원당(사탕수수를 화학처리하지 않고 제분한 당분)이 다다. 가격은 비쌀지 몰라도, 안심할 수 있는 제품만을 내세운다.

14년세계공정무역의날
2014년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이해 공정무역 인식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커피. / 아름다운커피 제공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아름다운커피는 “소비자들의 공정 무역에 대한 이해가 낮은 점”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정무역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확대하는 ‘시민단체’의 역할도 지속해야하는 이유다. 2011년에 론칭한 ‘공정무역 시민대사’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공정무역을 학습한 일반 시민이 강연자가 되어 공정무역을 전파하는 교육 과정이다. 또한 2012년부터는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공정무역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시기부터 2015년까지 109개 학교의 8863명의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했다. 2016년부터는 커피 원두뿐만 아니라 그릇, 인테리어 등 사업장 구석구석에서 공정무역의 의미를 녹이는 카페 파트너들을 중심으로 ‘아름다운커피 유니온’도 발족했다.

“빈곤을 심화시키는 무역을 빈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Changing Trade to change the world)”

아름다운커피의 미션이다. 공정무역을 사용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 커피 시장에서 공정 무역이 차지하는 규모는 0.2~0.3%. 여전히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공정무역의 퍼스트펭귄(무리 중에서 처음 바다에 뛰어든 펭귄, 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뜻함)의 역할을 해 온 아름다운커피, 그들은 아직 “세상을 바꿀 1%가 되기에는 멀었다”며 갈증을 토로했다.

*본 기사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디지털마케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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