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근본적 해결은 일자리로 자활 돕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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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옥경 한국사회복지학회장
韓복지예산, 전체 10% 못 미쳐…아직은 “선택적 복지”가 대안, ‘사회적 기업’ 일자리 늘리고 가족형 복지체계 마련해야…

요즘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복지’이다. 이 키워드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다음 정권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4대강 예산으로 인해 “복지가 실종됐다”고 비판하고 있고, 정부는 “예전보다 복지 예산이 크게 늘었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전 대표 또한 ‘한국형 복지’를 주창하며 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2010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화여대 양옥경(51·사진)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복지의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다. 한국사회복지학회가 주최한 올 추계 학술대회의 주제도 ‘사회복지, 빈곤을 재조명하다’였다. 편집자 주


미상_사진_사회복지_양옥경_2010

―빈곤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거엔 ‘빈곤’이라고 하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빈곤층은 일하는 빈곤층입니다. 이를 ‘신빈곤층’이라고 하지요. 일하는 데도 계속 가난에 머무르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이 사람들을 위해 빈곤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예전보다 우리나라가 굉장히 잘살게 되고, 특히 부유층은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빈곤층은 더 늘어났지요. 과거에 중산층으로 분류되던 사람들까지 빈곤층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자활이 중요합니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장애인이건 노인이건 가난에서 빠져나오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소액대출이나 희망키움 통장 같은 것도 중요한 정책이겠지만, 결국은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생각을 통해서 이러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정부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에게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근로 의욕의 문제 때문에 기초생활수급권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런 부분이 선진국의 ‘복지병’ 같은 것입니다. 국가 백년대계로 봤을 때는 건강하지 않은 법안입니다. 우리나라가 G20을 개최할 정도로 성장했는데, 진짜 부자나라가 되려면 이런 부분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 기업도 좋은 대안입니다. 다만 급하게 인건비를 지원하고 숫자를 늘리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사회적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복지는 기본적으로 국가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 모두를 위한 ‘보편적 복지’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현재가 보편적 복지를 실천할 수 있는 상황인가의 문제가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복지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에 채 못 미칩니다. OECD 평균이 20% 정도입니다. 이렇게 복지 총량이 적은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위한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다 보면 소외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최근의 무상급식도 이 선상에서의 논쟁 같습니다.

“첨예한 정치적 이슈라 말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급식을 가지고 정치 논리화시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언젠가는 무상급식으로 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복지가 지자체 재정 의존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서울에서는 무상급식이 논쟁이 되고 있지만, 전남·북 지역으로 가면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급식비 재원조차 확보가 안 됩니다. 이런 문제를 중앙정부가 풀지 못한 채 무상급식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무상급식을 복지 예산으로 보지 말고, 아이들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보고 교육 예산으로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평상시 복지 백년대계를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교육 백년대계는 얘기해도, 복지 백년대계를 얘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지 백년대계야말로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잘못하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에, 세대를 중심으로 제도를 재평가하면서 정책이 어떻게 개혁되고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멀리 내다본다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식으로 복지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가족 중심의 복지 체계를 강조해 오셨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가족주의가 남아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이 장점을 잘 살리면 복지를 잘하면서도 고용을 늘리고 예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가족 내에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 혹은 노인이 있다면 가족이 돌보고 수당을 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개별 대상자에게 비용을 주고 서비스를 제공받으라고 하면 지원받는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추가 부담해야 하거나, 서비스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부 부처의 칸막이를 없애고 머리를 맞대서 큰 틀의 ‘가족지원정책’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화 글로벌복지 최고위 과정을 만드시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주장해 오셨습니다.

“미국의 빌 게이츠는 ‘빌 앤 멜린다 재단’을 만들고 전 재산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유럽의 다른 부호들도 재산의 많은 부분을 쾌척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부분이 너무 적습니다. 잘사는 사람, 능력이 되는 사람,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아날로그식 자본주의 패러다임이라면,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잘살아가야 합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도 조명되어서 이런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어야 합니다.”

―다음 세대 가장 큰 화두는 ‘다문화’가 될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다문화 가정’입니다. 기껏 두 문화가 섞이는 건데 유형화를 하고 전형성을 부여합니다. 그렇게 되면 개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복지가 잘 되기 어렵습니다. 다문화보다는 ‘다양성’에 키워드를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4월 춘계 학술대회를 여는데 그 주제가 ‘다양성과 사회복지’입니다. 한국사회 안에 있는 다양한 코드를 다 들여다보고 ‘개별 맞춤형’ 복지를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대선에서는 ‘복지’가 화두라고 합니다.

“복지를 얘기하지 않으면서 미래 사회를 얘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격(國格)’의 측량 잣대는 기본적으로 복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OECD 국가 수준이 될 수 있게 우리 모두 복지 총량이 늘어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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