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의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수거 차량이 음식물 쓰레기를 쏟고 있다. /조선DB
[폐기물, 금맥이 되다] 美·獨 ‘음식물쓰레기도 자원’ 과감한 투자

음식물쓰레기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매립이나 소각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음식물쓰레기 지표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음식생산량의 약 17%가 그대로 버려지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토양 오염도 심화하고 있다.<관련기사 유엔환경계획 “연간 10억t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온실가스 배출 주범”> 세계 각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물쓰레기를 매립·소각하는 대신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배출원에서 새로운 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산업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BCC리서치는 음식물쓰레기 산업 규모가 지난 2020년 377억7000만 달러(약 46조원)에서 2028년 699억1000만 달러(약 8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2005년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 세계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처리 선진국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정부는 전국에 260개의 사료·퇴비 생산 구축해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체계를 구축했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1만3773t으로 이 중 96.2%가 재활용됐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와 달리 실제 자원으로 사용되는 양은 많지 않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음식물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사료·퇴비의 양은 26만3669t에 그쳤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활용 시설로 들어가는 쓰레기의 양을 기준으로 재활용률 집계를 하고 있다”며 “국내 음식물에는 수분이 많아 재활용 과정에서 80%가량이 폐수로 처리돼 실제 재활용된 퇴비나 사료의 양은 많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음식물쓰레기가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재활용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판매량마저도 저조하다는 점이다. 폐기물로 만들었다는 거부감이 강한데다 안정성을 증명할 수 있는

지난 2월 2일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에 설연휴간 나온 선물 포장재 플라스틱과 음식물 포장 등에 사용된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조선DB
[폐기물, 금맥이 되다] 폐플라스틱, 열분해로 재활용… 석유화학업계 체질 개선 속도

폐기물 가운데 환경에 악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것은 단연 플라스틱이다. 폐기물 비중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매립할 경우 자연 분해되는데 수백년이 걸리고 소각을 할 땐 다량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환경 분야 주요 공약으로 쓰레기 처리를 매립과 소각 중심에서 재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열분해 방식으로의 전환을 내건 이유다. 유엔(UN)에서도 오는 2024년 말까지 세계 첫 플라스틱 오염 규제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관련기사 유엔, 2024년까지 세계 첫 ‘플라스틱 규제 협약’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석유화학 기업들은 플라스틱을 열분해 방식으로 처리하는 ‘화학적 재활용’을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로 지목하고 연구·개발과 양산 체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크게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기술로 나뉜다. 기계적 재활용은 사용 후 플라스틱을 원료로 분쇄·세척·선별·혼합 등의 기계적 처리 과정을 거쳐 재생 플라스틱을 제조하는 과정이다.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조기에 사업화할 수 있어 대부분의 플라스틱 재활용이 기계적 재활용 기술을 이용한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화학적 재활용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고분자 형태의 플라스틱을 화학적 반응을 통해 분해하는 기술이다.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원유 대신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재활용기술 개발이 어렵고 상용화하기까지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여러 번의 재활용에도 처음의 물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 화학적 재활용의 점유율이 점차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증권 ESG연구소는 2020년 90만t에 그친 전 세계

지난 4일(현지 시각) 쿠바 아바나 지역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폐기물, 금맥이 되다] 골칫거리 폐기물이 ESG경영 발판으로

건설·시멘트 산업은 폐기물을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대표 업종이다. 폐콘트리트 등 국내 건설폐기물의 전체 발생량은 2019년 8090만t에서 2020년 8644만t으로 일년 사이 7.1% 늘었다. 2020년 기준 국내 폐기물 발생량(1억9546만t) 가운데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이 차지한 비중은 44.2%에 이른다. ESG 경영이 확산하는 흐름에서 건설·시멘트 업계에 친환경 압박이 거세지는 이유다. 막대한 폐기물을 만들어내며 환경 경영에 약점을 보였던 건설·시멘트 기업들은 직접 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들며 활로를 찾고 있다.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기업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건설·시멘트 업계는 폐기물 처리 업체를 늘리는 방향으로 기업 구조를 변경하며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근 폐기물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설사는 태영건설이다. 태영건설은 모회사인 태영그룹 차원에서 폐기물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계열사 ‘에코비트’를 통해 ‘에코비트에너지’ ‘에코비트에너지청원’ ‘에코비트에너지명성’ 등 3개 기업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를 통해 10개의 폐기물 처리 업체를 그룹 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태영그룹은 지난 2019년부터 계열사인 폐기물 매립·하수 처리 업체 TSK코퍼레이션을 통해 폐기물 사업 진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TSK코퍼레이션은 2019년 10월 340억 원을 들여 폐기물 처리 업체 ‘디에스프리텍’을 인수하고, 지난해 베트남 최대 환경기업인 ‘비와세(BIWASE)’의 지분 6.4%를 약 155억원에 사들이며 동남아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1년 ESG 평가에서 환경 부문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중견 건설사 중에선 IS동서가 가장 적극적이다. IS동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싱가포르 전자폐기물 업체 테스의 한 직원이 금속 추출 작업을 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21일 테스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조선DB
[폐기물, 금맥이 되다] SK가 전자폐기물 선점 경쟁에 뛰어든 이유

전 세계에 부는 친환경 바람을 타고 전기차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선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태양광 산업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친환경 전환의 이면에는 전기·전자폐기물(E-waste) 처리 문제가 있다. 유엔이 지난 2020년 발표한 ‘글로벌 전자 폐기물 모니터 2020’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전자 폐기물 발생량은 5360만t으로 5년 만에 21%가량 증가했다. 2030년이면 연간 발생량이 740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전자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전기차 폐배터리의 경우 화재나 폭발 위험 탓에 매립이나 소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자 폐기물을 전문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들에 관심이 쏠린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1조 2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전기·전자폐기물 전문기업 ‘테스(TES)’를 인수했다. 지난 2005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테스는 수거, 분류, 처리, 재활용 등 전 분야에 걸친 사업을 펼치는 종합 전자 폐기물 기업이다. 북미, 유럽 등 전 세계 21개국에 43개의 처리 시설이 있는 등 넓은 공급망도 강점으로 꼽힌다. 테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억6500 싱가포르달러(약 4140억원)에 달한다. 폐기물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SK 에코플랜트는 이번 인수로 IT 기기·전기차 배터리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국내 대기업이 폐기물 시장에 적극적인 투자를 벌이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폐기물 처리 비용도 매년 상승세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가 발표한 폐기물 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폐기물 소각 단가는 2016년 1t당 14만8000원에서 21년 상반기 22만6000원으로 5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조선DB
[폐기물, 금맥이 되다] 빌 게이츠도 뛰어든 폐기물 시장

성장 산업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폐기물 업체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미국 폐기물 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WM)와 리퍼블릭서비스(RSG)가 대표적이다. WM과 RSG는 미국 폐기물 시장의 26%, 20%를 점유하는 대형 기업이다. RSG의 주가는 지난 7일 기준 127.96달러로 1년 전에 비해 약 33.8% 올랐다. WM도 같은 기간 121.73달러에서 155.85달러로 약 28% 상승했다. 폐기물 업체에서 ‘돈 냄새’를 맡은 글로벌 투자자들과 대기업들도 미래 산업으로 폐기물 분야를 지목하고 있다. RSG의 최대 주주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게이츠는 자신의 자산 투자회사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난달 18일부터 7일에 걸쳐 1억1700만 달러(약 1435억원)치 RSG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이번 매수를 통해 게이츠는 RSG 보유 지분을 34%로 늘렸다. RSG의 2021년 기준 매출은 약 13조8707억원으로 시가 총액은 49조2000억원에 달한다. 게이츠는 일찍이 폐기물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게이츠의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은 26억 달러(약 3조1865억원) 규모의 WM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WM은 게이츠 재단 기금 투자 포트폴리오 중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WM의 시가 총액은 약 80조 3766억 규모다.  대표적인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 그룹과 블랙록도 RSG와 WM의 주요 주주다. 뱅가드 그룹은 RSG 주식 10.85%, WM 주식 16.34%를 사들였다. 블랙록도 각각 4.50%, 4.9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폐기물 산업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시장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18년 폐비닐, 폐신문 등 24종의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점차 수입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