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
도시를 깨끗하게 하는 노동, 안전은 왜 비켜서 있나

야간 수거·‘죽음의 발판’이 일상이 된 현장 왜 안전 기준은 작동하지 않는가 지난 19일 새벽 1시. 비가 그친 뒤의 서울 성동구 용답동 골목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인적이 끊긴 시간, 골목을 채운 것은 사람들이 아니라 집집마다 배출 시간에 맞춰 내놓은 쓰레기봉투였다. 한 상점 앞에는 50리터 종량제 봉투 다섯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봉투 입구는 제대로 묶이지도 못한 채 원통처럼 부풀어 있었다. 기자가 봉투 하나를 들어 올리자 중심을 잡기 어려울 만큼 묵직했다. 약 한 시간 반 뒤, 골목 안으로 수거 차량이 들어왔다. 두 명의 환경공무관이 차에서 내려 봉투를 집어 들었다. 습기를 머금은 봉투들은 거침없이 트럭 위로 던져졌다. 한 명이 봉투를 들어 올리면, 다른 한 명은 계단 세 단 높이의 적재함 위에 올라 ‘토스’하듯 받아 올렸다. 골목을 돌수록 차량 위에 쌓인 봉투 더미는 점점 높아졌다. 기온은 영하 3도. 얼굴에는 이내 땀방울이 맺혔다. 쉼 없이 이어지는 작업 탓이었다. 기자가 뛰어 수거 차량을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정차 지점은 촘촘했다. 성동구 환경공무관의 야간 근무 시간은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담당 구역을 끝내야 하다 보니 작업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나흘 뒤 찾은 도봉구에서는 ‘주간 수거’가 이뤄지고 있었다. 작업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현장에서는 2인 1조 또는 3인 1조가 움직이고 있었다. 한 명이 차량을 운전하고, 나머지 인원은 도보로 골목을 돌며 쓰레기를 한곳에 모은 뒤

교실을 벗어난 청소년들, ‘꿈드림’에서 다시 길을 묻다

학교 밖 청소년의 진로·관계·생활을 다시 잇는 ‘꿈드림’ 현장에서 확인한 ‘안전망’과 남은 과제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선택지가 많다 보니 오히려 진로를 정하는 게 더 어려웠죠. 세상은 늘 한 가지 길만 요구했는데, 그 기준에 저를 맞추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떠나게 됐어요.” 조혜민(21)씨는 12살이 되던 해 학교를 그만뒀다. 그의 선택은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성평등가족부 청소년정책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학교 밖 청소년은 약 17만3800명으로 추정된다. 매년 5만 명 안팎의 청소년이 새롭게 학교를 떠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고립·은둔 청소년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성평등가족부의 ‘2023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이유로는 ‘심리·정신적 어려움’(31.4%)과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27.1%)가 가장 많았다. 학교 밖 청소년은 흔히 ‘탈락자’로 묘사되지만, 조사 결과는 다르게 말한다. 이들 상당수는 목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존 제도 안에서 자신의 선택지를 찾기 어려워 학교 밖을 선택했다. 조씨는 “공모전이나 대회에 지원할 때 ‘소속 학교’란에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주최 측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야 했다”며 “학교 재학생만 가능하다는 답을 들을 때마다, 세상은 여전히 청소년은 모두 학교에 다닌다고 전제하는 것 같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밖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진로 탐색 이전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같은 조사에서 이들은 학업 중단 이후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선입견·편견·무시’(26.2%)를 꼽았다. ‘새로운 친구 만들기 어려움’(25.0%), ‘의욕 저하’(24.2%), ‘진로 찾기 어려움’(23.2%)도 뒤를 이었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

경로당에 들어온 AI, 노년 복지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건강·행정·교육까지… 생활 공간으로 확장되는 ‘스마트 경로당’ AI 기술 보급이 목적 아닌, 필요에서 출발한 노년 복지 모델의 성공 조건 “어르신, 병원에 한 번 가보세요.” 경기도 부천시의 한 경로당. 태블릿 화면에서 흘러나온 인공지능(AI) 음성에 대화를 나누던 어르신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곧이어 차분한 안내 음성이 이어진다. 질문에 답하듯 말을 이어가자, 화면에는 말의 속도와 발음, 억양을 분석한 결과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음성 인식을 통해 발화의 끊김과 흐름을 살펴 인지 변화 신호를 포착하고, 치매 가능성을 가늠하는 과정이다. 경로당 한쪽에서는 스마트 저울과 혈압계 앞에 어르신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측정 결과는 태블릿에 저장된 뒤 곧바로 보건소로 전달된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면 병원 방문을 권유하는 안내가 이어진다. 부천시 관계자는 “경로당에서 측정된 건강 데이터가 보건소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어르신 건강 상태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동네 진료소가 경로당 안으로 들어온 듯한 풍경이다. ◇ 디지털 격차, 경로당에서 답을 찾다 이제 경로당은 더 이상 바둑판과 담소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경로당은 AI를 통해 건강관리·교육·행정 기능을 아우르는 생활 복지의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 경로당’이 있다. 스마트 경로당은 노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기존 경로당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공간이다. 대형 스크린과 화상 장비, 태블릿 등을 활용해 운동·노래·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대면과 비대면 방식으로 동시에 운영한다.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빌리지 확산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으며, 중앙정부가 일괄 모델을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설계·운영하는 포괄보조사업 형태다. 이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