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희(오른쪽) 대한적십자사 튀르키예·시리아 지진대응팀장이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의 발리 사임 초투르 스타디움에 마련된 이재민 텐트촌에서 한 아이와 그림을 그리며 대화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튀르키예로 간 NGO] “우리가 더 강해질 때까지 함께해주세요” 이재민 아이가 남긴 詩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양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건물 17만3000채가 부서졌고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르는 이재민은 190만명이 넘는다. 재난 발생 직후 한국 NGO 활동가들도 현장으로 출동했다. 튀르키예로 파견 간 구호 전문가들이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아 더나은미래로 보내왔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대한적십자사 활동가들의 글을 차례대로 전한다. <3> 김옥희 대한적십자사 튀르키예·시리아 지진대응팀장 지난달 21일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 현장 조사단으로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귀국 전날에도 규모 6.4의 여진이 발생할 정도로 재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여진의 공포로 이재민들이 일상 복귀를 시작할 엄두조차 못내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튀르키예에 있을 때 지진 피해 상황과 구호 활동 현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튀르키예 사무소를 찾았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지역 적십자사와 적신월사(Red Crescent·이슬람권의 적십자사)가 재난대응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재난구호긴급기금(DREF)을 지원하고 국제구호요원을 파견해 초동 대응 역량에 힘을 보탠다. 동일본 지진의 경험을 나누고자 튀르키예에 방문한 일본적십자사 현장 조사단과 함께 피해 실태와 구호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적십자운동이 글로벌 운동체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최초 지진 발생 후 10여일이 지나고 루벤 카노 국제적십자사연맹 튀르키예 사무소 대표를 만났다. 그는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구조팀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수색·구조작업은 사실상 막바지에 왔다”면서 “잔해

박해성 굿네이버스 긴급구호대응단원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아다나(Adana) 공항에 도착해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굿네이버스
[튀르키예로 간 NGO] 여진 공포에 야외서 쪽잠 자는 사람들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양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건물 17만3000채가 부서졌고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르는 이재민은 190만명이 넘는다. 재난 발생 직후 한국 NGO 활동가들도 현장으로 출동했다. 튀르키예로 파견 간 구호 전문가들이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아 더나은미래로 보내왔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대한적십자사 활동가들의 글을 차례대로 전한다. <2> 박해성 굿네이버스 긴급구호대응단원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소식을 듣자마자 짐을 꾸렸다. 피해 현장으로 신속히 출동하기 위해서였다. 굿네이버스는 지진 발생 직후 긴급 재난 대응 프로토콜을 가동하고,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위해 100만달러(약 13억1650만원) 규모의 초기 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굿네이버스 요르단 대표가 가장 먼저 지진 피해 현장에 도착했고, 곧이어 한국의 긴급구호대응단도 현장 지원에 동참했다. 긴급구호대응단원들은 14시간의 비행 끝에 10일(이하 현지 시각) 튀르키예 아다나(Adana)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대지진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언론과 전 세계 각국에서 도착한 구조대, 그리고 지진 피해 지역을 떠나려는 주민들까지 얽히고설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선발대로 출발한 긴급구호대응단에 합류에 현지 상황을 살펴보니 지진 피해 현장은 생각보다 더 참혹했다. 도시 곳곳에서 울부짖는 탄식이 들려왔다.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의 추위, 배고픔과 싸우고 있었다. 현지 밤 기온은 영하 2~3도까지 떨어지는데,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에 달한다. 임시방편으로 모닥불을 지피고 그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한기를 달래보지만, 아이들이 잠든 텐트 안까지

박한영 한국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대리는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 중 하나인 안타키아(Antakya)에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본인 제공
[튀르키예로 간 NGO] 긴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났다. 양국의 누적 사망자 수는 5만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 정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건물 17만3000채가 부서졌고 임시 대피소나 호텔, 공공시설 등에 머무르는 이재민은 190만명이 넘는다. 재난 발생 직후 한국 NGO 활동가들도 현장으로 출동했다. 튀르키예로 파견 간 구호 전문가들이 재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아 더나은미래로 보내왔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대한적십자사 활동가들의 글을 차례대로 전한다. <1> 박한영 한국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대리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무너진 건물의 잔해로 뒤덮인 도시는 이미 뉴스 영상을 통해 접한 상태였고, 튀르키예행 비행기에서도 내내 머릿속으로 피해 상황을 그렸다. 하지만 멀쩡한 건물 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도시 전체가 무너져버린 튀르키예 안타키아(Antakya)의 상황을 직접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동료 활동가는 안타키아에서 멀지 않은 시리아도 비슷한 처지라고 전해왔다. 국제월드비전 동료들은 시리아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인 활동가들은 시리아에 입국할 수 없다. 한국 외교부가 10년 넘게 내전 중인 시리아를 여행금지국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구호활동가로서 다양한 재난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하는 훈련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실제로 접한 대지진의 참혹한 현장 속에선 무력감을 느꼈다. ‘Save lives, alleviate suffering, and maintain human dignity(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경감시키고, 존엄성을 지킨다).’ 사무실 모니터에 붙여 뒀던 문구를 머릿속으로 되뇌며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애썼다. 긴급구호 상황에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고 빠르게 의사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월드비전 긴급구호대응단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