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선수
“3분 걸었더니 보행 문제점 한눈에” 파리올림픽 선수 20명 사용한 ‘피츠인솔’

[인터뷰] 채경훈 알키메이커 대표 “이 정도면 운동이 시급한데요? 서 있을 때 좌우 발 압력 분포도의 차이가 10% 정도 나요. 왼쪽에 압력의 중심이 더 쏠려 있어요. 골반이 틀어져 있거나, 다리 길이가 다를 수 있어요. 걸을 때 발뒤꿈치 수치를 보면, 뒤꿈치 힘이 안쪽으로 많이 쏠리네요. 발목 부상 확률이 높죠. 신발 중에 뒤가 단단한 걸 신으셔야 해요. 발목을 잡아주는 신발이요.” 기자가 파란색 매트 위에서 한 3분 걸었나. 몸의 앞뒤 좌우 균형부터 보행 패턴으로 인한 부상 가능성까지, 순식간에 30여 개의 측정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뒤꿈치 안쪽을 단단하게 설계하고, 발목 부상을 예방할 ‘패드’를 깊게 넣은 인솔(insole·깔창)을 제작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받았다.  ◇ 걷거나 뛰는 ‘동적 데이터’로 ‘맞춤 깔창’ 제작  이는 (주)알키메이커의 브랜드인 ‘피츠인솔’의 ‘부상 예측 보행 분석 서비스’로 측정된 데이터다. 피츠인솔을 이용하면, 걷거나 뛸 때 발바닥의 압력 크기와 압력이 이동하는 방향 등을 측정해 개별 맞춤 깔창을 제작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9월 설립된 알키메이커는 채경훈 대표가 LG이노텍과 LG전자 등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하다 퇴사 후 “하고 싶은 거 하자”며 시작한 사업이다. 회사 재직 시절, 3D프린팅 응용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한 벨기에 기업 ‘머티리얼라이즈’와의 인연이 창업 아이템이 됐다. 해당 기업과 2017년 계약을 맺고, 부상예측 보행 분석 기술과 기기를 구매했다.  기존 깔창이 정적인 상태에서 발 형태를 측정한다면, 피츠인솔은 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측정 기기에는 1만2000개의 센서가 탑재돼 1000분의 5초 단위로 보행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걷거나 뛸 때 발바닥 위치별 압력과 힘의 크기 분포, 압력의 이동 경로 등 33가지의 측정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보행 패턴을 정상치로 바꾸는 깔창을 제작한다. 3D프린팅 기법으로 인솔을 제작할 때, 위치마다 다섯 단계로 탄력성을 조절할 수 있는데, 압력이 과하게 많이 들어가는 곳은 단단하게 만들어서 체중이 실리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예로, ‘오다리’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압력의 이동 방향이 바깥쪽으로 향하는데, 이를 안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바깥쪽 깔창을 더 단단하게 제작하는 것이다. 현재 25개의 병·의원에 피츠인솔의 보행 분석 시스템이 보급됐으며, 1만 건 이상의 보행 분석 데이터가 쌓였다. 또 5000여 명의 고객이 피츠인솔을 사용 중이고, 이 중 40%가 기존 고객의 ‘추천’을 받아 사용자로 입문했다. 주 소비자 중 22%가 운동선수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때녀’ 출신인 오범석 감독과 표승주 배구선수 등이 SNS를 통해 먼저 연락이 온 게 시작이었다.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펜싱, 역도, 피겨스케이팅,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피츠인솔을 사용 중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한 펜싱 오상욱, 도경동 선수, 유도 안바울 선수, 배드민턴 서승재, 채유정 선수 등 20여 명의 선수도 피츠인솔 사용자다. ◇ “보행 분석 데이터로 시각장애인 부상·노인 질환 예방이 목표”  채 대표는 최근 인솔 제작을 넘어 “보행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 인솔 제작을 준비 중이다. 이는 지난 2022년 지인의 요청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등 네 기관과 협업해 시각장애인 50여 명의 보행 패턴을 측정했던 게 계기가 됐다. 이때 시각장애인 대다수가 앞이 보이지 않아 종종걸음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채 대표는 “일반인이 걸을 때 뒤꿈치가 바닥에 닿아있는 시간 분포도 평균이 60% 정도인데, 시각장애인은 평균이 80%였다”며 “이렇게 보행할 경우 발목 부상과 허리 통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급형 인솔 개발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급형 인솔은 현 인솔 가격(45만원)의 절반까지 낮출 예정이다. 3D프린팅 기술이 아닌

은퇴 축구 선수의 ‘플랜B’를 설계합니다

“축구 선수들이 은퇴하고 나면 제대로 직업을 못 가지더라고요. 운동만 하면서 살다보니, 일상적인 것도 잘 몰라요. 보증을 잘못 서서 빚더미에 앉거나,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분들도 많고, 사람들한테 사기도 잘 당하곤해요. 마땅히 생업이 없는데, 돈은 벌어야하니깐, 후배 선수들에게 가서 승부 조작을 권유하는 것도 암암리에 퍼져있었습니다.” 경남FC구단 마케터였던 윤소라(27)씨는 프로축구 선수들의 ‘은퇴 후 삶’의 어려움을 목격하게 됐다. 그리고 은퇴 선수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먼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석코치였던 박항서 전 상주 상무 감독을 찾아갔다. “감독님, 선수들이 잘하는 것으로 돈을 벌 수는 없을까요?” 운동만 했던 축구 선수들은 일반인과 의사 소통 방법이 조금 달랐다. 선수 시절에는 매니저의 도움이 있었지만, 은퇴 후에는 스스로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은퇴 선수들은 주체적으로 일을 찾아나서는 것을 어려워했다. 이들의 강점을 살린 일자리와 사회화 과정이 필요했다. 박항서 전 감독도 윤씨의 고민에 공감하며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돕겠다’고 했다. 2015년 말, 윤씨는 은퇴 선수를 스포츠 전문 강사로 연결시키는 사업 모델을 생각해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공모 형식의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목적 사업에 부합하는 회사의 모습은 비영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단법인은 회원수도 100명이 넘어야하고, 도저히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소규모로 창업하기에는 ‘협동조합’이 적절했어요. 시범 프로그램을 돌렸을 때, 선수들이랑 마찰이 생기곤 했어요. 학생들을 코칭하는 과정에서도 ‘교육’이 많이 필요하겠더라고요. 협동조합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교육’이기도 하잖아요.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