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 사각지대, 비영리단체] 폭언·폭력에 반려견 산책까지 지시하는 사무소장 돈 버는 일 아니라며 희생 강요하는 상급자 “광범위한 왕따, 공개적 모욕, 차별과 권력 남용 등으로 ‘유독한(toxic)’ 노동 환경에 처해 있다.” 이달 초 발표된 국제앰네스티 근무환경 조사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국제개발단체와 인권단체를 지원하는 미국 콘테라그룹이 심리학자들과 함께 국제앰네스티 국제사무소 전체 직원의 75%에 해당하는 475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상급자로부터 ‘너는 쓰레기야’ ‘그만둬라’ ‘계속 일하면 인생이 불행해질 것’ 등 상습적인 폭언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인권단체에서 벌어진 ‘직장 내 갑질’ 실태다.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나은미래는 지난 한 달간 전·현직 비영리단체 노동자들과 접촉해 직장 내 갑질 사례를 조사했다. 우리 사회의 인권 개선을 위해 힘쓰는 그들이 처한 상황은 여느 영리기업의 갑질 사례 못지않았다. 고용 불안, 개인 심부름… 직장 갑질 사각지대 놓인 UN 기구 한국사무소 A씨는 계약직이다. 계약 기간은 6개월 혹은 9개월로 일정하지 않다. 고용 불안 탓에 상급자의 괴롭힘을 넘어 부당한 처우까지 감내하는 UN 기구 직원이다. “UN 기구 한국사무소에서는 사무소장 눈 밖에 나면 끝이라고 봐야 해요. 회의 중에 직원을 향해 펜을 던지거나 장난식으로 뒤통수를 때리는 일도 일상입니다. 본부 차원에서 마련한 옴부즈맨 제도가 있지만, 갑질 내용을 본부에 접수시켜도 이게 다시 한국사무소로 내려오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죠.” UN 기구에서 지역 사무소장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직원 10여 명의 고용계약 여부는 물론 연봉까지 결정한다. 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