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은 협력이 중요한가

지난주 한 사회혁신 관련 포럼에서 발표를 했는데, 청중이 질문했다. “왜 예전과 달리 지금은 협력과 파트너십이 중요한가.” 그에 대한 답으로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관한 예를 들었다. 1996년 6월 5일자 각 언론사 사회면 톱에는 ‘정부 산아제한 정책 35년 만에 폐지’라는 기사가 실렸다. 1960년 6명이던 출산율이 35년 만에 1.75명으로 떨어져 정책목표가 달성됐다는 것이다. ‘딸아들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은 각종 선전구호가 말해주듯이, 당시 정부는 ‘공무원 3자녀 불이익’과 같은 강력한 정책까지 밀어붙였다. 지금은 어떨까. 지난 10년간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위해 무려 150조원의 정책자금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1.2명으로 더 떨어졌다. 앞으로 2020년까지 198조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정부 힘만으로 해결될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기업문화, 청년실업 해소,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 해결 등 각종 실타래가 함께 풀려야 하는데, 이는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일찌감치 ‘정부 주도’가 아닌, ‘파트너십의 힘으로’라는 기조가 뚜렷하다. 영국은 캐머런 전 총리시절 이후 아예 ‘빅 소사이어티(Big Society)’를 표방하고 있다. 정부가 시민사회가 함께 나라를 끌고 가겠다는 협치와 ‘빅 거버넌스(Governance)’를 주장한다. 영국은 비영리단체 17만개, 사회적기업 19만5000개까지 합치면 제3섹터에 고용된 직원 수가 2382만명으로, 영국 국민의 절반(3100만명)이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한다. 제3섹터 전체 자산규모만 해도 318조원이다. 자선단체·사회적기업·기업의 사회공헌·공익재단·자원봉사단체 등을 통합 지원하는 ‘제3섹터청(이하 OCS·The Office of Civil Society)’까지 있다. 미국 또한 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비영리단체 수는 160만개가

아시아의 숨은 영웅, 2017 APA 후보자 추천해주세요

아시아 각 지역에서 필란트로피(Philanthropy, 박애주의) 정신을 묵묵히 실천해온 ‘진짜 영웅’을 발굴하는, APA상 후보자 공모가 시작됐다. APA위원회(이사장 김성수 주교)는 12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기부와 봉사, 모금 등을 통해 필란트로피 정신을 실천해온 APA상 후보자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필란트로피는 기부(giving)와 봉사(serving), 참여(joining), 모금(asking)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미국 등에서는 흔히 말하는 자선(charity)보다 훨씬 더 폭넓은 개념으로 사용된다. 응모 부문은 총 6개 부분으로,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Philanthropist), 올해의 펀드레이저(fundraiser), 올해의 NPO(비영리단체), 올해의 여성 필란트로피스트, 올해의 청소년 필란트로피스트, 올해의 공적상 등으로 이뤄진다. 아시아에서 필란트로피를 실천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누구나 응모 가능하다. 이메일 혹은 우편접수로 가능하며, 상세한 응모내용은 APA 홈페이지(http://apawards.org)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PA는 특히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는 대신, 비영리단체(NPO) 및 대학, 병원, 법무법인 등 100인의 비영리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금을 출연해 만든 영예로운 상(償)이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투자, 푸르메재단, 한국여성재단, 환경재단, 한국스카우트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기아대책,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등 비영리기관과 대학, 병원, 법무법인, 언론사 등 100인의 비영리 전문가들이 기부와 재능기부 등으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기관규모나 수상자의 배경 등에 대한 차별 없이 수상자를 선정함으로써 권위가 살아있는 상(賞)이 될 전망이다. APA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수 주교는 “비영리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만들어 기부자와 봉사자들을 칭찬하고 감사하는 장을 마련하는 시도는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필란트로피 실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PA는

②누가, 왜 기부를 했을까?… 기빙코리아 2016 분석

기빙코리아 ‘기부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로 분석해보니 2   5. 기부금 세제 혜택, 홍보 필요해 기부금 세제 혜택은 기부 문화에 도움이 될까. 답은 ‘그렇다’이다. 기부자의 경우 77.4%가 세제 혜택을 알고 있었지만, 비기부자의 경우 53.2%만이 세제 혜택을 알고 있었다. 더불어 세제 혜택을 인지하는 기부자의 기부총액은 평균 ‘66.5만원’으로 인지하지 못한 기부자의 기부총액인 ‘21.2만원’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 혜택이 확대되고 인지도가 높아질 경우 기부금액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6. 기부금 필요한 곳… “시민사회” vs “해외구호” 기부금이 가장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비영리단체의 모금 실무자 40.1%는 기부가 필요한 분야로 ‘NGO(시민사회)’를 꼽았다. ‘국내 사회복지 및 자선(24.2%)’이 그다음이었다. 해외 구호의 경우 7.2%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부자가 선호하는 분야는 ‘국내 사회복지 및 자선(58.5%)’이 가장 높았고, ‘해외 구호(27.1%)’가 뒤를 이었다. 실제 기부한 분야도 선호 분야와 거의 일치했다. 이는 기부자들의 기부 동기 중 큰 부분이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며, 그로 인해 사회복지나 해외 원조에 상당한 기부가 몰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7. 해외구호·의료단체, 으뜸은 ‘방송 모금’ 모금 실무자들이 보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 도구는 무엇일까. 실무자가 최대 3개까지 중복 응답을 한 설문 자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방송 모금 캠페인’을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꼽았다. 특히 해외 구호, 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실무자, 각각 74%, 90%가 ‘방송 모금 캠페인’을 효과적이라고 응답했다. 방송 모금의 특성상 대형 단체에서 활용 가능하며 ‘불쌍한

①누가, 왜 기부를 했을까?… 기빙코리아 2016 분석

기빙코리아 ‘기부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로 분석해보니 지난 한 해, 어떤 이들이 기부했을까. 이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기부 확대를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기빙코리아 2016’ 결과가 나왔다. 기빙코리아가 시작된 지는 올해로 16년째. 짝수 해에는 개인 기부를, 홀수 해에는 기업 기부를 조사해왔다. 올해는 설문 방식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기존 1000명이던 표본도 2500명으로 늘리고, 모금 실무자 207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도 진행했다. ‘기부자가 바라보는 모금’과 ‘모금가가 바라보는 기부’ 간의 간극을 찾아보고자 하는 첫 번째 시도다. 기빙코리아 데이터와 노연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2차 분석을 통해, 비영리단체가 짚어봐야 할 ’10가지 핵심 이슈’를 뽑았다. 1. 있어야 나눈다? 나눌수록 나눈다 소득이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연령이 높을수록 기부액이 증가했다. 응답자 2500명 중 지난 한 해 기부했던 1140명(45.6%)을 대상으로 연령·성별·교육 수준·소득수준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과 함께 분석한 결과다. 다만 나이와 기부 액수, 기부 참여는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나이가 어릴수록 기부 액수는 작지만, 기부 동참 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꼭 ‘있어야’ 나누는 건 아니었다. 1인당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가구별 소득구간을 1분위(최저생계비 이하), 2분위(차상위계층)부터 8분위까지 나눠보니, 최저생계비 이하 가구에 해당된다고 분류된 27명의 기부자는 평균 12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분석됐다. 총 소득 대비 기부액으로 환산하면 30%에 달한다. 고액기부자 수치를 포함한 8분위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2. “불쌍해서 도울 듯” vs “개인 만족·사회적 책무” 사람들은 왜 기부할까. 기부의 동기를 두고 모금

[Cover Story] 기부도 효율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 따져야…피터싱어 인터뷰①

피터 싱어 교수 인터뷰 ‘시각장애인 한 명을 돕는 것과 2000명의 실명(失明)을 막는 일, 무엇이 나은 선택인가.’‘우리나라도 힘든 사람이 많은데, 빈곤국의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게 우선일까.’ 두세 번은 곱씹게 되는 날카로운 질문들, 정답이 있을까. 여기 “답이 있다”고 단언하는 이가 있다.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이자 ‘동물 해방론자’, 미국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꼽히는 피터 싱어(Peter Singer·70·사진) 교수다. ‘동물 해방’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실천윤리학’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등 그의 저서들은 묵직한 논쟁을 세상을 던졌다. 지난 10여 년간 그의 주장에 영감을 받아 실천에 옮긴 이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500억원에 달하는 사업 소득 전체를 기부하는 이가 나오는가 하면, 비영리단체 활동을 평가하는 기브웰(GiveWell) 같은 단체도 생겨났다. ‘더 많이 기부하기 위해, 더 많이 버는 직업을 택한다’는 이들도 나왔다. 점과 점이 이어져 한 흐름이 됐다.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운동이다. 지난 3월, 한국에서도 번역·출간된 피터 싱어의 최신작 ‘효율적 이타주의자'(원제 The Most Good You Can Do)에 그 흐름이 담겼다. ‘효율적 이타주의’란 무엇일까. 지난 12일, 그와 스카이프로 인터뷰했다. ◇ 남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눠라, 단 효율적으로! 지난 40여 년간 그의 논지는 한결같다. 하나, 도울 능력이 되면서도 타인을 돕지 않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연못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이를 못 본 척 지나치는 셈이다. 둘,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움을 받는 이와의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아이를

‘최저가’ 욕심이 남을 돕는다? 무료 기부 쇼핑몰 ‘위시플렉스’

“‘욕심을 줄여라, 그러면 이웃과 나눌 수 있다’는 말이 불편했어요. 내 주머니를 비워야 누군가를 도와 줄 수 있다는데, 누가 기부를 쉽게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만들었죠. 더 많이 욕심낼수록 더 크게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을요.” 무료 기부 쇼핑몰 ‘위시플렉스’의 김태호(43) 대표가 소탈하게 사업 시작 배경을 말했다. 위시플렉스 쇼핑몰에서는 장바구니 10개를 채우기만 하면 기부금 500원이 주어진다. 이용자는 이 돈으로 홈페이지에 소개된 다양한 자선 프로젝트에 후원할 수 있다. 자기 돈 들이지 않고 무료 기부를 할 수 있는 셈이다. ‘깜짝 선물’은 또 있다.  매주 추첨을 통해 장바구니에 담긴 물품을 10%에서 90%까지 할인해주는 것. 이는 기부의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된다. 김 대표는 “초반엔 자선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이들이 기부금을 얻기 위해 장바구니를 되는 대로 채우다 점점 할인 기회를 겨냥해 진짜 사고 싶은 물품을 담기 시작하더라”고 했다. 덕분에 특정 프로젝트만 후원하러 왔다가 물건 구매를 계속 이어가면서 다른 프로젝트들의 후원에도 참여, 나눔을 이어가게 된다.  덕분에 1달에 신규 가입자 수는 천여 명, 월 평균 후원금 규모도 4~500만원이나 된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과 기부금은 유기 동물들을 치료하고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저소득 가정 등 취약계층을 돕는데 쓰이고 있다. 김 대표는 “나눔도 경험을 통해 배운다”며 “기부에 관심 없어도 이렇게 한두 번 하다 보면 자신이 발 담근 이슈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쇼핑몰에 오래 머물다보니, 물품 판매 기업들에게도 위시플렉스는 좋은 마케팅

[공감펀딩]거인병으로 쓰러진 나를 일으킨 건 ‘나눔’

前 국가대표 농구선수 김영희 인터뷰  “너무 커서 무섭죠?” 커다란 손이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키 205㎝. 국내 최장신 여자 농구 선수이자 전 국가대표인 김영희(52·사진)씨가 악수를 청하며 건넨 첫 인사였다. “우리 동네에선 ‘거인 아줌마’로 불려요(웃음). 처음엔 아이들이 매일같이 저희 집 앞에 몰려와서 ‘거인, 나와라~’ 하고 놀려댔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집으로 아이들을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죠. ‘아줌마 착한 사람이야. 농구선수 아줌마야. 아줌마 놀릴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앞으로 아줌마 안 놀리면 나갈 때마다 맛있는 것 줄게’ 하고요. 그때부터 주머니 가득 사탕, 과자를 넣고 다녀요. 이젠 절 모르는 사람들이 ‘거인이다~ 남자야? 여자야?’ 하고 수군대면,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아니야, 마음씨 착한 거인 아줌마야. 농구선수 아줌마야’라고 말해줘요.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몰라요.” 김씨는 80년대 명실상부한 농구계 스타였다. 그녀가 세운 한 경기 최다 득점(52점) 기록은 깨지지 않는 전설로 남았고, 1984년 농구대잔치에선 득점왕·리바운드왕·자유투상·인기상·최우수상 등 5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코트 위를 주름잡았다. 구기 종목 최초로 우리나라가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1984년 LA 올림픽에도 출전해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코끼리 센터’라 불리며 사랑받던 그녀의 삶은 그로부터 3년 뒤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거인병(말단비대증)’으로 쓰러져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했던 것. 그 후로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생활이 이어졌다. 거인병은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손·발·턱·코·귀·혀 등 인체의 말단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신체의 장기가 커지는 병이다. 한동안 ‘거인병을 앓는 농구선수’로 알려지면서 주변의 도움이 이어졌지만, 그 후로 10년 넘게 그녀의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공익, 직업의 세계] NGO와 단체 사이에 다리 놓는 ‘펀드레이저’ 이야기 ④

여러 글로벌NGO 중에서도 앰네스티의 모금은 조금 더 특별하다. 시민 개개인의 후원이 전체 모금액의 9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비영리 영역이 성장하면서 펀드레이저(Fundrazer·모금활동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앰네스티의 모금활동가는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이은영(36·사진) 앰네스티 모금회원커뮤니케이션팀장을 율곡로에 위치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에서 만났다. 앰네스티는 1961년 설립된 인권단체로 지난 50여 년간 고문·사형·인권탄압에 맞서왔으며, 현재 전세계 700만명의 이상의 회원 및 지지자와 함께 활동 중이다. -앰네스티는 어떤 조직인가. “일반적으로 NGO라고 하면 아이들을 돕고, 빈곤한 세대를 돕는 기관을 많이 생각한다. 앰네스티는 같은 NGO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인권옹호와 로비(Lobby∙막후교섭)활동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진 경찰의 민간인 사살 문제를 두고 정부 당국과 책임자에게 해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발송한 것도 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로비’의 어감이 부정적이지만, 해외에선 매우 자연스러운 옹호활동의 일부다.” -어떻게 앰네스티에서 일하게 됐나. “앞서 복지재단의 사회복지사로 근무했었다. 그러다 아동복지전문 NGO의 모금담당자로 일하게 됐고, 10년 만에 앰네스티로 직장을 옮겼다. 모금전문가는 후원금을 제대로 쓸 수 있는 곳에서만 즐겁게 일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앰네스티에서의 하루하루가 참 행복하다. 이직을 하고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비영리영역에서 나름 발을 넓혀왔다고 생각했는데 앰네스티에서 만난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NGO와 옹호활동을 하는 NGO 사이에 교집합이 너무 없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아니겠나.” -모금활동가란 정확히 어떤 직업인가. “모금가는 돈을 좇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질적으로 사람과 가치를

[기부 그 후] 아기의 고장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낳자마자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어요. 심장, 폐 등 모든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요.하염없이 눈물만 나왔습니다. “ 엄마의 심장은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폐동맥판 폐쇄증’. 처음 들어보는 희귀병이었습니다. 심장에서 폐로 피가 전달되는 통로가 막혀있다고 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숨을 쉬지 못하던 다온이는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한채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링거, 바늘, 온갖 기계를 몸에 달고 있는 다온이를 바라보던 엄마는 무너져내렸습니다. 엎친데 덮친격, 정밀검사 이후 ‘밀러디커신드롬(염색체 돌연변이로 인한 선천성 기형)’이란 생소한 질환까지 진단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이었습니다. 어쩌면 듣지도, 보지도, 걷지도, 말하지도 못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로선 완쾌 방법도 찾기 어렵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당장 심장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 눈앞이 캄캄해진 다온이의 엄마는 해피빈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다온이는 아직 말도 못하고, 앞을 보지도 못해요. 사연을 쓰면서도 모금이 잘 될까 걱정이 앞섰어요. 함께 이겨내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습니다.” ‘폐동맥판 폐쇄’, ‘밀러디커신드롬’ 등 생소한 희귀질환들을 앓고 있는 다온이는 태어나자마자 심장 수술을 받아야하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엄청난 비용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감당하려니 엄마의 눈앞은 캄캄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11일, 다온이의 엄마는 용기를 내어 모금함을 만들었습니다. 출산 직후 긴급 수술을 간신히 끝냈지만, 앞으로도 수차례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온이는 면역력이 없는 상태라 무균실에서 치료를 받아야했습니다. 합병증으로 인한 추가 수술, 보장구 등 수천만원의 병원비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다온이네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습니다. 이에 다온이 엄마는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작지만 강한, 强小 NPO]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여울돌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⑦]⋅⋅⋅희망을 만들어가는 여울돌  2014년 11월,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향한 곳은 엄마의 품이 아니었다. 링거와 바늘, 온갖 기계를 몸에 단 채 아이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심실중격손을 동반한 폐동맥 폐쇄증’. 아이의 병명이었다. 심장에서 폐로 전달되는 통로가 막혀있다고 했다. 엄마의 뱃속에서 심장이 고장 난 아이, ‘다온이’. 엎친 데 덮친 격, 출생 직후 이뤄진 정밀 검사에서 다온이는 ‘밀리디커신드롬(염색체 돌연변이로 인한 선천성 기형)’이란 생소한 진단까지 받았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다온이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다온이를 향한 수많은 이들이⋅도움이 손길을 내민 것. 11일만에 990만원이 모금됐다. 무려 1654명의 기부자들이 참여한 것. 다온이는 호흡과 음식의 섭취는 돕는 수술을 받았고, 꾸준한 재활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똑바로 눕는 것조차 어려웠던 다온이에겐 장애인용 특수 유모차와 보장구도 생겼다. 희망조차 없어 보였던 다온군에게 찾아온 작은 변화, 그 뒤에는 사단법인 ‘여울돌’이 있었다.  ◇ 14년 간 30여 명 후원⋅⋅⋅희귀질환 아동 후원단체 여울돌 여울돌은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을 후원하는 단체다. 2002년12월 5일 설립 이후 총 30여명의 아동들이 여울돌과 인연을 맺었고, 2016년 현재 20명(해외 환아 1명 포함)의 아동들이 여울돌의 후원을 받고 있다. 박봉진 여울돌 대표는 단체명 ‘여울돌’의 뜻을 “여울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는 돌”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희귀질환 어린이들과 후원자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울돌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7살때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장면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선천성 면역

공익을 모바일과 만나게 한 남자

[네이버 해피빈재단 최인혁 대표] 공익단체·이웃 이야기 전하는 주제판 ‘함께N’ 오픈 후 2개월만에 설정자 140만명 넘어네이버 페이 통한 펀딩 결제 등 모바일 서비스에 콘텐츠 결합 국내 최초의 온라인 공익 플랫폼 ‘해피빈’의 대표 얼굴이 바뀌었다. 최인혁(45) 네이버 해피빈재단 대표다. 삼성SDS 출신으로 1999년부터 NHN에 몸담아온 그는 현재 네이버 크레이티브 비즈니스 조직장과 해피빈 재단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최 대표의 등장 이후 지난 4월 말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다양한 공익단체와 이웃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제판 ‘함께N’을 오픈했고, 2개월 만에 설정자 140만명을 넘겼다. 공익 콘텐츠와 크라우드 펀딩을 다양화하는 시도, 네이버 모바일의 다른 ‘장터(서비스)’ 곳곳에 공익 콘텐츠를 전략 배치하는 등 변화가 빠르고 과감하다.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한 적 없는 최 대표를 ‘함께N 설정자 140만 돌파’를 기념해 경기 성남 분당의 네이버 본사(그린팩토리)에서 만났다.     ―지난달 유엔 NGO 콘퍼런스의 워크숍에서 발표를 했는데, 사실상 해피빈 대표로서 데뷔 무대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떤 얘기를 했습니까.    “‘해피빈은 세계 시민교육의 실습실’이라고 했어요. 제가 IT 개발자 출신인데, 1년 동안 책을 통해 코딩을 공부할 때보다 프로그램 실습 한 달 동안 더 많이 배워요. ‘저는 실행하는 사람입니다’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실행이 잘되면, 그걸로 이론도 정립할 수 있어요. 나눔교육도 중요하지만 해피빈 통해 직접 기부해보면 그 의미를 깨닫게 되죠.”   ―네이버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데, 왜 해피빈 대표를 맡았습니까. 직접 자원했다고 들었는데.  “2005년 해피빈 플랫폼 개발할 때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