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 퇴보 위기 놓인 아동 인권 아이만은 여덟 살이다.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살고 있다. 아이만의 하루는 소 떼를 들판에 끌고 나가면서 시작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필을 쥐었던 손에는 나무 막대가 들렸다. 이른 아침부터 건초를 찾아 가축들을 먹이는 게 일이다. 일터엔 그늘이 없다. 그렇게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하루를 보낸다. 올해 3월 아프리카에서도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아이만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학교가 폐쇄됐고, 학생들은 갈 곳을 잃었다. 가정에서 학업을 이어갈 여건은 되지 않았다. 4월에 접어들면서 상점들도 문을 닫고, 어른들의 일자리도 많이 줄어들었다. 생계를 위해 온 가족이 뛰어들어야 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초등학교 3학년 소년의 꿈이 코로나19로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아동들이 다시 일터로 내몰리고 있다. 대부분 빈곤 인구가 많은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6월 유니세프와 공동으로 발표한 ‘COVID-19가 아동 노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 현장에 보내진 아동은 1억5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절반은 5~11세 아이들로 파악됐다. ILO는 빈곤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아동 노동 인구는 최소 0.7%포인트 증가한다는 연구를 근거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오던 아동 노동 인구가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증가할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은 수년간의 발전을 역전시킬 뿐만 아니라 아동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아프리카 아이들, 살기 위해 광산·농장으로… 현지 상황은 연구 보고서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재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