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V
[더나은미래 논단] CSR의 투명한 천장

이윤석 InnoCSR 대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정의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이상 동안 전 세계에서 계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CSR, CSV(공유가치창출), 사회공헌,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 ‘CSR=사회공헌’이라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정의까지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CSR은 기업이 어떻게 돈을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돈을 버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 기업이 브랜딩이나 마케팅 측면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력 사업들을 검토하고 시행할 때 사회와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기업 구조는 오로지 밀턴 프리드먼과 애덤 스미스가 얘기했던 과거형 수익 창출에 맞춰져 있다. 구매에서부터 제조, 판매까지 이어지는 사업의 밸류 체인을 보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보인다. 구매팀을 예로 보자면, 소수의 구매 담당자가 많은 협력업체를 상대한다. 한 사람이 보통 흔하게는 수십 개 협력업체를 매월 상대한다. 이들은 기존의 협력업체들을 관리하고, 회사에 필요한 자원을 구매함과 동시에 신규 협력업체들도 발굴해야 한다. 간혹 사고가 나고, 이를 협력업체들과 해결하는 일도 도맡아서 한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 요소들은 낮은 가격, 높은 품질, 그리고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다.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구매팀에 어느 날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윤리강령과 CSR 감사 제도를 정책화한다. 구매팀은 그 내용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이를 협력업체들에 강조하고 협력업체 평가 요소에 반영한다. 협력업체들 역시 이를 즉시 비용으로 인식한다. 가장 낮은 원가로 높은 품질로 만들어서 빠르게

[Cover Story] 다사다난했던 2014 돌아보며… 다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2014 공익 이슈 TOP TEN 2014년 공익 현장은 굵직굵직한 이슈로 시끌시끌했다. 국내에서는 송파 세 모녀 사건(2월)에 이어 세월호 참사(4월)가 벌어졌고, 아동 학대 특례법도 시행(9월)됐다. 해외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강타(2월)했고,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8월)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나갔다. 한편,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 사회공헌 예산은 줄었고, 협동조합·공유경제 등 대안적 형태의 경제 방식이 각광을 받았다. ‘더나은미래’는 연말을 맞아 전문가 10명과 지난 1년간 공익 현장 이슈를 짚어보고, 그 후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1.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떠오른 복지 사각 지대 “올해 초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 복지 현장이 떠들썩했다. 지난 9일에는 이른바 ‘송파 세 모녀법’이라고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긴급복지지원법·사회보장 수급권자 발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7월부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제도상 최소한의 조치는 마련된다. 하지만 제2의 ‘송파 세 모녀’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재량권을 발휘해 긴급 지원을 더 원활히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지역에서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하게 조성하는 것이다. 정부의 제도는 규격화되고 일률적이기 때문에 사각지대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공동체·연대 의식 등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2014년은 무상 급식·무상 보육 등 보편적 복지 확대에 대한 부담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기도 했다. 복지의 ‘지속 가능성’ 이슈는 앞으로도 지속될 화두다.” 2. 세월호 모금 1300억원그 행방은? “세월호 모금은 올 한 해 모금을 관통하는 큰 이슈다. 세월호 참사 성금으로 약

불 붙은 경영학계 CSR·CSV 논쟁 기업으로 번지나

월드 TALK 최근 미국 경영학계에선 CSR(기업의 사회적책임)과 CSV (공유가치창출)를 둘러싼 격돌이 한창이다. CSR의 대부로 불리는 앤드루 크레인(Andrew Crane) 요크대 경영학과 교수와 CSV 개념을 만든 마이클 포터(Michael E. Poter) 하버드대 교수 간 싸움이 시작됐기 때문. 앤드루 크레인과 더크 마틴(Dirk Matten) 요크대 경영학과 교수가 각국의 CSR 대표 학자들과 함께, CSV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비평문을 발표했고, 이에 대응해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래머는 반박문을 발표하는 등 최근 발간된 ‘캘리포니아 매니지먼트 리뷰(약칭 CMR)’ 겨울호에는 이들의 논쟁이 실려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크레인 교수는 “마이클 포터 등이 CSR을 단지 자선 활동의 일환일 뿐이란 인상을 주고, 수십년간의 CSR과 비즈니스 관련 사례들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CSV의 오해와 단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CSV는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간의 긴장을 무시하고 있고 ▲실제 적용이 어려운 나이브(naive)한 개념이며 ▲사회적 역할에 대한 얕은 이해로부터 출발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CSV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와 단점들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뿐만 아니라 경영학 교육 및 연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CSV를 열심히 외치는 미국 정유업체 셰브론(Chevron)은 지난해 에콰도르에 끼친 공해 문제로 법정 싸움 중인데, 포터와 크래머는 기업들이 고심하는 법적·윤리적 의무와 경제적 가치 사이의 충돌을 외면하고, 알아서 해결하고 오라고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진심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여러 기업 CEO및 임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일이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포터와 크래머는 “CSV는 기업들의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냈다”면서

[미래 TALK] 한국형 CSV, 이대로 괜찮은가

유행처럼 번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지속되기 위해서는 개념부터 확립해야 “CSR은 착한 기업의 일방적인 자선과 나눔이고, CSV는 스마트한 기업의 공동의 가치 창출입니다.” 지난 15일 서울대 A 교수의 말에 국회의원회관 안이 술렁였습니다. 국회 CSR정책연구포럼과 한국사회책임포럼 주최로 열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VS. 공유 가치 창출(CSV) 대토론회’에서 A 교수는 ‘왜 CSV인가’를 주제로 기조 발제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왜 자꾸 CSR을 자선, 봉사, 사회 공헌과 같은 개념으로만 설명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뭔가 실수가 있는 건지, 학계에서 정말 그렇게 통용되는 것인지 당황스럽다”면서 얼굴을 붉혔습니다. CSR은 지배 구조, 공정 거래, 인권, 노동 관행, 환경, 소비자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고려해 기업이 지켜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일컫는 개념입니다. 반면 사회 공헌은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를 위해 되돌려주는 활동으로 CSR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선 사회 공헌과 CSR을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은 데다가 CSV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세 개념에 대한 혼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A 교수는 “CSR은 기업이 개발도상국에 음식을 가져다준 뒤, 플래카드를 걸고 사진 찍고 악수하는 것”이라면서 “CSR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CSV가 기업에 장기적으로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ISO 26000 WG 6(Working Group 6·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문)에서 5년간 좌장을 맡았던 마틴 노이라이트 교수는 “한국에서 CSV 콘셉트가 유행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었는데, 왜 CSR과 CSV를 혼동하는지 이제 알겠다”면서 “CSV는 기본적으로 CSR에 내재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잘하는 유럽 CSV(공유가치 창출) 관심도 없어 한국만 유독 열광”

마틴 노이라이트 교수 인터뷰 CSV 좋은 사례 언급되는 네슬레 코코아 생산 과정 아동 문제 모른 척‘공유가치’ 내세우며 ‘책임’ 흐리는 셈막스앤스펜서, 全 제품을 유기농으로 아동 노동·최저 임금도 꼼꼼히 따져다수 韓 기업, 책임보다 수익 중시… 환경·노동 외면하면 언젠간 무너져 마틴 노이라이트(Martin Neureiter·사진) 오스트리아 빈 교수는 사회적 책임의 국제표준인 ISO 26000 제정 당시, 기업파트 좌장 역할을 맡은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전문가다. 현재 전 세계 42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기업과 정부 등에 CSR 컨설팅을 진행하는 CSR 컴퍼니(CSR Company)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국회CSR정책연구포럼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CSR vs. CSV 대토론회: 사회책임과 공유가치창출의 혼동,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마틴 교수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선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가 마치 CSR의 업그레이드된 버전처럼 회자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기존의 CSR 부서를 CSV로 변경하기도 했다. CSV와 관련해서 세계적으로는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CSV에 관한 노이즈가 한국만큼 심한 곳은 없다. 유럽에선 CSV와 관련한 아무런 논의가 없다. 오히려 CSR 법제화 논의가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CSV’라는 이름을 앞세워놓고, 생산 과정은 나 몰라라 하기도 한다. CSV의 좋은 사례로 매번 언급되는 네슬레는, 코코아 생산 과정에서 아동 노동 문제에 대해 아직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던 코카콜라는 인도 공장에 ‘코카콜라 생산에 사용한 물과 같은 양을 지역사회로 환원하겠다’며 빗물 정수 시스템 등을 설치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CEO 관심사는 ‘협력사와 동반성장’… CSR 전문인력 필요해

한국 CEO는 오늘도 고민 중입니다 2014년 100대 기업 CEO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에서도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윤리경영 부문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은 설문조사에서 ‘CSR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를 중요한 순서대로 3가지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선택한 순위에 따라 3점, 2점, 1점으로 가중치를 계산한 결과 ‘기업의 명성 제고'(133점)와 ‘기업 리스크 관리'(72점)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69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CSR의 목표로 ‘고객 유치 및 관리'(37점)나 ‘우수 인재 확보 및 유지'(32점)보다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69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CEO가 훨씬 많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1순위로 꼽은 CEO는 17%(10명)로,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선택한 CEO 숫자(10명·17%)와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CEO들이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관심을 쏟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CSR의 핵심은 지속가능성… 인권, 노동 관행은 아직 CEO 관심 밖 CSR에 대한 CEO의 인식 폭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CSR의 핵심을 3가지 꼽아달라는 질문(순위대로 가중치 부여)에 대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147점) ‘윤리경영'(74점) ‘사회적 문제 해결'(59점)이 가장 높았고, ‘자선과 기부활동'(35점), ‘고용 및 세금납부'(21점)를 선택한 CEO는 많지 않았다. 예전에는 CSR을 사회공헌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자선이나 기부 차원으로 생각했다면, 이젠 CEO들이 동반성장, 이해 관계자 소통, 사회문제 해결까지 ‘넓은 의미의 CSR’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인권이나 노동 관행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2010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마 위에 오른 CSV

“차라리 사회공헌 개념조차 모르던 시절, 기업이 선의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진심’, 그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근 사회공헌·CSR 10년차 실무자들 사이에선 이런 푸념이 많습니다. 바로 CSV 때문입니다.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란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개념으로,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CSV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처럼 인식되면서,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단 사내 조직 구조부터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CJ는 기존 CSR팀을 CSV경영실로 확대 개편한 뒤 CJ제일제당·CJ오쇼핑 등 계열사에 CSV팀을 신설했고, KT와 아모레퍼시픽도 기존 CSR팀을 CSV팀으로 교체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사회협력팀과 별도로 CSV사무국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차도 최근 CSV팀 신설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난 5월 ‘CSV의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삼성그룹 역시 삼성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전략을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 자체를 찾기 어려운 데다가, 상당수 CEO가 사회 문제 해결보다는 CSV 전략을 통한 마케팅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장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업도 통과가 안 된다” “이제야 간신히 사회공헌과 CSR을 구분하고 체계를 잡았는데, CSV가 기존의 진정성과 노하우를 흔들고 있다” “CSV 때문에 현장에 꼭 필요한 기존의 좋은 사회공헌 활동들을 당장 접어야 한다”는 등 부작용이

창조경제·문화융성… 정부 요청에 대기업 CSR 몸살 앓아

지난 4일, 주요 기업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소집’ 때문이었다. 지난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정부가 그 핵심 전략인 ‘창조경제’를 들고, 본격적인 드라이브에 나선 것. 이날 미래부 창조경제기획국장이 주재한 회의의 주요 골자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협력하자’였다.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될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결합하고 싶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과학기술과 ICT를 기반으로 복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미래부가 제시한 큰 그림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CSR 담당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래부도 모르는 해답을 기업에 숙제로 넘겨준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것. 이에 구체적인 요청도 정보도 얻지 못한 기업들은 다음 액션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 기업은 미래부의 요청을 ‘창조경제 홍보’로 이해하고, 사회공헌과 창조경제를 결합한 내용을 담은 홈페이지를 제작 중이다. 기존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ICT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새로 기획하는 기업도 있고, 중소기업과 협력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쪽으로 사회공헌 기조를 바꾼 곳도 있다. 반면 “대기업이 이전에 해오던 제품 개발, 일자리 창출이 바로 창조경제”라면서 우려 섞인 눈으로 미래부의 동향을 주시하는 기업도 많다. “CSR, CSV(공유가치창출)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뤄가야 하는데, 정부가 기업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성급히 보려 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융성’을 키워드로 한 CSR, CSV 모델을 개발하라는 정부의 지시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도 있었다. 해당 기업 CSR 관계자는 “다양한 모델을 제안했는데 당장 성과를 나타낼 수 있는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이 채택돼 난감하다”면서

[희망 허브] [기업, 철학이 바뀐다] ③ 환경·지역과 상생… 세계 100개국 뻗어나간 힘

기업, 철학이 바뀐다 티라윗 리따본 태국 더블에이 부회장 산에서 나무 베지 않도록 논 옆 자투리땅에 나무 심어 연간 670만t 이산화탄소 감축 가공하고 남은 폐기물들 최대한 재활용해 원료 활용 지역 농가도 살려 일석이조 친환경적 상생 가능한 모델 한국에도 널리 알리고 싶어 최근 탄소세 도입을 두고 환경부와 자동차 업계의 날 선 공방이 있었다. 탄소세 제도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차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배출량이 적으면 보조금을 주는 제도인데, 재계에선 “우리 실정에 안 맞는 지나친 규제”라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을 규제가 아닌, 기회로 여긴 철학을 가진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복사용지로 유명한 태국의 ‘더블에이(DoubleA)’ 이야기다. 티라윗 리따본(57·Thirawit Leetavorn) 부회장에게 그 특별한 철학을 들어봤다. 티라윗 리따본 부회장은 유니레버, 시그램 등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며 신시장 개척을 담당했던 마케팅 전문가로, 지난 2005년 더블에이에 합류했다. ―복사용지를 만들려면 당연히 산림목을 벨 것으로 예상하는데, 산에 있는 나무를 베지 않는다는 게 사실인가. “제지회사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종이의 원재료인 나무다. 우리는 태국의 특수한 환경에 주목했다. 태국은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으로, 전체 인구의 40%가 농업에 종사한다. 대부분 영세하다. 전통적으로 태국 농가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농지를 물려주는데, 이 과정에서 유실이 생기며 토지 규모가 점점 작아진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가난해지는 거다. 우리는 산이 아니라, 논과 논 사이 자투리땅에서 키우는 나무 ‘칸나(KHAN-NA)'(유칼립투스 수종) 모델을 도입했다. 산의 나무를 베지 않으면서, 지역 농가도 살릴 수도 있는 방법이다. 농촌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작은

케이크 덕분에… 농사일이 달콤하답니다

지역 농가와 상생하는 SPC그룹 농가와 직거래 하는 SPC – 농산물 활용한 제품 출시하며 연간 계약 맺고 선금도 지불… 농가는 품질 향상에만 집중 제품 연구도 나눔으로 – 대학 특허로 신제품 개발… 수익금은 복지기금으로 기탁 “미니사과가 우리 영천 지역의 보물이 됐습니다.” 50년차 농부 최병혁(67)씨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벼, 콩, 참깨 등 수많은 작물을 재배해온 최씨는 2년 전, 친환경 농법(유기농·무농약)으로 아기 주먹만 한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미니사과를 영양·당도가 부족한 ‘불량사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1년 후, 상황은 급변했다. 그가 재배한 미니사과가 파리바게뜨 케이크에 장식되면서부터다. 전국 파리바게뜨 매장에는 미니사과를 품에 가득 안고 웃는 최씨 사진이 홍보 포스터로 붙었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경북 영천 미니사과로 만들어진 ‘가을엔 사과 요거트 케이크’는 일반 케이크 대비 4배 높은 매출을 올렸다. 최씨는 “평소 거래해본 적 없는 식자재 회사들에서도 ‘급식이나 식후 간식용으로 쓰고 싶다’며 연락이 오고, 중간 상인들이 영천군 산지까지 직접 와서 미니사과를 사갈 정도”라면서 “대기업과 직거래로 수익·홍보·판로 확보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대기업·농가 직거래…안정적인 판로와 수익 보장 SPC그룹은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상생 경영을 진행 중이다. 2008년부터 전남·경북·경남·충북 등 총 12개 농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딸기·토마토·청포도·찹쌀 등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지난해 이렇게 구매한 농산물 양만 1만628메가톤(MT·1메가톤=100만톤)에 이른다. 20년 동안 파프리카 농사를 지은 명동주(53)씨는 1년

“글로벌 기업 되려 이익 1% 무조건 환원”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 베로즈 부회장이 말하는 사회공헌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은 인도 재계 10위권에 드는 대기업이다. 세계 1위인 농기계를 비롯하여 65년 된 자동차 제조업은 마힌드라의 주력 산업이다. IT, 우주선, 선박과 호텔업, 부동산 등 사업 분야만도 18개다. 지난해 매출은 총 162억달러(약 18조3000억원), 순이익은 7억5000달러(약 8527억원)에 달한다. 마힌드라는 2005년부터 세후 이익의 1%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비로 써오고 있다. 2007년, 마힌드라 그룹은 그룹 내 ‘CSR위원회’를 설치하고 모든 계열사에 ‘지속 가능성에 기반을 둔 CSR’을 적용하는 데 앞장서왔다. 마힌드라 그룹의 사회적책임활동을 총괄하는 베로즈 가즈다르<사진> 마힌드라 그룹지속가능팀 부사장을 지난달 29일 고려대 경영대학 아시아경영센터(센터장 이재혁 교수)와 국제지속가능성학회(ABIS)에서 주최한 제2회 글로벌 CSR 콘퍼런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CEO의 의지가 있다고 해도 18개나 되는 계열사에 CSR을 녹아들게 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룹 차원에서 CSR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글로벌 그룹’으로 거듭나려면 전 세계적인 CSR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계열사 각각에서 알아서 적용하도록 하기엔 한계가 있다. 계열사별로 사업의 종류나 성숙도도, CSR에 대한 인지도·민감도도 다르다. 가령 자동차 생산업은 글로벌 산업이고 65년이나 되어 CSR이 자연스럽지만, 부동산 사업은 이제야 5년 정도 됐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지’ 확인하는 게 꼭 필요했다.” ―각 분야 계열사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키기는 쉬웠다. 문제는 ‘어떻게’다. 우리는 사회적 이슈와 경제적 이슈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 가치 창출)를 강조한다. 각 계열사 비즈니스에 왜 좋고

[청년, 기업사회공헌을 만나다] ⑫ “30년 캠페인 유지비결? 사회공감 얻기 위해 꾸준히 설득했기 때문”

⑫ 유한킴벌리 홍보팀 손승우 팀장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할 때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면 사회공헌 방법 발전하는 셈” “IMF 금융위기 이후 수백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했었죠. 이들이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나온 프로그램이 환경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추진했던 숲 가꾸기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어요. ‘이미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왜 베어야 하느냐’는 언론이나 환경단체의 비판이 많았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프로그램에 동참하도록 하는 데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역사는 숲과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설득의 과정이었습니다.” “유한킴벌리가 30년 가까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유지할 수 있던 원동력을 듣고 싶다”는 질문에 손승우 유한킴벌리 홍보팀장이 답한 내용이다. 지난 11월 28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주최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12번째 강연이 열렸다. 손 팀장은 강연에서 지속적인 어젠다 발굴과 사회적 공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0년 동안 나무심기 활동만 했다면 사회의 관심도 줄어들고, 회사 또한 반복된 업무로 지쳤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유한킴벌리는 ‘숲 조성’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어젠다를 계속 개발했다. 여고생이 참여하는 ‘그린캠프’도 그중 하나다. “25년 전만 하더라도 여고생이 캠프를 가는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21세기에는 여성과 환경, 청소년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어, 여성과 환경을 결합해 글로벌 여성환경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안태건 사회협력팀장의 설명이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