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가을, 나는 새로운 서사를 만났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서사의 위기’에서 “문제 풀기에만 몰두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서사만이 비로소 우리로 하여금 희망하게 함으로써 미래를 열어준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앞으로의 방향을 알려줌과 동시에 이야기에는 새 시작의 힘이 있기에 삶의 여정마다 경험하는 서사는 이전과 이후를 다르게 만드는 독특한 분수령이자 갈림길이 되곤 한다. 이번에 경험한 서사는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제러미 린(Jeremy Lin)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하버드대학교 졸업 후 최초의 대만계 미국인 NBA 선수로 활동하며 전세계에 ‘Linsanity'(미친 린)라는 돌풍을 일으킨 제러미. 주목받지 못한 벤치 플레이어던 그가 타임지 표지 인물과 ’21세기 최고 농구 이야기 중 하나'(자세한 이야기는 ‘38 앳 더 가든’이라는 다큐멘터리 참고)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여정은 사실 고난과 인종차별 등으로 가득했다. 임팩트투자를 시작한 그가 초대한 자리에서 린은 자신의 미래 비전이나 현재 영향력이 아닌 과거 자신의 두려움을 먼저 이야기했다. ‘이번 경기에서 별로면 오늘이 NBA에서 마지막 게임이 될 거야.’ 에이전트는 매 게임에 앞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경기장 건물에 들어설 때 경비원들이 검지 손가락을 흔들며 입장을 막는다. 동양인이 NBA 선수일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번 이러한 ‘경기 전 불안감’(pre game anxiety)에 괴로워하던 그는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더 노력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못함을 깨닫는다.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게임이 잘되든 안되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에 집중할 때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에게 정체성은 바로 ‘사랑(love)’. 놀랍게도 두려움의 반대말은 ‘두렵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바로 ‘사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