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대표 평균 연령 63세, 재임 기간은 8년

올해는 비영리단체들의 리더십에 굵직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11년간 세이브더칠드런을 이끈 김노보 전 이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새 이사장으로는 오준 전 UN 대사가 취임했다. 굿네이버스 설립자인 이일하 전 회장도 사회복지법인 이사회를 떠났다. 2016년 양진옥 현 회장에게 자리를 넘기고, 사단법인과 사회복지법인의 이사장을 겸직해오던 차였다.  변화의 흐름 속, 비영리 리더십의 현주소가 궁금해졌다. 더나은미래는 기부금 상위 10곳 비영리단체를 분석해 대표들의 현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회장, 이사장, 상임대표 등 단체의 대표 격인 인물을 중심으로 ▲임기 ▲재임 기간 ▲연임 규정 등을 조사했다.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굿네이버스, 한국컴패션, 세이브더칠드런, 기아대책, 밀알복지재단, 홀트아동복지회, 플랜한국위원회(플랜코리아) 등이 대상 단체 목록에 올랐다. 의료·학교법인과 법정기부금 단체는 임원 선출 규정이 달라 제외했다.   ◇임기 3년, 평균 재임 기간 8년 비영리단체 대표들의 임기는 대부분 3년(플랜코리아는 4년)이었다.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임원의 임기가 3년(감사는 2년)으로 정해져 있고(사회복지사업법), 그 외 공익법인은 4년(감사는 2년) 이내로 임기를 정할 수 있다. 연임이 가능하고 횟수에 제한이 없어서, 이사회의 승인만 얻으면 무제한 연임도 가능한 구조다. 때문에 몇몇 단체들은 정관에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10개 단체 중 기아대책은 1회만 연임이 가능했고,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등은 최대 2회까지만 연임할 수 있었다. 나머지 6곳(굿네이버스, 어린이재단, 한국컴패션, 밀알복지재단, 플랜코리아, 홀트아동복지회)은 별도의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대표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8년. 국내 상장사 대표(CEO)들의 평균 재임 기간인 4년에 비해 두 배 이상 길었다. 10곳 대표 중 가장

[Cover Story] [비영리 지형도 분석] 기부금 규모 5조원 시대, 착한 돈은 어디로 몰렸나 ②부처별 지정기부금단체 TOP10

주무관청에 따라 공익 법인의 기부금 규모의 편차는 상당했다. 각 부처별 상위 법인 10곳의 기부금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 보건복지부 산하 지정기부금 단체 10곳의 기부금은 평균 717억9235만원으로, 전 부처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 산하 법인 10곳의 기부금은 평균 326억9706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국방부 산하 지정기부금 단체의 기부금 평균값은 2억214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기획재정부 산하에선 KB금융공익재단이 기부금 1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KB금융그룹에서 2011년 200억원 규모로 설립한 KB금융공익재단의 총자산은 767억9000만원 상당으로, 경제금융 교육 사업, 장학 사업, 취업 학교 운영 등에 26억원을 지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에선 삼성이 출연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500억원), 네이버가 설립한 커넥트재단(90억원), KT그룹의 KT희망나눔재단(85억1097만원) 등 IT 기업이 출연한 기업 재단이 강세를 보였다. 통일부 산하의 한국글로벌피스재단은 고(故)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총재의 3남인 문현진 의장이 2008년 설립한 것으로 29억1861만원의 기부금 수익을 올렸다. 교육부 산하에는 서울대학교병원 및 ‘사립학교법’에 해당하는 사립학원이 기부금 상위권을 차치했다. 통일부(통일과나눔, 2960억6515만원), 보건복지부(월드비전, 2023억4508만원), 외교부(유니세프 한국위원회, 1337억6263만원)에서 1000억원 이상 기부금 수익을 올렸다. 그 밖에도 법무부(한국소년보호협회 14억6329만원), 국방부(대한민국육군발전협회 8억4105만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편 문체부 산하 기부금 규모 1위인 케이스포츠재단은 지난해 3월 설립 허가가 취소됐으며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김경하·주선영·박민영 더나은미래 기자 ☞’비형리 지형도 분석③기획재정부편’에서 계속됩니다

[Cover Story] [비영리 지형도 분석] 기부금 규모 5조원 시대, 착한 돈은 어디로 몰렸나 ①지정기부금단체 TOP20

기부금 5조원 시대다. 매년 현대차의 영업이익에 육박하는 예산이 개인과 기업들의 기부금으로 모이고 있다. 공익 법인에 지원하는 정부보조금도 20조가 넘는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서 해야 할 역할을 민간이 일부 대신한다는 점에서 세액·소득공제도 해준다. 2017년 기준 기업들이 법정·지정기부금 단체에 기부해 절감한 법인세만 약 6215억원이며, 개인이 기부를 통해 돌려받은 소득세는 7347억원에 이른다.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 낸 기부금이 연간 1조를 넘는 셈이다. 하지만 미르·케이스포츠재단(2016년), 새희망씨앗(2017년), 아르콘(2018년) 등 지정기부금 단체로 인정받은 공익 법인의 투명성 문제가 연이어 보도되면서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 지정기부금 단체는 주무 관청이나 지자체가 추천하고 기획재정부가 승인하며, 세제 혜택을 받는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과 아르콘은 문화체육관광부, 새희망씨앗은 서울시의 추천을 받았다. ☞새희망씨앗 막을 기회 5번 있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부처별로 관리·감독되는 지정기부금 단체 시스템이 구멍이다”고 지적한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2016년 국세청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지정기부금 단체 상위 20곳, 정부 부처 17곳(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외) 중 상위 10곳을 전수조사하며 비영리 지형도를 분석해봤다. ◇개인 기부금 1000억 넘는 공익법인 TOP3… 월드비전, 유니세프, 굿네이버스   대중 모금(기부금품법에 의한 모금+개인 기부금)의 최강자는 2023억4508만원(기부금 총액)을 모은 월드비전이었다. 월드비전이 모금한 대중모금액(1739억6035만원)은 전체 모금액의 86%이며, 절반에 가까운 47.6%가 해외 아동 정기 후원금이었다. 월드비전은 1950년 미국에서 설립된 구호 단체로, 한국전쟁 당시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 목사가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협력해 시설지원·무료의료지원 등 본격적인 구호 활동을 펼쳤다. 한국에는 1964년부터 ‘한국선명회’란 이름으로 활동했으며, 1991년 10월부터 월드비전 국제본부를 통해 받아온 해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동 인권 다룬다는 한국 유니세프, 리더의 인권 지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22일, 이호균 아동행복포럼,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서울시 인권위원) 등 6명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아동친화도시 심사위원은 공문을 보내, “유니세프 내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의를 진행할 수 없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자정 노력을 촉구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한국 유니세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최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유니세프 고위간부 S씨의 “영어하는 게 동두천 미군 접대부 같다” “허리가 가늘어서 애나 낳겠느냐” 등 성희롱 발언 의혹에 대해 내부 조사위원회는 무혐의 결론을 냈으며, 문제제기한 팀장은 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니세프측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보도로 후원자 이탈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어 해당 매체에 언론중재위 조정신청을 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13일 더나은미래에도 같은 제보 메일이 도착했다. 비영리 고위간부로서 문제시될만한 S씨의 의혹을 담은 첨부파일 18건도 함께였다. 1300억원의 후원금을 다루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위상을 감안, 더나은미래는 추가 취재를 통해 사건의 쟁점을 되짚어봤다.   ◇쟁점 1. 성희롱 무혐의 결론, 공정했나   유니세프에서 밝힌 성희롱 무혐의 결론 근거는 이렇다. ▲신고인이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이며 ▲사건 발생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신고가 이뤄졌고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반응에서 특이사항을 발견하기 어려운 점 등이었다. 피해자측 주장은 상반된다. 피해자가 조사위에 보낸 재심청구서에 따르면, “피해 당일 자리로 돌아와 눈물을 쏟았고, 사내변호사는 ‘해당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확인했지만, 고위 간부를 상대로 성희롱 문제제기를 하는 데서 오는 두려움으로 그 즉시 신고하지 못했으며, 다른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정원’ 출신 아동단체 고위 간부 성희롱 논란… 비영리단체 고위직 채용 논의 필요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고위 간부가 성희롱 의혹으로 진상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유엔 산하기구로 아동 권리 옹호를 활동 목표로 하는 단체다. 지난 5일 보도된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기구의 핵심 고위 간부가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인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낄 만한 언사를 수 차례 했고, 직원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문제를 제기한 관련 직원들은 “술자리 등 업무 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 상황에서 성적인 발언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피해를 주장하는 직원들 입장이나 2차 피해를 고려해 구체적인 사례는 밝힐 수 없다고 이들 관계자는 전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측은 문제가 불거진 직후 지난달 진상 조사위원회를 꾸려 세 차례 이상 조사를 했고 이달부터는 S씨와 직원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연합뉴스는 지난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종로에 있던 단체 사무실을 마포로 이전할 때 임대 비용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S씨가 가장 이율이 낮은 은행 대신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다른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다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서도 직원들이 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유니세프 측은 “사태를 파악해 진상이 밝혀지면 내부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할 방침”이라며 “사안을 보고받은 유니세프 본부에서도 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의 S 고위 간부 성희롱 논란을 두고 “비영리단체의 고위 간부 채용

강력한 리더십,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참여자 확대…이케아재단을 이끄는 힘

조너선 스팜피나토 이케아재단 커뮤니케이션총괄 인터뷰 연간 집행 기부금만 1억4000만유로(약 1300억원). 출처는 세계 10대 부호이자,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의 모회사인 스티칭 잉카재단(Stichting INGKA Foundatio)에서 나온다. 매년 천문학적 기부금을 활용해 이케아그룹의 사회공헌을 전담하고 있는 ‘이케아재단’, 그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로 얼룩진 국내 공익재단에 주는 인사이트는 뭘까. 지난달 23일, 새롭게 시작한 ‘세상을 바꾸는 놀이(Let’s Play for Change)’ 캠페인을 위해 한국을 찾은 조너선 스팜피나토(사진) 이케아재단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케아재단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케아에 목화를 공급하는 인도의 협력업체에서 아동노동 착취가 있었다. 공급망체계를 반성하고, 아동노동을 근절하려 했지만 공장이 아이를 고용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불안정한 가정 수입이나 질 낮은 교육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했다. 이 일을 계기로 이케아재단은 어린이의 권익보호를 위한 ‘자선(philanthropy)’활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보다 건강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후 이케아재단은 ▲안전한 주거환경 ▲건강한 삶 ▲양질의 교육 ▲지속가능한 가정 소득 확보 등 4가지 요소를 ‘Circle of Prosperity(더 나은 미래를 위한 순환고리)’로 정의하고, 세상 모든 어린이의 더 나은 삶에 집중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놀이 캠페인’에 대해 소개해달라.  “2013년, 유니세프의 긴급구호 키트(Emergency Childhood Development Kit)에 포함될 장난감을 보내면서 빈곤지역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이케아에서 책 또는 장난감이 한 개씩 팔릴 때마다 이케아재단에서 1유로를 적립해 기금을 만들고, 이를 빈곤국가 어린이의 놀이와 성장을 돕는데 기부한다. ‘놀이’는 그 자체로 아이들의 발달에 중요한 요소이며, 빈곤지역의 아동들도 안전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줄어드는 도움의 손길, ‘큰 손’이 나섰다

고액 기부 트렌드 4월 초 유니세프한국위원회(이하 유니세프)에 2억원이 입금됐다. ‘개도국 아동들을 위해 써 달라’는 한 자산가의 기부금이었다. 2014년 12억원, 2015년 10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올해 동티모르의 식수 위생 및 아동 교육을 위해 3년간 5억원 기부를 추가로 약정한 것. 김쟈넷 유니세프 후원5팀장은 “지난 2월 동티모르 필드트립(Field Trip·해외 사업장 방문)에 참여하신 직후 기부 의사를 밝히셨다”고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5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스클럽(Honors club)’을 발족하고, 회원들의 희망국가 및 유니세프 사업 현장을 방문하는 ‘필드트립’을 예우 서비스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연아 선수, 패션그룹 형지 최병오 회장, 배우 안성기·원빈·장근석·이민호·송중기 등 30여명이 아너스클럽에 가입했다. 게다가 필드트립을 통해 개도국의 열악한 환경을 접한 아너스클럽 멤버 중 상당수가 후속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김 팀장은 “최근엔 30~40대의 유산 기부 문의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생명보험 등 보험 수익금이 유니세프 앞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기부 보험 가입자 수가 30명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지인 초청 행사, 기관별 협력···고액 모금 확산 비결 비영리단체들의 고액 모금 쟁탈전이 한창이다. 고액 기부자 맞춤형 상품을 만들거나 전담팀을 신설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국내 최초의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클럽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의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수가 지난해 12월 1000명을 돌파한 만큼 “점차 줄어드는 소액 후원을 보완할 강력한 수단으로 고액 모금이 떠오르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기아대책은 2014년 10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필란트로피클럽(Philanthropy Club)’을 발족하고, 고액 모금을 전담하는

“해외 아동 위해 달려온 27년… 이젠 국내 아동 위해 힘쓸 것”

박동은 한국아동단체협의회 회장 “아동복지단체 직원의 처우 개선 필요해” 다른 분야도 그렇듯, NGO 영역에서도 리더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NPO 리더 모임에서 여성이라곤 박동은 전 유니세프 부회장이 유일하다시피 했다. 지난 4월, 27년을 몸담았던 유니세프를 떠난 박 전 부회장은 최근 아동단체협의회 회장이 됐다. 동아일보 공채 1기 여기자 출신으로, 대한가족계획협회 홍보부장을 거쳐, NGO인 유니세프의 사무총장까지 55년의 활동 경력을 밑바탕 삼아, “열악한 재정상황을 가진 아동단체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겠다는 심정”이라는 게 취임 소감이다. 부임한 지 2개월, 박 전 부회장을 만나 국내 대표 모금단체를 이끌어왔던 역사와 국내 아동단체들의 현황 등을 물었다. ―27년을 몸담았던 유니세프를 완전히 떠났다. ‘유니세프의 산증인’으로 불릴 만큼 오랜 기간 함께해 왔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1988년 7월 초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주한 유니세프 대표부에 공채를 통해 대외담당관으로 입사했는데, 이후 한국 유니세프를 ‘선진국형 민간 기구’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5년 반이 지난 1993년, 주한 유니세프대표부가 철수하고 한국인을 지도 체제로 하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탄생했다. 1994년 초대 사무총장에 임명된 후 18년간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이 기간 동안 36개국 유니세프 국가위원회 중 우리나라가 지원금 규모 4위를 기록한 게 가장 뿌듯하다.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송상현 회장님이 사비를 털어 성대한 고별 만찬을 열어줬다.” ―출범 첫해 지원금이 350만달러(41억원)였고 후원자가 5000명이었다. 2014년엔 지원금이 9000만달러(1000억원)이고, 후원자가 38만명이 되었다. 초창기 시작할 때, 이렇게 기부가 폭증할 줄 예상했었나. “처음 유니세프에 발을 내디뎠을 때, 정말 막막했다. 학자

기부 바통터치·한 평 공간체험… 모금 마케팅이 변한다

나눔·감동 두 마리 토끼 잡는 기부 캠페인 라이스 버킷 챌린지 쌀 30㎏ 못 들면 기부 후 참가자 지목… 릴레이 형식이라 확산 효과 커 “아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무거운 걸….” 폐질환으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이정자(69·경기 수원시) 할머니가 한가득 쌀을 지고 온 동사무소 관계자를 보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김종호(64) 할아버지는 “얼마 전 옆방에 살던 양반이 쓰러졌는데, 이 쌀 한 포대(10㎏)면 우리 둘이서 보름은 먹을 수 있겠다”며 “겨울에는 난방비 부담 때문에 특히 더 힘든데, 봉사자들이 이렇게 찾아와 쌀까지 주니 참 고맙다”고 했다. 칼바람이 매서웠던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평동주민센터로 낯선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사회적기업 ‘나눔스토어’의 기부 캠페인 ‘라이스 버킷 챌린지’를 통해 모인 쌀 2000㎏을 인근 쪽방 주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라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 환자를 돕기 위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릴레이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착안한 것으로, 참가자가 쌀 3포대(30㎏)를 들지 못하면 쪽방촌에 쌀을 기부한 뒤 다음 참가자 두 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3일 시작돼 현재(2월 13일 기준)까지 230여명이 참가해 1만360㎏을 기부했다. 이렇게 모인 쌀은 수원을 시작으로 부산(3360㎏)과 인천(2000㎏), 서울(3000㎏) 등에 전달됐다. 릴레이로 진행되는 라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캠페인 참가자는 기부자이자 펀드레이저(fund raiser·모금가)다. 쌀가마 5포대를 짊어졌던 이재준 수원제2부시장은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과 이내응 수원시체육회 사무국장을 다음 도전자로 지목하고, 전달식에도 직접 참여해 일손을 보탰다. 자발성이 높은 만큼 확산 효과도 크다. 라이스 버킷 챌린지 물결을 본 김병기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⑫ “경주 최부자가 곳간 열었듯… 글로벌 기업 걸맞은 성숙한 기부 필요”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⑫… 류종수 유니세프 사무총장 미국 포담 대학원 시절 ‘유나이티드 웨이’에서 방과후학교 모금 도와 ‘아시아나’와 유니세프의 ‘사랑의 기내동전모으기’ 18년 동안 70여억원 기부 60년전 도움받던 아이들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민간기부 7위 한국으로 의외의 인물이었다. 지난 4월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한국위원회 신임 사무총장을 맡은 ‘류종수(50)’라는 이름은 국내에선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1994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생긴 이래 18년 동안 박동은(77) 사무총장 체제로 운영되던 사무국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궁금했다. 취임 6개월여가 흐른 지난 15일, 창밖으로 경복궁이 바라보이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실 4층에서 류 사무총장을 만났다. ―대학 시절 이후 20년 동안 미국에서 모금전문가로 활약해온 경력을 인정받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어떤 포부를 갖고 있는지요. “뉴욕 포담대 대학원 시절, 미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격인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 뉴욕본부에서 인턴생활을 했어요. 지역아동센터의 방과후학교를 맡아 프로그램 개발과 기금 모금을 하는 일이었어요. 시니어가 임신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제가 이끌었는데 모금이 400% 늘었어요. 저는 숫자에 탁월하고 목표 집중도가 높습니다. 뉴욕은 모금·배분이 매우 발전돼 있어요. 교육·보건·환경 등 종류별, 기관별로 카테고리가 세밀하게 나뉘어 있어 기부자가 선택만 하면 되죠. 사립고등학교, 뉴욕중앙노조위 등의 기금 모금을 도왔고 뉴욕 플러싱 YMCA에서 동양인으로서 최연소로 이사장이 됐어요. 모금 분야도 전문가가 되려면 여러 종류·기관의 기금 모금을 해봐야 해요. 경험에서 나오는 동물적인 본능이 중요하죠. 저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국제 구호개발의 ‘파워하우스(Power House)’로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5% 수준인 기업 기부도 국제 평균인 12~13%로

[2010 사회공헌 결산] ① 아시아나항공_ 동전 모금 16년

‘티끌 모아 50억’… 구름 위 온정, 가장 낮은 곳의 삶을 보듬다 기자가 취재를 하다 보면 사회 공헌이 기업의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인을 여전히 만나게 된다. 이런 기업은 무지막지한 금액을 텔레비전 광고에 쏟아 부으면서도 그 금액의 1%도 안 되는 금액을 사회 공헌에 사용하는 것에는 유난히 조심스럽다. 반면 기업의 총수부터 직원까지 진심으로 나눔을 즐기는 기업도 있다. 이런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고객에 대한 믿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94년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항공기 기내에서 사랑의 동전 모으기를 진행했다. 해외 체류를 마치고 돌아오는 승객들이 미처 환전을 하지 못하고 잔돈을 소지한 채 항공기에 탑승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환전이 힘들거나 환전을 해도 큰 의미가 없는 소액들을 기부받아 유니세프에 전달하자는 것이었다. 좋은 취지였지만 유니세프로부터 처음 동전 모으기를 제안받았을 때 쉽게 나설 수만은 없었다. “항공사의 입장에서 보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야 할 승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설 수만은 없었습니다.” 기내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승희 과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른 항공사도 같은 이유로 모금을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박삼구(65) 회장은 아동 구호를 위해 기부금이 쓰인다는 얘기를 듣고 기내 동전 모으기를 흔쾌히 허락했다. 오히려 잘하라고 격려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16년간 지속되는 장수 모금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리고 놀라운 일들이 하나씩 벌어졌다. 1994년 1억6000만원이 1년 만에 모이더니 해마다 모금액이 전년도 대비 10%가 넘게 증가했다. 2007년과 2008년 사이에는 기존의 모금액보다 50% 이상 모금액이 증가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