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숲마켓] 성수동에서 일어난 작은 소란

지난 5월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제2회 ‘서울숲마켓’이 열렸습니다. 소셜벤처 등 45개의 팀이 셀러로 참여해 ‘공익적’ 의미를 담은 특별한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그 특별한 행사에 더나은미래가 빠질 수 있나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1 김리은 청년기자가 담아온 현장 이야기이야기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특별한’ 마켓 “무설탕인데 어쩜 이렇게 달아요?”“이거 살게요! 얼마예요?” “두 개 사면 1000원 깎아서 9000원에 드릴게요!” “이게 점자라고요? 어머 정말 예쁘다. 의미도 좋고요!”” 만남은 항상 소리와 함께 찾아온다. 발 디딜 틈이 좁아질수록 상인과 손님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다.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의 코워킹공간인 카우앤독에서 ‘특별한’ 마켓이 열렸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카카오‧쏘카의 후원과 카우앤독‧Sopoong(소풍)‧루트임팩트‧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 서울숲마켓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소셜벤쳐들의 제품이 쏟아졌다. 현장은 손님 맞을 준비로 아침부터 분주했다. 책상과 테이블을 건물 양쪽으로 길게 배치하고, 테이블 위에는 색색깔의 식탁보가 깔렸다.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서다. 제품이 담긴 상자를 든 사람들이 바쁘게 발길을 옮겼다. 브랜드 콘셉트 별로 구역을 나눠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오른쪽은 먹거리를 판매하는 셀러, 왼쪽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와 팔찌나 드림캐쳐 등의 패션소품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자리잡았다. 오전 11시, 마켓이 개장되자마자 시민들이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정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100여명이 찾았고, 방문객 선물용으로 준비한 에코백 300개는 금새 바닥을 보였다. 문상진(34)씨는 ”조용하던 동네에 무슨 일인가 싶어 지나가다 들렀다”며 “신기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전한

[서울숲마켓 D-2] 특별한 사람들이 만든 특별한 물건이 있습니다

제품의 가치는 ‘누가’ 만드냐에 달려있다. 기계보다는 ‘사람’의 손을 탄 ‘핸드메이드’ 제품이 비싼 이유도 그 때문이다. 5월 1일 열리는 서울숲마켓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물건들이 있다. 제품 속에 담긴 그 스토리를 소개한다.  ◊인생의 겨울을 겪는 이들이 만드는 꽃, ‘꽃그리다봄’ 길거리에 꽃이 만개하면 완연한 봄을 느낀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꽃이 피어내는 과정은 실패 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삶과도 비슷하다. 꽃을 통해 인생의 겨울을 겪는 사람들과 다시 봄을 찾아 나서고 싶다는 ‘꽃그리다봄’의 양순모(29) 대표를 만났다. ‘꽃그리다봄’은 단순한 꽃집이 아니다.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쪽방촌 주민, 어르신,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 미션이다. 양 대표의 원래 꿈은  NGO 활동가였다. 영국으로 유학을 하러, 아프리카행 티켓까지 구입했지만, 국제 이슈와 관련한 실전 경험을 한국에서 쌓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사업이 됐다.  ‘꽃그리다봄’은 보통의 꽃집과 달리 온라인 판매에 중점을 둔다. 고정비를 절감해 ,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따뜻한 글귀가 적혀있는 ‘드라이플라워 액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꽃그리다봄은 사회적기업임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어요. 제품으로 승부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자활 사업일수록 수익구조가 탄탄해야 해요. 소외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돕는 것이 아니라 ‘동업’의 개념이거든요. 수익 구조가 탄탄할수록 더 많은 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요.” 양 대표는 “5월 1일에 열리는 서울숲마켓에서 특별한 꽃다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드라이플라워 액자와 카드, 다육식물, 장바구니형 꽃다발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또한 5월 중에는 네이버

[2016 서울숲마켓⑩] 나는 패션 생태계 치유사입니다

윤리적 패션 브랜드 오르그닷 “돈 많이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하잖아요.” ‘오르그닷’은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버려진 빈 페트병과 폐어망을 이용해 실을 뽑아내고, 무표백‧무형광 면으로 만든 옷, 가방, 앞치마 등을 판매한다. 올해로 8년째에 접어든 오르그닷의 목표는 간단하다.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 오르그닷 김방호 대표(사진)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굵직한 국내 포털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윤리적 패 션’이란 단어에 대해 2가지로 정의했다. “하나는 노동, 다른 하나는 환경이에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존중하는게 우선이고, 그렇게 만든 물건이 최대한 지구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패션 산업은 전 세계에서 식량 다음으로 큰 산업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지만, 환경 오염과 노동 착취도 심각했다. 그렇다면, 친환경 생산 활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 않을까. 오르그닷의 대표 제품은 바로 ‘무가공면’ 티셔츠이다. 탈색, 염색 등을 전혀 하지 않고 100% 면으로 만들었다. 단점이라면 아이보리색 하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입는 새하얀 옷들은 모두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제품이다. 형광증백제는 장기간 인체에 사용될 경우 피부염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심하면 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오르그닷에서만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건강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13년 매출은 14억원. 홈페이지로 단체복 제작 의뢰를 받아 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다.   최근에는 좀 더 본질적인 사회적 역할을 위해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Designers & Makers)’라는 사업을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가치… 경제적 인센티브로 돌려받았다

SK그룹의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 1년, 뚜껑 열어보니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회성과 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 프로젝트가 1년 만에 베일을 드러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란 사회적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에 비례해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으로, 최태원 회장이 지난 10년간 사회적기업을 정리하며 옥중에서 펴낸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2015년 4월 출범한 ‘사회성과 인센티브 추진단’은 지난 20일, 서울 종로에 있는 사회적기업 ‘허리우드 실버영화관’에서 정부, 사회적기업 관계자, SK그룹 경영진 등과 함께 ‘사회성과 인센티브 1주년 기념행사 및 학술좌담회’를 열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SPC)의 핵심은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계량화’하겠다는 것. SK 측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44곳의 사회적기업은 지난 1년간 모두 약 104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44곳은 지난해 매출 740억원 외에 104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추가적으로 만들어낸 것. SK는 사회성과 104억원의 25% 수준인 26억여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가장 많은 사회적 가치를 낸 사회적기업은 어느 곳이냐”고 묻자 SK 관계자는 “성과에 따라 사회적기업을 줄 세우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최태원 회장의 저서에서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사회적기업가에게는 명예의 전당에 올려주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포인트를 쌓으면 명예로운 시민상을 수여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한다”는 등 각 기업가에게 차등적 명예를 부여하겠다는 아이디어와는 사뭇 달라졌다.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했을까. SK 관계자는 “학계, 사회적기업가, 사회적기업 지원 기관 등 이해 관계자와 함께 사회성과 측정 방법을 개발했다”면서 “추진단에서는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가 범용할 수

[2016 서울숲마켓⑦] 비밀의 언어 ‘점자’로 진심을 전하세요

점자 디자인 브랜드 도트윈 살며시 눈을 감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오돌토돌. 손 끝이 간지럽다. ㅂ.. ㅏ.. ㄱ.. 한 글자, 한 글자씩 손끝으로 읽어졌다. 점자 디자인으로 만드는 브랜드 ‘도트윈(Dotween)’의 지갑이다. 지난 16일, 서울숲 근처의 스튜디오에서 ‘도트윈(Dotween)’의 박재형 대표와 김애나 공동 창업자를 만났다.  이들은 왜 하필 점자로 디자인을 만들까.     “점자는 손으로 만지는 언어예요. 플라스틱이나 철 위에 있으면 차갑고 안 예쁘죠. 손으로 만지는 느낌도 좋고 자연스럽게 와 닿는 소재를 찾던 중 가죽을 선택했어요.” 도트윈은 고객이 원하는 메시지를 제품 위에 ‘점자’로 새겨 준다. 도톰한 가죽에 새긴 점자들은 규칙적인 배열도, 오돌토돌한 촉감도 재미있다. 실제 제품군들도 다이어리, 여권 커버, 필통 등 항상 손 위에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모든 제품은 가죽 재단에서 염색, 마지막 바느질 한 땀 한 땀까지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개개인의 진심을 전하는 선물이기에 제작 과정에도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점자에는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전하는 암호 같은 매력이 있어요.” 많은 고객들이 진심이 담긴 선물을 위해 도트윈을 찾는다. ‘항상 고마워, 너랑 밥 먹을 때 가장 행복해’ 같은 로맨틱한 멘트부터, 스스로를 다잡는 메시지까지 매 주문마다 개성 넘치는 문구들이 가득하다고. 제품과 함께 점자를 풀어볼 수 있는 ‘점자 해석지’가 제공돼 읽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디자인에도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 도트윈은 ‘디자인에도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 아래 시작됐다. 도트윈은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과

[2016 서울숲마켓⑥] ‘리얼씨리얼바’로 간식도 건강하고 맛있게

건강 간식 소셜벤처 리얼씨리얼 “바쁜 생활 때문에 몸 상하신 분 많죠? 그분들을 위한 건강 간식입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소셜벤처 ‘리얼씨리얼(RealseeReal)’의 김정관(34·사진) 대표도 한 때는 패트프 푸드를 입에 달고 살았다. 운동 중독이던 그도 건강한 식생활이 무너지자,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채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리얼씨리얼까지 창업했다.    대표 먹거리는 ‘리얼씨리얼 오리지널’로 불리는 에너지바. 보통 에너지바의 유통기한은 1년이지만, 리얼씨리얼 오리지널은 합성 첨가물을 넣지 않아 유통기한도 한 달로 짧다. 또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고자 수수료가 높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 대신 온라인 자체 채널을 통해 ‘예약주문’으로만 판매한다. 미리 주문을 받아 생산하여 상품의 질을 높인다. “벌써 1년이 되었네요. 처음엔 진짜 별 기대없이 주문했는데, 직접 먹어보니 ‘이거다!’ 싶어서 계속 찾게 되었어요. 딱딱하지도 않고, 달달함도 딱좋고, 깔끔한 끝 맛!” 한 소비자의 후기다. 사람들에게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간식을 제공하고 싶은 그의 마음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리얼씨리얼은 건강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에 리얼씨리얼 해시태그를 걸고 음식 사진을 올리면, 리얼씨리얼 오리지널을 1g 씩 적립돼 결식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크라우드펀딩 와디즈를 통해 리얼바를 하나 구매하면 하나 기부하는 1+1 캠페인도 진행했다. 사실 김 대표는 대학교 때부터 사회적기업을 돕는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이 후 SK행복나눔재단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 기여가 특별한 기업만의 일이 아니라며 비즈니스 모델

[2016 서울숲마켓⑤] 옥수수로 만든 양말 보셨나요?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양말, 콘삭스  옥수수로 양말을 만든다? 생소한 제조 공정을 고집하는 소셜 벤처가 있다. 이름하여 ‘콘삭스(cornsox). 옥수수 섬유로 만드는 양말 브랜드다. 이들은 왜 이 일을 할까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의 옷이라도, 만드는 과정은 결코 아름답지 않아요.” 콘삭스의 대표 이태성(34)씨는 “왜 옥수수 섬유로 양말을 만드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이씨는 아름다고 비싼 옷을 보면 착취당하는 노동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했다. 몇백년 후에도 썩지 않은 화학 섬유 문제는 더 문제다. 그는 “옥수수 양말을 통해 패션 산업이 소재적인 측면이나, 제작 과정에서 좀 더 윤리적으로 변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콘삭스에서 제작하는 옥수수 양말의 90% 이상은 장애인 작업장에서 만들어진다. 장애를 가진 노동자들의 작업 속도는 비장애인보다 더딘 것이 당연하다.  불량품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장애인 작업장과 파트너십을 맺는 이유는 ‘옳은 방법’이기 때문이라 했다.  “양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은 임금이 높아요. 그런데 단순 작업을 하는 노동자는 봉급이 매우 적고 노동 강도가 세요. 이런 일은 대부분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가 하는데, 이들이 갑자기 사라지면 공장 입장에서는 되게 곤란해지죠.”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다.  통념과는 다르게, 옳은 방법이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콘삭스는 노숙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Stand Up’ 사업도 진행한다. 소비자가 양말을 구매하면, 노숙인에게도 양말 한 켤레를 전달하는 프로젝트다. 특히 콘삭스 양말의 포장과 가공에는 노숙인도 참여하고 있다. 근데 왜 굳이 양말을 기부할까. “노숙인 배식봉사를 갔을 때였어요. 노숙자들이 양말을

[2016 서울숲마켓④] 당신의 농부에게 투자하라! 프로듀스 농산물

  농업벤처 농사펀드 “혹시 아시는 농부 있으세요? 이름요.” 박종범(37)씨가 돌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난 15일, 성수동의 소셜벤처 코워킹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만난 그는 농업벤처 ‘농사펀드’의 대표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박씨가 대답을 이어갔다.  “농부 이름을 아는 것은 이 사람이 내가 먹는 걸 어떻게 길렀는지, 또 그것이 기존 시장제품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되는 거예요. 그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어요.”  박씨 운영하는 ‘농사펀드’는 좋은 농사를 짓는 농부와 도시 구매자를 연결하는 직거래 플랫폼이다. 농부가 자신의 농사계획과 함께 재배하는 농산물을 공개하면, 투자자는 원하는 상품에 투자를 한다. 자연 재해 같은 리스크까지 투자자가 함께 책임지는 방식을 취한다. 농부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농부들은 공판장이나 농협에 팔 때보다 농사펀드로 20%의 수익을 더 얻는다. 반면 소비자들은 시중가보다 10~15% 싼 가격에 질 좋은 농산물을 얻게 돼, 농사펀드 재구매율이 평균 80%에 달한다. 농부는 투자받은 돈으로 안전하게 농사를 짓고, 투자자는 전 생산 과정을 지켜보며 농작물을 신뢰할 수 있다. 때문에 이후 상품을 받아보는 기쁨은 남다르다. 한 투자자는 ‘쌀을 먹을 때 농촌 풍경이 그려진다’고 표현했다. 13년 전, 박씨는 칼퇴근을 바라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러던 그가 프로젝트로 강원도 화천 토마토축제 기획을 맡으면서 삶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토마토를 들고 환하게 웃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기억에 남은 것이다. “그 때 처음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는 일이 도시 사람, 농촌 사람 모두에게 즐거운 일일 수 있겠구나. 그 비슷한 장면을 내가 만들고 싶은 욕심이

[2016 서울숲마켓②] 7000원짜리 비누 한 장의 비밀

  소셜벤처 ‘동구밭’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비누다. 하지만 가격은 7000원. 크기가 비슷한 시중 비누의 가격은 채 1000원도 넘지 않는다. 도대체 왜 비누 하나가 이렇게도 비싼 걸까.  “100% 천연재료만을 담았어요. ” 소셜 벤쳐 ‘동구밭’의 김정윤 매니져(25)가 말했다. 동구밭은 발달 장애인과 비발달 장애인의 텃밭 커뮤니티를 운영중인 소셜 벤처다. 이곳에서 만든 비누의 이름은 ‘텃밭에서 기른 비누’.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 바질, 케일을 주재료로, 여기에 코코넛 오일, 포도씨 오일 등 100% 천연 재료만을 더해 만든다. 작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는데 1200개가 팔렸다. 순한 재료만을 써 피부 자극이 덜한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이 비누가 가치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쓰이는 곳’ 때문이다. 동구밭은 비누 판매 수익금을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의 운영비로 쓴다. 동구밭은 지난 2014년부터 발달장애인의 사회성 함양을 돕기 위해, 텃밭을 가꾸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발달 장애인과 비발달 장애인이 일대일로 짝을 지어 텃밭을 가꾸는 것. 비발달장애인들은 자원봉사로 활동에 참여한다. 처음엔 강동지역 텃밭 하나에서 시작했는데 현재는 서울시 12곳, 부천시 2곳 등 무려 14개 자치구로까지 그 규모가 커졌다. “발달 장애인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했어요.”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의 호기심과 의기 가득한 패기에서 비롯됐다.  발달 장애인 친구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친구의 부재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친구를 사귈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동아리인 인액터스 홍익대 학생 4명은 이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

‘프로듀스 101’ 김세정 팔찌의 비밀

소셜벤처 ‘같이걸을까’ “지적장애인도 즐겁게 일하며 돈 벌 수 있는 사회 만들고 싶어” 장애인 작가의 미술 작품 이용 달력·휴대폰 케이스 등 제작조만간 전시회도 열 예정 최근 몇 달간 화제의 중심에 있던 케이블TV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지난 1일 방송은 종영했지만 연습생들이 착용한 팔찌가 SNS로 퍼져 나가며 주목을 받고 있다. 똑같은 팔찌를 12명의 연습생이 착용하고 방송을 하거나 인증 샷을 찍어 올리니 네티즌과 팬들 사이에서는 ‘이 팔찌가 어느 브랜드 제품이냐’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최종 인기투표 2위를 차지한 김세정이 팔찌를 착용한 방송 캡처 화면이 퍼지며 팬들 사이에서 ‘김세정 팔찌’로도 불리고 있다. 이 팔찌 브랜드를 만든 곳은 지난해 창업한 소셜 벤처  같이걸을까. 팔찌는 지적 장애인 작가의 미술 작품을 토대로 만든 디자인 제품이다. 최은호(31) 대표에게 프로듀서 101 팔찌의 뒷얘기를 물었더니 “처음엔 탈락자에게만 응원의 마음을 담아 선물로 주려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리 탈락자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101명 연습생 전원에게 ‘지적 장애인 작가가 당신의 꿈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넣어 팔찌를 선물하기로 정했다. 먼저 연습생의 소속사 리스트를 만들고, 각각의 이름을 손으로 적고, 선물을 포장했다. 개인 연습생에게는 방송 PD 이름 앞으로 선물을 보냈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지난 3월 18일 연습생 10여명이 팔찌를 착용하고 방송에 나왔다. 팬클럽을 중심으로 팔찌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탈락한 연습생들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다 인증 샷을 찍는 것은 물론 같이걸을까 제품까지 직접 홍보를 하고 나섰다. 지난

“결혼 이주 여성이라면 모국어 살린 통역사 어때요?”

소셜벤처 ‘온아시아’의 도전 이상선(37)씨는 열한 살 아이의 엄마이자, 중국이 고향인 결혼 이주 여성이다. 10여년 전, 한국인 남편을 따라 서울에 터를 잡은 후 5년은 ‘육아’에 올인했다. “애가 좀 자라서 취직하려고 보니 나이가 30대 중반이더라고요. 회사는 20대를 선호하고 애 키우느라 4~5년 쉬고 나니 일할 곳이 없더라고요.” 결혼 이주 여성이자 경력 단절 여성. 이씨는 두 가지 편견과 싸워야 했다. ‘뭐라도 배워보자’는 생각에 각종 센터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죄다 받았다. 회계, 세무, 컴퓨터, 의료 통역 이렇게 4년의 시간만 흘렀다. 이씨가 ‘전문 통번역사’로서 사회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은 작년. 결혼 이주 여성 전문 통번역사를 배출하는 소셜벤처 ‘온아시아‘를 만나면서다. 이제 이씨는 온아시아를 통해 통번역 일을 맡으면서, 중국어 전문 통번역사로서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분들 상당수가 아이를 키우느라,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것이 어려워요. 본인들도 부담스러워하고요. 더구나 이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기도 어렵습니다. 이분들의 강점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아시아 언어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도 있었고요. 낮에는 아이를 보고, 밤에는 번역일을 할 수 있잖아요? 2~3일 정도 단기 통역도 가능하거든요. 이분들 입장에서는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일하는 것이 ‘일’과 ‘가정’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는 길이겠다 싶었어요.” 온아시아 이현선(31) 대표가 ‘결혼 이주 여성 전문 통역사’ 모델을 생각해낸 이유다. 이 대표는 경력 8년의 전문 통역사. 북경어언대 번역학과, 한국외대 일반대학원 중어중문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대학원 재학 당시, 삼성 계열사에서 통번역 단기

“한 잔의 음료로 전 세계인 이어주는 역할 하고 싶어”

청년 소셜벤처 ‘베브릿지’ 세계 각국 음료로 내외국인 사로잡아… 유학생 교류 프로그램 진행하기도 대학생 경제봉사 동아리인 인액터스(INACTUS), 사회적기업 연구 대학연합동아리 센(SEN) 등 창업과 관련한 대학생 동아리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동아리 회원들이 아예 실제 창업에 나서기도 한다. 한국외국어대 창업동아리 ‘허브’도 비슷하다. ‘음료로 세계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며 소셜벤처 ‘베브릿지(BE:BRIDGE)’를 만든 이들의 이색 실험은 과연 성공할까. 편집자 주 “첫 시도는 대실패였어요. 1층에 이미 큰 카페가 있는 데다, 동아리방이 건물 3층에 있어 ‘뜨내기’ 손님조차 없었죠.” 한국외대 창업동아리 ‘허브’ 회장이었던 조현우(26·한국외대 4년) 대표가 공정무역커피 카페를 처음 연 건 지난 2012년 봄. 개강에 맞춰 4평짜리 동아리방을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꾸몄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여름방학도 되기 전에 문을 닫았다. 방학 동안에는 2가지 고민만 했다고 한다. ‘잘할 수 있는 것’과 ‘수요가 많은 것’. 그리고 찾아낸 아이템이 바로 외국 음료였다. “학교 특성상 외국 친구들이 많잖아요. 이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가, 한국 친구들은 타국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는 걸 깨달았죠.” 처음엔 외국인 학우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무작정 음료를 추천받았다. 이중 ‘통할 만한 것’을 추리고, 레시피를 다듬는 과정이 방학 내내 되풀이됐다. 방학이 끝날 때쯤 8개의 메뉴가 완성됐다. 대만의 버블티 ‘쩐쭈나이차’, 인도네시아의 홍차 ‘떼마니스’ 같은 것들이다. 2학기 개강과 동시에 선보였는데, 결과가 놀라웠다. 첫날 100잔이 넘게 팔려나갔고, 사람들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칠레 전통음료 ‘콜라데모노(Cola de Mono)’는 ‘원숭이 꼬리’라는 뜻이에요. 칠레 친구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죠. ‘외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