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프로듀스 101’ 김세정 팔찌의 비밀

소셜벤처 ‘같이걸을까’

“지적장애인도 즐겁게 일하며 돈 벌 수 있는 사회 만들고 싶어”

장애인 작가의 미술 작품 이용 
달력·휴대폰 케이스 등 제작
조만간 전시회도 열 예정

최근 몇 달간 화제의 중심에 있던 케이블TV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지난 1일 방송은 종영했지만 연습생들이 착용한 팔찌가 SNS로 퍼져 나가며 주목을 받고 있다. 똑같은 팔찌를 12명의 연습생이 착용하고 방송을 하거나 인증 샷을 찍어 올리니 네티즌과 팬들 사이에서는 ‘이 팔찌가 어느 브랜드 제품이냐’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최종 인기투표 2위를 차지한 김세정이 팔찌를 착용한 방송 캡처 화면이 퍼지며 팬들 사이에서 ‘김세정 팔찌’로도 불리고 있다.

이 팔찌 브랜드를 만든 곳은 지난해 창업한 소셜 벤처  같이걸을까. 팔찌는 지적 장애인 작가의 미술 작품을 토대로 만든 디자인 제품이다. 최은호(31) 대표에게 프로듀서 101 팔찌의 뒷얘기를 물었더니 “처음엔 탈락자에게만 응원의 마음을 담아 선물로 주려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다고 했다. 하지만 방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리 탈락자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101명 연습생 전원에게 ‘지적 장애인 작가가 당신의 꿈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넣어 팔찌를 선물하기로 정했다. 먼저 연습생의 소속사 리스트를 만들고, 각각의 이름을 손으로 적고, 선물을 포장했다. 개인 연습생에게는 방송 PD 이름 앞으로 선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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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벤처 ‘같이걸을까’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 / 같이걸을까 제공

지성이면 감천일까. 지난 3월 18일 연습생 10여명이 팔찌를 착용하고 방송에 나왔다. 팬클럽을 중심으로 팔찌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탈락한 연습생들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다 인증 샷을 찍는 것은 물론 같이걸을까 제품까지 직접 홍보를 하고 나섰다. 지난 2월 탈락한 연습생 황세영씨도 자신의 SNS에 ‘장애를 이겨내고 살아가는 멋진 분들이 저에게 힘내라고 응원의 선물을 줬다’면서 ‘같이걸을까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실 최 대표의 직업은 사회복지사였다. 인천의 작은 섬 장봉도에 있는 지적 장애인 거주 시설인 ‘혜림원’에서 3년가량 일했다. 그런 그가 왜 회사를 창업했을까. 최 대표는 “지적 장애인들이 사회로 돌아가 당당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지적 장애인이 성인이 되면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서 일을 해요. 한 달 일하면 10만~20만원 정도 받는데 작업이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요. 지적 장애인은 즐겁게 일하며 직접 돈을 벌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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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같이걸을까’의 지적장애인 작가와 같이 만드는 팔찌 제품들 ② 프로듀스 101에 ‘같이걸을까’ 팔찌를 착용하고 방송 녹화를 한 연습생 김세정(왼쪽), 이수현. / 같이걸을까 제공·방송화면 캡처

사회복지사를 그만둔 최씨는 2014년부터 지인들과 함께 혜림원을 방문하는 자원봉사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1박2일 일정 안에 지적 장애인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작품을 만드는 ‘미술 시간’을 기획했다. 자원봉사자는 지적 장애인과 함께 그림을 그렸고, 이 작품은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쳐 상품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변신했다. 1년 반 동안 자원봉사로만 진행해왔던 최씨는 지난해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 참여하며 나 홀로 창업까지 결심했다. 2015년부터 매달 셋째 주 주말마다 정기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1박2일간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참여한 자원봉사자는 80여명, 만들어진 작품은 1000점이 넘는다. 엽서, 휴대폰 케이스, 달력, 카드 케이스, 팔찌 등 디자인 작업을 거쳐 10여종이 제품으로 탄생했다. 지난 12월에는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해 전시의 기회도 얻었다. 올해에는 혜림원 내 지적 장애인 중 미술에 관심이 있는 24명의 ‘작가’와 원작 보호, 리디자인 동의, 홍보 및 마케팅에 대한 계약도 맺었다.

자금 조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기에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제품 홍보와 판매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10일 남긴 시점(4월 6일 기준)으로 벌써 358명이 참여해 758만원의 금액을 모았다. 애초 목표 금액인 200만원은 훌쩍 넘겼다.

“이번 프로젝트로 지적 장애인 작가분들의 전시회를 열 예정이에요. 전시회에서 판매하는 작품 수익의 100%는 지적 장애인 작가분들에게 돌아가요. 많은 분이 우리가 만들어내는 가치에 공감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됩니다. 지적 장애인 작가라는 직업군이 생기는 날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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