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꼽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에는 ‘가오나시’라는 매력적인 조연 요괴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지만, 온천 직원들의 물질적인 욕망을 들어주면서 비대하게 커져가는 이 요괴는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풍자라는 해석이 있다. 그리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는 이 요괴만큼이나 능숙하게 ‘편리함’이란 인간의 욕구를 빨아들이며 무럭무럭 자라는 산업이 있으니 바로 포장 배송이다. 전 세계적인 도시화, 고령화,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e-커머스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2014년 1조3000억달러였던 e-커머스 매출은 3년 만에 2017년 2조3000억달러로 증가했고,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로 성장세가 폭발, 2021년에는 4조5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총알 배송’ ‘로켓 배송’ 등으로 익숙한 ‘퀵커머스’도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퀵커머스는 물류 및 플랫폼 투자로 소량 주문이라도 30분 이내로 배송하는 것으로, 터키의 ‘게티르(Getir)’라는 스타트업은 초고속 식료품 배달을 기치로 올해 6월 5억5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터키 둘째 유니콘으로 부상했다. 배달 플랫폼 연합체 딜리버리 히어로의 CEO였던 랄프 벤젤도 올해 ‘조크르(Jokr)’란 이름의 퀵커머스를 설립하였다. 게티르가 진출한 영국의 한 매체가 보도한 것처럼,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도 가기 귀찮은 사람들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MIT 부동산 혁신 연구소에서는 올해 1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을 비교하며 온라인 쇼핑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단일 배송이 아니라 여러 상품을 묶음 배송하고,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퀵커머스는 소비자 편의성이라는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