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여성의 일상 속 ‘검열’을 수면 위로··· WNC, ‘WOMAN’ 전시회 개최

“일상에서 여성이 스스로를 검열할 때가 참 많아요. 허벅지살, 목주름 등 신체에 대한 강박부터 작은 표현 하나까지. 여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강요하는 것들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뷰티 유튜버 ‘에바(EVA)’로도 알려진 김혜원 WNC 대표가 말했다. 여성 인권 이슈를 다루는 비영리단체 WNC는 최근 ‘검열’이라는 주제로 전시회 ‘WOMAN’을 열었다. 전시회 타이틀인 ‘WOMAN’은 ‘We’re Obtaining Major Answers Now(우리는 현재 중요한 답을 얻는 중이다)’를 줄인 말이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SNS에 게시물 하나 올리는데도 여러 단계의 자기 검열 과정을 거치는 시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디지털 시대에 여성들은 어떤 검열을 당하고 있을까. 전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됐다. 지난 21일 전시회장을 찾았을 때는 관람 인원 제한에도 꾸준히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관객참여형으로 꾸려졌다. 여성 인터뷰이 8명이 일상에서 겪은 ‘검열’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풀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일러스트, 회화,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 작가 8명이 작품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작품을 만든 8명의 작가를 인터뷰해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지난 3개월간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눴다. 김혜원 WNC 대표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게 목표였지만,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나 인터뷰이들도 지난 3개월 동안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전시회장 한쪽에는 사진 수집 장이 질서없이 벽에 걸려 있다. 곽예인 사진작가와 인터뷰이가 각자 찍은 사진으로 구성한 작품 ‘비늘’이다. “곽예인

[더나미 책꽂이]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외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자칭 ‘쓰레기 박사’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 현실에 맞는 분리배출 방법을 꼼꼼히 정리했다. 이 책의 묘미는 단순히 분리배출법을 나열하는 지침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저자는 우유팩, 플라스틱 용기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나오는 쓰레기가 분류되고 처리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왜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따라야 하는지 대중 눈높이에 맞춰 전달한다. 특히 분리배출 기준을 지키는 ‘소비자 실천’에 이어 생산자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소비자 행동’까지 강조한다. 홍수열 지음, 슬로비 펴냄, 1만6000원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1969년생인 저자가 살아온 지난 50년의 지구 환경 변화를 살펴본다. 저자는 자신을 포함한 인류가 누려온 풍요로운 삶과 이를 뒷받침한 물질문명이 지구를 망가뜨렸다고 말한다. 이 책의 장점은 “당신이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분노를 쏟아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오히려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구하면서 풍요로운 삶도 지킬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대표적인 예가 매주 고기 섭취를 절반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조금만 애쓰면, 지구 환경과 우리 일상의 즐거움 모두를 지킬 수 있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김영사 펴냄, 1만5500원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서울 은평구에는 ‘여성주의’를 내건 병원이 있다.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세운 ‘살림의원’이다. 의료협동조합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은 2012년부터 건강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온 곳이다. 이 병원엔 진기한 풍경이 있다. 바로 의사가 직접 ‘마을 주치의’를 내걸고 왕진을 간다는 점이다. 추혜인 원장은 서울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동네 구석구석을 돈다. 그는 동네 안에서의 따뜻한 돌봄과 존엄한

[더나미 책꽂이] ‘에코사이드’ ‘세습 중산층 사회’ 외

에코사이드 다국적기업 몬산토는 제초제와 고엽제를 개발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환경을 황폐화시켰다. 프랑스는 물론 미국, 스리랑카, 아르헨티나 등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광범위한 피해를 입혔다. 2016년 세계 각국 시민들이 이 사실을 폭로하며 몬산토를 ‘다국적 살인 기업’으로 명명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법정에 가해자로 세웠는데, 이 책에는 자본과 권력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몬산토를 법정에 세우기까지 시민들의 노력이 세밀하게 기록돼 있다. 프랑스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인 저자가 직설적이고 위트 있는 문체로 몬산토 관계자들의 위선을 꼬집으며 시민들의 ‘대 몬산토 투쟁기’를 현장감있게 풀어냈다.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목수정 옮김, 시대의창, 1만9800원   세습중산층 사회 90년대생은 왜 ‘공정함’에 집착할까? 20대 청년들은 왜 자녀 특혜 시비가 불거진 ‘조국 사태‘에 가장 거세게 분노했던 걸까?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뒤흔든 화두를 ‘세습 중산층’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60년대생 부모들이 자녀 세대(90년대생)에게 중산층의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의 20대는 대기업과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내부자’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외부자’로 나뉘는데,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내부자와 외부자라는 ‘자리’가 세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결혼, 주택 문제 등 20대가 겪고 있는 불평등의 본질을 데이터와 통계로 추적한다. 조귀동 지음, 생각의 힘, 1만7000원   협동조합 클로즈업 협동조합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조합원이 출자금을 내 함께 설립한 사업체를 가리킨다. 조합원 모두가 1표를 갖는 의사결정 방식이나 지역사회 기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가 만든 불평등이나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면서도 ‘윤리성과 사업성’이라는 두

“성평등 사회 실현하는 그날까지”…8일 세계여성의날 기념 행사 열린다

내일(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행사가 열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광화문광장에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여성 인권을 옹호하고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여성 단체 28개가 모여 구성한 연합체다. 올해 행사에서는 지난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미투 운동의 성과를 되새기고 그 흐름을 이어가자는 의미로 ‘성 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 #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날 행사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는 오후 5시부터 여성·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사회적기업의 홍보 부스가 설치된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3.8 기념식·문화제’에서는 지난해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 ‘제31회 올해의 여성운동상’ 시상식이 진행된다. 이어 ‘3.8 여성선언’ 낭독과 댄스 퍼포먼스,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의 축하 공연 등이 준비된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www.women21.or.kr)에서 참고하면 된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엄마와 여성 아닌 ‘나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올까요?”

한국의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2.7%. 스웨덴(35.9%)보다 10배 이상 적다. 육아 문제로 혹은 유리천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떠나는 여성들도 부지기수다. 개헌 논의가 진행되면서, 성차별적 구조 개선을 위한 조항을 명시하려는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9개 여성단체로 이뤄진 ‘성차별 해소를 위한 개헌 여성행동’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의 궁극적 목표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며 “국가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제거하고 선출·임명직 등 공직 진출에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일하는 여성들은 직장에서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성차별적 구조를 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지난 10일,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이해 ‘제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서’(이하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를 열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200여명의 사람들은 여성의 일과 삶, 배움에 대해 공감과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제도와 문화의 불합리함도 따져 물었다.  ◇“아이는 엄마가, 보육교사는 여자가”… 재주 많은 여성들이 사라지고 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독서 클럽 ‘언니의 社생활’을 운영하는 Plannery의 이나리 대표는 지금껏 여섯 번의 경력단절 위기를 겪었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제일기획 비욘드제일 본부장을 역임한 이 대표. 그는 늘 일과 가정이라는 양 갈래 길을 몇 번이나 왕복해야 했다. 두 달 간의 출산휴가를 모두 쓰기 위해 촉진제를 맞으며 아기를 낳았고, 출산 후에는 휴가를 다 쓰지도 못한 채 출근했다. 이렇게 하면 ‘여자임에도 여느 남성들과

[Good&Culture] 환경, 아동 인권, 페미니즘…24개국 영화 70편을 한자리에서 만끽하는 방법

‘EBS 국제다큐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고른 꼭 봐야할 영화 5편    올해로 14회를 맞은 EBS 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 2017)가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7일간 열린다. EIDF는 그동안 작품성은 물론 주제에 공익성을 풍부하게 담은 작품들을 소개해왔다. 올해 EIDF는 ‘다큐로 보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경기 고양시 EBS 디지털통합사옥을 비롯해 메가박스 킨텍스, 아트하우스 모모 등 여러 장소에서 동시 개최된다. EIDF 2017의 출품작들은 행사 기간 동안 TV 브라운관에서도 볼 수 있다. EBS1 TV로 24개국 70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것. 일주일간 볼 수 있는 작품이 무려 70편이나 된다. 무엇을 봐야할 지 고민인 이들을 위해 신은실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5편을 소개한다. 요즘 가장 ‘핫(hot)’한 이슈 중 하나인 페미니즘부터 환경, 아동 인권, 가난 그리고 테러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 준비돼있다.   생명, 영혼, 그리고 예술 교육의 힘에 대한 믿음이 12세 흑인 소녀를 훌륭히 성장시키는 과정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자기 표현과 공동체에 대한 우리 보편적인 요구를 영화적으로 표현했다.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이들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힘을 지닌 ‘나의 시, 나의 도시’는 재개발에 의해 이주해야만 하는 주인공 소녀와 주민들의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재개발 지역에 사는 소녀가 훌륭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감독은 소녀와 이웃들의 경험담을 아름답고 시적으로 그려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5년간 지속된 내전 속에서 알레포 주민 약 35만명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격에 불안감을 앉고 살아간다. 자원 활동가로 이뤄진 민간 구조대

“우리가 다시 페미니즘을 말하는 이유”

국내 최초 페미니즘 잡지 ‘이프(if)’ 유숙열 대표&조박선영 편집장 인터뷰 창간 20주년 기념 단행본 ‘대한민국 페미니스트의 고백’ 발간   1997년 여름, 결사항전의 태세로 등장한 잡지가 있다. 그 이름은 ‘이프(if)’.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센 언니가 되는 국내 최초 페미니즘 잡지였다. 그러나 이후 인터넷을 기반으로 수면 위로 등장한 페미니즘 운동은 노골적인 공격에 몰려 고립되고, 페미니스트를 향한 혐오는 외환위기와 군 가산점제 위헌 판결 등을 거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같은 혼란 속에서 2006년 이프는 폐간됐고, 페미니즘 또한 숨을 죽였다.  그리고 2016년 5월. ‘여성혐오’의 광풍과 함께 페미니즘이 다시 불타올랐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그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의 여성혐오와 범죄에 대한 울분은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을 탄생시켰다. 페미니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등장하고,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연대 방식을 제시하며 오히려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센 언니’부터 귀갓길이 무서운 보통의 여성, 더 좋은 세상을 꿈꾸는 남성들까지, 많은 이들이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선언했다.  이에 이프도 다시 나섰다. 올해 창간 2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페미니스트들의 고민, 이념을 담은 ‘고백서’를 발간한 것.  ‘왜 지금 페미니즘인가?’ 이프 창간사 제목이다. 지난달 14일 이프 편집국에서 만난 유숙열(64) 이프 대표와 조박선영(41) 편집장에게 20년이 지난 지금, 이 질문을 던졌다.   ◇페미니즘과 함께한 20년   이프는 남성 지식인들의 폭력적 성차별에 대항해 탄생했다. 1997년 이문열 작가가 ‘선택’이라는 책을 통해 주인공 ‘장씨 부인’의 입을 빌려 공지영, 이경자 등 여성 작가들의 이혼 경력을 비난하면서 현대 여성들을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