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주택
6년간 노숙인 234명에게 집을 줬더니
6년간 노숙인 234명에게 집을 줬더니

이랜드재단X서울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 6년 성과 이정희(69·가명)씨는 20년 이상 여성보호센터와 노숙인시설을 전전했다.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고 싶어 맨몸으로 무작정 집을 나왔지만 사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여섯명이 한방에서 지내야 하는 시설 생활이 불편해 고시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고시원 월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온종일 좁은 방안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고립감은 점점 커졌다. 고시원에서 시설로, 시설에서 또 다른 시설로 주거지를 옮겨다니는 과정에서 설상가상 ‘조현병’까지 발병했다. ‘누군가 수급비를 빼내 간다’는 환청이 들렸다. 시설에서 이씨를 도와주던 사회복지사가 ‘지원주택’ 이야기를 꺼냈다. 노숙인에게 집을 주는 제도가 있으니 신청해보라고 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이씨는 지난해 3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있는 지원주택에 입주했다. 작은 원룸을 갖게 된 지 1년 4개월.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이웃을 만나 차를 마시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조현병을 조절하는 약도 아침저녁 스스로 챙겨 먹는다. 작은 기적도 일어났다. 시설에 있을 땐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던 친오빠의 연락처가 지원주택에 살면서 기억이 난 것이다. 난생처음으로 휴대폰을 개통해 오빠에게 안부를 전했다. 20년간 해결되지 않던 복잡한 문제들이 ‘집’이 생기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6년간 200여명에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다. 서울시와 이랜드재단이 2016년 함께 시작한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노숙인 문제 해결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랜드재단에 따르면, 지원주택 입주 노숙인의 80% 이상이 정신질환과 알코올 의존증을 다스리며 1~3년 넘게 주거를 유지하고 있다. 노숙인의 문제는 ‘집’이 없다는

어느 날, 노숙인에게 집이 생겼다…’脫노숙’을 위한 2년의 실험

#1 어쩌다 노숙인 K에게 집이 생겼다.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과 음식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싱크대가 있는 5평짜리 작은 원룸. K는 그곳을 ‘알토란 같은 내 집’이라 부르며 자랑스러워했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점잖은 말투. 서울 마천동 주택가의 한 건물에서 만난 K는 동네에서 오며 가며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술에 절어 거리를 전전하고 찬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던 옛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들은 K를 ‘노숙자’라고 불렀다. 2004년에 거리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마흔여섯. 노숙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꽤 전형적이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 다니던 직장이 망했다. 치킨집도 차려보고 택시 운전도 해봤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괴로운 마음에 술과 도박에 빠졌고 이혼으로 이어졌다. 전세금 빼서 술 마시고, 월세도 밀리게 되자 거리로 나갔다. 영등포역 노숙인들과 술 먹고 어울려 다니다 보니 어느새 그들과 같은 모습이 돼 있었다. 대부분의 노숙인이 그렇듯 K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을 앓았다. 막노동을 하고 일당을 받아 술을 사 먹었다. 하루 소주 4~5병은 예사로 마셨다. 계속된 노숙 생활로 몸이 망가지면서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두 개 빠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었다. 치아를 모조리 잃어버리고 난 뒤에도 술을 끊지 못했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80㎏이던 몸무게가 60㎏으로 줄었다. 노숙인 시설로 들어간 건 2006년. 7~8명이 한방에서 생활했다. 술은 철저히 통제됐다. 외출도 외박도 안 됐다. 시설 입소 노숙인들은 그 생활을 견디지 못해 다시 거리로 뛰쳐나갔다.

[2018 新 복지 사각지대] “거리에서도 숨어 살아야 하는 이들” ① 여성노숙인 편

지난달 9일 서울 영등포역, 역사 화장실에서 까만 벙거지 모자를 푹 눌러쓴 여성 노숙인을 만났다. 땀 냄새로 범벅된 악취가 코를 자극했고, 수레에는 신문지, 박스, 옷가지로 보이는 천들과 술병이 가득 담겨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그는 우산을 펴고 역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에서 왜 우산을 펴고 있는지 묻자, 그는 “사람들이 무서워 몸을 가리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기자가 다가가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이내 자리를 정리하고 재빨리 떠났다. 우리 사회의 여성 노숙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전체 노숙인(1만1340명, 거리 및 시설 노숙인 포함) 중 남성 노숙인은 8335명(73.5%), 여성 노숙인은 2929명(25.8%)으로 추정된다(보건복지부, 2016년도 노숙인 실태조사). 여성 노숙인이 남성에 비해 한참 수는 적지만, 노숙인 4명 중 1명 꼴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숙인 실태 조사가 과소 추정돼 적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 지적한다.  2016년 당시 국내 최초로 실시한 전국 노숙인 실태조사를 총괄했던 이태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원, 광장, 역 부근 등 공개된 장소에 머무는 남성 노숙인과 달리 여성 노숙인은 성적 및 신체적 위협을 피해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공중화장실 및 장애인 화장실, 교회 예배장소, 기도원, 패스트푸드점, PC방 등 공개된 장소가 아닌 곳을 선호한다는 것. 이태진 연구위원은 “여성 노숙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없이 실태조사를 실시해 실제 숫자보다 적게 집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폭력, 성폭행… 위험에 노출된 여성 노숙인들의 힘겨운 거리 생활  여성 노숙인은 남성 노숙인보다 폭력과 성폭행, 금품갈취, 협박 등 각종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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