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목표
조대식 KCOC 사무총장 가로 썸네일. /KCOC
[사회혁신발언대] 위기 현장에서 배운 인도주의 가치,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15년 전의 일이지만 어제처럼 또렷하게 기억나는 날이 있다. 2011년 리비아 내전이 시작되던 날이다. 당시 나는 주리비아 대한민국 대사로 트리폴리에 있었다. 평온하던 도시의 공기는 순식간에 긴장으로 바뀌었다. 거리 곳곳에서 총성이 들리고 공항과 항만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도시의 질서는 빠르게 무너졌다. 대사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리비아 전역에서 일하고 있던 한국인과 한국 기업 직원들의 안전한 탈출이었다. 당시 리비아에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우리 기업 직원 약 1만4천 명이 체류하고 있었다. 통신이 불안정해지고 공항이 폐쇄되면서 이들의 안전은 순식간에 불확실해졌다. 시간은 많지 않았다. 공항이 막히면 항구를, 항구가 막히면 육로를 찾아야 했다. 우리는 현지 정부와 국제기구, 여러 국가들과 협력하며 가능한 모든 탈출 경로를 모색했다. 도시의 긴장은 계속 높아지고 있었지만 탈출 항공기와 선박, 버스에 오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수많은 긴박한 순간을 지나 결국 1만4천여 명을 안전하게 탈출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했다. 분쟁 속에서 집을 떠나야 했던 수십만 명의 리비아 시민들, 병원으로 가는 길조차 막혀 치료를 받지 못하던 환자들, 식량과 물을 구하지 못해 불안에 떨던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전쟁과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언제나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그 경험은 나에게 한 가지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위기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적이나 이해관계를 넘어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여성·기후·참여가 만든 도시혁신”…시티넷 ‘SDG 도시 어워즈’ 3개국 수상

인니 반다아체 ‘여성 폐기물 관리’, 말레이 수방자야·필리핀 케손시가 뒤이어 국제기구 시티넷(CityNet)이 지난 27일 인도네시아 덴파사르에서 ‘제4회 SDG(지속가능발전목표) 도시 어워즈’를 열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에 앞장선 3개 도시를 선정했다. 이번 행사는 시티넷과 서울시,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가 공동 주관했다. ‘SDG 도시 어워즈’는 세계 각 도시의 지속가능한 정책 중 포용적 성장과 기후 대응, 시민 참여 등을 기반으로 한 우수 사례를 선정해 시상하는 국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포용적 리더십’, ‘도시환경 영향’, ‘인프라 및 도시개발’, ‘시민참여 혁신’, ‘획기적 혁신’, ‘도시브랜딩 및 공공외교’ 등 6개 부문에서 공모를 진행했으며, 12개국 51개 도시·기관이 총 100건의 정책을 제출했다. 이 중 예심을 거쳐 11개의 정책이 본선에 올랐으며, 본선 진출 도시들은 집행위원회 현장에서 직접 사례를 발표했다. 이후 현장 심사단의 평가를 거쳐 최종 3개 도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 도시는 자문단으로 초청돼 2026년 시티넷의 지속가능도시 발전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대상은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시의 ‘여성의 폐기물 관리 참여(Women in Waste Management)’ 프로젝트가 차지했다. 여성 리더십을 중심으로 한정된 예산 내에서도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지역 경제 자립을 동시에 달성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최우수상은 말레이시아 수방자야시의 ‘재난 회복력 전략계획(Disaster Resilience Strategic Plan)’이 받았다. 시민 자원봉사조직의 참여와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재난 대응 체계를 제도화한 성과가 인정됐다. 우수상은 필리핀 케손시티의 ‘농업에서 찾은 기쁨(Joy is a Farm)’ 프로그램이 수상했다. 도시농업을 통해 식량안보 강화와 기후 회복력을 높인 점이 평가됐다. 비제이 자가나단(Vijay Jagannathan) 시티넷 사무총장은 “시티넷의

법은 있었지만 바뀌지 않은 현실…한국 SDG 이행, 어디까지 왔나 [법의 날]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로 본 법·정책 효과 산업재해·생물 다양성 OECD 평균 미달, 청년·여성 대표성 낮아 법(法)은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기후위기, 불평등, 디지털 안전 등 복합적 사회문제가 대두되는 오늘날, 법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사회적 장치 중 하나다. 더나은미래는 법의 날(4월 25일)을 맞아,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한국의 SDG 이행보고서 2025’ 를 바탕으로 법과 정책의 변화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봤다. ◇ 출생부터 산업재해·성범죄까지…법으로 본 변화의 단면 법 제정 이후 SDG 달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 사례로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가 대표적이다.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정보를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고, 위기 임산부에게는 익명 출산을 허용하는 제도로, 2024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이는 SDG 16번(평화의 정의)의 세부 목표인 ‘모든 사람에게 법적 신원 보장’의 개선을 촉진할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 1월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SDG 8번·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관련 지표는 제자리걸음이다. 2023년 산업재해율은 0.66%로 오히려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만인율은 0.98‱로 전년 대비 0.12‱ 낮아졌으나, OECD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법적 조치 외에도 현장 안전 관리와 감독 강화 등 추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 성범죄(SDG 5번·성평등) 역시 법과 현실 간 간극이 큰 분야다. 불법촬영, 아동 성착취물,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의 검거율은 2016년까지 90%대를 유지했지만, 2021~2022년에는 하락세를 보였다가 2023년에 각각 91.1%, 91.4%, 88.9%로 다시 소폭 반등했다. 반면 최근

여야 경계 넘은 29人 의원 참여…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 첫 개최

8월 19일(세계 인도주의의 날) 창립식 열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인류 위협 대처엔 여야가 따로 없다”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변화가 일어나길” 세계 인도주의의 날인 8월 19일,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의 창립식과 특별세미나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국회의원, 비영리단체 종사자, 기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실 뒤에 서서 듣는 청중이 10명이 넘을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다.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은 인류가 당면한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하고, 지구촌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정책 제언 및 입법 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해 창립했다. 안철수 의원은 축사를 통해 “인류 위협에 대처하는 것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입법활동을 통해 인류 지속가능성과 인도주의를 드높이는 역할을 포럼이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이야기했다. 이재정 의원은 “글로벌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데 있어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졌다”며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하는 이 자리를 계기로 변화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포럼에 가입한 국회의원은 강훈식·김병주·김용민·민병덕·백혜련·이강일·이연희·이용선·이재강·이재정·이해식·임미애·위성락·장경태·조정식·차지호·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건·김민전·김소희·김태호·나경원·안철수·유용원·인요한·조승환·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등 총 29명에 달한다. ◇ 국회·국제기구·시민사회·기업 함께 모였다 이번 포럼은 국제기구, 시민사회, 기업 등 다양한 주체 25곳도 함께한다. 국제기구 중에서는 국제이주기구(IOM)·국제적십자위원회(ICRC)·빌 게이츠 재단·세계백신면역연합(GAVI)·유니세프(UNICEF)·유엔난민기구(UNHCR)·유엔세계식량계획(WFP)·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협력한다. 시민사회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굿네이버스·발전대안 피다 인터내셔널·세이브더칠드런·월드비전·초록우산·컨선월드와이드한국·하트-하트 인터내셔널·희망친구 기아대책이 함께한다. 기업 중에서는 LG전자·SK 바이오사이언스·SK SUPEX 추구협의회·유바이오로직스·포스코·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차가 동참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우리의 독특한 개발 경험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나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한

유엔협회세계연맹-경기도-경과원, 미래 선도할 스타트업 발굴… ‘씨티프레너스 2024 경기’ 모집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이 8월 9일까지 ‘씨티프레너스 2024 경기’ 참가 스타트업을 모집한다고 12일 전했다. ‘씨티프레너스 2024 경기’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 및 지역 및 도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개최된 대회다. 경기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유엔협회세계연맹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오는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와 판교스타트업캠퍼스 일원에서 개최되는 ‘2024 경기 스타트업 서밋’과 연계해 진행된다. 대회 주제는 AI, 딥테크 등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참가기업은 ▲예비창업자에서 3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 ▲3년 이상 7년 미만 글로벌 진출 희망 스타트업 ▲국내시장 진출 희망 해외스타트업 총 3개의 트랙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예선 서류 심사를 통과한 15개 스타트업에는 유엔 전문가가 진행하는 임팩트 워크숍과 ESG·글로벌 진출·법률 등 전문가 및 투자사와의 1:1 멘토링 참여 기회를 부여한다. ‘2024 경기 스타트업 서밋’ 전시장 내 기업 소개 부스도 최대 3일간 제공될 예정이다. 최종 결선 데모데이 행사는 오는 9월 25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각 트랙별로 1, 2위를 선정하여 총 6개 기업에 시상할 예정이며 수상 기업에는 총 상금 1500만원과 함께 투자 검토 기회 및 후속 지원 등이 제공된다. 수상기업 중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 2곳에는 유엔협회세계연맹이 제네바에서 개최하는 ‘임팩트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 참가 기회를 부여한다. 씨티프레너스 2024 경기 참가 신청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서류 제출을 통해 가능하다. 김용재 아시아-태평양 총괄 유엔협회세계연맹 사무국장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2030년까지 노인빈곤율 절반으로’…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

정부가 한국을 지속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2030년까지의 목표를 마련했다. 환경부는 “경제·사회·환경 등 국정 분야 전반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국가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가 심의·확정됐다”고 24일 밝혔다. 유엔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5년 9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고, 독일·덴마크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자국화한 SDGs를 마련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K-SDGs는 오는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한국형 SDGs다. K-SDGs는 ‘모두를 포용하는 지속가능국가’라는 비전 아래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포용 사회 구현 ▲모든 세대가 누리는 깨끗한 환경 보전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경제성장 ▲인권 보호와 남북평화 구축 ▲지구촌 협력 등 5개 전략으로 구성됐다.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한 17개 목표와 122개 세부 목표가 제시됐다. 정부는 지난해 기준 46.5%인 노인 빈곤율을 2030년까지 31.0%로 낮춘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또 최근 논란 중인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은 지난해 24.0%에서 2030년 44.0%로 두 배 가까이 확대하고, 업무상 사망사고 비율은 1만명당 0.52명에서 0.22명으로 낮출 방침이다. 이 밖에 지난해 9만7000대 수준인 친환경 차를 2030년까지 880만대로 늘리고, 주요 멸종위기종 복원율을 74.3%에서 90.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번 목표는 유엔 SDGs의 큰 틀을 따르되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세부목표를 재구성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문태훈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은 “K-SDGs는 2030년 이후까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만들어 K-SDGs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⑨]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의 비중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사업을 잘 운용하고 있는지 평가할 때, 효율성과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하여 빈번하게 논의되는 지표 중의 하나는 일자리와 고용의 질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구체성과 그 평가에 있어서 좀더 정교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을 의미한다. 2018년의 경우 338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세분화된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지닌 공공기관에 대해서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를 단순화된 공통의 지표로 평가할 때, 그 객관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사기업처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도 해당 공공기관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기대에 대해서, 고용노동부와 다른 공공기관들이 느끼는 당위성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공공기관이 달성해야 하는 사업의 목표를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평가지표를 도출해야 한다. 그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가 공공기관에게 기대하는 가치 창출도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총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이하 SDGs)와 169개의 세부목표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략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SDGs의 17개 목표들은 상호 배타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한 아이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자란다… 변화는 ‘현재 진행형’

우간다 카킨도 지역, 11년된 월드비전 사업장   우간다 서쪽 끝, 카킨도(Kakindo)로 가는 길은 멀었다. 16시간 걸려 도착한 공항에서, 다시 6시간을 차로 달렸다. 포장도로는 붉은 흙길로 바뀌었고, 길옆으로 줄줄이 선 나무에 흙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곳. 여기는 월드비전이 2006년 첫 삽을 뜬 카킨도 사업장이다. 올해로 11년째. 아이와 마을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 식수도, 보건도, 영양도, 안전도, 부모들의 소득까지도 조금씩 갖춰가야 하는 먼 길. ‘끝이 있을까’ 싶은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 변화의 현장을 찾았다. ◇아동을 위한 자립 마을 “사람은 넘쳐나는데 깨끗한 물은 부족했어요. 아이들 영양실조도 심각했고요.” 2007년부터 이곳을 지켜온 나오미(34) 월드비전 카킨도 지역개발 매니저의 말이다. 처음 5년은 급한 불부터 껐다. 말라리아, HIV, 수인성 감염 질병…. 아프거나 죽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식수도 파고, ‘아동 결연’을 맺어 예방접종도 하고, 영양교육도 했다. 5년 이후엔 사업을 좀더 촘촘하게 엮었다. 영아 예방접종, 산모 관리, HIV 테스트를 위해 시골을 직접 찾아가는 ‘아웃리치’도 시작했다. 학교에선 남녀 아이들에게 면 생리대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부모들에겐 소득 증대 교육을 했다. “식수 펌프를 팔 때는 꼭 ‘식수 위원회’를 꾸려요. 식수 위원회가 주체가 돼서, 마을 사람들 머릿수대로 돈을 걷어 초기 펀드를 조성합니다. 수리나 부품 구입 등 돈의 사용 시기나 내역도 위원회에서 정합니다. 저희는 결국 떠날 사람이니, 지역이나 지역정부에서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죠.”(나오미 지역개발 매니저) ◇지역이 이끄는 변화 11년이 지나자, 지역이 조금씩 변했다. 그 안에는 변화를 이끄는

“CSR 잘하는 기업에 비즈니스 기회 온다”

2016 지속가능혁신 세미나 기업의 수명이 줄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 이들 기업이 70년간 존속할 확률은 18%에 불과하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담보될 수 있을까. 지난 23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소천홀에서 열린 ‘2016 지속가능혁신 세미나(제3회 서울대 글로벌 민관협력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향후 기업의 생존은 혁신에 가치를 더한 비즈니스 모델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시대, 새로운 기업이 온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딜로이트 지속가능전략센터·서울대 국제대학원이 주최·주관하고,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한국개발정책학회(KDPA)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혁신을 더하라…지구 문제 해결하는 비즈니스 전략 “소비자의 관심과 욕구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은 물론, 제조·소비·폐기되는 전 과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미래엔 제품을 만드는 기업(사람)이 어떤 곳이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질 것입니다.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잘하는 기업에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김종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주제 강연에서 과거 개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소비를 하던 사람들이 지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비를 시작했다는 트렌드를 짚었다. 김 교수는 “값이 비싸도 화학에너지보다 신재생에너지를 선호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인식의 변화는 규범을 바꾸고 기업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의 인식 변화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현진 LG전자 CSR팀 과장은 “LG전자의 제품 안전·공급망 관리 등 CSR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외부 요청이 2015년에만 260건으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면서 “아동 인권 침해는 없는지,

말린 망고로 세상의 빈곤과 싸우다…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정수연(가명)씨는 먹거리에 민감한 편이다. 아이가 심한 아토피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간식으로는 오로지 생채소와 과일만 고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연씨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아이가 선물받은 말린 망고 한 움큼을 집어먹었다. 수연씨의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색소, 방부제, 산화방지제, 표백제…’ 아토피에 해로운 합성첨가물이 가득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발진은 일어나지 않았다. 놀랍고 기쁜 마음에 제품 뒤에 붙은 회사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처음 보는 이름이었지만, 아이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에 꼭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전화를 받고, 직원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이렇게 종종 ‘직접 먹어보니 차이를 알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큰 뿌듯함을 느끼죠. 공정하게 만들고 유통한 제품이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삶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데서 힘을 얻습니다.” (이승희 생산지파트너십 부문 간사)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는 초콜릿, 말린 망고, 계피, 홍차, 캐슈넛 등을 취급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제품 목록만 봐서는 평범한 수입식품처럼 보이지만 성분표를 조금만 자세히 읽어보면 그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그 흔한 색소, 방부제 하나 들어있지 않고 초콜릿처럼 성분이 다양한 식품도 주재료와 부재료의 원산지가 일치한다. 품질 뿐만이 아니다. 그 안에 녹아있는 가치를 더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농부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작물을 가장 신선할 때 제 값에 사서, 공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제품을 사는 것 만으로도 가난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공정무역, 빈곤과 싸우는 시민의 힘 “세상은 말만 해서는 안 바뀝니다. 우리의 행동과 습관, 나아가서는 삶의 태도가 바뀌어야죠. 저는 그 중 가장 강력한 행동이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내 돈’이라고 하는 주권을 행사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소비가 투표보다 강하다’고도 하더군요. 그만큼 소비가 경제·사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겁니다. 우리의 소비를 바꾸는 일, 그로 하여금 세상을 바꾸는 일이 제가 생각하는 공정무역의 초점입니다.“ (이강백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대표·사진) 전 세계 빈곤 인구는 약 8억명 이상(2014 세계 식량불안 상황 보고서). 유엔은

[보니따의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그 많던 음식은 어디로 갔을까

전 세계 인구 9명 중 1명, 제때 끼니를 떼우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의 수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요즘에도 영양실조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경제학자 맬서스의 말처럼 식량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아서 일까요? 하지만 식량농업기구(FAO)는 이와는 전혀 다른 답을 내 놓았습니다. ‘음식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음식이 버려지고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요? 매년 생산되는 식량 40억 톤, 그 중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양은 무려 13억 톤에 달합니다. 이는 3.2km의 너비에 2,400m 높이의 산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입니다. 높다고 하는 백두산이 해발 2,744m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과일과 채소의 45%, 해산물의 35%, 곡물의 30%, 유제품의 20%, 고기의 20%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많게는 생산량의 절반에 가깝게, 적게는 1/5의 음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버려지는지 알아볼까요? 위 그림은 지역 별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양을 인구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적게는 125kg에서 많게는 295kg까지, 엄청난 양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살펴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지만 생활 수준에 따라 버려지는 단계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풍요롭지 않은 나라에서 식량의 절대치는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버려집니다. 보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비자의 손에 닫기도 전에

2016년 CSR 화두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국내 CSR 담당자 100명 설문조사  국내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를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하 지경원)의 국내 CSR 담당자 100명 대상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40%가 ‘기업 리스크 관리’를, 28.9%가 ‘내외부 평판 제고’를 목표로 꼽았다. ‘사회문제 해결 및 지역발전’을 꼽은 기업 담당자는 13.3%에 불과했고, 지배구조 선진화·고객 유치 및 관리·우수 인재 확보 및 유지를 꼽은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2015년 해당 기업에서 집중했던 이슈로도 ‘리스크 관리(16.7%)’가 가장 많았고, 윤리경영(6.7%)·인권경영(3%)·지배구조(0.4%)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올해 주목하고 있는 이슈로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 대응’이 84점으로 가장 높았다. SDGs란 지난해 9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것으로, 2030년까지 모든 형태의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등이 합의한 17가지 핵심 목표다. 이 밖에 ‘신기후체제(파리 협정)와 온실가스 감축 노력(80점)’, ‘공급망 관리(62점)’, ‘공유가치창출(46점)’, ‘윤리경영 고도화(38점)’ 등의 답변도 있었다. 한편, 가장 중요한 CSR 이슈와 관련해 CSR 담당자 및 외부 전문가(50명)에게 비교 설문한 결과, CSR 담당자들은 ‘신기후체제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꼽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은 ‘SDGs’를 꼽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CSR 키워드별로 기업 실무자들의 인식 수준도 달랐다. ‘공유가치창출(CSV)을 알고 있다’고 답변한 담당자가 84.4%로 가장 높았고, SDGs(71.1%) , 신기후체제(64.4%)가 뒤를 이었다. 반면, 최근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오른 ‘EU의 CSR 법제화’나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지침’에 대해선 모르는 담당자가 절반에 달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CSR을 비용보다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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