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안지훈 소셜혁신연구소장
[안지훈의 생활정책] 젠트리피케이션을 아시나요?

몇 해 전 조광진 원작의 드라마 ‘이태원클라쓰’가 큰 인기를 누렸다. 이태원클라쓰는 외식업계 1위 ‘장가’와의 악연을 극복하고, 착한 방법으로 ‘장가’를 인수해 가는 청년기업가의 이야기다. 주인공 ‘박새로이’는 7년간 원양어선을 타며 모은 돈으로 이태원에 작은 포장마차를 연다. 포장마차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기를 얻어 이태원 맛집으로 유명세를 탔고, 장사도 잘됐다. 박새로이의 작은 성공이 눈에 거슬린 장가 회장은 해당 건물을 사들였고, 자신이 장사한다며 포장마차 퇴거를 요구한다. 극 중의 장가 회장이 벌인 행동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상가내몰림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도심이 새롭게 활기를 얻는 이후, 해당 도심에 건물주들이 지역을 활성화한 주체들을 쫓아내며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의 경우 홍대 앞이나 경리단길, 가로수길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전반적으로 품위 있는 고급 상권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자영업을 영위하던 많은 소상공인이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뿐 아니라 전주나 경주 등지의 이른바 ‘뜨는 골목’들은 모두 예외가 없었다.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한동안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잠잠했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영업제한 조치 해제로 조용했던 건물주와 임차인간 긴장관계는 곧 수면위로 표출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2년 동안, 장사를 하지 못했던 임차인의 고통과 2년간 임대료 인상을 미뤘던 건물주의 상황이 머지않아 사회적 쟁점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팬데믹 전 서울 성동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2014년 말, 서울숲 주변 성수동에 지역혁신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성수동은 ‘핫’한 지역이 되었고, 임대료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성동구에서는 문제를 파악했지만 자유시장경제에서

[더나미 책꽂이] ‘불평등의 세대’ ‘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 거야?’ 외

불평등의 세대 “21세기 한국 사회의 불평등, 어디서 어떻게 생성됐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는 책. 저자인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3월 발표한 논문 ‘세대, 계급, 위계: 386세대의 집권과 불평등의 확대’의 확장판이다. 산업화세대, 386세대 등 ‘세대’란 축이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위계 구조를 만들었다는 게 저자의 논지다. 이철승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7000원.       아시아태평양전쟁에 동원된 조선의 아이들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과 연합국 사이에 벌어진 아시아태평양전쟁의 국내 민간 피해자 중 ‘아이들’에 주목한 책.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까맣게 그을리고 군수 공장에서 쇳가루를 뒤집어쓰며 소년과 소녀는 유년기를 보냈다. 죽거나 미쳐야 벗어날 수 있었던 강제노동 현장의 이야기를 치밀한 사료(史料) 조사로 복원해냈다. 정혜경 지음, 섬앤섬, 2만원.       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학교 끝나고 습관처럼 들르던 떡볶이집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분식집이 생겼다. 동네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구멍가게도 마찬가지. 24시간 편의점으로 바뀌더니 낯선 아르바이트생이 계산대를 지킨다. 우리 동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10대의 눈높이에 맞춰 젠트리피케이션을 설명한다. ‘사회 쫌 아는 10대’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장성익 지음, 신병근 그림, 풀빛, 1만3000원.       왜 고기를 안 먹기로 한 거야? 동물에서 얻은 것은 먹지도, 입지도, 쓰지도 않는 비건(vegan)인 저자가 몸으로 느끼고 깨달은 ‘비거니즘(veganism)’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중에는 채식을 하지만 주말엔 고기를 먹는 부모님을 보며 겪은 심리적 갈등, 비건임을 밝힌 순간 쏟아지는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과

[도시재생, 길을 묻다] 벽화 아니면 한옥 ‘판박이’ 마을들…지역 살릴 아이디어가 없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②도시재생 모델이 부족하다 “전국에 한옥마을이 몇 개 있는지 아세요? 지역마다 기념관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전북 지역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활동하는 손형석(가명·49)씨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한옥마을은 현재 서울에서만 성북·은평 등 10여 곳의 한옥 밀집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이미 부천, 강진, 고성, 공주, 포항 등 곳곳에 한옥마을이 조성돼 있다. 도시재생 ‘단골 사업’인 벽화 골목, 기념관 건립 등은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도시재생사업이 양산되는 원인으로 ‘모델 부족’을 꼽는다. 무분별한 사업 복제가 오히려 지역 특색을 죽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역사 아니면 문화… 도시재생 모델이 부족하다 현재 도시재생사업 대상지 가운데 사업이 확정된 지역은 114곳이다. 더나은미래가 해당 지역의 사업계획서를 근거로 도시재생사업 모델을 분석한 결과 ▲역사문화지구 조성 ▲문화산업지구 조성 ▲청년 기반 시설 등 마을 조성 ▲전통시장 활성화 등 총 네 가지로 단순화할 수 있었다. 도시재생사업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사업 모델은 청년기반 시설 등 마을 조성 사업(39.5%)이었다. 과거 산업 시설을 재활용하는 문화산업지구 조성 사업(21.9%)이 둘째로 많았고, 지역의 역사 문화유산을 정비하는 역사문화지구 조성 사업(18.4%)이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역사·문화로 점철되는 도시재생사업의 쏠림 현상을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역사·문화를 주제로 한 사업은 이른바 관광 활성화 모델”이라며 “전국이 이러한 모델로 모두 성공할 순 없다”고 말했다. 입지를 따져봤을 때 2000만 인구의 수도권과 100만 인구의 군소 도시에 같은 모델을

[도시재생, 길을 묻다] 지역민을 1순위로 둔 군산…’찾기 좋은 곳’ 이전에, ‘살기 좋은 곳’ 만들었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①군산은 어떻게 성공했나 정부가 2021년까지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50조원의 대규모 예산을 쏟아붓는다. 도시재생은 쇠락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재정비 사업으로, 대규모 토목 사업으로 상징되는 재개발·재건축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도시재생 사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도시재생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예산 낭비,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가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 진행되던 도시재생 사업에 국비가 투입된 건 지난 2014년이다. 이후 도시재생특별법이 마련되면서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곳에 4년간 2700억원이 투입됐다. 이어 2016년에는 ‘도시재생 일반지역’ 33곳을 선정해 3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시범사업지 68곳이 선정됐다. 지난해 사업지 99곳이 추가됐고, 올해는 100곳이 새롭게 지정된다. 더나은미래는 공식적으로 사업이 종료된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사례를 분석한 뒤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도시재생 사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도시재생의 본질은 주민 참여입니다. 건물이 들어서고 골목만 깨끗해지면 뭐하나요? 지역에 사는 사람들 마음에 들어야죠. 아무리 관광객들이 유입된다고 해도 24시간 365일 그곳에 발붙이고 생활하는 주민들이야말로 우선순위 1번입니다.” 전북 군산의 도시재생 사업 현장을 이끄는 이길영 군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이 말하는 성공 비결은 단순했다. 군산은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당시 월명·해신·중앙동 일대 원도심의 상가 공실은 140개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거의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 활성화에 성공했다. 도시재생 핵심은 주민…지역민 의견 없으면 ‘예견된 실패’ 군산의 도시재생 성공의 중심에는 ‘주민협의체’가 있다. 주민협의체는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침수 위험” 해안가 부자들, 고지대로 이동 … 구도심 원주민들 밀려나  몇 년 전부터 국내외 언론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낙후한 구도심에 고급 주거 지역이나 상권이 조성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래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Climate Gentrification)’이라는 말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가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쳐 원주민이 주거지에서 내쫓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스 키난(Jesse M. Keenan) 박사가 이끄는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난 4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가 주거지의 침수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해안가 고급 주택에 살던 부유층이 고지대로 이동해 기존 주민들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는 게 논문 요지다.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남동부 해변 지역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를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다뤘다. 이 지역에서도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두드러지는 곳은 마이애미 비치(Miami Beach)와 리틀 아이티(Little Haiti)다. 마이애미 비치는 미국의 대표적 휴양지이자 샤키라, 리키 마틴, 제니퍼 로페즈 등 팝 스타들이 사는 ‘부자 동네’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마이애미 비치를 미국 내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지목해왔다. 최근 ‘참여 과학자의 모임(the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2045년까지 마이애미 비치의 1만2000가구가 해수면 아래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아이티 이주민 집단 거주지인 리틀 하이티는 마이애미 비치로부터 약 12km 떨어진 내륙에 있는 데다,

[카드뉴스] 해수면이 오르면 집값도 오른다고?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리틀 하이티(Little Haiti)’에서 6년간 중고물품점을 운영해온 실러 사논-줄스(Schiller Sanon-Jules) 씨. 하지만 지난해 겨울, 결국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는 이 아이티 이주민 커뮤니티를 지키고 싶었어요. 하지만 불가능했죠.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다 앗아갔어요.”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 : 낙후된 지역에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돼 지역이 개발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한편 전문가들은 리틀 하이티 사례가 기후변화에 의한 젠트리피케이션, 즉 ‘기후 젠트리피케이션(climate gentrification)’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리틀 하이티와 가까운 해변 지역들이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위험에 처하면서 바닷가의 부유층들이 리틀 하이티로 몰려들게 됐다는 겁니다. 리틀 하이티는 내륙에 있는 데다 주변 해변 지역보다 고도가 1.5~2배가량 높아 침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작년 가을 3개월 동안에만 리틀 하이티의 평균 월세는 13%나 뛰었습니다. 사논-줄스 씨처럼 가게를 닫거나 집을 떠나는 원주민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은 사회 취약 계층의 보금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4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룬 연구를 발표한 제스 키난 하버드대 교수는 기후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어마어마한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괜찮은 걸까요?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에선 기후 변화에 따른 부동산 시세 변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한국판 ‘리틀 하이티’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디아스포라’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 제5회 디아스포라영화제 프로그래머 이혁상 감독

제5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기획하는 이혁상 프로그래머 인터뷰 이민자, 난민을 넘어 사회적 소수자 껴안는 ‘디아스포라 영화제’ “‘제 존재 자체가 디아스포라(Diaspora∙이주민) 아니겠느냐’면서 ‘당신의 시각으로 영화제를 꾸려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았어요. 우리 사회에서 ‘유랑하는 존재’들을 안아주는 영화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맡게 됐어요. 다음 영화 준비하려면 아르바이트도 필요했고요(웃음).” 제 5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기획을 총괄한 이혁상<사진> 프로그래머의 말이다. 그를 만난 건, 지난 19일 인천영상위원회 사무실에서였다. 5회를 맞이하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올해를 기점으로 한층 풍성해졌다. 3일이었던 영화제는 5일로 늘어났고, 상영작도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4년간 ‘영화제 평이 좋았던’ 까닭에 올해부터 인천시 지원 예산이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올해, 영화제 전반을 기획하는 프로그래머로 새롭게 참여하게 된 이혁상 감독은 “‘디아스포라’ 라는 주제로 상영작 50편을 다 채울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규모도 커지고,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변화를 주고 싶었어요. ‘디아스포라’라고 하면 망명했거나 이주한 난민, 재외 동포만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실은 머물던 공간에서 밀려난 이들, 차별이나 혐오로 인해 주변부에서 떠도는 이들 모두가 우리 시대의 ‘디아스포라’인 셈이거든요. ‘디아스포라’가 생소해 보여도 실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살던 곳을 떠나 온 난민∙탈북민, 재개발이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뿌리내렸던 ‘공간’에서 떠나야 했던 이들. 그 외에도, 혐오와 차별 시선으로 사회 ‘비주류’로 떠밀리는 이들 모두가 우리 시대의 디아스포라였다. “‘디아스포라’가 우리와 아주 먼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난민 문제만 해도, 아직은 다른 나라 일 같이 들리겠지만 우리 이야기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제3국에서 한국으로

동네가 떠도, 동네를 떠나는 사람 없어야

성동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 초입에서 디자인 회사 ‘소울스프(Soulsoup)’를 운영하던 방장혁 대표는 지난 4월 말 쫓기듯 사무실을 옮겨야 했다. 2013년 3월, 지저분한 식품 창고였던 15평 공간에 손수 페인트칠과 바닥 공사를 하며 안착한 보금자리였다. 애착이 남달랐지만 버틸 도리가 없었다. “구정 끝날 무렵, 갑자기 건물주가 우리 공간에 직접 카페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동네가 뜨면서 언젠가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어요.” 인근 부동산에 확인한 결과 이 점포는 임대 매물로 나와 있었다.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120만원. 3개월 만에 임대료가 월 6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배로 뛴 것이다. 소위 ‘핫(hot)’한 동네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낙후된 도시환경이 개선되면서 임대료나 집값 등이 상승하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홍대(서대문구), 가로수길(강남구), 삼청동길(중구), 경리단길(용산구) 등에서 벌어진 현상으로, 최근 사회문제로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다음 타깃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역이 바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 2012년부터 사회혁신단체, 예술가 등이 둥지를 트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지역으로, 서울숲길 주택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40여 곳의 소셜벤처·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들이 동네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최근 도시재생 시범지구로 선정된 것도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지역 임차인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오는 11월로 임대 계약이 끝나는 공정무역기업 ‘더페어스토리’ 임주환 대표는 “2014년 1월에 입주했을 때, 우리 위층의 임대료가 50만원이었는데, 최근 110만원으로 올랐다더라”면서 “10월 말에 재계약을

역사와 문화의 거리 西村, 공익으로 물들다

비영리단체들의 메카로 변신한 서촌에 가다 환경운동연합-아띠인력거 ‘미세먼지 캠페인’ 품애-네트워크 고리, 지역주민 위한 사업 등 주변에 NGO 많아 단체 홍보·협업 쉬워 관광객 늘어나며 모금·기부 증가… 임대료 상승에 원주민 이탈 우려도 인왕산 자락 아래로 옹기종기 모인 한옥집, 지붕 사이로 뒤엉킨 전깃줄, 좁은 골목길의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방들…. 통인동·옥인동·필운동 등 경복궁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마을, 서촌(西村) 풍경이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이 마을에 언젠가부터 비영리단체 사옥이 하나 둘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유니세프·아름다운재단·푸르메재단 등 유명 단체부터 이제 막 문을 연 국제구호·예술단체까지, 어느덧 수십 개의 공익단체가 골목마다 눈에 띌 정도다. 비영리 조직의 메카로 떠오른 서촌. 이유가 뭘까. “느린 호흡으로 보면, 이곳의 역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3일 만난 백시영 아띠인력거(지도 14) 공동대표는 건물 모퉁이를 돌 때마다 서촌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풀어냈다. 시인 서정주가 머물면서 문학 동인지 ‘시인부락’을 탄생시킨 보안여관,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특수교육기관인 국립서울농학교, 영화 ‘효자동 이발사’의 소재가 된 형제이발관 등 골목마다 역사의 숨결이 묻어있었다. 오르막길을 따라 인력거를 끌던 백 공동대표는 “우리 동네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면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았다. 아띠인력거는 삼륜자전거로 서촌과 북촌 투어 및 해설을 진행(1시간에 2만5000원)하는 사회적기업으로, 2012년 설립됐다. 그는 “우리처럼 관광 및 교육적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 잡은 단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아름지기재단(지도 12)은 2013년 북촌에서 서촌으로 사옥을 옮겼다. 전통문화의 보존 및 현대화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 성격에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