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독점, 담합… 거대 제약사들의 횡포를 막을 방법

나탈리 에르놀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정책국장 인터뷰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폐렴은 전 세계 아동의 가장 큰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매년 140만 명의 5살 미만의 어린이가 폐렴으로 목숨을 잃는다. 특히 저개발국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매년 약 100만명, 하루 평균 2500명의 아동이 폐렴으로 사망하고 있다. 무려 71%에 해당되는 수치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제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나탈리 에르놀(Nathalie Ernoult·52)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정책국장을 서울 강남구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서 “비극은 비단 폐렴에서 끝나지 않는다”면서 “C형 간염, 후천성 면역 결핍증(HIV·에이즈),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증(HPV) 등 예방과 관리가 가능하지만 열악한 의료 시스템과 비싼 약값으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 케이스는 무수히 많다”고 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독점 등을 통해 약을 매우 비싸게 팔면서 필수 의약품들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필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한국 정부와 국내 제약사들이 주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르놀 정책국장은 지난 20여년 간 기아대책행동(Action Against Hunger), 국경없는의사회 등에 활동한 국제 구호 전문가다. 기아대책활동 보스니아, 체첸 공화국, 서아프리카 사무소 등 다양한 분쟁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분쟁, 자연재해, 경제위기로 위기에 처한 지역민들을 위해 활동했다. 현재는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사무소에서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액세스 캠페인)의 지역 정책 및 옹호(advocacy)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또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내 시민사회 위원회에서도 국경없는의사회 대표로 참여하고 있다. 국제적 민간

에이즈 감염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빅핸즈’ 카페를 가다 “얘랑 같이 살수 있을까요?” 부모님이 첫번째로 물어본 질문이었다. 의사는 “다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집에서 화장실을 따로 썼다. 알아서 식사시간을 피했다. 설거지도 따로 했다. 옷도 따로 빨았다. 자칫 잘못하다 국에 숟가락이라도 닿으면 아버지의 윽박이 날아왔다. ‘그 날’ 이후 늘 그랬다. 상훈(가명)씨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을 가족들에게 밝힌 날, 아버지는 한숨을 쉬었다. 누나는 어머니를 불렀고 어머니는 연신 “괜찮다”며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눈물 흘리는 그에게 아버지는 휴지를 건네며 “조심해야지, 이거 옮으면 어떻게 하려고”라고 했다. ‘그 날’ 이후 가족들이 점점 멀어져 갔다.  ‘감염인과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아요’ ‘악수, 포옹 등의 신체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아요’ ‘감염인이 요리해서 함께 먹는 식사로는 감염되지 않아요’ 대구 반야월역 2번 출구를 빠져나와 금호강변으로 걷다 보면, 외딴 카페 하나가 나타난다. 카페를 들어서면 여느 카페와 다름없이 음악소리와 커피 내음이 어우러져 다가온다. 하지만 곧장 나타나는 좁은 통로를 지날 때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깨는 문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통로를 지나자마자 카운터에 서 있던 종업원이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벽면 곳곳은 감염인들이 그린 그림들로 장식돼 있다. 창가에서는 밝은 햇살과 넓은 금호강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곳은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빅핸즈’ 카페이다. 2013년 설립된 ‘빅핸즈’ 카페는 국내 최초의 에이즈 협동조합이다. 현재 총 26명의 조합원이 일하고 있으며 이 중 6명은 에이즈 감염인이다. 이들은 올해로 5년째 에이즈에 대한 인식개선활동과 감염인의

“폐렴 백신 있는데, 왜 매년 100만명이나 목숨을 잃을까요?”

엘스 토릴 국경없는의사회 액세스 캠페인 총괄 인터뷰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제약회사에 필수의약품 가격 인하, 복제약 연구 지원하기도    “제네릭(복제약)의 글로벌 접근성 제한 말라.” 최근 인천에서 16개국이 모인 제20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의 화두였다. 국제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한국과 일본 정부에게 “적정 가격으로 형성된 복제약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조항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RCEP은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에 영향을 미치는 다자간 무역협상이다.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ASEAN) 10개국과 자유무역 협력국인 한국, 일본, 중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에서 지난 17~28일까지 참가했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정부는 제약사들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확대해 각 기업의 영향력을 연장하는 조항을 RCEP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복제약을 통한 시장 경쟁과 무역을 제한, 필수의약품 접근성을 더 낮추는 ‘개악’이라는 게 국경없는의사회의 입장이다.  제약사들의 가격 구조와 필수의약품 접근성.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지난달 27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개발도상국백신제조사네트워크(DCVMN)’ 컨퍼런스 참가를 위해 방한한, 엘스 토릴(Els Torreele) 국경없는의사회 캠페인 총괄을 만났다. 그녀는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캠페인(이하 ‘액세스 캠페인’)을 책임지고 있다. 엘스 토릴은 생명공학 연구자와 비영리단체 활동가로 시작, 소외의약품 개발 비영리단체 공동 창립자를 거친 바 있다. 그녀가 털어놓는 필수의약품 접근성의 실태, 왜곡된 의약품 가격 책정 구조 등을 들어보자.    ◇1만달러에서 100달러로 낮아진 치료제, 수십만 목숨 살려 토릴 총괄이 이끄는 ‘액세스 캠페인’은 199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수익금으로 시작하게 된 캠페인이자 국경없는 의사회 산하기구다. 개발도상국에서 꼭 필요한 약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도록 제약회사 등을 압박하고 문제를

[데이터로 읽는 제3섹터] 글로벌펀드 한국 정부 기여금, 한국 기업 조달 매출액의 15% 수준

대한민국은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입니다. 쉽게 말하면, 원조를 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부자나라로 바뀐 게 우리나라 한 곳뿐이라는 말입니다. 1945년 이후부터 1999년까지 약 127억 달러의 원조를 받았으며, 1995년 세계은행의 차관 졸업국이 됐습니다. 2010년부터는 OECD 공여국 모임인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ittee)에도 가입했습니다.  원조는 경제 성장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줬을까요. 한국은 6·25전쟁 이후 1970년대 말까지 44억 달러 규모의 해외 원조를 받았다고 합니다. 한화로 약 5조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당시 해외원조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한 비중은 연평균 국민총생산(GNP)의 12% 정도였다고 해요.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ODA를 통해 정부는 개도국에 (유)무상원조, 기술협력 등을 지원합니다. 유상원조의 경우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사업 형태로 진행됩니다. 기금이 전달되는 개발도상국에 한국 업체가 ‘인프라 개발사업’ 등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UN기구, EU기구 등 국제기구를 통해 출연금을 지원하는 다자간 원조가 있습니다. 총 18억5674만 달러의 공적개발원조 금액 중 13억9577만 달러가 양자간 원조(무상 및 유상원조)로 집행됐으며, 4억6097만 달러는 다자간 원조 자금으로 사용됐습니다(2014년 기준). 다자간 원조는 양자간 원조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 5일, 다자간 공적원조 기관 중 한곳인 글로벌펀드의 크리스토프 벤(Christoph Benn) 대외협력 이사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글로벌펀드는 지난 2002년, 각국 정부, 시민사회기관, 연구소, 기업과 재단 등이 협력하는 민간공공 파트너십(public private partnership) 기금입니다. 전세계에서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날 크리스토프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④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결핍

  오승훈의 공익마케팅 얼마 전 야외에서 큰 행사를 치르는데, 행사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지상에서 찍기엔 한계가 있고, 주위에 높은 건물도 없었다. 드론이 있었다면 여러 각도에서 멋진 항공 촬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혹 지방에 강의를 다녀오다 보면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곳이 있다. 이때도 ‘드론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나는 드론이 없다. 내게 드론은 결핍되어 있다. 아침에 옷장을 열었는데 ‘입을 옷이 없어요, 입을 옷이…’하고 푸념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당신이 패션에 민감한 여성이고 환절기라면 더욱더. 실제 옷장에는 옷이 있지만, 당신의 머릿속에는 옷이 없다. 이것이 결핍이고, 니즈다. 마케팅에서 니즈(needs, 욕구)는 ‘결핍을 지각하는 상태’로 정의된다. 자신에게 무엇인가 부족하거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지각된 결핍을 메우는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다. 고픈 배를 메우고, 불안전한 주거를 메우고, 불편한 생활을 메우고, 부족한 지식을 메우고, 낮은 지위를 메우려 하고, 허전한 마음을 메우려 한다. 결핍을 메우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 요구(Wants)다. 요구는 문화와 개인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다. 배고플 때 미국 소비자는 햄버거, 스테이크 등이 생각나지만, 한국 소비자는 설렁탕, 김치찌개를 떠올린다. 여기에 구매력을 더하면 수요(Demands)가 된다. 배고픈 니즈에 김치찌개에 대한 요구가 있다 하더라도, 돈이 부족하다면 수요는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이들이 손을 씻게 하려면, 먼저 그들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를 발견하고 이해해야 한다. 만약 그들에게 장난감이 풍족하게 있었다면, 다시 말해 니즈가 없었다면 아이들은 투명 비누로 손을 씻지

우리가 몰랐던 그들 마음속 숨겨둔 이야기

편견… 우리가 몰랐던 사람들 우리는 편견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익숙치 않은 모습을 보면 손가락질 하고,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곤 합니다. 에이즈 환자, 고령지 예술인, 아마추어 작가, 여성 택시기사 등 우리가 접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못 읽는다고?’ ‘청각장애인은 듣지 못할 뿐, 글 읽는 건 문제없을 거야’…. 보통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일반적 생각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떨까. 청년 기자들이 만난 우리 이웃 중에는 편견과 통념을 깨는 이야기를 털어놓은 이가 많았다. 편집자 주 #1 “안마사 말고 교육자 되고 싶어” -중도 시각장애인 김태연씨 김태연(43)씨가 시각장애 1급 진단을 받은 것은 28세 때. 설상가상으로 백내장도 진행됐다. 형광등 불빛이 숟가락에 반사되는 것도 견디기 어려웠다. 부모님과 같이 살 수가 없었다. 창문에 선탠지를 바르고, 암막 커튼을 치고 혼자 4년을 살았다. 실로암 복지관의 문을 두드린 것은 ‘할 일’을 찾기 위해서였다. “시각장애인도 대학에 갈 수 있어요.” 복지관에서 만난 시각장애인 동료의 한마디가 뇌리에 박혔다. 김씨는 사범대에 진학해 영어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시각장애인이 되기 전, 학습지 선생님으로 활동했었던 경력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김씨는 불혹(不惑)의 나이에 이화여대 영어교육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교재’ 문제였다. 학기 초가 되면 비상이다. 김씨는 “점자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거나 볼 수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시각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분들이 정말 적다”고 했다. 실제 점자를 읽고 해독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전체 시각장애인의 5% 정도(2014년 기준). 많은

[Cover story] “포경수술 한 번이면 에이즈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에이즈 예방사업 펼치는 김진호씨 “남성 한 명이 수술하면 여성·태아 감염률 함께 감소 산모 10만명 중 1100명 사망 임신부 등록 시스템 만들어 산전 관리·병원 분만 지원” “현장에서 빛나는 정책 개발‥·앞으로도 계속 될 겁니다” 지난 2005년에서 2007년 사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우간다에서 이뤄진 각각의 연구는 남성 포경수술이 HIV/AIDS(이하 에이즈) 감염을 50% 이상 감소시키는 높은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에이즈(UNAIDS·HIV/AIDS 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산하기구)는 에이즈 감염이 심각한 지역에 남성 포경수술을 강력히 권고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모든 남성이 포경수술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200만건, 20년간 570만건의 새로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으며 30만명의 에이즈 사망 또한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국제 에이즈(AIDS) 콘퍼런스에서 빌 게이츠는 연설을 통해 “에이즈 예방책으로 포경수술과 모자수직감염예방, 두 가지 전략에 집중해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대륙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 말라위(Malawi)에서 포경수술 사업을 통해 에이즈 예방사업을 펼치는 대한민국 청년이 있다. 바로 ‘프로젝트 말라위(www.project-malawi.org)’를 진두지휘하는 김진호(31)씨가 그 주인공. ‘프로젝트 말라위’는 아프리카미래재단과 대양누가병원의 합작 프로젝트로, 작년 9월부터 말라위 릴롱궤 지역에서 에이즈 예방사업, 모자보건 증진사업 등을 진행하는 국제 의료·보건 사업이다. 김씨는 “한 번의 수술만으로 에이즈 감염률을 50% 이상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남성의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당연히 여성의 감염률, 태아의 수직 감염률을 떨어뜨리는 선순환도 가져오죠”며 포경수술을 통한 에이즈 예방사업의 의의를 설명했다. 프로젝트 말라위는 효과적인 에이즈 예방을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