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아동
무너지는 그룹홈…정부 지원 절실해

#1. A 씨(21·여)는 일곱 살 때부터 작년까지 그룹홈에 살았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 5~7명이 관리자 2~3명과 함께 일반 가정집에서 생활하는 주거 형태다. 대규모 양육시설이 아닌 가정집에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게 그룹홈의 가장 큰 특징이다. A씨는 무려 14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그룹홈 식구들을 둘도 없는 ‘가족’처럼 느끼며 자랐다. 가족이라 생각했기에 복지사가 손찌검을 해도 ‘사랑의 매’라고 여기며 자신을 설득했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욕설을 하며 나무라도 꾹 참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A씨의 마음속 상처는 깊어졌고, 결국 복지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소된 복지사가 다른 그룹홈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룹홈에서 “제일 큰 언니로서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다”며 A씨를 쫓아낸 것. A씨는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망연자실했다. 이후 다른 그룹홈에 입소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다른 거처를 알아보던 끝에 숙식이 제공되는 골프장 부속 레스토랑을 찾아 현재 그곳에서 1년째 일하고 있다. A씨는 “그래도 여전히 내가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건 그룹홈 식구들뿐”이라고 했다. “인권위 제소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더라면, 하고 후회하곤 해요. 결국 유일한 가족마저 잃게 됐으니….” #2. B씨(20·남)는 7년을 그룹홈에서 보내고 올 1월 그룹홈 퇴소 의무 나이인 만 19세가 돼 독립했다. 7년간 B씨는 그룹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사고를 내 다른 그룹홈으로 보내지는 친구들을 여럿 봐왔다. 복지사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은

가족이 남긴 상처, 시설에서 마음을 치유한 아이들

#1 2016년 어느 겨울 밤, 지선(가명·15)이와 언니, 남동생은 ○○원에 왔다. 한밤중 급하게 나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였다. 세 남매는 수년간 아빠의 거친 욕설과 폭력을 견뎠다. ‘훈육’으로 시작된 매질은 갈수록 강도가 심해졌다. 견디다 못한 세 남매는 이웃에 도움을 청하면서 지옥같던 친부의 학대에서 벗어났다. 안전한 시설로 왔지만 지선이에게는 상처가 남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몸집이 큰 남자를 보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지선이는 고등학생 오빠의 작은 장난에도 버럭 화를 냈고, 학교 남학생이 말을 걸면 짜증으로 대꾸했다.  #2 “원래 이렇게 태어난 건데요. 어렸을 적 이야기는 할 말도 없고 기억하기 싫어요.” 동현(가명·17)이는 고등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거리를 전전하다 □□원에 왔다. 아이는 선생님의 질문에도 눈만 꿈뻑이다 “네, 아니오”만 했고, 무기력하게 구석 자리를 지켰다. 방화, 현금 및 스마트폰 절취. 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동현이의 과거는 파란만장했다. 이혼 후 재혼한 동현이 아빠는 몇달씩 가출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아이를 포기했다. 동현이는 청소년이 되기까지 어디에서도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없었다. 4592명.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부모의 빈곤과 실직, 학대, 가출, 미혼모·부 등으로 아동복지시설, 위탁가정 등에 보내진 국내 아동의 수(보건복지부, 2016년 요보호아동 발생 및 조치현황)다. 한국아동복지협회에 따르면, 불안정한 양육환경을 경험한 아동은 심리·정서적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내면의 문제가 행동으로 표출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실제 해당 아동의 34%(1540명)는 학대를 경험한 피해 아동이다. 시설 아동에 대한 심리 치료·재활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보건복지부는 2012년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아동복지협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올해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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