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회계
[비영리 회계의 선] 비영리 ‘소진’의 경제학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영업사원은 고액의 연봉을 받는다. 돈을 벌어다 주는 노동은 곧바로 ‘가격’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의 무너진 구석을 메우고 생태계와 사람을 지키는 비영리 활동가들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처우는 대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문다. 왜 사회를 지키는 이들의 노동은 늘 헐값으로 평가될까. 이 불균형의 뿌리는 깊다. 자본주의의 출발점에서 아담 스미스 이후 형성된 고전경제학의 전통은 노동을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으로 구분해 왔다. 이후 경제는 오직 가격표가 붙은 물질적 성과에만 높은 점수를 매겨왔다. 시장은 “얼마나 사회에 필요한가”보다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판단한다. 그 결과 가치(Value)는 가격(Price)에 종속됐고, 예방·돌봄·회복처럼 ‘발생하지 않은 손실’은 숫자가 되지 못했다. 여기에 비영리 활동가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더해진다. 공익활동은 의미 있는 일이기에 낮은 보수를 감수해야 한다는 암묵적 기대가 작동한다. 사명감은 존중의 대상이 되기보다 가격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국가의 재정으로 부담해야 할 사회적 가치는 개인의 희생으로 전가된다. 기부금은 오직 수혜자에게만 쓰여야 하며, 그 전달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사용되면 부도덕하다는 인식 역시 사회 전반에 깔려 있다. 문제는 활동가만이 아니다. 비영리 세제와 회계는 영리법인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워 전문가들조차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럼에도 영리 부문과 비교하면 시장가에 한참 못 미치는 보수가 당연시된다. 결국 유능한 전문가들은 비영리를 떠나고, 현장은 갈수록 낙후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2017년과 2018년, 공익법인회계기준을 만들고 비영리 세제 개편을 심의하며 필자가 꿈꿨던 것은 ‘투명한 시스템’이었다.

[비영리 회계의 선] 반쪽짜리 투명성, 미완성된 비영리 회계기준

우리나라 비영리 세제는 70년의 역사를 거치며 단계적으로 변화해 왔다. 그렇다면 비영리 회계기준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연표로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비영리법인의 법적 형태와 설립 근거에 따라 서로 다른 회계규칙을 개별적으로 마련해 운용해 왔기 때문이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1966년 제정),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대학 적용, 1981년 제정),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1988년 제정),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병원급 적용, 2003년 제정), 공기업·준정부기관 회계규칙(2007년 제정), 장기요양기관 재무·회계 규칙(2018년 제정) 등이 그 예다. 즉 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등 특정 유형의 비영리법인에는 각자의 회계규칙이 존재했지만, 민법상 재단법인과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 전반을 포괄하는 통합 회계기준은 오랫동안 마련되지 않았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회계기준원은 2003년 ‘비영리조직의 재무제표 작성과 표시 지침서’를 발표했고, 2017년에는 ‘비영리조직회계기준’을 제정했다. 다만 이 기준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기준에 머물렀고, 국내 실무와 괴리가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공익법인회계기준의 제정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2017년 봄쯤 기획재정부로부터 공익법인회계기준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 참여 요청을 받았을 때, 비영리법인 업무를 수행해 온 회계사로서 반가움이 앞섰다. 돌이켜보면 비영리법인 업무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들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공인회계사가 조직의 재무상태와 운영 성과를 설명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화된 회계기준이 부재했던 구조적 문제였다. 각 법인이 관행과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작성한 재무제표가 서로 비교 가능할 리 없었고, 회계 정보의

[비영리 회계의 선] 70년 공익법인 세제, ‘의심’에서 ‘신뢰’로 나아갈 때

30년간 공인회계사로 일해 왔다. 그중 20년은 비영리법인과 공익법인 회계와 세무에만 매달렸다. 시민사회단체와 재단법인의 이사회 감사 역할도 오랜 기간 맡아 오면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회계사가 좋은 일하는 공익법인에서 할 일이 뭐가 있나요?” 1999년 사회복지사의 꿈을 품고 잠시 내려놓았던 회계사 자격증을 다시 꺼내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공익법인 세제와 회계기준의 부재가, 오히려 가장 시급한 문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익법인 세제의 역사는 ‘지원’에서 출발해 ‘관리’를 거쳐 ‘규제’로 무게중심이 이동해 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 전쟁 직후, 민간의 자발적 구호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공익사업을 비과세 대상으로 두고 출연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면제하는 세제의 틀이 마련됐다. 이후 1974년에는 출연재산의 사용계획과 진도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관리 장치가 도입됐다. 전환점은 1980년대 이후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공익법인을 상속·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1990년 주식 출연에 대해 20% 제한이 처음 도입됐다. 1993년에는 이를 다시 5%로 낮췄고, 1996년에는 세무확인 제도를 마련하며 관리의 강도를 높였다. 2000년대 들어 기부금 유용과 부실 운영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회계 투명성 확보와 사후관리 강화가 본격화됐다. 2007년 전용계좌 사용, 외부감사, 결산공시 의무가 신설됐고,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드러난 공익법인 관리의 문제점은 2017년 지정기부금단체 요건 강화, 외부감사 대상 확대, 출연재산 사후관리 강화, 결산공시 대상 확대 등 촘촘한 세제 개편으로 이어졌다. 이는 국세청의 본격적인 관리·감독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2023년부터는 종교법인을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⑥] 비영리·공익법인 설립하고 싶다면 ‘기본재산제도’부터 이해하자

기본재산제도 A to Z (1) “비영리법인 설립에 ‘자본금’이 최소 얼마나 필요한가요?”필자 주변에 비영리법인의 설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자주 묻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넷에서 ‘비영리법인 설립’에 대해 검색해 보면, 비영리 전문 법무사들도 흔히 자본금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비영리법인이나 공익법인에는 자본금이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 아직 생소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비영리·공익법인에 관한 규정 중에 ‘기본재산제도’라는 것이 있다. 영리기업의 ‘자본금’, 비영리 분야에선 ‘기본재산’으로 써야 자본금이란 영리기업의 소유자 또는 소유자라고 생각되는 자가 사업의 밑천으로 기업에 제공한 금액을 말한다. 이를 개인기업에서는 통상 ‘출자금’이라 부르고, 주식회사는 ‘자본금’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출자금이나 자본금을 낸 사람들은 소유자 또는 주주라 불린다. 이들은 기업의 이익에 대해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지분·주식을 다른 사람에서 매각하거나 기업을 청산할 때 잔여재산을 분배받을 수 있다. 또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비영리·공익법인에서는 ‘출연’(출자가 아님)된 ‘재산’에 대해 배당이나 잔여재산의 분배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출연자가 비영리·공익법인 운영에 참여하는 것도 법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영리·공익법인에서는 이른바 ‘출연금’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민법상에서는 이를 ‘출연재산’ 혹은 ‘자산의 총액’이라고 칭하며, 공익법인법상에서는 ‘기본재산’이라고 부른다.  우선 민법에서 쓰는 ‘출연재산’은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구분되는데, 영리법인의 자본금에 해당하는 용어는 기본재산만을 의미하며 보통재산은 제외된다. 기본재산은 ▲법인의 재정적 기반이 되는 재산 ▲정관과 법인등기부에 등재되는 재산 ▲법인의 존립기초가 되는 재산 ▲비영리·공익법인의 목적달성을 위해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재산 등을 이른다. ‘자산의 총액’이라는 용어는 민법상 비영리 법인의 필수

[비영리 지형도 분석 -③] 기획재정부 산하 공익법인 뜯어보니…엉터리 공시 많아

우리나라 지정기부금 단체는 총 3919곳(2017년 12월 29일 기준, 기획재정부 고시). 해당 단체들은 ‘공익성’을 인정받아 공익 사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이중 소관부처가 기획재정부인 기부금 단체는 67곳으로, 1.7%에 해당된다. 기획재정부 산하에선 KB금융공익재단이 기부금 1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KB금융그룹에서 2011년 200억원 규모로 설립한 KB금융공익재단의 총자산은 767억9000만원 상당으로, 경제 금융 교육 사업, 장학 사업, 취업 학교 운영 등에 26억원을 지출했다. 이어 사회적협동조합 신협사회공헌재단(30억357만), 아시아발전재단(20억600만), 엄홍길휴먼재단(19억2378만) 등 1년 기부금 규모가 10억이 넘는 곳이 총 4곳에 그쳤다. 신협사회공헌재단은 금융소외계층에게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15년 설립된 사회적협동조합이다. 2016년에는 총 70명의 취약계층에게 저신용자 자활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했으며,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악 교육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발전재단은 아시아 국가의 교류·협력사업과 고려인 자녀를 위한 돌봄 및 장학 사업 등을 펼치는 기부금 단체로, 한민족청년캠프와 방송통신대에 입학하는 다문화 학생 대상 장학 지원 등에 약 6000만원 을 지출했다. 엄홍길휴먼재단은 네팔 휴먼스쿨 건립 등에 약 11억을 지출하며, 해외사업비 지출이 73%에 달했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6억9779만), 한국가이드스타(4억7183만), 국가미래연구원(4억4485만) 등 5~7위에 해당되는 기부금 단체들은 ‘연구 사업’에 특화된 성격을 보였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은 건전재정포럼 등 국가재정 분야별 연구 사업을 진행하며, 한국가이드스타는 공익법인의 회계정보와 사업내용을 비교·검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분석자료를 제공하는 기부금 단체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서강학파’ 출신의 보수 경제학자로 알려진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부의장이 설립한 싱크탱크다. 국가미래연구원의 기부금 지출 명세서를 확인하면 기부금 4억원 중 일반관리비와 홈페이지 운영비 명목으로 약 3억5000만원을 지출했으며, 관리운영비 비율이 약 87%에 달한다. 조사연구비 및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④] 공익법인 회계 기준 韓·美·日 비교 분석

올해 시행된 공익법인 회계 기준, 어떻게 만들어졌나     새로운 공익법인 회계 기준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의 결산서류 등의 의무공시 및 외부 회계 감사에 적용되는 공익법인에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자산 가액 5억원 이상 또는 수입 금액과 출연받은 재산 가액 3억원 이상의 공익법인은 ‘공익법인 회계 기준’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해야한다. 단 학교법인, 의료법인,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등 다른 법령의 특별한 경우가 있는 경우와 공시 의무가 없는 종교법인은 이 기준 적용에서 제외된다. 즉, 이번에 시행된 공익법인 회계기준은 주로 사회복지법인 또는 공익법인에 의해 설립된 장학재단 등에 적용된다.  공익법인 회계기준은 복식부기에 의한 재무제표 작성이 원칙인데, 사회복지법인은 아직 단식부기를 채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 단 총 자산가액이 20억원 이하인 공익법인과 2018년 말까지 신설된 공익법인은 2019년까지 단식부기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필수 주석 기재사항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유예 조항을 부칙에 마련했다.  이렇게 공익법인 회계 기준이 제정된 까닭은 무엇일까. 기존까지 민법상 설립된 비영리법인에 대한 회계 기준이 별도로 제정된 바는 없었다. 1975년 공익법인법 시행령 22조에 ‘공익법인의 회계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사업의 경영성과와 수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모든 회계거래를 발생의 사실에 의해 기업 회계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었다. 영리 조직의 회계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던 것이다. 상증세법과 최근 고시된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삭제돼야함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그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①] 국내 공익법인법, 이젠 변화해야할 때

한국의 비영리 공익법인 규정, 선진국과 비교해보니    지난해부터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최순실 사태’로 인해 ‘재단법인’이란 단어가 수많은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에 비영리법인, 공익법인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은 더욱 부정적으로 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비난받을 공익법인보다는 칭찬 받을만한 모범적인 비영리 공익법인들이 더 많다.  과거 60년간 경제성장을 이뤄온 대한민국 역사에 발맞춰, 비영리 공익 분야 역시 1990년대부터 급성장해왔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비영리단체들은 기로에 섰다. 1950년대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개발원조단체 및 외국인 기부자(후원자)들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의 모습을 보고 후원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더이상 지원할 나라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비영리 공익단체들은 스스로 자립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국내 상위 10위권에 있는 비영리 공익단체들 중 다수가 해외 후원금이 끊겨 1990년대 존립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그러나 이젠 이들 단체들이 우리나라의 공익 분야를 이끌고 있으며, 전세계로 진출해 개도국을 지원하는 대형 비영리단체로 성장했다.  최근 발표된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도 ‘시민사회발전기본법’을 제정하고, 시민사회를 지원할 ‘시민사회발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시민공익위원회’ 설치 계획도 포함돼있다. 공익법인과 비영리 전반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내 비영리 공익법인 관련 제도 및 법규정은 수년 전부터 정부 및 국회에 꾸준히 건의된 이슈였다. 우리나라의 비영리 공익법인 관련 법령은 1960년 시행된 민법 규정 중 (비영리)법인 관련 항목에 일부 포함돼있다. 공익법인법 역시 1975년 제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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