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모금 시장’ 비영리단체 조직 개편 속내는?

비영리단체는 조직 개편 중    최근 밀알복지재단은 조직 개편과 함께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공중파 PD 출신 홍보 전문가가 미디어홍보부를, CJ오쇼핑에서 스카우트된 마케팅 전문가가 온라인마케팅부를 이끌게 된다. TV, 신문, 라디오 등 매체별 홍보 전략을 모금과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온라인 모금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마케팅부로 기존 팀을 격상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모금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모금 전략을 고민하는 비영리단체들의 조직 개편이 줄을 잇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1월부터 두 달에 걸쳐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모금과 홍보 기능을 결합한 것이 큰 특징. 기존 홍보실이 나눔마케팅본부와 회원실로 쪼개져 각 기능을 보강했다. 후원자를 위한 소식지, 연간 보고서를 발간하던 콘텐츠기획팀은 회원실로, 미디어·PR 등 커뮤니케이션팀이 모금과 마케팅을 결합한 전략을 위해 나눔마케팅본부로 흡수 통합된 것. 대신 온라인 홍보는 강화됐다. 마케팅팀 온라인 전략 담당 파트가 온라인팀으로 격상돼, SNS 등 온라인 홍보를 단독으로 실행하게 된다. 대중 모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액 모금에서 해답을 찾는 단체도 많다. 기아대책은 고액 모금을 전담하는 ‘메이저 기프트(Major gift)’팀을 본부(메이저 기프트 본부)로 격상시켰다. 2014년 기아대책은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필란트로피 클럽(Philanthropy Club)’을 발족, 2년 반 만에 42명이 가입했다.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임수진 기아대책 홍보팀장은 “고액 모금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모금 전략을 연계·통합하고, 교회 모금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내 최초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한 푸르메재단 역시 고액 후원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2014년 12월 1억원

대학생들이 고민하는 ‘스마트 기부’

기아대책xMYSC의 ‘기부원정대’ 최종공유회를 가다    가로 16cm, 세로 7cm. 6인치 스마트폰 크기과 비슷한 검은색 기기를 앞에 두고, 20대 여대생 세 명이 머리를 맞댔다.  김혜영(22, 고려대 사학과)씨 :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박진아(22, 고려대 간호학과)씨 : “좋은 내용의 책과 기기를 한 케이스에 넣어서 카페에 두는 거야. 사람들이 책을 읽고 힐링된만큼 자유롭게 기부하게 해보자.” 박건혜(21, 고려대 사회학과)씨 : “배터리 문제는 어떡하지, 매일 번갈아가며 카페에 가서 보조배터리를 교체해야겠다.”  세 학생의 고민은 이어졌다. 이들의 미션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스마트모금함인 ‘기대함’을 활용해 일상 속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해보는 것. ‘기대함’은 기아대책과 사회혁신 컨설팅·투자 전문 기업 MYSC와 함께 제작한 휴대가 가능한 스마트모금 기기로, 와이파이와 전원만 있으면 어디서나 기부할 수 있다. 후불 교통카드나 삼성페이를 기대함 스크린에 대면, 초기 설정된 금액(1000원 이상)만큼 곧바로 기부가 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카드를 대면 자동으로 요금이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김혜영, 박진아, 박건혜씨는 팀(팀명 FULL)을 꾸려 두 달간 직접 책을 제작하고, 모금 활동을 기획했다. 일일이 카페를 돌며 테스트를 해보고, 삼청동, 안암동 등 서울 시내 카페에도 책을 비치했다. 책 케이스 속에 ‘기대함’을 비치해, 책을 읽은 후 감동만큼 자유롭게 기부하도록 했다.  6주 간의 기간 동안 발로 뛰어다녔지만, 총 모금액은 1000원. 국제개발 분야로 진로를 준비하고 있는 박진아씨는 “역시 책상으로만 논의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직접 발로 뛰면서 실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 인형 뽑기,

‘2017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 후보자 추천 공모, 2월 20일까지

2017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PA) 후보자 추천 공모    내달 20일까지,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 위원회(APA 위원회)에서 ‘2017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이하 APA상)’ 후원자 추천 공모를 진행한다. 필란트로피는 기부(giving)와 봉사(serving), 참여(joining), 모금(asking)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미국 등에서는 흔히 말하는 자선(charity)보다 훨씬 더 폭넓은 개념으로 사용된다. APA상은 아시아의 각 지역에서 필란트로피(Philanthropy·박애주의) 정신을 묵묵히 실천해온 ‘진짜 영웅’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100인의 비영리 전문가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한다. 특히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한국사회투자, 푸르메재단, 한국여성재단, 환경재단, 한국스카우트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기아대책, 한국기부문화연구소 등 비영리기관과 대학, 병원, 법무법인, 언론사 등 100인의 비영리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연했다.  응모 부문은 총 6개 부문으로,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Philanthropist), 올해의 펀드레이저(fundraiser), 올해의 NPO(비영리단체), 올해의 여성 필란트로피스트, 올해의 청소년 필란트로피스트, 올해의 공적상 등으로 이뤄진다. 아시아에서 필란트로피를 실천하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누구나 응모 가능하다. 이메일 혹은 우편접수로 가능하며, 상세한 응모 내용은 APA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APA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수 주교는 “비영리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만들어 기부자와 봉사자들을 칭찬하고 감사하는 장을 마련하는 시도는 아시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고 필란트로피 실천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PA는 이번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100인의 비영리 전문가들이 공정한 심사를 거친 후 최종 수상자를 선발, 오는 4월 말 ‘2017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 접수 안내 (1) 기간 :

이른둥이에게 희망의 손길 내밀다

국내 첫 이른둥이 통합 서비스 기관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에 가보니 1.5㎏ 미만 아기, 특수치료·부모교육 등퇴원 후에도 이어지는 맞춤형 케어“제발 살아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동휘를 보며 유리가 온통 뿌옇게 될 정도로 울었죠.” 김혜랑(42)씨에게 1월 1일이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아들 김동휘(3)군이 세상에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임신 25주 차 만에 찾아온 산통, 김씨는 자궁 문이 열린 채 이대목동병원에 후송됐다. 880g으로 세상에 나온 동휘는 엄마 소원대로 힘을 냈다.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101일을 견뎌낸 동휘를 처음 품에 안은 날, 김씨는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동휘 가족이 넘어야 할 고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병원비 2700만원 중, 국가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1000만원 뿐. 퇴원 이후 계속되는 검사와 재활치료는 오롯이 가족의 몫이었다. “산소탱크와 포화도장치, 분유통, 기저귀, 여벌옷….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아기띠로 동휘를 업었어요. 그렇게 광명에서 이대목동병원까지 일주일에 다섯 번을 오갔습니다. 검사 때마다 ‘눈이 안 보일지도 모른다”귀가 안 들릴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말을 들었어요. 그때, 담당 교수님의 소개로 ‘도담도담지원센터’를 만났습니다.” ◇국내 첫 이른둥이 통합 지원 서비스 ‘도담도담지원센터’ 국제구호NGO 기아대책이 설립한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이하 도담도담지원센터)’는 1.5㎏미만 이른둥이 가정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육아강좌 등을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통합서비스 기관이다. 한화생명의 후원으로 2013년 이대목동병원에 문을 열었다. 의학적으로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미만, 몸무게 2.5㎏ 미만으로 태어난 아기를 뜻한다. 도담도담지원센터는 이 중 1.5㎏ 미만으로 태어나는 이른둥이가 교정 나이 두 살이 될 때까지 발달검사, 재활치료, 부모상담 등을

[공감펀딩] 나는 에이즈 아동 440명을 품은 엄마입니다

440명 에이즈 고아들의 엄마, 정하희씨  에이즈 감염률 1위, 아프리카 우간다 아무리아로 향하다 혈혈단신 아프리카 땅을 밟은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의 나이 오십 넷, 남들은 다들 인생 1막을 끝내고 여유를 찾을 때였습니다. 정하희씨는 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버려진 에이즈 아동 440명의 엄마로 살기로 한 겁니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비포장도로를 7시간 달려야만 도착하는 마을, 아무리아. 우간다에서 에이즈 감염률이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이곳에 사는 엄마는 갓난아이가 에이즈에 감염될 것을 알면서도 젖을 물립니다. 당장 굶어죽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나고 나면 아이들은 고아로 남겨집니다. 정씨는 이곳에서 8년째 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맨 처음 낯선 땅에 도착한 그녀는 마을 지도자와 교사들을 만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의 숫자는 98명. 그녀가 물었습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느냐”고. 먹는 것, 입는 것을 말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부모가 에이즈로 사망해 고아가 된 아동부터, 마을에서 쫓겨나고 학대당한 아이까지. 세상의 편견 속에서 아이들은 꿈을 꾸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영양은 물론 마을 응급 매뉴얼까지···에이즈 아동 위해 백방으로 뛰어 면역력이 약한 에이즈 아동들은 감기, 말라리아 감염만으로도 세상을 떠납니다. 2차 감염을 견딜만한 영양상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하희씨는 후원금으로 분유·면역을 강화하는 영양제 등을 먹이고, 주민들을 설득해 응급 매뉴얼을 갖췄습니다. 아이들에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마을 조직이 움직여 아이들을 돌봅니다. 에이즈 중환자를 치료하는

“후원자 만나 재능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뤘죠”

“베트남 아동을 6년째 후원 중인데 실제 보는 건 처음이에요. 사진으로만 봤던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운동장을 뛰는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납니다.(웃음)” 전 세계 10개국에서 110명의 후원 아동이 참여한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경기 첫날이던 지난 6일, 김춘옥(60)씨는 후원 아동의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 4시 대구를 출발해 아침 일찍부터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날 김씨를 포함해 아이들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1000여명에 달했다. 가장 먼저 케냐와 경기를 치렀던 페루의 하롤(14)군은 “1대0으로 졌는데도 너무 행복하다”고 웃었다. 그는 “한국에서 난생처음 비도 맞아보고 푸른 바다도 봐서 무척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오랫동안 도와준 후원자를 만나 재능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경기 후 일대일로 만난 후원자 44명과 후원 아동들은 같은 날 저녁, 서울시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희망월드컵 개막식에서도 함께 손을 잡고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입장했다. 9년째 케냐의 클린턴(14)군을 후원해온 황동일(41)씨는 “말은 안 통해도 함께 밥을 먹고 손을 잡으니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 따뜻하고 가슴 뭉클하다”고 말했다. 특히 개막식에선 출전 선수들이 국가를 초월해 두 팀으로 나눠 화합 경기를 갖기도 했다. 드림팀의 골키퍼 펨페로(14)군은 한국 대표 선수인 홍성우(16)군이 첫 골을 넣자, 반대편 골대까지 뛰어가 성우군을 와락 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펨페로 군은 “한 팀이 돼 한마음으로 뛰다보니 어느새 모두 한동네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몸이 향했다”고 웃었다. 한편 지난 8일 열린 결승전 끝에, 이번 희망월드컵의 최종 우승컵은

우간다에서 온 편지…”축구하는 매일이 새로워요”

한국에 계신 후원자님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파이어스 오쿠루트(Pius Okurut)예요. 올해 12살이고, 우간다 쿠미(Kumi) 지역에 있는 은예로(Ngero) 초등학교 7학년에 다닌답니다. 사실은 자랑할 일이 있어요.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가거든요. 9월 6일이니까, 이제 50일밖에 안 남았어요. 한국은 어떤 곳인가요? 그곳도 예전엔 우간다처럼 가난했었다고 ‘언티(Aunty)’ 조이가 말했어요. 참, 조이는 2010년도에 한국에서 이곳으로 온 기아대책봉사단이에요. 한국 이름은 이명현이지만, 우리 동네 사람들은 모두 ‘언티 조이’라고 불러요. 제가 왜 한국에 가냐구요? 축구하러 가요. 전 우간다 대표팀 수비수거든요. 진짜 월드컵은 아니지만,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이 서울에서 열린대요. 케냐부터 브라질까지 10개 나라에서 한국의 후원자님들이랑 결연을 맺고 있는 어린이가 110명이나 모인대요. 벌써부터 긴장되고 기대돼 잠이 안 와요. 우간다에서 축구는 진짜 인기가 많아요. 프리미어 리그가 시작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텔레비전이 있는 식당에 모일 정도죠. 하지만 제 형편에 진짜 축구를 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우리 동네는 전기랑 수도도 제대로 없는 곳이어서 축구용품을 구하기 힘들거든요. 저희 아빠는 3년 전 후천성면역결핍증(HIV)으로 돌아가셨어요. 집에서 기르는 소하고 조그만 텃밭이 우리 가족이 가진 전부죠. 원래 운동을 잘하는 편도 아니에요. 또래에 비해 키도 작고, 몸무게도 29㎏밖에 안 되거든요. 이렇게 조그만 제가 어떻게 희망월드컵 대표팀으로 뛰게 됐는지 궁금하시죠? 조이는 제가 친구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어요. 우간다 대표팀 11명 모두 ‘열심히 하면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의 증거라고요. 희망월드컵 참가 준비를 시작하고 나서, 매일 매일이 새로워요.

호수에 떨어진 물방울처럼…우간다에 축구가 가져온 변화

    지난 5일, 공휴일로 지정된 라마단(Ramadanㆍ이슬람 교리에 따른 금식 기간)의 마지막 날. 한산해야 할 은예로 초등학교가 100명에 가까운 인파로 북적였다.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에 출전하는 우간다 대표팀과 인근 모리타(Moruita) 지역 어린이 축구팀의 친선경기가 열렸기 때문. 모리타 지역 아이들은 원정경기를 치르는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1시간 넘게 걸어서 이곳에 왔다. 응원 열기가 아프리카의 태양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무렵,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전은 빨간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희망월드컵 팀의 우세였다. 큰 키의 조셉(Joseohㆍ17)은 빠르게 파고드는 상대편 공격수의 뒤를 철저히 마크했다. 여성 플레이어인 아포(Apooㆍ14)의 블로킹은 또래 선수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오팀(Otimㆍ14)은 빠른 스피드로 공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 상대를 위협했다. 상대의 골문 앞에서 몇 번이나 아슬아슬한 찬스가 날아가고, 숨 막히는 전반전이 0대0으로 종료됐다. 지난 4개월간 아이들의 훈련을 맡아온 코치 오첸(Ochenㆍ22)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라자루스(Lazarus·14), 골문 앞에서 날아오는 공을 쫓아갈 땐 꼭 ‘마이볼(My ball)’이라고 외쳐. 그래야 수비수와 동선이 꼬이지 않으니까. 조셉! 그라운드 안에선 더 크게 이야기해야지. 너는 캡틴이니까 뒤에서 누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수비라인이 부실한지 팀원들에게 계속 이야기를 해줘야 해. 지미(Jimmy·12)는 상대 팀이 크다고 해서 움츠러들지 마. 우리 팀에는 너처럼 야성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꼭 필요해. 그리고 오파사(Opasa·13), 넌 우리 팀의 스트라이커잖니. 네가 골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뛰어야 해. 알았지?” 팽팽했던 전반전과 다르게 후반전이 시작되고 골은 희망월드컵팀 진영을 맴돌았다. 재정비를 마친 모리타 팀의 공세가 매섭게 이어졌다. 몇 번이나

“혹시 알아요? 세계적 선수가 여기서 나올지?…안정환 희망월드컵 대회장 인터뷰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 대회장 스포츠해설가 안정환 인터뷰“어린 시절, 가난 벗어나기 위해 축구로 성공하겠다 다짐 의식주도 힘든 개도국 아이들도 ‘희망월드컵’ 통해 꿈 펼치길…” “어린 시절, 너무 배고파서 먹을 걸 얻으려고 축구를 시작했어요. 축구하는 동안에는 내가 주변 친구들과 다르다는 생각이나 일상생활의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죠. ‘이걸로 꼭 성공해야겠다’는 목표의식도 생겼고요. 제가 축구를 통해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했듯이 ‘희망월드컵’에 참가하는 아이들도 한 번 모든 것을 쏟아부어봤으면 좋겠어요. 축구는 독하고 힘든 운동이지만, 아이들의 삶에 좋은 양분이 될 거라 믿습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를 거쳐 최근 예능프로그램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포츠해설가 안정환(40ㆍ사진)이 오랜만에 그라운드로 컴백한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의 대회장을 맡으면서다. 희망월드컵에는 한국을 포함해 네팔, 우간다, 베트남, 브라질 등 전 세계 10개 국가의 어린이 110명이 참가한다. 국가별로 여자 어린이(3인 이상)를 포함한 9명의 주전선수와 2명의 ‘와일드카드’가 한 팀을 이루며, 9월 6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막식을 진행한다. 주거ㆍ영양ㆍ교육ㆍ의료 등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축구’는 어쩌면 시작하기 힘든 운동일지 모른다. 안 대회장 역시 의문을 갖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하려면 필요한 장비가 한둘이 아닐 텐데,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과연 할 수 있을까?” 평소 가난한 아이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는 안 대회장에게 희망월드컵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후원을 통해 축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친구들이 함께 모여

악기 배운 지 3년 만에 서울대 입학… 꿈을 찾은 비결

기아대책·GS샵 음악 지원 사업 ‘무지개 상자’ 10년째 1만명 아이들 악기·음악 교육 지원 서울대 음대 입학, 강원예고 합격 성과 거둬…   “39번 입장하세요.” 트롬본을 손에 쥔 학생의 얼굴이 잔뜩 경직됐다. 두 차례에 걸친 100%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단 두 명만 신입생으로 선발된다. 주어진 시간은 3분. 수천 번 연습한 멜로디를 떠올리며 간신히 연주를 마쳤다. “지원자의 90% 이상이 예고 출신이었어요. 재수는 기본이고 다섯 번째 도전하는 경력자도 있더라고요. 내년을 기약하자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이 있는 거예요. 너무 기뻐서 옆에 있는 친구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어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비전학교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이솔아(20)씨는 그날을 떠올리며 웃어보였다. 이씨는 올해 21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대 음대 기악과에 입학했다. 그녀가 트롬본을 제대로 시작한 지 3년 남짓. 예중·예고를 거쳐 최소 10년 넘게 준비하는 경쟁자들 속에서 맺은 기적이다. 지난해엔 서울대 음대 관악 동문회가 주최하는 전국 관악 콩쿠르에서 1등을 거머쥐었다. 비결이 무엇일까. 이씨는 “10년간 나를 지켜보고 응원해준 ‘무지개상자’ 덕분”이라고 귀띔했다. ◇10년간 약 1만명···자신감과 꿈을 찾은 아이들 무지개상자는 기아대책이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행복한홈스쿨’ 아동들에게 바이올린·플루트·트럼펫 등 클래식 악기 및 음악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5년 저소득층 아동의 문화·정서 지원 필요성을 느낀 기아대책과 GS샵의 협력으로 시작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당시 결식아동이 이슈였어요. 막상 아이들을 상담해보니 ‘배고프다’는 말보단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입을 모으더라고요. 아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클래식 악기를 지원하고,

‘명품 NGO’ 만드는 게 꿈… 투명성·사명감이 핵심

기아대책 유원식 회장 인터뷰 “출근 첫날, 첫마디가 ‘웃으면 안 됩니까?’였습니다. 직원들 얼굴이 하나같이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다들 ‘허허실실’로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유원식(57·사진) 기아대책 6대 회장이 취임한 지 두 달, 조직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회장실은 작은 방으로 옮겨졌고, 식물 한 포기 없던 사무실 구석구석에 나무가 놓였다. 복도와 계단 곳곳에는 간사 자녀들이 그린 그림 액자가 여럿 걸렸다. 1981년 삼성전자 입사 후 HP PSG그룹장,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대표이사, 한국오라클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12년 CEO’ 경력을 자랑해온 그가 돌연 자신의 이력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을 추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설립 25년 사상 최초로 선임된 기업 전문 경영인 출신 회장이 그리는 기아대책의 미래를 들었다. ―취임 후 지난 두 달간 어떻게 지냈나. 전문 경영인에서 비영리단체 회장으로 변신한 소회가 궁금하다. “‘감사’와 ‘행복’ 두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사람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항상 고민한다. 인생의 전반전은 잘하는 일(기업 경영)을 하며 보냈다.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페스탈로치(1746~1827·스위스 교육학자)를 존경하고, 커서 보육원 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소년이었다. 인생의 후반전을 맞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무척 감사하다. 기아대책 가족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행복이다. 직원 중에는 이전 직장의 연봉 절반만 받고 온 사람도 있다. 그만큼 일에 대한 사명감과 동기가 강하다. 이사진이 ‘직원들은 간사가 아닌 천사’란 말을 할 정도다.” ―기아대책은 지난 1년간 회장 선임에 무던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4년 동안 회장을 맡아온 고(故) 정정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