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가명·3)이는 엄마 뱃속에서 예정일보다 두 달 먼저 나왔다. 쌍둥이 중 둘째였다.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뇌출혈 증세를 보였다. 첫째는 피가 곧 멎었지만, 지훈이는 응고된 피딱지가 뇌 속 관을 막았다. 뇌에 물이 차오르는 ‘뇌수두증’이었다. 물을 빼는 기계와 연결하기 위해 뇌에 관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 몸무게는 2.27㎏. 선천적으로 아래턱뼈가 발달이 덜 된 ‘삐에로 로빈증후군’으로 스스로 호흡도 못 했다. 기관지가 약해 20㎖ 젖병 하나를 먹는데만 두 시간이 걸렸다.
“아이가 아프면서 굉장히 힘들어졌습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엄마 이희경(가명·41)씨의 삶은 송두리째 변했다. 부산의 한 정수기 회사 코디네이터로 일하던 이씨는 쌍둥이를 임신하면서 사표를 냈다. 남편은 가구공장에서 매일 야근과 지방 출장을 다닌다. 쌍둥이를 가진 기쁨도 잠시, 두 아이의 의료비가 부부를 나락에 빠뜨렸다.
“시험관 시술도 무리해서 받았는데, 두 아이의 수술비와 중환자실 비용으로 400만원이 더 들었어요. 지훈이는 감기에 걸릴 때마다 호흡을 못해 입원하는데, 그때마다 20~30만원씩 병원비가 나가요. 빚이 계속 늘어요.”
남편의 월급과 지난 겨울부터 받는 의료급여를 합쳐서 한 달 수입은 150만원 남짓. 생활비와 의료비를 충당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그녀는 “친정 부모님 도움으로 생활비를 쓰지만 아직 남은 빚이 600만원이나 된다”며 “힘들게 일해도 나가는 돈이 더 많으니 남편도 허탈해한다”고 말했다.
두 돌이 지난 지금도 지훈이는 걸음마를 못 뗀다.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백질 부위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운동 신경의 발달을 돕는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씨는 지난 1년간 일주일에 두 번씩 경기도 포천에서 서울까지 왕복 3시간 넘게 외래 재활치료를 다녔다. 그 사이 친정어머니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첫째를 돌본다. 첫째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아 두 달에 한 번 검사를 받지만 상대적으로 건강한 편이다.
“솔직히 돌 전까지는 애가 느려서 그런 줄 알았지, 나머지는 신경 못 썼어요.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느라 아이에게 뭐가 더 필요한지도 몰랐습니다….”
지훈이는 소위 ‘이른둥이’라고 불린다. 이른둥이는 출생체중 2.5㎏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를 말한다. 전 세계 신생아 10명 중 한명이, 국내에선 전체 6.9%가 이른둥이다. 이른둥이의 평균 의료비는 214만원, 1㎏ 미만으로 태어나면 1000만원 이상도 든다. 정부가 출생체중별로 신생아중환자실 입원비 일부를 지원(중위소득 180% 이하, 출생체중 2.5㎏ 미만)하고, 외래진료비 개인 부담률을 10%로 낮춰줬지만, 아직 대부분의 재활치료는 보험 비급여 대상이다.
지훈이 같은 이른둥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언제 호흡기, 심혈관, 신경, 혈액 등 기관에 이상이 생길지 미지수다. 적어도 생후 3년까지는 지속적인 관찰과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값비싼 재활치료비가 많은 이른둥이 가정에 부담이다. 어린이 재활치료 시설도 부족해,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기다려야 입원이 가능하다. 지훈이는 지난 6월 간신히 서울 국립재활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이마저 3개월 기한이 다 돼 퇴원후 옮겨갈 다음 병원을 기다리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라도 치료를 더 받게 해주고 싶어요.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언젠가 일반인처럼 걷고 생활할 수 있다는데…. 아이가 커서도 걷거나 행동하는 게 자연스러웠으면, 그래서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오늘도 희망을 안고, 지훈이 곁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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