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갈 곳 잃은 ‘학교 밖 청소년’… 사회적 편견, 교육 소외 이중고

학교 밖 청소년이 코로나 여파로 갈 곳을 잃었다. 지난 8월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서비스가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은 초·중·고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뜻한다. 교육부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교육 소외는 채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에 두 번 우는 ‘학교 밖 청소년’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지난해 기준 약 39만명으로 추산된다. 청소년들이 학교 대신 찾던 주민센터나 시립도서관, 청소년기관 등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장기 휴관에 들어갔다. 못다한 학업을 이어가거나 직업 훈련을 받던 청소년들의 교육 공백은 장기화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다만 학교 안 청소년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관할이지만,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의 경우 여성가족부 소관이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18개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의 학업과 직업 등을 책임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센터가 장기 휴관에 들어가면서 청소년들이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마포구 꿈드림센터의 경우, 지난 5월 이틀만 재개관한 뒤 다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휴관에 들어갔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검정고시는 온라인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꿈드림센터 대부분은 8월 중순 코로나 재확산 이후 단계적 개관 계획마저 모두 무산된 상황이다. 오산시 꿈드림센터

보호소 머무는 유기동물 전년比 6배 증가… 코로나로 발길 ‘뚝’

“혼자서 200마리가 넘는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느라 힘듭니다. 그래도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는 봉사활동 오는 분들이 계셨는데. 지금은 혼자 다해요. 이것들도 다 생명인데, 어쩌겠습니까. 한번 버려진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겠어요. 제가 끝까지 키워야죠.” 대구시 수성구의 유기견 보호소 ‘영자네’에서는 최영자(72)씨 홀로 200여 마리의 유기견을 보살핀다. 도움의 손길은 끊긴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6개월 넘게 봉사자들은 보호소를 찾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는 유기동물들도 피하지 못했다. 전국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갈 곳을 잃고 헤매는 동물들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전국 보호소에 머무는 유기동물은 1만4030마리다. 전년 동기 2428마리에 비해 6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입양된 유기동물 수는 2만5096마리로, 전년 대비 1847마리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전국에서 접수된 유기동물 수는 9만253마리에 이른다. 해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매년 10만 마리를 훌쩍 넘지만, 보호소의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특히 유기견보호소 영자네처럼 안락사가 없는 곳일 경우 비용과 일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안락사는 안 시켜요. 다 귀한 생명인데, 어쩌다 버려져 갈 곳도 없는 애들을 누가 돌봐주겠어요.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가보면 개들이 그 좁은 데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어요. 다들 보름 내로 입양 안 되면 안락사 되는 애들이에요. 눈물 나서 그 모습 못 봐요. 불쌍해서. 그렇게는 못해요.” 최씨의 보호소는 사설 보호소다.

“예술이 주는 치유의 힘을 믿습니다”

“282북스의 ‘282’는 나뭇잎을 가리키는 ‘이파리’에서 따왔어요. 저는 사람들이 숲에서 많은 치유와 쉼을 얻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숲을 이루기 위해선 나뭇잎 하나하나가 모여야 하잖아요. 282북스가 나무의 큰 줄기를 세워두면,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는 나뭇잎이 돼요. 282북스의 역할은 숲을 조성하고 공간을 제공해주면서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는 거죠.” 282북스는 조금 특별한 출판사다. 단순히 글을 모아 책을 내는 게 아니라, 예술활동을 통해 사회에서 목소리가 작은 소수자를 사회 안으로 끄집어내고, 이 내용을 책에 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서울 선유동 소셜캠퍼스온 영등포점에서 만난 강미선 대표는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출판에 참여한 사람들이 치유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출판으로 사람들의 마음 치유한다 282북스는 출판사이지만 출판만 하지는 않는다. 치유 활동 당사자와 함께 연기·그림 등 치유 활동을 진행하고 나서야 이 내용을 담은 책이 출판된다. 출판은 활동의 결과 보고서가 되는 셈이다. 한 프로젝트에 쏟는 시간만 평균 6개월. 강 대표가 가장 주목하는 주제는 ‘혐오와 차별’이다. 그는 “예술 활동을 통해 당사자의 마음을 녹여내고, 이를 드러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없애는 게 목표”라고 했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지난해 서울시 후원으로 진행한 ‘도시의 문장들; 귀천’ 등 프로젝트가 있다. 도시의문장들은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내용을 알리기 위해 감정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는 낭독 공연을 진행했다.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가 많은 감정노동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강 대표는 “자신의 속마음을 담은 연극을 통해 많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이야기… 공동체 라디오가 담는다

“공동체 라디오는 한 마디로 ‘원래 시민 것이던 전파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전파의 주인은 시민이고 그걸 국가가 방송 사업자들에게 임대해 주는데, 이 과정에서 시민의 작은 목소리가 묻히게 되잖아요. 그래서 주류 방송에서 다루지 못하는 작은 목소리를 전하는 저희 같은 방송이 태어난 겁니다.” 서울 성산동에 자리 잡은 마포 FM은 서울 마포구와 서대문구 일부에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공동체 라디오’다. 지난 2005년 전국에서 네 번째로 세워졌다.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공동체가 운영하는 라디오 방송국으로, 인종·계층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송국을 말한다. 마포 FM 역시 홍대 인근 예술가나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기성 언론이 다루지 않는 이주민, 한부모, 비혼 가정 등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달 20일 마포FM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장지웅 마포FM PD는 “공동체 라디오는 ‘라디오’ 자체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방송”이라고 했다. “지역 사회 소수자를 포함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키우는 활동을 하는데 그 플랫폼이 라디오인 거죠. 원래 시민이 가졌어야 할 ‘마이크’를 시민과 지역 공동체에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 소수자, 비혼, 한부모…이 사회에 우리도 살고 있다’ 알리는 방송국 공동체 라디오의 장점은 ‘지역에 사는 누구의 목소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류 미디어에서 주로 다루는 기업이나 거대 정치인 소식보다는 ‘지역에 예전부터 지금까지 발언권을 갖지 못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주로 다룬다.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 지역사회 활동가 등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프로그램이 많다. 대표 프로그램은 레즈비언 프로그램 ‘L 양장점’, 60대 이상 주민을 위한

“졸업보다 창업 먼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청년 대표들

대학 졸업장보다 사업자등록증을 먼저 받은 젊은 창업자들이 있다. 이들은 MZ세대답게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학생 때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 중이다.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19 소셜벤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셜벤처 771곳 가운데 30대 미만 창업자의 비율은 40%에 이른다. 이처럼 소셜벤처 업계에서 젊은 대표의 등장은 흔한 일이지만, 학부 시절 창업한 사례는 많지 않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재조명 받는 주거·교육·의료지원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년 창업가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사회변화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청년과 장년을 잇는 주거 공유 소셜벤처 ‘허들링’ “학부 시절부터 사업을 준비했어요. 자연스럽게 주변에 있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 집중했죠. 청년들은 집이 없어 지낼 데가 없고, 정작 집 있는 시니어들은 소득이 불안정하잖아요. 청년과 시니어를 홈쉐어링으로 연결한다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노시형(28) 허들링 대표는 주거빈곤층인 청년과 시니어를 연결하는 홈쉐어링 플랫폼을 지난해 선보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 서비스로 중장년 호스트를 모집해 임대할 방을 소개하면, 조건에 맞는 대학생 게스트를 매칭하는 방식이다. 홈쉐어링은 한 집을 여러 세입자가 함께 쓰는 쉐어하우스와 다른 개념이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함께 거주하지만, 공간을 분리하고 입주 규칙을 정한다는 점에서 하숙과도 차이가 있다. 노시형 대표는 “단순히 돈을 버는 일보다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공간을 원하는데, 자식들을 출가시킨 중장년층의 집에는 방이 비어 있다는

호주제 폐지됐지만… ‘부성우선 원칙 거부’이유로는 성인 성본변경 안 된다?

30대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어머니 성을 따르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상담한 기관마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A씨가 성을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이 ‘부성주의 반대’라는 신념 상 이유였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을 바꾸는 ‘성본변경’은 법원의 허가를 받게 돼 있는데, 부모의 이혼 등 ‘일상생활의 현저한 어려움’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호주제가 폐지됐고, 분명히 판례엔 ‘정체성 문제’를 고려한다고 쓰여 있는데 왜 신념 상의 이유로는 어렵다고 하는지 답답하다”면서 “최근 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머니도 동참하게 돼 어머니의 성본 변경도 함께 신청 중인데, 둘이 함께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호주제는 없지만, 엄마 성(姓) 따르려면 ‘불편 입증해라?’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자녀가 당연히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우선주의’ 원칙에도 틈이 생겼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부성주의 반대 이유로 어머니 성으로 바꾸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가부장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법이 여전히 공고하기 때문이다. 민법 제781조 제6항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복리를 아버지의 성을 따르면 심각한 생활상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보여야 인정해준다. 서울가정법원관계자는 “성본변경을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변경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주관적인 선호로 성을 바꾼 적은 없다”고도 했다. 사실상 부성주의 거부를 이유로 성을 바꾸려는 사람은 있지만, 허가된 적은 없다는 뜻이다. 성본변경 절차 자체가 여전히 가부장제의 틀 안에 있다는 지적도

“영상 콘텐츠 전성시대… 비영리단체도 소외되는 일 없어야죠”

리듬오브호프는 지난 2014년 설립된 미디어봉사단체다. 미디어 분야 기술을 갖춘 대학생들이 모여 도움이 필요한 사례자를 알리는 영상이나 카드뉴스 등 모금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게, 지금은 80명의 봉사단이 훨동하는 단체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활동 방식은 단순하다. 기관이 리듬오브호프에 영상 제작을 의뢰하면 단원들이 사례를 검토하고 글·후원 영상·포스터 등을 제작해 모금 플랫폼에 게시한다. 활동 구조는 단순하지만 이들이 베푼 도움은 작지 않다. 이들이 만든 미디어콘텐츠를 통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용인 세브란스 병원 등과 협력해 지금까지 약 280여 가정에 총 20여억원의 후원이 진행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리듬오브호프는 정식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0일 만난 리듬오브호프 이진혁 대표는 “정식 법인 등록을 마친 후 전국 대학에 지부를 설립해 보다 폭넓은 미디어 봉사활동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을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예산 때문입니다. 저희는 봉사단체로 지금껏 기업 후원이나 공모전 참가 상금으로 활동비를 충당해 왔는데, 활동 규모가 커지면서 보다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필요해졌어요. 또, 기업이나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는 관행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개인 후원자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정식 민간단체가 아니라 단순 모임이다 보니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어 후원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9월 초쯤 단체 설립 관련한 서류 정리를 마치면, 후원자도 확대하고 기업이나 지자체로부터의 지원도 더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대학생 봉사단체에서 정식 비영리법인으로 거듭나게 되는 셈인데, 그간 대학생 모임이라는 점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대학생 봉사활동 단체라는 점은 참여자들의

코로나19로 여성 경력단절 문제 ‘심각’

지난해 시어머니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40대 A씨는 올해 초부터 다시 직장을 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A씨는 경력을 이어가고 싶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업계 전반적인 예산이 줄어들면서 경력에 맞는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취업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국비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찾아가봤지만, A씨와 맞는 자리는 없었다. 그는 “대부분 교육이 제과·제빵이나 바리스타 등이어서 사회복지사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교육이 없었다”면서 “시간은 가는데 취업 자리는커녕 제대로 된 교육도 받기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자리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긴 데 교육도 ‘올스톱’ 코로나19 확산으로 A씨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가 흔들리면서 고용 시장이 위축된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시되는 상황에 사람을 모아 진행하는 교육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코로나19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한 지원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제도의 실효성은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프로그램이 ‘올스톱’ 상태”라며 “매월 진행하던 교육 프로그램도 중지된 상태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무기한 연기 상태”라며 “온라인 수업도 검토 중이지만 친밀한 멘토링이나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 특성 때문에 이 방식이 효과적일지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도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계자도 “온라인 교육이나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도 계획하곤 있지만, 40대 이상인 경우 온라인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설 곳을 잃은 이주민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8월 중순 다시 급증하면서 정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상향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지만, 재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는 그 피해를 정통으로 맞는다. 코로나19가 이주민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최근 실시된 이주민 대상 설문에 따르면, 이주민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 이후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전염병 유행은 건강을 넘어 생계의 문제로 다가왔다. 이주민에게 더욱 가혹한 코로나 지난 6월 이주민 인권단체 ‘이주민과함께’는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이주민 33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복수 응답)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66.7%는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장보기·대중교통 이용 등 일상생활의 불편’(38.1%), ‘의료기관 이용의 어려움과 두려움’(28.8%), ‘차별적인 제도와 정책’(25.8%), ‘개학 연기, 어린이집 휴원으로 인한 자녀 돌봄’(25.5%) 순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코로나19 관련 정보 부족’(16.5%)과 ‘일상에서 차별과 혐오’(16.2%)를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이진혜 이주민센터 친구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소득이 적은 이주민들은 코로나로 생계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한국인이라면 사회복지 제도의 수급자로 선정될 만한 사람이 그 어떤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구제받지 못하고 방치돼 있다”고 했다. 경제적 피해의 원인으로는 ‘일이 줄거나 없어졌다’는 응답이 6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보다는 일용직에 종사하는 이주민이 많은 탓이다. 그나마 직장을 갖고 있던 이주민의 20.7%는 ‘직장이 휴업하거나 직장에서 해고당했다’고 답했다. 고용 환경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치명타로 작용한 셈이다. 이주민과함께는 설문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백수’는 사회문제라고요? 그렇게 보는 시선이 문제입니다”

직장에 다니지도 않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상태도 아닌 청년을 ‘니트(NEET)’족 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청년실업률 증가와 함께 사회에 참여할 의지까지 잃어버린 상태가 되기 쉽다. 니트족은 ‘히키코모리(집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사람)’ 증가가 커다란 사회 문제로 드러난 일본에 많다고 알려졌지만, 통계를 보면 국내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지난 2019년 OECD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청년 니트족 비율은 18.4%로 9.4%를 기록한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기존 시민사회에서도 하자센터 등을 중심으로 니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해 왔지만, 새로이 뛰어드는 시민단체는 많지 않았다. 취업을 원하는 구직 상태의 청년과 달리 니트 청년은 사회 활동 자체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 이들을 지원하는 활동 성과를 증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를 입증해 추가 지원을 받아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비영리단체로선 니트 문제 해결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활동 분야는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호기롭게 니트 문제 해결에 뛰어든 신생 단체가 있다. 지난 201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 ‘니트생활자’다. 지난달 11일 용산구 서계동 니트컴퍼니 서울역점에서 박은미(37) 니트생활자 공동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루에 푸시업 30번이 ‘업무’…청년이 모인 가짜 회사 니트컴퍼니는 말 그대로 니트들이 다니는 회사다. 정식으로 직원을 고용해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박 대표는 “니트컴퍼니가 입사자들에게 주는 건 소속감”이라고 설명했다. 입사자들은 100일간 가짜 회사의 직원이 돼서 평일 9시~6시 사이에 출퇴근 인증을 하고, 스스로 입사지원서에 하기로 써낸 일을 진행한다. “니트

“휠체어 탑승 아동, 이동성 좋아지면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사회공헌 전문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에는 ‘세상파일’이라는 팀이 있다. 세상파일 팀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일을 한다. 지난 2019년, 세상파일 팀은 휠체어 사용 아동을 위해 맞춤형 수동 휠체어와 전동키트 제공을 중심으로 한 이동성 향상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차혜인 세상파일팀 매니저는 “장애가 있는 아동이 자신의 몸에 안 맞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2차 장애까지 생길 수 있다”며 “스스로 이동하는 게 어려운 아동들이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부모들의 부담이 높고, 장애 당사자의 우울감도 심하다는 말을 듣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행복나눔재단 사옥에서 만난 차혜인 매니저는 “아동들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즐거워하는 것을 볼 때 가장 기쁘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아동들이 스스로 세상에 나아가도록 돕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장애 아동들이 휠체어 사용 중 겪는 어려움을 없애고, 좀 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빌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6~13세 아동 몸에 맞는 맞춤형 수동 휠체어와 이를 원할 때 전동 방식으로 바꿔주는 키트를 제공합니다. 또, 신체나 정서 발달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몸에 안 맞는 휠체어를 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잘못된 보조기기 사용으로 나타나거나 심화하는 신체·정신적 문제를 ‘2차 장애’라고 합니다. 자신의 몸에 안맞는 휠체어를 쓰면 이런 2차 장애가 나타날 확률이 높습니다. 신체적 불편감도 큰 문제였지만, 전문가들이 가장 문제시한 건 오히려 정신적 문제였어요. 우울감을 호소하거나 사회성 발달이

‘따로 또 같이’ 주거 공간이 청년의 삶 바꾼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주거 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많아지면서, 사람마다 다양한 삶의 형태나 취향에 맞는 주거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코리빙(co-living)’이다. 한 마디로 ‘따로, 함께’ 사는 집을 말한다. 전통적인 공유 주거 모델인 하숙이나 최근 몇 년 새 주목을 받은 셰어하우스보다 개인 공간을 보장하되 취미 활동이나 편의 시설 공간만 공유한다. 지난 6월 29일 서울 종로구에 문을 연 ‘맹그로브’가 대표적이다. 임팩트 디벨로퍼를 표방하는 MGRV가 처음 내놓은 코리빙 하우스로, 현재 24가구가 입주해 있다. 지난 19일 맹그로브 숭인점에서 만난 MGRV의 하진수 CXO는 “독립성에 기반한 커뮤니티로 청년들의 좋은 주거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들은 “편히 쉴 수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삶에 대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하고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독립된 생활과 풍부한 공유 공간…‘사회초년생의 좋은 주거’ 실험 맹그로브는 6층 건물로, 지하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공유 공간과 주거 공간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 CXO는 “모든 주거 공간은 1인 1실로 독립적으로 살되, 공유 공간에서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지하 1층과 1층엔 각각 주방, 세탁공간과 코워킹 카페가 있고, 2층부터 5층까지 개인용 거주 공간이, 일부 층에는 요가와 피트니스 공간이 마련돼 있다. “셰어하우스에서는 주거공간을 쪼개 쓰는 방식이라 사생활 보호가 어렵고, 생활 방식이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충돌할 수도 있죠.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청년 문화와 맞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