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방] 일 잘하는 사람

코리아나호텔 주차장에 차를 대기 시작한 건 2011년이었다. 수개월간 회사 주차장을 비롯해 여러 주차장을 배회하다가 마침내 정착한 곳이었다. 월 주차비 12만원. 도심 한복판에 있는 주차장치곤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차 관리하는 분들이 다 좋았다. 세 명의 관리자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책임이 많았던 그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소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계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매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업무를 했고 바쁜 와중에도 늘 단정하고 친절했다. 두 달 전쯤 주차장 입구에서 뚝딱뚝딱 공사를 하더니 차량 드나드는 시스템이 자동으로 바뀌었다. 예전 시스템이 참 구식이었단 걸 그제야 깨달았다. 사람이 부스에 앉아서 차단기를 일일이 열어주는 방식이었으니까. 시스템이 바뀐 뒤에도 한동안 관리자분들이 보여서 별문제 없나 보다 했는데, 갑자기 모두 사라져버렸다. 소장님과 10년간 매일 얼굴 보며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일하는 모습으로 그를 기억할 뿐이다. 일을 참 즐겁게 하는 사람. 그러므로 좋은 사람. 공익제보자 A는 기부금단체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사표를 썼다. 조직이 갑자기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했고 그 꼴을 견딜 수가 없어서 그만뒀다고 했다. 새 직장을 찾은 그는 전 직장의 갑질 비리 의혹을 제보하겠다며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다. A를 만나러 나가는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좀 길게 했다. 우리가 궁금한 건 제보자의 개인적인 사연이 아니라 팩트다, 기사를 쓰는 이유는 개인의 원한을 풀어주기 위함이 아니라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공익제보자라고 다 좋은 사람은

청세담 기업사회공헌 특강 “겉핥기식 지원은 안돼…수혜자 삶의 변화 일어나도록 해야”

“사회공헌은 대상을 명확히 선정하고 실제 수혜자의 삶에서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량이 부족한 초등학교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녀, 달리다’라는 프로그램도 단순히 여학생 체력 증진만을 목표하지 않습니다. 달리기 완주를 통해 성취감과 잠재력을 경험시켜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19일 TV조선 1층 라온홀에서 열린 기업 사회공헌 특강에서 유영철 현대해상 사회공헌부장은 수혜자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소셜 에디터(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유영철 부장은 “몇 해 전만 해도 기업들은 사회공헌 사업을 결식아동 급식 지원처럼 당장 필요한 부분들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아동의 내적 성장을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일례로 현대해상에서 진행하는 ‘장애아동 돌봄 지원’의 경우 간호사 경력이 있는 돌봄 교사가 장애아동을 1대1로 담당한다. 돌봄 교사는 아동의 심리적인 안정과 치유를 돕고, 육아로 지친 부모에게는 휴식 시간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장애아동을 치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심리적 불안감을 낮추고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수혜자인 장애아동뿐 아니라 부모님들도 만족스러워한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인 지원 외에도 전문성 있는 단체 후원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의 기업 사회공헌도 대중화되는 추세다. 현대해상은 국내 사회적기업가들을 지원하는 ‘아쇼카 한국’ ‘인액터스 코리아’를 후원하고 있다. 유 부장은 “아이디어로 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혁신가들을 지원하는 일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가져야 할 필수적인 사회공헌 방향”이라고 말했다. 임직원들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유영철 부장은 “사내 사회공헌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외 석사 학위’ 있어야 국제개발협력 전문가?

경력·실무 경험 많아도 학위 없으면 채용 후순위 ‘좋은 일자리’ 부족 탓 스펙 경쟁 치열해져 비영리 환경 개선돼야 국내 한 국제개발협력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A씨는 올해 영국 대학의 석사과정을 시작했다.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학비가 부담됐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단체에서만 6년째 근무했고, 단체 입사 전 개도국 현장에서 3년이나 활동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지만 실무 경험만으론 업계에서 인정받기 어렵다고 느꼈다. A씨는 “교육·훈련·포럼 등에 수도 없이 참여하면서 역량을 개발하고, 경력이 쌓여도 학위 없이 전문가로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미 취직한 상태에서 학위 과정 중인 A씨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국내 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이화연씨는 “국제개발협력 분야 활동가로 취업하고 싶어 일부러 석사 학위를 땄다”고 했다. 대부분 단체의 신입 직원 지원 자격이 ‘대졸 이상’으로 명시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턴 자리조차 얻기 어려웠다. 이씨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이름난 비영리단체에 취직할 수 있었다”면서 “이쪽 분야에선 석사 학위가 기본 스펙이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개발협력계의 ‘대기업’이라는 큰 단체는 물론 중소 규모 단체까지 대졸 신입이 지원할 수 있는 국내외 정규직·계약직 채용 공고에 석사 학위를 우대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 전문가들은 비영리 내부에 ‘좋은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15년 넘게 일한 한 활동가는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시스템도 갖춰진 단체는 이 분야에서 말 그대로 ‘한 줌’ 남짓”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지원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공변이 사는 法] “이주민 마주할 때마다 오히려 제가 성장하죠”

비영리단체서 이주민 무료 법률 지원 여성·노동·아동 등 광범위하게 다뤄 “늘 밝은 이주민들에게 인생 배우죠”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들이 ‘이주민’이라는 정체성만 갖고 사는 건 아닙니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 여성, 돈 벌러 온 이주 노동자, 공부하러 온 유학생 등 다양해요. 이들에게 발생하는 법률 이슈도 사회 전 영역에 걸쳐 있어요. 이주민이라고 하나의 단어로 묶을 수 없을 정도로요.” 이진혜(34) 변호사는 이주민들을 무료로 법률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상근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다루는 영역은 여성 인권, 노동, 아동, 장애 등 광범위하다. 이 변호사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궁금한 거 있으면 뭐든 물어보라고 홍보한다”며 “늘 새로운 일이 들어와서 지겨울 틈이 없다”고 했다. 센터를 찾는 이주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체류 자격이다. 자녀가 있는 경우 이주 아동들의 교육 문제도 함께 걸려 있다. 법적으로 다투는 송사도 올해만 20건을 접수해 진행하고 있다. 이진혜 변호사가 근무하는 이주민센터 친구의 사무실은 서울 대림동에 있다. 이른바 ‘작은 중국’으로 불릴 만큼 중국 동포가 많이 사는 지역이다. “저희 센터로 중국 동포가 많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아요. 몽골, 네팔, 파키스탄 등 정말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찾아오세요. 대림역 9번 출구 바로 앞이라 나름 역세권이거든요. 교통이 편리한 건 둘째치고 상담 오시는 분들에게 장소 안내할 때 편해요. ‘대림역’ 하면 다들 아십니다.” 이진혜 변호사가 이주민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로스쿨 재학 시절이다. “1학년 때 이주민 무료 법률

[모두의법] ‘비영리 회계투명성’이라는 뜨거운 감자

최근 비영리단체의 회계투명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의기억연대는 쉼터의 운영과 윤미향 대표의 개인 명의 모금 등으로, 나눔의 집은 후원금 사용을 둘러싼 내부제보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보도된 내용 중 최소한 회계투명성과 관계된 의혹은 기재누락 내지 오기재로 인한 결과로 해명된 부분이 있다. 물론, 회계나 공시 관련 개별 단체의 역량부족은 비판을 받아야 할 지점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발생 원인을 그렇게 단편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비영리단체의 투명성 논란이 거듭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아직도 많은 수의 비영리단체들이 각 단체의 미션을 위한 사업이나 운동에만 신경을 기울이는 나머지 회계나 운영의 책무성, 투명성에 관해서는 부차적인 업무로 취급하는 탓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사실상 강제하는 열악한 재정상태도 문제다. 모든 비영리단체는 자신의 설립목적을 위해 수행하는 활동에 관해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란 현재의 기부자들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가 투신하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진 시민, 나아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인 정부도 포함된다. 회계는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비영리단체는 이해관계자들이 단체 활동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회계정보를 충실하게 작성해 공시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활동가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겨우 지급하는 대부분의 비영리단체의 경우 회계 투명성을 위해 큰 비용을 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회계사 등 전문가에게 의뢰하기는커녕, 회계만 담당하는 전임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조직도 많지 않다. 사회적 경제조직이나 소상공인의 경우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문가 컨설팅 지원정책 또한 비영리 영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팩트’ 없는 임팩트투자?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도시재생 관련 소셜벤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몇 달간 투자자와 호된 분쟁을 겪었다. 투자사 대표는 ‘방만 경영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들며 회사 경영권을 요구했고, A씨는 투자자가 회사를 가로챌 목적으로 경영상 문제를 묵인하고 일을 키웠다며 맞섰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조율에 나서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A씨는 투자사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투자자는 경영권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는 A씨에게 투자한 회사가 ‘임팩트투자사’라는 점이다. 임팩트투자는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 수익도 얻고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내는 투자를 뜻한다. 업계에서는 A씨 사례를 “임팩트투자 과정과 결과에서 추구해야 할 적정 수익률과 사회적가치 기준이 모호해 생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팩트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임팩트투자의 정의를 명확히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거나 사업 과정에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도 임팩트투자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착한 기업’이라는 마케팅 효과나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투자나 기업으로 치장하는 이른바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이다. 국내 임팩트투자 시장은 지난 2015년 540억원 규모에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임팩트투자 시장을 5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도 속속 기금을 조성해 KB·신한·하나 등 주요 금융사가 만든 임팩트펀드 규모만 해도 수천억원대다. 10년 전만 해도 임팩트 전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 디쓰리(D3)쥬빌리, 임팩트스퀘어 등이 시장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일반 투자사도 임팩트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임팩트투자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B투자사의 ‘임팩트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성형

[진실의방] 라떼를 끓이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비영리 활동가 출신 ‘어른’을 만났다. 지금은 공공기관의 높은 자리에서 일하느라 말쑥한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매고 다니지만 조금만 대화를 해보면 빼도 박도 못하는 ‘현장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몸으로 때우고 싸워가며 속도감 있게 일하다가, 단계와 절차가 많은 큰 조직에서 일하려니 어려움도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게 보였다. 저기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피’ 말이다. 한마디로 흙바닥에서 시작한 사람이다. 공익의 개념조차 흐릿하던 시절에 NGO 단체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갈아 넣으며’ 일했다. 그때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는데, 하며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느낌이 왔다. 라떼 이야기다.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옛날이야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런 종류의 무용담을 좋아하는 편이다. 유독 라떼를 잘 끓이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 선배 중에 특히 많다. 마치 구비문학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청중의 호응이 좋으면 양념이 살짝 뿌려지면서 더 스펙터클해지는 스토리. 자세를 고쳐 앉고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공정무역이라는 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때 공정무역 커피를 들여온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의도는 훌륭했으나 초창기에는 일반 커피보다 가격도 비쌌고 맛도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서 장사가 잘 안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커피 농부들을 떠올리며 아침에는 교회에 가서 커피 팔고, 오후에는 절에 가서 커피를 팔았다는 웃기면서도 짠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기부금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기업들을 찾아다녔던 추억도 꺼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는 돈이 드니까, 라고 그는

청세담 11기 입학식 “사회적가치 고민하는 소셜에디터로 성장할 것”

“사회문제를 흥미롭게 다루는 PD가 되는 게 꿈이에요. 청세담을 통해 공익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배우고 싶습니다.”(한여혜·24) “소셜섹터, 특히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현중·26)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TV조선 1층 라온홀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1기 입학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이 2014년부터 운영 중인 ‘소셜 에디터(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청세담에 참가하는 청년들은 취재·기사 작성, 영상 기획·제작 등 소셜 에디터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배운다. 지난 7년간 약 300여명의 수료생이 언론사, 소셜벤처, 비영리단체,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이날 모인 11기 입학생 35명은 약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청세담에 합격했다. 입학생의 관심분야는 기자·PD 등 언론인과 비영리단체 창업·취업, 기업사회공헌 등 다양했다. 이들은 앞으로 5개월 동안 현직기자의 저널리즘 강의, 제3섹터 관계자 강연과 현장 취재, 영상 제작 등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이 기간 더나은미래 기자와 영상전문PD의 멘토링이 이뤄진다. 또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과 친목 자리도 마련된다.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 기사와 영상물을 졸업 과제로 제출하게 된다. 이날 행사에서 김시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은 “청세담을 통해 공익과 저널리즘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누고 공익을 바라보는 자세도 함께 배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지훈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 상임이사는 “공익 분야를 취재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사회적가치‘가 어떤건지, 또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는 소셜 에디터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허정민 더나은미래 기자 hoom@chosun.com]

[모두의법] 사회 구성원의 자격과 미등록 이주 아동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특정 국가나 지역 출신에 대한 혐오, 차별적 발언이 일상으로 퍼지고 있다. 만약 올 하반기까지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사회는 이방인을 어떻게 인식할까? 전망은 비관적이다. 감염의 해외 유입을 막기 위해 각국이 앞다퉈 국경을 높이고 있지만, 그 앞에서 좌절하는 난민들의 목소리는 벽을 넘기 어렵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바이러스의 확산은 공공정책이 왜 사회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이라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단속의 위협 없이 검사받을 수 있고, 감염됐다면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홍보하고 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미등록 외국인’도 신분 걱정 없이 마스크를 공급받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가기관이 ‘불법체류자’라는 멸칭(蔑稱)에 가까운 용어를 쓰지 않고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 물론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는 국제표준에 맞춰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이미 사용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도 방역 정책의 대상에 포괄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발언의 기저에 깔려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이면 마땅히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회 구성원의 범위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확장되리라 본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결정은 ‘사회 구성원이 될 자격’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진정 대상인 피해자들은 국내에서 출생한 미등록 이주 청소년이다. 이들은 법무부의 ‘불법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 방안’ 지침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부모와 함께 강제 퇴거가 유예됐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다시 강제 퇴거 대상이 됐다. 법무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뜻으로 기부했는데 ‘세금 폭탄’… 구제할 법제도 없다고?

현행법상 규정 없어 법정 다툼 이어져 공익법인 통해 기부받을 단체 지정을 올바른 공익기부 돕는 장치·제도 필요 42억원 기부에 부과된 세금 27억원. 백범 김구 선생의 가문은 해외 대학에 출연한 기부금에 매겨진 세금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구 선생의 차남인 고(故)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2006년부터 미국 하버드대, 브라운대, 터프츠대와 대만 국립대 등 여러 대학에 10년에 걸쳐 42억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장학금을 비롯해 한국학 강좌 개설,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는 김구포럼 개설 등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쓰였다. 김 전 총장이 낸 기부금에 대해 국세청은 세금 27억원(상속세 9억원, 증여세 18억원)을 그의 자녀들에게 부과했다. 김 전 총장 사망 2년 후인 2018년 10월이었다. 국세청은 국내 공익법인에 출연하지 않고 해외 단체에 직접 기부한 점을 문제 삼았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이 아닌 단체에 기부하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김신 전 총장 자녀는 과세처분에 불복하고 지난해 1월 조세심판원에 구제를 요청했다. ‘선의의 기부자’에 과세 처분 잇따라 공익 목적의 고액 기부에 ‘세금 폭탄’이 떨어지는 일은 기부업계의 오랜 과제다. 대부분 기부자가 미리 세법을 살피지 못한 탓이 크지만, 공익 기부에 막대한 세금을 매기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문제는 이를 마땅히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선의로 출발한 기부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몇 해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기부자로부터 180억원을 증여받은 공익재단에 증여세 140억원을 부과한 ‘수원교차로 사건’이다.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 창업주인 고 황필상 박사는 지난

[알립니다] ‘청년, 세상을 담다’ 11기 최종 합격자 발표

현대해상,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시민이 만드는 생활정책연구원이 함께하는 소셜에디터스쿨 ‘청년 세상을 담다(청세담)’ 11기 최종 합격자를 발표합니다. 최종 합격자 대상 청세담 11기 입학식은 5월 15일 진행됩니다. ◇일정: 5월15일(금) 오후 2시~6시 ◇장소:

[공변이 사는 法] “사회적경제 조직 위한 ‘법률적 판’ 깔아주는 일이 제 사명이죠”

기업 사내 변호사서 공익변호사 길로 현재 사회적경제 조직 법률지원 전담 사회적기업 구성원도 법률 이해 필요 협동조합 정체성에 맞는 법 만들어야 공익변호사도 용기가 필요하다. 법률적 구제가 어려운 의뢰인이 몰리는 데다 인력 부족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도 많다. 도움을 요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 수는 없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두루 사무실에서 만난 김용진(36) 변호사는 깡마른 체격에 눈 밑 다크서클이 짙었다. 그는 대기업 사내 변호사로 일하다 사직서를 내고 지난 2015년 공익사단법인 두루에 합류했다. 법무법인 지평이 공익 법률 활동을 목적으로 두루를 설립한 이듬해다. 김 변호사는 “처음엔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웃었다. 구성원들 법률적 이해 있으면 비용·시간 줄일 수 있어 “두루 초창기에는 전문 분야랄 것 없이 영역을 넘나드는 일을 많이 했어요. 사내변으로는 절대 맡을 일 없었던 난민 사건을 수행했을 때 공익변호사 일이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죠. 종교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 파키스탄 사람들이었는데,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구타를 당하고 그 일이 지역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는데 난민 입증에 결국 실패했거든요. 난민 분야는 여전히 증명 책임의 문턱이 높습니다.” 김 변호사는 몇 해간 다양한 공익 분야를 경험했고, 지금은 사회적경제 조직 법률 지원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등이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지만 조직의 성격을 따져보면 정말 다르고 발생하는 법률 이슈도 제각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