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④’안데스 식료품점’ 설립자 기욤 밥스트

빈곤층에 꿈을… 일자리·저렴한 식료품에 독립심까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드리스 벤메라(Idris Benmerah·52)씨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프랑스에 왔다. ‘프랑스 드림(France Dream)’을 품고 이민 온 수많은 알제리인 중 하나였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13살 때 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일을 그만두신 후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농사며 공사장 일이며 손에 닿는 일은 다 했다. “어른이 되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가정을 이루었지만, 도무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오히려 부양해야 할 가족만 늘어난 셈이죠. 우리 아이들에게 이 가난을 물려줄 수는 없었습니다.” 벤메라씨는 그렇게 프랑스로 건너갈 결심을 하고 2005년 홀로 지중해를 건넜다. 큰 꿈을 품고 프랑스에 왔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아는 사람도 한 명 없으니 일자리를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직장도 집도 구하지 못한 벤메라씨는 고향의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것조차 마음이 불편했다. 수개월 그렇게 방황하던 중, 그는 구직상담소의 도움으로 안데스(ANDES:Association Nationale De Développement des Epiceries Solidaires)라는 곳을 알게 됐다. 빈곤층 대상의 식료품점인 이곳에서 가난한 ‘고객’들은 시중가의 10~20%에 해당하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벤메라씨는 총 14개월 동안 이 회사의 인턴으로 일하며, 채소와 과일을 나르고 손으로 불량품을 골라내고 각 식료품점으로 갈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그는 안데스 중앙물류센터에서 배달과 인턴 교육을 담당하는 정규 직원이 됐다. 알제리에 남아 있던 가족도 드디어 프랑스로 데려올 수 있었다. “두 딸, 두 아들에게 제 어린 시절과는 다른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③ ‘KIVA’ 창업자 맷 플래너리

타인의 삶을 바꾸는 나눔 빛이 되는 대출 5년간 가난한 이들에게 1600억원 지원 2005년부터 52개국 35만명 도와 현지 돌아다니며 제안·타당성 검토 모금기간 한계선 정해 희소성 심어 1998년 5월 6일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북쪽에 위치한 콘뎀바야 마을에 혁명군(RUF)이 들이닥쳤다. 이날 혁명군은 눈에 띄는 대로 마을 젊은이들의 손을 잘랐다. 적에게 협조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18살이었던 옌쿠 세새이(Yenku Sesay·30)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된 옌쿠를 오토바이에 태워 병원이 있는 수도로 3일 밤낮을 달렸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손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그 후 옌쿠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시에라리온에서 손이 없는 옌쿠가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거리로 나와 구걸을 시작했다.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온 것은 2006년, 사회적 기업 키바(KIVA)의 현지 파트너인 살롱소액금융신용(Salone Microfinance Trust·SMT)을 만나면서였다. SMT는 긴 시간의 면접과 심사를 통해 옌쿠의 잠재력과 자립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높이 사 30만레온(100달러에 해당)을 빌려주었다. 옌쿠는 작은 구멍가게를 열어 과자, 건포도 등의 마른 과일을 팔았다. 2년 만에 옌쿠는 자신의 대출금을 모두 갚았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발생한 수익을 재투자하여 다양한 식료품, 의류, 신발 등을 파는 가게로 사업을 확장했다. 옌쿠처럼 키바를 통해 지금까지 인생 역전을 이룬 사람은 52개국, 35만명이 넘는다. 키바는 세계 최초로 개인 대 개인(P2P) 방식의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소액금융) 사업을 온라인으로 펼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인터넷을 통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 자립하려는 사람들과 자신의 작은 도움으로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Cover story]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②’아쇼카 재단’ 창업자 빌 드레이튼

“사회적 기업가? 불평 대신 실용적 해답을 찾는 사람” 5만달러 모금으로 시작해… 현재 3500만달러로 성장… 아쇼카 펠로우 선정 과정?… 새로운 생각·창의성·윤리성… 기업가 자질·사회적 영향력의… 5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검토… “모든 사람이 변화 창조자로… 한국의 ‘아쇼카 펠로우’ 기대”… 지원서ㆍ아이디어ㆍ에세이ㆍ사업장 방문까지… “5단계 거치면 후보 중 12% 정도만 남아”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라고 불리는 사람.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사회적 기업가의 롤 모델(role model). 71개국 2800명 ‘아쇼카 펠로우’의 정신적 스승. 모든 사람이 변화 창조자(change maker)가 돼야 한다고 믿는 남자. 아쇼카(Ashoka) 재단의 창업자 빌 드레이튼(Bill Drayton, 67)을 만나기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로 찾아가는 길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세계의 Top 10 사회적 기업가 시리즈를 시작하며 어떤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냐는 설문 조사에 빌 드레이튼이 첫손에 꼽혔던 것이다. 인터뷰 전 프로필만으로 접한 빌 드레이튼은 열정적이고 때로는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였다. 사회적 기업가이면서도,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과 함께 미국 최고의 지도자 25인(2005년 US 뉴스앤월드리포트)에 뽑힌 이력이나, 하버드 대학(2006년), 예일 로스쿨(2005년) 등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창으로 선정됐다는 프로필도 이런 심증에 확신을 더했다. 하지만 빌 드레이튼의 첫 모습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다소 초라해 보일 수 있는 마른 체구. 작은 목소리로 느리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말투.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보다는 인도 고승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사회적 사업과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구분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을

[Cover story]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①’잡 팩토리’의 로버트 로스

“시작은 사명감으로, 생존은 기업가 정신으로” 2000년 정부 지원 끊겼지만 실업 청소년 위해 포기 안 해 연간 매출액 약 99억원… 사회적 비용 절감 약 93억원 돈 버는 일? 어렵다. 직원들 월급 주며 사장 노릇 하기? 더 어렵다. 게다가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사업을 벌인다면? 불가능한 꿈이다. 하지만 이런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리고 꿈꿀 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 악물고 도전한다. 지금 세계를 바꾸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은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회사를 차리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차린다. 이자를 벌기 위해 은행을 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돈을 꿔주기 위해 은행을 만든다. 어려운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병원을 짓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싼 전기를 제공한다. ‘욕심’을 버리니 세상이 바뀐다.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 나은 미래’는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 지난 3개월간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누볐다. 나라마다 대륙마다 사회적 기업가의 철학과 비전도 달랐다. ‘공동체’를 주장하는 시민운동가에 가까운 사회적 기업가부터, 철저히 시장 마인드로 무장한 사회적 기업가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적 기업가들의 심층 인터뷰와 분석을 통해 한국형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스위스에서 이뤄졌다. 청소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 ‘잡 팩토리’를 설립한 로버트 로스(Robert Roth·60)씨가 주인공이다.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인 슈밥이 만든 슈밥재단(Schwab Foundation)은 ‘잡 팩토리’가 연간 860만 스위스프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