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헌 트렌드는 친환경”… ‘NGO 짝꿍’ 찾아나선 기업들

국제 환경보호 목소리에 해외진출 한국 기업 NGO 파트너 찾기 ‘러시’ “전문성 있는 NGO 없다” “아이템만 뺏고 연락 두절” 기업·NGO 간 마찰도 “최근 기업들로부터 태양광 등 친환경 프로그램을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 기업 사회공헌 트렌드가 친환경으로 바뀐 느낌이다.” 최근 만난 국내 복지전문 NGO 관계자의 이야기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개발도상국에서 천연자원개발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환경파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해당 지역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과 친환경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모델이 필요해진 상황. 이 때문에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역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환경 관련 NGO의 노하우가 필요해진 기업들이 앞다퉈 파트너 NGO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기업과 환경NGO는 물과 기름처럼 멀기만 한 관계다. 최근 재생에너지, 물관리 등 친환경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한 기업 담당자는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파트너 NGO를 구하는 중인데, 전문성 있는 NGO를 정말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NGO의 입장은 정반대다. “친환경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보자”며 만남을 요청한 기업들이 기획 아이템만 가져가고 연락을 두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소통 없이 홍보만 신경 쓰는 기업도 많다. 국내 F사는 지난 2009년 환경 후원 프로그램으로 풀뿌리 환경단체 지원 계획을 밝히고, 관련 NGO에 후원사 참여를 요청했다. F사는 해당 NGO가 후원사 참여의사를 밝히자마자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에 나선 반면, 이후 1년 동안 심사기준과 후보자 선정조차 하지

[12가지 핵심과제] ⑥ 환경… 환경 NGO 30년_회원 10만명 시대 만들자

전문화되고 다양해진 환경 NGO… 국민 공감 하는 대안 제시를 공해문제연구소 시초 낙동강 페놀사건 계기로 환경 NGO 대거 등장 건강한 먹을거리 지향 생협운동 등에 비해 환경 NGO 회원수는 정체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 발굴 앞으로 경쟁력 키워야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환경 NGO가 탄생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설립된 것이 그 시초다. 지난 5월 30~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한국 환경운동 3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다가올 30년을 고민하는 환경 NGO 리더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해라도 좋으니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 1982년 5월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서울 혜화동로터리에 민간환경단체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열 당시, 많은 이가 그에게 한 말이다. 환경에 대한 개념은커녕 ‘공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기였다. 초창기 중랑천·안양천 등 도시와 공단지역의 공해실태를 조사했던 최 대표는 “당시 중랑천에 가보면 물이 단팥죽 끓듯이 부글부글 끓었다”며 “오염된 하천물로 밥을 하면 화공약품 냄새가 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이 연구소는 1985년 ‘온산병 사태’를 국내외에 대대적으로 알렸다. 중금속 배출공장들이 들어선 울산 온산읍 일대 주민들이 집단괴질에 걸리고, 뼈마디가 쑤시는 병을 앓는 것을 조사했고, 이것이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정부는 결국 집단이주 계획을 세워 주민 3만명을 이주시켜야 했다. ◇’공해’에서 ‘환경’으로, 이젠 ‘에너지·기후변화’ 문제로 국내에 환경 NGO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다. 환경에 대한 일반 국민의 관심을 촉발한 사건은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이다. 1991년 낙동강 유역에 위치한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이 흘러나왔다. ‘페놀 수돗물’을 마신 시민들이 구토·설사를 하고, 임신부들은 인공유산을 할 정도로 공포분위가

[사회적 기업 2.0시대가 왔다] ② 업그레이드 중인 한국의 사회적 기업들

건전한 댓글 서비스·사회주택 건설… 사회적 기업은 ‘진화 중’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 건전한 댓글 달기 간편화 안성의료협동조합 의료·건강 협동조합 도입 사회주택 나눔하우징 노숙자 위한 집 만들어 지난 2007년 이후 국내 사회적 기업 대다수는 취약계층 고용에 중심을 둔 모델이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5년이 지나면서 이론과 경험, 사회혁신의 열정을 겸비한 사회적 기업가들이 출현하면서, 사회적 기업의 영역과 모델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사회적인 필요를 사업화’하기 위해 최신 IT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협동조합 모델을 도입하고, 해외에서 들어온 소셜 펀딩 방식이나 사회임대주택 개념을 국내 토양에 맞게 뿌리내리는 등 업그레이드 중인 국내 사회적 기업현장을 취재했다. “시작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정말 필요한데, 아무도 안 하니까 우리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었죠.” ㈜시지온의 김범진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사회적 문제에 접근하는 기업’이라고 정의한다. 그가 생각한 문제는 바로 ‘악성 댓글’이었다. 김 대표는 “최진실씨 자살사건을 보면서 인터넷 댓글의 심각성을 느끼고, 친구 3명과 연구에 돌입했다”며 “편하게 쓸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댓글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인터넷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했다. ㈜시지온이 운영하는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LiveRe)’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도 댓글을 달 수 있다는 점. 김범진 대표는 “건전한 의견을 댓글로 달고 싶은 사람들은 정작 회원가입의 번거로움 때문에 댓글을 꺼린다”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자신의 SNS 계정이 있으면 그를 통해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으로 댓글 달기를 간편화했다”고 설명했다. 본인의 SNS 계정을 이용하면, 올린 댓글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도 게시된다.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③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사회 지도층, 나눔봉사 앞장서야… 800억 모금 비결은 감동 서비스” 후원자 모으는 힘은 신뢰… 감동·마케팅 결합으로 모금 늘고 자생력 생겨 ‘나영이의 부탁’ 캠페인, 성범죄 공소시효 없애 직접 행동으로 옮길 때 사회 변화할 수 있어 서울시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제훈 회장은 소파 옆에 ‘무조건 살아 단 한번의 삶이니까’라는 책을 엎어놓고 있었다. 지난해 한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한 ‘한국의 폴포츠’ 최성봉(23)씨의 자서전이었다. 최씨는 5세 때 보육시설을 나온 후 거리생활을 하다 우연히 성악을 접하고 대전예술고 성악과에 진학, 2009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린이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생활하던 아이였다. 이를 계기로 최근엔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 회장은 “우리가 도와준 친구들이 이렇게 성공한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참 고맙다”고 했다. ―어린이재단은 1948년 시작돼, 후원금 규모가 800억원, 직원이 1100명(계약직 포함), 자원봉사자 3만명에 달하는 국내 대표격인 복지재단입니다. 하지만 최근 ‘더나은미래’에서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비영리단체 인지도를 조사해보니,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어린이재단에서 한국복지재단으로, 2008년에 어린이재단으로, 2010년부터 ‘초록우산’을 어린이재단 앞에 붙였어요. 이름을 몇 번 바꾸다 보니 그런 것 같고요. 또 어린이재단이 지금까지는 정부가 직접 하지 못하는 복지관련 위탁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별로 없었어요. 해외사업을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해, 유명배우들을 홍보대사로 두고 있는 다른 비영리단체에 비해 홍보가 덜 됐죠. 저희는 전국에 70개 사업기관이 있고, 후원 아동도 국내 3만~4만명, 해외

[Cover Story]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 시리즈] ②CEO 눈치보며 오락가락… 뿌리 못 내리는 사회공헌

기업 사회공헌 현실과 대안 ② 홍보 효과 따져보고 사회적 분위기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꿔 일부 기업은 기부금을 쌈짓돈 쓰듯 스위스UBS은행 지속·전략적 공헌으로 불량도시를 예술도시로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에서 ‘홈리스(homeless·노숙인) 월드컵’이 열렸다. 총 10개의 노숙인 축구팀에서 1, 2차 선발전을 통해 실력 있는 8명의 선수가 선발됐다. 그러나 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홈리스 월드컵’ 한국팀 관계자들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항공료, 약 열흘간의 체류비 등 재정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사회 공헌에 적극적이거나 스포츠 복지에 관심이 많은 기업에 후원을 부탁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후원을 받지 못한 채 한국팀 관계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현지에 도착한 한국팀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다른 나라에서 출전한 선수들 유니폼에 삼성, 현대, 기아차 등 국내 대기업 로고가 붙어 있었기 때문. 한 외국인 선수 유니폼엔 무려 6곳의 한국 기업 로고가 붙어 있었다. 한국팀 관계자는 “만약 ‘홈리스 월드컵’ 지원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한국 노숙인을 먼저 돕지 않았겠는가”라면서 진정성보다는 비즈니스를 위해 사회 공헌에 신경 쓰는 기업의 풍토를 지적했다. ◇CEO 바뀌면 사회 공헌 테마도 바뀐다 ‘더나은미래’가 시가총액 50대 기업의 최근 5년간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 기업이 CEO가 바뀌면 사회 공헌 프로그램 방향을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오너 없는 금융권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심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10년 넘게 유지해온 여성 가장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2011년 CEO가 바뀐 이후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 시리즈] ①일부 기업, 마케팅 활동 사회공헌으로 포장… 기부금 공개 꺼려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 시리즈] ① 나눔 선포한 기업 다수가 사회공헌 홍보에만 ‘눈독’ 기부금 투명성도 떨어져 “진정성 없는 공헌 계속되면 부정적 이미지 탈피 못 해” ‘사회공헌 2조원 시대’라고 한다.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비용 지출액은 2조8735억원에 달한다(전경련 사회공헌백서, 2010, 220개 기업). 하지만 사회공헌에 대해 일부 기업은 “돈을 쏟아부어도 효과가 없다”고 하고, NGO나 복지기관 등에선 “진정성 없는 마케팅·홍보수단”이라고 하기도 한다. ‘더나은미래’는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을 3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지난해 5월, 국내 대표공연장과 문화나눔사업인 꿈나무 오케스트라 후원을 사회공헌활동으로 펼친 H기업. 이 기업은 당시 “꿈나무에 대한 악기구입과 연습공연 등 다양한 후원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H기업은 이 사업에 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벤트와 광고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이 4억원으로, 저소득계층을 위한 실제 지원액은 1억원에 불과했다. 행사진행을 맡았던 관계자는 “자체광고에 대부분을 써놓고 사회공헌이라고 홍보하는 기업이 얄밉지만 1억원 지원이 어디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 사회공헌 비용, 진짜 2조원일까? ‘더나은미래’가 최근 국내 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사회공헌 인식조사’ 결과, 많은 전문가들은 “홍보와 이미지에만 치우친 진정성 없는 사회공헌의 부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우선 가장 의문을 품는 건 ‘2조원’이란 비용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회공헌비용으로 유일하게 인용되는 것은 전경련 사회공헌백서다. 매년 각 기업체별 설문조사를 통해 사회공헌 비용을 측정한다. 하지만 기업 자체적으로 수치화하다 보니, 검증이 어렵다. 한 기업사회공헌 관계자는 “기부금 항목에는 준조세성격의 기부도 많고 기업출연재단에 내는 돈도 많아, 전체 사회공헌 사업비 예산은 기부금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라며

“아직은 일할 때”… 다양한 전문 재취업 교육이 해법

노인 일자리 대안은 우후죽순 시스템 허다… 맞춤형 일자리 프로그램 ‘시니어직능클럽’ 호응… 취업·봉사 병행도 고려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은퇴한 후 현재 대전교원 시니어직능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무전(70)씨는 현재 검정고시가 필요한 아이들을 가르친다. 최씨는 “교사 출신들은 가르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검정고시에 응시하려는 학생들 외에도 학교에 강사 파견을 나가는 등의 활동을 하는데, 주5일제 수업이 확산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 생산적 복지, 세계적인 흐름 노인 복지의 패러다임이 ‘돌봄’ 중심에서 ‘일자리’ 중심의 생산적 복지로 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2004년부터 정부는 바둑을 두는 노년(老年)의 모습보다 ‘서빙’하는 노년의 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책적 차원에서 ‘노인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 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능동적 노화(Active Ageing)’의 개념을 전파하며 중고령자들의 취업 활성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도 사회보장제도만으로는 노후를 맞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 고령층의 취업 욕구가 커져가고 있다. 박영란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노인이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현재 노인 복지의 이슈 중에서 가장 급한 어젠다”라며 “최근 정부 부처와 지자체들이 노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사업을 양산해 내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노인 일자리 시스템이 공급자 중심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 부처는 많지만 모두 색깔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제한적 일자리, 확대가 관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작년부터 ‘시니어인턴십’ ‘시니어직능클럽’ 등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시니어인턴십’은 기업이 노인 인턴을 고용하면 1인당 3개월씩 임금의 절반(최대 45만원)을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12가지 핵심과제] ⑤ 노인- 은퇴노인 3인의 일자리 찾기

생산적 복지가 답… 맞춤형 일자리 늘려야 예상치 못한 퇴직 후 24시간 편의점 점주 10년 일자리 찾는 중 “72시간 동안 잠 못 자고 일한 적도 있었어요. 쉬울 것 같아 선택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고유석(63)씨는 지난 2002년 54세의 나이로 대형 보험회사인 K사 부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한창이던 구조조정 여파로 예상치 못한 퇴직을 한 것. “막연히 ‘나는 아니겠지’라고만 생각해 은퇴 준비도 거의 못했던 상황”이라고 당시를 기억하는 고씨는 “대한민국에서 직장 다니면서 은퇴 준비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고씨에게 은퇴는 ‘편안한 노후’와는 거리가 멀었다. 늦은 결혼을 한 탓에 자녀 2명이 모두 수험생이었기 때문이다. 양육비 부담은 고스란히 남은 상태에서 소득만 끊겼다. 고씨는 “국민연금을 10년 넘게 냈는데, 퇴직하고 나니 월 80만원 정도 받더라”면서 “무조건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퇴직금 등으로 만든 목돈 2억5000만원을 지인에게 맡겼다가 선물투자로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다급해진 고씨는 자영업으로 눈을 돌렸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 조건을 따져 선택한 것은 당시 막 생겨나던 ’24시간 편의점’이었다. 아파트 담보 대출 1억원과 편의점 본사 대출 1억원 등 2억원으로 서울 삼성동에 편의점을 오픈했다. 자주 다니던 친숙한 곳이 편의점이니만큼, 쉽게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편의점은 가족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고씨의 설명이다. 고객과의 관계도 힘든 부분. 고씨는 “보험회사에서 고객서비스 교육까지 맡았었기 때문에 서비스는 자신 있었지만 정말 별의별 사람과 상황이 많다 보니, 손님과의 마찰도 가끔 있었다”고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② 이순동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

“자원봉사 문화 업그레이드 위해 ’30년 홍보 달인’ 재능 나눌 것” 자원봉사 참여율 20% 한계… 시혜로 여기는 인식 때문… 이런 문화토양틀 깨야 여행·콘서트 접목… “봉사는 즐겁다” 개념 확산… 기업·NGO 함께 성장해야 일간지 기자를 거쳐 삼성에서 30년 가까이 홍보·커뮤니케이션을 책임졌던 이순동(65)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은 ‘나눔’을 통해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직을 맡아 “자원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고 나섰다. 올해는 15년 동안 유지해오던 ‘볼런티어21’이란 이름도 한국자원봉사문화로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신문사 기자로, 삼성의 홍보·광고 책임자로, 이제 비영리민간단체(NPO)의 리더로 변신했습니다. 제3의 인생을 사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홍보를 하는 사람은 뒤에 숨어야 해요. 그런데 이제 자원봉사문화를 홍보하려니 안 나설 수가 없네요(웃음).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나 리더가 하는 일은 비슷해요. 인력과 재원을 적당히 운영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기업이 ‘이윤’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지향하는 데 반해, 비영리 분야는 근본적으로 이타적이잖아요. 남을 돕기 위한 일 아닙니까. 봉급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영리기업에선 금전적으로 보상받았지만, 비영리단체에선 봉급은 안 받아도 자기 성취를 심리적으로 보상받으니까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나눔이죠.” ―2009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맡았고, 이후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도 맡으셨는데요. 자원봉사나 나눔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기업 홍보를 하면서 처음에는 판촉으로 홍보하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이미지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판촉이나 이미지는 ‘감정’적인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평판’의 시대예요. 이미지는 좋지만 평판이 나쁜 기업이 있어요. 기업이 지속가능한

[Cover Story] [사회적 기업 2.0시대가 왔다] ① 세계 사회적 기업은 진화 중_일본의 사회적 기업 ‘고토랩’ 르포

빈방 개조해 여행객에게 내줬다… 버려진 마을, 활력이 찾아왔다‘잠자는 쪽방’ 2000여개 호스텔로 만들어 제공값싼 숙박비로 고객 유치 고령화로 물들었던 마을 어느새 여행객들로 북적“사회적 기업 수익을 지역문제 해결에 재투자 지속가능 시스템 필요”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인증사회적 기업(644개)과 예비사회적기업(1324개)을 포함한 사회적 기업 수는 2000개에 달한다(2011년 기준). 고용인원도 3만4000명으로 양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 고용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다 보니 질적인 성장은 미흡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도 다양한 사회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회적 기업 2.0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편집자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지하철로 1시간30분가량 걸리는 요코하마시 가나가와현 고토부키 지역. 지난 17일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휠체어에 탄 노인 몇 명이 길거리에 나와 있었다. 쭉 들어선 5층 높이의 건물 사이로 편의점에서 산 먹거리를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걸어가는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한 할아버지가 자세히 길 안내를 해줬다.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라고 적힌 건물 1층의 안내데스크에 들어서자 30대 청년 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건물 한쪽 벽면에는 이곳을 다녀간 수백명의 즉석사진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고토부키 지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인 ‘고토랩(Koto lab)’ 오카베 도모히코(岡部友彦·35) 대표.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 건축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5년부터 7년째 이 지역을 바꾸는 데 올인한 청년 사회적 기업가다. 원래 이곳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려 했던 그는 NPO 활동을 하는 이들과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①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62년 쌓은 월드비전 ‘나눔 노하우’다양한 NGO에 아낌없이 나눌 것 가진 것이 많을 때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잃을 것이 많아 두려워하는 사람과, 나눌 것이 많아 행복해하는 사람으로. 후자가 많아지면 사회는 건강해진다. ‘더나은미래’는 2020년 우리 사회의 건강 지수를 높여줄 나눔 리더를 찾아나서기로 했다. 첫 번째 인물은 올 1월 취임한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이다. “앞으로 비즈니스석은 못 탈 테니 각오하세요.” 양호승(64) 회장이 월드비전 회장에 취임하기 전, 이사장인 이철신 영락교회 담임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야간에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도, 30시간 걸리는 아프리카를 갈 때도, 월드비전의 모든 임직원은 이코노미석만 탈 수 있다. 양 회장의 이력을 보면 이런 충고를 이해할만 하다. 서울대 농과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대와 MIT를 거쳐 일리노이주립대에서 MBA 석사를 한 이후 SK그룹을 거쳐 CJ제일제당 글로벌 신규사업개발 부사장을 역임했다. 억대 연봉의 영리조직(PO·Profit Organization) 부사장에서 세상의 어려운 이들을 돕는 비영리조직(NPO·Non Profit Organization)의 리더가 된 소감을 들어봤다. ―’NGO에 비즈니스를 입히다’ 등 취임 당시 회장님의 이력이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공개채용이라는 특별한 형태로 월드비전 회장직에 선임되었는데, 비영리조직으로 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내와 함께 은퇴 후의 삶을 봉사하고 나누는 것으로 준비해왔습니다. 교회에서 12주 동안 선교사 파송교육을 받았는데, 그 도중에 월드비전 회장에 선임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세상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 회장직을 맡기로 했습니다.” ―월드비전은 40만명에 달하는 후원자가 있는 국내 최대의 국제개발 NGO입니다. 40만명이 넘는 해외아동뿐 아니라

해외에선… 전국 아동권리 상황 세세히 모니터링, 뜻있는 기업의 펀드 받아 활동하기도

영국 중앙정부안에는 ‘놀이국(Play County)’가 있다. 이곳은 많은 예산을 들여 전국의 놀이터를 개선하는 사업을 한다. 그 놀이터는 아동을 위한 곳이지만, 어른이 놀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세대를 초월하는 놀이터를 통해 가족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영국에서는 아동권리 옹호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요소가 예체능 교육과 놀이문화를 강조하는 것”이라며 “국가가 충분히 놀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어디서나 휴대폰만 붙잡고 있는 광경은 보기 드물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4년 개정된 영국의 아동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아동권리 커미셔너(Children’s right Commissioner)’의 등장과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아동권리 커미셔너는 전국 아동들의 권리 상황을 세세히 모니터링하고, 의회와 협력하면서 아동권리 증진에 힘쓰는 단체다. 정부에서 출연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역할은 독립되어 있다. 의회에서 임명받은 대표는 우리나라의 장관급으로, 기구 별도의 조사권도 가지고 있다. 국가 위탁으로 운영되면서 국가의 영향력에 의해 움직이는 국내 모니터링 센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황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아동들이 이른 시기에 성상품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 사회적 문제인데, 일부 언론이나 관심 있는 학자에 의해서만 연구될 뿐, 정책개발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영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데 아동권리 커미셔너가 이 문제를 의회에 보고해, 현재 영국 의회가 조사에 한창이고, 학부모 단체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역할도 중요한 요소다. 영국에서는 중앙 정부의 정책을 지자체가 그대로 활용한다. 중앙정부가 아동 권리옹호에 대한 어젠다(Agenda)를 세워놓으면 지방 정부가 그것을 철저히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