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조직, 가치를 넘어 성과로 인정받아야

다양한 형태의 비영리조직이 존재하게 된 오늘날에는 남들이 하지 않는 ‘선한 사업을 행한다(doing good business)’는 사실 그것만으로 비영리조직이 존재의 이유를 충분하게 갖지는 못한다. 비영리조직도 ‘선한 사업을 잘하는 경우(doing good business well)’에만 생존이 가능한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이제 비영리조직의 운영에서 경쟁을 통한 생존이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회가 비영리조직에 기대하는 것은 바로 선한 일을 넘어 실제로 사회의 변화에 기여하는 높은 성과(high performance)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이런 조류는 사실 비영리조직에서만 발생되는 현상은 아니다. 공공 영역에서도 뉴 매니지먼트(New Management)라는 패러다임과 함께 높은 효율성과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에 대한 집중이 강조되는 새로운 경향이 이미 확산되고 있다. 비영리조직의 운영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기대가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기대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비영리조직의 파급력(impact)에 대한 기대라 생각된다. 최근 출판되는 해외의 비영리조직 관련 전문 서적이나 논문에서는 더 높은 파급력(higher impact) 그리고 더 나아가서 집합적인 파급력(collective impact) 등의 개념을 다루는 경향이 훨씬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향성은 우리의 비영리조직들도 새로운 기대에 대해 주목할 시점임을 시사해 준다. 파급력에 집중한 한 예로 미국의 자선시장에서 모금을 거의 독점적으로 선점해 온 조직인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의 사례는 흥미롭다. 유나이티드웨이는 1990년대 초 회장의 비리와 관련된 내홍을 기점으로 모금 활동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동시에 기부자들은 “우리가 그렇게 오랜 기간 기부를 통해 지원해 왔는데, 기부금의 배분을 통해서 우리 지역사회 문제 중 변화된 것이 무엇이 있는가?”라는 핵심적 질문과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① 복지가의 마음과 경영인의 머리로… “30년 외길, 장애인 복지 기반 닦았죠”

[더나은미래·더퍼스트 공동기획] [숨은 영웅을 찾아서] (1) 이동한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사장 장애인 110명 일하는 복지관 설립… 새벽 6시부터 작업장서 일 가르치고 체크리스트 만들어 작업 과정 점검 장애인센터 최초 4대보험 도입… 지적·지체장애인 근로시간도 단축 “퇴역 군인(Veterans) 일어나주십시오.” 미국에선 중요한 행사에 앞서 이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걸 당연시한다. 우리나라 행사장에선 정치인, 경제인 등의 순으로 박수 행렬이 이어진다. 오피니언 리더로 불리는 이들이 진짜 영웅일까.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지만 누구도 쉽게 하지 못하는 일, 그 일을 오랫동안 해온 진짜 영웅을 만날 수는 없을까. 더나은미래는 공익 전문 온라인매체 ‘더퍼스트’와 함께 ‘영웅의 재발견’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아버지의 모습으로 기억하겠습니다.’ 이동한(63) 사회복지법인 ‘춘강(春江)’ 이사장이 지난 1월 12일 제주도 사회복지협의회장직에서 물러날 때 받은 기념 액자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장애인의 아버지’라는 수식이 고유명사처럼 따라다닌다. 하루 이용자(중복 집계)만 1000명이 넘는 제주장애인종합복지기관과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제주 최초의 재활의학 병원인 춘강의원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춘강은 오는 28일, 법인 인가 27주년을 맞는다. 제주도지체장애인복지회에서 장갑 기계 두 대로 직업 재활 사업을 시작하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 이사장이 장애인 복지에 몸담은 지는 햇수로 30년째다. ◇밥 퍼주던 부둣가집 막내아들, 복지사업가 되다 이 이사장은 두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열네 살 때부터 3년간 병원에 누워 16차례 수술을 거쳤다. 하지만 그는 일찌감치 사업가의 길을 선택, 성공 궤도에 올랐다. 20대에 한국상호신용금고를 운영했고, 제주공항의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나눔의 시너지 내려면 ‘룰’부터 정해야죠

“싸움과 권투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룰(Rule)이 있느냐 없느냐죠. 저는 상담할 때 딱 두 가지 룰만 줍니다. 상대방의 얘기를 끊지 않을 것, 상대방이 한 말을 재확인할 것.”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면, 자녀는 집중력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리더십을 발휘하죠. 반면, 부모가 자녀를 간섭하면, 자녀는 한계를 정해 수동적이 됩니다.” 지난 19일 더나은미래가 이지웰가족복지재단과 함께 세 번째 부모교육포럼을 열었는데, 미국에서 10년 동안 가족 상담을 해온 남동우 한국가족상담센터 상담소장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룰과 존중. ‘왜 우리나라는 협력과 공유가 잘 안 될까’라는 제 오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단초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한 좋은 모델을 분석해보면, 한 단체나 개인이 해낸 게 아니라 파트너십을 통한 결과물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주는 기업이나 정부, 현장에서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이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습고 창피한 일이지만, 최근 몇 년간 협동조합 붐이 일면서 지자체·정부기관·민간단체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러 간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한 기관에서는 ‘한국 해외연수단 더 이상 안 받겠다’고 공언했다고 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너희 나라는 왜 정보 공유를 안 하느냐”고 물었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더나은미래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민관협력사업 3년을 분석하는 좌담회를 열었을 때도, 한결같은 목소리는 “기업·정부·비영리단체 간 파트너십을 잘하는 게 가장 어렵다”였습니다. 해결의 열쇠는 바로 ‘룰(Rule)을 정하는 것’입니다. 파트너끼리 우선 목표와 성과에 대한 합의를 한 후, 서로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할지 명확히 룰을 정해야 합니다. 기부금액이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도 비영리에 대한 신뢰자산 쌓아야

지난 5일 ‘국제 나눔문화 선진화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예정에 없이 티모시 제이 매클리몬 아멕스재단 이사장, 도요타재단 디렉터 등과 함께 점심을 먹게 됐습니다. 이야기 주제가 기업과 비영리의 파트너십으로 흘러갔습니다. 도요타재단은 1974년에 만들어졌으니, 생긴 지 올해가 꼭 40년이 됩니다. 재단은 시민사회 및 NPO(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다양한 연구 및 공모·배분 사업을 하는데, 200억원이 넘는 돈을 씁니다. 아멕스재단은 NPO의 역량 강화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지금까지 약 326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한국의 젊은 층은 NPO분야로 진출하려는 관심이 높은가” “한국에선 대학이나 대학원에 NPO 리더십 과정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한국의 기업과 NPO의 파트너십 관계는 어떤가” …. 어느 질문 하나에도 속 시원하고 자랑스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갈 길은 멀지만 그렇기에 더나은미래 같은 매체의 존재 이유가 있다”며 농담 섞인 진담으로 얼버무렸습니다. 다만 두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쳤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요타재단은 만들어지고 나서 10년 동안 무조건 직접 사업을 벌였지만, 이후부터는 NPO를 간접 지원하는 형태로 방향을 틀었다고 합니다. 아멕스재단 또한 NPO의 역량이 높아지고 NPO에 좋은 인재가 많이 뿌리 내려야만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고 리더십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몇 달 전 한 대기업 CSR 담당 임원이 “함께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의 역량이 부족해서, 우리 직원들의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 투입량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며 “비영리단체는 왜 이렇게 자주 사람이 바뀌는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비영리단체의 사정이 왜 열악한지 사정을 설명하자, 그 임원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귀 열고 들어보세요… 변화의 ‘신세계’ 열릴 겁니다

최근 며칠 동안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 의장 이야기를 쓴 책을 이북으로 읽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6개월 이론’입니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모른 채 삼성SDS에 입사했던 그는 입사 이후 막막했다고 합니다. 그때 던진 질문이 “6개월 후에 남들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게 뭘까”였습니다. “윈도가 뜰 것이다”라는 데 힌트를 얻어, 당시 유행하는 코볼·포트 대신 6개월 동안 C++와 윈도만 했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윈도 기반의 프로젝트 수주를 하게 됐고, 그걸 잘하는 사람이 없어 갑자기 그가 전문가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는 “6개월 정도만 고민해서 답을 낼 수만 있으면, 남들보다 한 발자국은 아니더라도 반 발자국 앞서갈 수 있다”는 걸 터득했습니다. 인터넷 시대가 됐을 때 ‘6개월 이론’을 적용해 한게임을 창업하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시대가 열렸을 때 카카오톡을 만든 것도 같은 원칙에서입니다. 더나은미래에 있다 보면, 새로운 해외 소식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해외에서는 비영리,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등의 역할과 중요성이 큰 데 반해, 국내는 이 분야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보니 늘 해외 콘퍼런스 연사는 ‘더나은미래’에 인터뷰 요청을 해옵니다. 이번에도 ISO 26000의 최고 전문가 마틴 노이라이트 교수, 미국 사회적기업협회 의장 케빈 린치, 독일 위기청소년 교육전문가 리햐드 권더 도르트문트대 명예교수 등 수많은 전문가의 인터뷰를 지면에 실었습니다. 정보가 쌓이니, 마치 ‘6개월 이론’처럼 자연스레 세상 돌아가는 흐름이 읽힙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런 ‘신세계’를 저희와 애독자들만 알고 있는 것입니다. 민간이나 젊은 층일수록 이 분야에 대한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 NPO] ③ 연예인 홍보대사만 200여명… 이 비영리단체의 성장 비결은?

[작지만 강한, 强小 NPO ](3)’소통을 위한 젊은재단(W재단)’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50년 안에 사라질 위기다. 1993년 이후 해수면은 9㎝ 이상 상승했고, 1999년에는 9개 섬 중 하나인 사빌리빌리섬이 아예 바다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해발고도가 3m에 불과한 이웃나라 키리바시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 모두 지구온난화로 매년 조금씩 물에 잠기고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담수는 오염되고, 식수까지 부족한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소통을위한젊은재단'(이하 W재단)은 지구온난화·환경오염 등으로 고통받는 ‘기후 난민’을 돕는 비영리단체(NPO)다. 이욱(26) W재단 이사장은 “2011년에 제1차 한·태평양 도서국 장관급회의에서 피지 장관 수행 비서를 맡으면서 남태평양 섬들의 심각한 환경문제를 접하게 됐다”면서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상응하는 실천이 필요했다”고 했다. 이욱 이사장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과외·아르바이트로 모은 로스쿨 학비를 비영리단체 설립에 고스란히 사용했다. 젊은 청년의 무모함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다. 이욱 이사장은 한국의 유명 작곡가 연락처를 수소문해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판 ‘위아더월드(We are the world)’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밖에 없었다. 30년 전 마이클 잭슨,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 등 당대를 대표하던 45명의 수퍼스타가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 앨범 ‘위아더월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억달러 모금에 성공했다. 작곡가 윤일상씨가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히자, 프로젝트는 순풍에 돛을 달았다. 작곡가가 있고, 노래도 만들어지니 연예인 섭외는 문제없었다. 첫 공익 캠페인 영상 ‘뷰티풀 월드(Beautiful World)’ 프로젝트에 가수 인순이, 조성모, 바다, JK김동욱, 걸그룹 시크릿 등 유명 연예인 60여명이 참여했다(캠페인 영상 http://www.wisdomforfuture.org).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反기업 정서 깨는 가장 큰 힘, 나눔

“이제 시작인데요, 뭐.” 지난 7일 아산나눔재단 창립 3주년 기념식장에서 정몽준 명예이사장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산나눔재단은 아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정몽준 전 의원이 2000억원을 쾌척하고 범현대가(家) 기업들이 총 6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재단입니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준 명예이사장 부부 외에도 정몽진 KCC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얼마 전 딸이 사관후보생으로 해군사관학교에 입영해 화제가 된 SK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 관장(아트센터 나비)도 참석해 축하해줬습니다. 축사만 하고 VIP들이 우르르 빠지는 행사만 봐오다 1시간 30분 가까이 이어진 행사에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고 따뜻한 박수와 웃음이 이어지는 걸 지켜본 건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몇 차례 실패와 턱걸이 끝에 ‘정주영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입상한 예비 청년 창업가 “너희가 복지를 알아”라며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다 비영리에도 전략과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사회복지사, 중국 기업 글로벌 인턴을 하는 동안 북한의 아버지와 전화 통화 끝에 “자랑스럽다”는 얘기를 듣고 울먹인 탈북 대학생 스토리까지…. ‘청년 창업 활성화’와 ‘비영리 인재 육성 사업’이라는 두 축을 대표하는 수혜자들의 생생한 소감에 참석자들은 때로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 목이 메었습니다. 정진홍 이사장은 마지막 인사에서 “5년 후 신문 기사에 ‘아산나눔재단이 1조원을 출연한 재단이 됐다’는 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확실한 방법은 ‘나눔’이라는 것이고, 이제 곧 국내에도 1조원대 재단이 출연할지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④ Ⅳ 시니어 – ‘일자리’만 찾다가 오히려 ‘설자리’ 잃는 노인들

불행한 노년의 삶, 행복해지게 만드는 방법 시니어 동아리 ‘희망나눔세상’의 재능기부처럼 사회 참여 활동으로 우울·고독 해결해야 “어느 날 그냥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그때부터 우울증이 오기 시작했죠.” 대기업 회계 파트에서 근무했던 양태석(60)씨는 2010년 회사를 나왔다. 33년을 일했던 회사였다. 처음엔 나름 ‘자유로움’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몇 개월 만에 무기력증에 빠졌다. 아내도 일을 하고, 애들도 바쁜데 양씨만 허송세월한다는 생각에 심한 우울증까지 앓았다. ‘뭐든 닥치는 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지역 복지관의 인생 설계 강의부터, 요리 강좌까지 섭렵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에도 편입했다. 기업 인사 파트에서 34년을 일했던 최종영(59)씨도 재작년 퇴직의 칼날을 맞았다. 최씨는 건강부터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게을러져서 건강관리가 잘 안 되더라”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가족들과 전에 없던 다툼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사회와의 단절에 힘겨워하던 양씨와 최씨는 최근 은퇴 후 가장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작년 8월 은퇴한 시니어들로 이뤄진 재능기부 동아리에 참여하면서부터 생긴 변화다. 사회적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경영 진단이나 컨설팅을 해주는 모임이다. 최종영씨는 “일주일에 3일 이상 현장에 나가다 보니, 우울증 걸릴 시간도 없다”며 “덕분에 가족과의 시간이나 여가도 훨씬 소중해졌다”고 했다. ◇노인 빈곤 문제, 재취업이 유일한 대안인가? 지난달 31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고령사회와 사회자본연구센터’가 65세 이상 노인 106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노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잇는 노인이 180만명이 넘고, 서울의 택시 운전기사 5명 중 1명(21.6%)이 65세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③ Ⅲ 청년 – 말이 쉬운 청년 창업, 진짜 필요한 도움은

청년 스타트업 지원, 얼마나 효과 있나 지자체가 제공하는 창업 공간 평일엔 ‘썰렁’ 창업 생태계 조성·사후 지원이 더 시급 “지난해부터 창업 자금은 많이 풀린 상황이에요. 국비지원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 창업지원 관련 행사도 굉장히 자주 열려요. 사실 내가 창업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창업 3년차 스타트업 종사자 K씨) 3~4년 전, 인디음악 밴드 서비스 관련 창업을 준비하던 이진우(가명·32)씨는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에 참여해 1년 동안 3000만원가량의 사업 개발비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경쟁업체들에 밀려, 돈 한 푼 못 벌고 사업을 접게 됐다. 이씨는 곧이어 다른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정부 지원 사업은 물론 대기업 창업 공모전·공익재단 창업경진대회에서 상금도 받고, 투자까지 받게 됐다. 이와 같은 사례는 최근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중소기업청이 주도하는 정부 창업 지원금 규모는 1조5000억가량. 청년창업사관학교, 청년 전용 창업자금, 창업기업자금(융자), 엔젤투자 매칭펀드 등 지원 사업도 다양하다. 정부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IT 분야 청년 창업을 위해 조성한 ‘청년창업펀드’는 지난해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섰다. SK, 한화, 현대차 등 기업에서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전문 지원 기관의 K씨는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는 반갑지만 사실상 공급 과잉 시대”라면서 “창업하려는 젊은이들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했다. 2014년 7월 통계청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청년 기업(30세 미만 청년이 대표자인 기업)의 폐업률(25.5%)은 전체 폐업률(12.9%)보다 두 배나 높다. ◇박근혜 정부, 청년 창업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한민국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② Ⅱ 청소년 – “게임 캐릭터 레벨업 해라” 이것도 폭력?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된 학교 폭력 무대 채팅방에서 집단 욕설·게임 아이템 셔틀 늘어… 맞춤형 예방·체험형 공감 교육 확대돼야 “우리 반에서 A가 제일 꼴도 보기 싫어.” “맞아. 얼굴도 못생긴 게 비굴하기까지 해.” “ㅋㅋㅋ” “그렇게 당하고도 계속 학교에 다니는 것 자체가 신기하지 않아?” “진짜 X같은 게 쳐다보지나 말지.” 얼마 전,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초대받은 A군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채팅방엔 A군을 향한 험담으로 가득 차 있었다. A군의 얼굴에 외계인 사진을 합성해 올리면서, 서로 웃고 떠들기도 했다. 당황한 A군이 채팅방에서 ‘나가기’를 눌렀지만 소용없었다. 반 친구들이 끊임없이 채팅방으로 다시 초대했기 때문. 참다 못해 카카오톡을 탈퇴했지만, “다시 어플을 깔아라”라는 이들의 엄포로 A군은 지금도 집단 욕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의 ‘안전’이 사이버 공간에서 위협받고 있다. 스마트폰 3500만 시대. 초·중·고등학생의 77.1%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가지고 있는 나라. 온라인·모바일 접근성이 높은 만큼 사이버 폭력에 노출될 확률도 크다. 전문가들은 “최근 학교 폭력의 무대가 급격히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청소년 신(新)사회문제, 이제는 사이버 폭력이다 지난해 청소년폭력예방기관인 ‘푸른나무 청예단(이하 청예단)’이 전국 청소년 61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폭력을 경험한 학생 중 42.1%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학교 폭력의 장소 및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 ‘학교 교실’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이 2012년 50%에서 2013년 34.6%로 무려 15.4%가 줄어든 반면, ‘사이버 폭력을 당했다’는 학생이 4.5%에서 14.2%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① Ⅰ 아동 – 어릴 적 받은 상처… 평생토록 아물기 어려워

미리 보는 사회문제… 2015년 新사각지대를 살피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에 방치된 아동들 경제 수준 낮을수록 아동의 삶의 질 지표 낮아… 건강한 성장 위해 장기적 심리 치료 지원돼야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아동 학대 사망 사건, 세월호 참사, 윤 일병 사건…. 사회문제가 곪아 터진 후 이슈가 되면, 그제서야 새로운 대책이 만들어진다. 정책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끊임없이 생겨난다. 정부와 기업, NGO가 모두 2015년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시기를 맞아, ‘더나은미래’는 아동·청소년·청년·노인 분야의 신(新)사각지대는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이진호(가명·10)군의 집은 3평 남짓한 고시원이다. 부모님이 함께 운영하던 스포츠용품 사업이 부도나면서, 매일 다투던 부모님은 결국 이혼하고, 어머니는 집을 떠났다. 부도날 때 진 빚에 사채가 더해지면서 아버지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세금을 뺀 돈으로 사채는 막고 옆 동네 고시원으로 거처는 옮겼지만, 전학 처리를 하지 않은 탓에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아버지가 일용직을 하러 나간 사이, 온종일 동네를 걸어 다니다 떡볶이나 라면을 사먹고 들어오는 게 진호군의 일과였다. 지난해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진호군을 발견했을 때, 진호군의 인지 능력은 또래보다 훨씬 떨어졌다. 영양 불균형도 심했고, 공격적인 성향도 강했다. 아버지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이뤄지고, 진호군에게는 18회 동안 그림 치료가 이뤄졌다. 진호의 치료사는 “엄마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에서 오는 좌절감이나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분노, 아버지에 대한 두 가지 모순적인 감정들이 드러났다”며 “감정을 꺼내놓고, 조금씩 풀고 나니 시간이 쌓일수록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갔다”고 했다. 진호군은 이제 열악한

“아동 학대 예방은 어른들의 몫… ‘착한 신고’ 활성화에 앞장서야”

‘아동 학대 착한신고 캠페인’ 선포식… 김소현·손준호 부부 등 홍보대사 위촉 “우리 어른들은 아동 학대 예방이 모두의 책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동 학대 예방과 학대받는 아이들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결의합니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 결연한 다짐이 울렸다. 오른손을 앞으로 향하고, 무대에 선 19명의 어른은 “내 자녀만이 아니라, 주변의 아이들, 우리의 아이들에게 학대가 없도록 늘 예의주시하고, 의심 시에는 기관에 즉시 신고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읽어내려갔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위탁 운영하는 3개 민간단체(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이브더칠드런)가 공동 주관한 ‘아동 학대 착한신고 캠페인’ 선포식 현장이다. ‘착한신고 캠페인’은 민·관이 함께하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이다.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및 ‘개정 아동복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아동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이번 캠페인은 온·오프라인상의 활동을 통해 모든 국민이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라는 것을 알리고, 아동 학대 신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할 계획이다. 좀 더 손쉬운 아동 학대 신고를 위해,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착한신고’ 애플리케이션도 공개됐다. 앱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아동 학대를 바로 신고할 수도 있고, 교육이나 학대 징후 발견 등에 대한 자료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정부와 민간단체, 경찰, 부모, 의사, 간호사, 교사 등 각 신고 의무자 군을 대표하는 시민이 ‘착한신고 시민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와 의사 여에스더·홍혜걸 부부는 국민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행사에는 보건복지부 장옥주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