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교수가 말하는 벤처 기부 “벤처 기부, 비영리단체 역량 강화하는 계기될 것”

국내 첫 벤처기부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온’… 선정 기관에 연간 최대 2억, 3년간 지원 특정 사업 위한 ‘꼬리표’ 예산 벗어나 계획에 따른 자유로운 재정 운용 가능 국내에도 ‘벤처 기부’가 시작됐다. 아산나눔재단이 최근 새롭게 시작한 지원 사업 ‘파트너십온(Partnership ON)’은 지원 형태가 기존과 크게 다르다. 사각지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에 기관당 연간 최대 2억원을 최대 3년까지 지원한다. 이 돈을 인건비로 쓰든, 사업비로 쓰든 아무런 용도 제한이 없다.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뿐 아니라 지원받는 비영리조직 자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문가 그룹의 컨설팅을 포함한 비재정적 지원도 더해진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전국 5개 지역에서 열린 설명회에 500여명이 참여했고, 사업 설명회 이후엔 ‘이런 방식으로 지원하는 곳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이라는 평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아산나눔재단의 파트너십온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한 김진우(50·사진)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한국형 벤처 기부 도입’ 뒷이야기를 들었다. 김진우 교수는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기초생활보장과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복지정책 서기관을 역임하고 영국 버밍엄 대학에서 사회정책학과 박사과정을 받은 사회복지 전달 체계 관련 전문가다. 삼성복지재단,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 등 다양한 민간 재단의 지원 사업 실행과 자문에 참여해 온 현장통이기도 하다. ―아산나눔재단의 파트너십온 지원 방식은 비영리를 타깃으로 국내에 도입된 첫 벤처 기부 사례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데, 기존의 지원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다. 선정된 기관엔 연간 최대 2억원을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어느 곳에 써야 한다는 제한도 없다. 벤처

기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창간 5주년 특집 인터뷰] 한 해 3000억 기부금 움직이는록펠러 자선자문단 멜리사 버먼 젊은 기부자 대거 등장, 기부뿐 아니라 직접 사회문제 해결 나서 에너지·빈곤 문제 등 정부 대신 민간이 주도해 성공시켜 비영리단체도 함께 ‘해결책’ 제시해야 기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벤처필란스로피네트워크(AVPN)’에서는 ‘기부의 미래’에 관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관심이 뜨거운 ‘벤처 기부(Venture Philanthropy)’는 전통적 기부 방식이 아닌, 기부를 사회 투자적인 개념으로 보고 자선단체에 투자한다. 아산나눔재단은 최근 ‘파트너십온’ 프로그램을 출범시킴으로써 우리나라 비영리 영역에도 벤처 기부를 도입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전 세계 기부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세계 최대 자선 자문기관인 ‘록펠러 자선 자문단(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y)’ 멜리사 버먼(Melissa Berman·사진) 대표를 인터뷰했다. 싱가포르 AVPN에 참여한 버먼 대표는 “전략적 기부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14년째 록펠러 자선 자문단을 이끌어오고 있는 전문가로서, 지난 몇 년 동안 기부와 기부자들의 흐름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포드 재단, 켈로그 재단,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같은 거대 재단들을 비롯, 대기업, 고액 기부자 등 기부계의 ‘큰손’들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다. 지난 몇 년간 크게 네 가지 흐름이 두드러진다. 하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더 적극적으로 기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많은 이가 죽을 때가 다 돼서야 유언으로 남기곤 했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흔치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기부자들은 이슈에 대해 깊이 있게

[더나은미래 논단] 일방통행 사회공헌에… ‘자선의 덫’ 걸린 기업들

얼마 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 다국적 기업의 CSR 부서 담당자가 방문했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한 지방 도시 빈곤 아동들의 교육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공로상과 업계의 인정을 받은 이였다. 이 회사가 최근 인수합병되면서 새 이사회 앞에서 업무보고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그동안의 성과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서?”였다고 한다. 새 이사회 멤버들은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그녀는 그 결과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수치는 Input(투입자원) 관련 자료였다. 자원봉사자 몇 명이 지역을 방문했고, 몇 시간 봉사를 했고, 지원 비용은 얼마였으며, 학교를 몇 개 지었고, 또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는지였다. 물론 이 투입자원에 대한 중간 산출물, 예를 들면 수혜를 받은 학생 숫자 등은 금방 나타난다. 하지만 이사회가 궁금해한 부분은 이 투입자원에 대한 진정한 산출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정말 교육의 질이 바뀌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아져서, 결국 지원해준 회사의 직원이 되기도 하고, 주주가 되기도 하며, 열성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여달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수치를 측정하려면 그녀는 아마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많은 학자를 동원하여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것이다. 다시 위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결국

“아직 사회적 경제가 낯설어… 공공기관 구매담당자 공감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 공공구매 극심한 불균형… “어떻게 바로잡나” 민·관 대담 지난 3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 시장조성지원단이 2014년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기업 공공구매 실적을 발표했다. 정인수 서울시 사경센터 공공구매영업지원단 연구위원은 “서울시 구매에서 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9%나 됐는데, 사회적기업 10곳 중 8곳이 서비스·용역 업체였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이다.’더나은미래’는 ‘미스매치’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민·관의 속내를 들어봤다. 이번 대담에는 송기호 서울시 사경센터 시장조성지원단장, 이철종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정진우 서울시 경제진흥실 사회적경제과장(이상 ‘가나다’ 순)이 참여했다. 편집자 주 사회=’미스매치’ 얘기부터 해보자. 물품을 구매하는 관(官)의 사정이 궁금한데. 정진우 과장(이하 정)=지난해 서울시가 가장 많이 사들인 사회적경제 기업 물품은 인쇄물이었다. 복사지, 화장지 등 일상용품은 카드 결제로 이뤄지는 등 행정 부담이 적다. 하지만 서비스 영역은 얘기가 달라진다. 웬만한 계약이 2000만원을 넘어 입찰을 거쳐야 한다.입찰을 하려면 평가방식이나 가점 등을 고려해 입찰 설계를 해야 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행정담당자 입장에서는 사회적경제를 고려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이철종 대표(이하 이)=일선 구매업무 담당관들은 아직 사회적경제가 낯설고 왜 적극적으로 구매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공감대가 공공기관 내의 모세혈관까지 퍼져 있지 못하다. 송기호 단장(이하 송)=공공구매 담당자는 늘 선례를 원한다. 첫 사례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공공에서 이전부터 장애인 시설 생산품이나 자활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했던 전력이 있다 보니 사회적경제의 물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신뢰와 이해도가 있는 상태인데, 서비스의 경우는 아직 탐색기다. 이 과정을 넘어서면 서비스 구매도

“이대로 가다간 발디딜 곳조차 없어질 겁니다”

사진작가 이대성씨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카메라에 담아 “미래의 어느 날 자연도, 그 안의 문화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듯” ‘지금의 자연환경도 언젠가는 박물관 유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사막이 되어가는 푸른 초원, 말라가는 강, 높아진 해수면에 잠겨가는 섬…. 사라져가는 것들이 사진에 담겼다. 제목은 ‘미래의 고고학(Futuristic Archaeology)’. 사진작가 이대성(40·작은 사진)씨는 지난 4월 24일, 이 사진으로 ‘2015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개념 사진(conceptual)’ 부문에서 수상했다. 2007년 시작된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대회로, 이 대회에서 전문가 부문을 수상한 한국인은 그가 처음이다. 그가 이런 사진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파리에 박물관이 참 많은데, 보면 볼수록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물관이라는 게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유물들을 보존하는 곳이잖아요. 문화는 이미 파괴되고 사라졌지만 유물들만 화석처럼 남아서 ‘한때는 이런 시대도 있었다’ 보여주는 거예요. 사실은 그 문화가 그 사회 내에서 잘 보존되는 게 가장 좋았을 텐데, 문화를 파괴한 식민지 국가들에서 전시·보관되고 있다는 게 참 모순된 느낌이었죠.” 미래의 어느 날, 오늘날을 되돌아보면 어떤 작품들이 전시될까. 그의 눈에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들어왔다. “이대로 가다간 자연도, 그 안의 문화도 언젠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운명이겠더군요. 특히 몽골의 유목 문화는 이런 운명이 예견되어 있는 셈이고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3년 가을, 그는 몽골로 날아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막화가 진행 중인

[희망 허브] [숨은 영웅을 찾아서] ⑤ 빈곤의 고리 끊기 위해… 달려오다 보니 30년이네요

[숨은 영웅을 찾아서] (5) 황선업 ‘섬나의 집’ 지역아동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세 번째… 심사위원들 전원이 만장일치 밤이면 야학, 낮이면 엄마 위한 교실 창고 교회 한 귀퉁이에 주말 진료소…대전 최초 종일제 탁아소 운영부터 외국인 노동자·다문화 한부모까지 가장 낮은 현장에서 보듬어 황선업(56) ‘섬나의 집'(섬김과 나눔의 집) 지역아동센터장 이야기를 해준 분은 그녀를 이렇게 평했다. “지난 3월에 황선업 센터장이 ‘지역아동센터 알찬마루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는데, 심사위원 전원이 ‘어휴~ 우리가 감히 그분을 어떻게 심사하느냐’고 했대요.” 궁금해졌다. 2005년과 2009년에 이어 올해로 복지부 장관상만도 세 번째라 했다. 섬나의 집은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에 있었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좁다란 골목 언덕길 끝이었다. “대전의 평범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는데, 남편하고 교회에서 만났어요. 서울에서 노동운동, 학생운동 하다 목회를 마음에 품고 대전으로 내려온 사람이었거든요. ‘가장 가난하고 낮은 곳으로 들어가 살자’며 함께 대전 곳곳을 찾아다녔는데 그때 만난 게 ‘대화동’이었어요. 84년에 결혼하고서 바로 이쪽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31년째네요.” 땅이 기름져 벼농사가 잘돼 ‘대화(大禾)’라 불렸던 곳. 이곳에 가난한 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건 1970년대,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찾아 몰려왔다. 공단을 둘러싸고 고만고만한 집들이 다닥다닥 들어섰다. “저희 집이 풍족한 편도 아니었는데, 생전 이렇게 가난한 지역은 처음이었어요. 울타리 하나에 쪽방 스무 개 이상 달린 ‘닭장집’이 빽빽이 붙어 있고, 수도나 화장실도 한 지역이 공동으로 써야 했어요. 리어카 하나 못 지날 정도로 골목은 좁은데, 골목으로 내어놓은 배기구에서

[더나은미래 논단] 실리콘밸리에선 고액 자선도 투자처럼

애플의 최고 경영자(CEO) 팀 쿡이 세계 최고의 지도자로 뽑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5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Fortune)이 발표한 자료다. 포천지는 매년 정치 지도자는 물론 CEO, 비정부기구 대표, 성직자, 스포츠맨,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최고 지도자를 조사해 발표해 왔다. 팀 쿡이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등극한 것은 애플의 뛰어난 실적과 무관치 않다. 2011년 쿡이 경영을 맡을 당시 54달러였던 애플의 주가는 3년 반 동안 2.5배나 올랐다. 사상 첫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의 출현이 예고되고 있다. ‘잡스 없는 애플’은 기우로 남게 됐다. 그런데 이런 숫자적 성과만으로 팀 쿡의 저력을 평가하기엔 이른 사건이 터졌다. 그는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8억달러(약 8800억원)로 평가된다. 쿡은 “10세인 조카의 대학 학비를 대주고 나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미 소리 소문 없이 기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팀 쿡<사진> 이전에 페이스북으로 수퍼 리치의 반열에 오른 마크 저커버그는 2013년 1월에 10억달러를 기부해 20대의 나이로는 처음으로 고액 기부자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의 고액 기부자 10위 안에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벤처기업가가 4명이나 포진했다. 그렇다면 소위 첨단을 달리는 실리콘밸리의 고액 기부자들은 과거의 기부자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에게 자선사업은 기업 투자와 다를 바 없다. 벤처 자본을 연상시키는 ‘벤처 자선사업’이라는 용어는 자선가가 직접 사업을 선택하고 참여하며 확실한 근거가 있는 목표 중심의 자선사업 방식을 옹호한다. 또한 벤처 자선이 기존의 자선 활동에 자극을 주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음악적 열정에 놀라… 한계 아닌 가능성 봤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김미옥 교수 “사진을 가져오게 했어요. ‘오케스트라’와 ‘음악’에 대해서 말이죠. 한 친구는 아름다운 풍경을 찍어 왔는데 ‘왜 이걸 찍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느낌을 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간 ‘하트하트오케스트라 효과성 평가 연구’를 주도했던 김미옥(48·사진)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는 한국장애인복지학회의 발달장애 분과위원장으로 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왔고, 장애인 복지관에서 5년여 동안 근무하면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접한 경험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좀 더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 교수는 “반성한 것도, 깨달은 것도 많았다”고 했다. ‘포토보이스’를 진행하며 얻은 교훈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포토보이스는 사진을 이용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구 기법인데, 주로 언어 표현이 서툰 아동이나 장애인을 위해 사용한다. 국내 발달장애인에게 활용한 케이스는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을 닫는 데 익숙한 친구들이잖아요.” 하지만 우려는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단원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적극적인 단원들 덕분에 1회로 예정돼 있었던 인터뷰가 세 번이나 진행됐다. “바위를 찍어온 아이는 자신이 ‘목석 같다’며 안타까워했어요. 한 친구는 울고 있는 얼굴을 가져왔는데 자기 속마음이래요. 겉으론 울지 못하지만, 마음은 울고 있다는 거죠. 이태석 신부님 사진을 가지고 온 친구는 신부님처럼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음악을 하고 싶다더라고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그렇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에서 한 번 놀랐고,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고민의 깊이에 또 한 번 놀랐죠.” 한편 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의미를 더하기 위해선 후속

우리나라 헌법에는 ‘아동’이 없다

강명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사장 인터뷰 GDP 1%도 안되는 쥐꼬리 예산 스위스·일본 등도 아동 권리 헌법에 명시 “헌법 34조 4항은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에 대한 국가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 조항뿐만 아니라 헌법 그 어디에서도 아동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습니다. 아동도 국민의 한 사람이자 권리의 주체입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아동정책 기본계획 확정안 발표를 앞두고 아동계와 전문가가 한목소리로 예산 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지난 40년간 아동복지 현장에 몸담아 온 강명순(63·오른쪽 사진)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이사장은 헌법 이야기부터 꺼냈다. 스위스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 “아동 및 청소년은 특히 온전하게 보호받고 그 성장발달을 지원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밝혀 아동의 권리를 규정했다. 일본 역시 헌법 제27조 제3항 “아동을 혹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아동권리학회 주관으로 아동 권리 헌법 수용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헌법 개정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왔습니다. 당시 국회헌법연구자문위원회도 국가의 아동 권리 보호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죠. 그러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아동에게 선거권이 없기 때문일까요.” 헌법 제34조 제4항은 노인과 청소년에 대한 복지예산 편성의 근거가 된다. 강 이사장은 “아동 예산에 실질적인 확대가 없고,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하위 항목으로만 구성된 것 역시 헌법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구조적 허술함뿐만이 아니다. 예산 자체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OECD 국가 아동가족복지수준 비교(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0.45%를 아동 복지에 지출하고

요르겐 랜더스 교수가 보는 2052년

“재생에너지 60% 늘어나지만 기후변화 막기엔 늦었을 수도” 요르겐 랜더스 교수가 보는 2052년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9일, 전 세계 지방정부 지도자 200여명이 모인 ‘2015 이클레이 세계 도시 기후환경총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랜더스 교수가 40년 뒤 우리에게 다가올 경제·사회·환경의 미래를 예측했다. ▲경제: 경제 발전 동향은 지난 10~15년의 흐름과 비슷하다. 3차 산업(서비스)이 자리잡은 미국은 2020년대 이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는 반면, 중국은 향후 40년 사이 5배가량 성장한다. 국가별 특성을 종합했을 때, 전 세계의 경제는 지금보다 약 2배 정도 성장하는 수준에 그친다. ▲인구: 2040년 지구에는 가장 많은 인류가 살게 된다. 평균수명 연장, 경제 발전 등으로 점점 늘어난 인구는 80억을 정점으로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린다. 감소 원인은 저조한 출산율. 선진국 여성의 직업 활동과 빈곤국가 여성의 양육 부담 때문에 전 세계 출산율이 1%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너지: 에너지 사용량은 인구 추이와 비슷한 흐름이다. 2040년 1만8040MTOE(석유환산 100만톤)로 절정에 달했다가 차츰 줄어든다. 2050년 재생 에너지 비중은 전체의 6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기후 변화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을지 모른다. 앞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90PPM에 달하고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기온은 2도 오른다. 이대로 가다간 건조한 지역은 사막화로, 저지대는 침수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비극적 예측이다. ▲기후 변화: 기후 변화에 따른 재앙은 예상 밖의 문제들을 가져올 전망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기후난민의 입국을 막기 위해 울타리를 세워야 하는 인도, 해수면

미래학 권위자 요르겐 랜더스 교수 인터뷰 “더 나은 미래는쉽게 오지 않는다”

“인간의 이기심 활용한 환경 정책 설계해야” 1970년 ‘성장의 한계’ 지적한 책 9억부 팔리며 센세이션 일으켰지만 기후변화 막지 못해 실패   테슬라 ‘전기차’처럼 개인의 이익 만족시키면서 환경 살리는 장기적 정책 필요 “2052년,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적인 미래학자는 질문을 던졌다. 40년 후를 내다보는 그의 예측은 썩 밝지 않다. 성장은 정체되고, 빈곤은 여전하다. 대규모 멸종이 일어나고 생물 다양성은 붕괴된다. 어장 파괴로 어획량도 감소한다. 평균기온은 2.3도 이상 오른다. 기후변화로 가뭄, 폭풍, 지진, 해일 같은 극단적인 자연재해는 훨씬 더 자주 일어난다. 어림짐작만은 아니다. 시스템 공학 분야, 기후 문제와 시나리오 분석의 대가답게 예측은 구체적이다. ‘인류는 지금보다 300㎏이나 많은 1300㎏의 식량을 연간 소비하며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 ‘이산화탄소 배출은 2030년에 정점을 찍지만, 이미 대기 이산화탄소 축적량은 위험한 경계에 오를 것’과 같은 식이다. 지난 8일, 미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2052년을 내다본 책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원제 2052:A Global Forecast for the Next Forty Years)’의 저자 요르겐 랜더스(Jorgen Randers) 노르웨이 경영대학원 기후전략 교수를 만나 ‘미래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요르겐 랜더스는 기업·정치·과학 등 각 분야 저명인사들이 참여해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글로벌 비영리 연구기관 로마클럽의 핵심 멤버이자, 인류의 미래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 ‘성장의 한계(Growth to Limits)’를 집필한 공동 저자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이클레이(ICLEI) 세계도시 기후환경총회'(8~12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전 세계 203개 도시가 함께 기후변화에

[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조직 이사회, 기금 모으고 전문성 채우는 실질적 기여해야

[더나은미래 논단] 국내·외 비영리조직의 이사로 오랫동안 활동해오면서 국내와 해외의 비영리조직과 이사회에 대해 종종 비교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비영리조직 이사회에 대해 매우 큰 아쉬움을 느낀다. 그 이유는 많은 경우, 이사회가 그저 거수기 또는 고무도장(rubber stamp)의 기능만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이사회에 참석하고 상정된 안건이 어떠한 내용이든 이를 승인하는 도장만 찍는 형식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실 선진국에서도 비영리조직 이사회에는 고무도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선진국의 비영리조직 이사회는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였고 결과적으로 영리직의 이사회와 같이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수행하며 중요한 과업을 담당하는 기구로 변모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사회가 비영리조직 운영에 필요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실제로 파급력(impact)을 창출해내는 이사회로 기능하는 경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비영리조직에 대한 강의 시간에 ‘비영리’ 조직의 단어에 대해 우리말 발음 그대로 “비어 있어서 비영리조직이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로 설명하곤 한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비영리조직은 채워야 하는 빈 부분이 너무 많다. 인력도 비어 있고, 재정도 비어 있으며, 심지어 전문성이 비어 있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도 비어 있고,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창출하는 파급력 부문에서 비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제한성을 갖는 비영리조직에 이사(理事)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이사회의 이사는 제한된 인적자원을 보완해줄 수 있고, 재정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조직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또한 비영리조직의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