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아이가 있다. 만난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는 아이지만, 가끔 그 아이의 모습이 환영처럼 눈앞에 나타난다. 초여름 날씨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을 입은 작은 여자아이. 나이는 대여섯 살쯤. 모임에서 만난 A의 표정이 심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올해 초였다. 그러니까 1월쯤. A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모녀를 만났다. 같은 아파트 사람은 아닌 듯해 가볍게 목례만 하고 서 있었는데 우연히 아이의 얼굴을 보게 됐다. 상처도 있었고 멍이 심하게 들어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아이 엄마에게 “애기가 다쳤나 봐요”라고 했단다. 아이 엄마는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대답하고는 묻지도 않은 말들을 쏟아냈다. 애가 야단스러워서 키우기 어렵다, 얘 때문에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바로 옆에서 아이가 듣고 있는데도 큰 소리로 떠들었다. A는 뭔가 더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오지랖인 것 같기도 해서 “힘드시겠어요”라고 말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 엘리베이터에서 모녀를 다시 만난 것이다. A는 모녀를 단번에 알아봤다. 전보다 멍이 더 심하게 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여름 날씨였는데 아이는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반팔을 입어도 땀이 나는데 롱패딩이라니. 아이의 몸에 난 상처를 가리기 위해 그런 옷을 입힌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A는 엄마에게 인사를 건넨 뒤 “아이가 또 다쳤나 보네요. 혹시 이 아파트 사세요?”라고 물었다. 그 말에 아이 엄마가 돌변했다. 당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