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그린워크’와 ‘그린토크’가 불일치할 때 ‘그린워싱’이 탄생한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

빙하와 만년설이 녹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긴 장마와 잦은 태풍,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8 13일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녹색금융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은 “자산운용에 있어 전통적 리스크 외에도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요소 등 사회적 책임투자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무늬만 녹색인 ‘그린워싱’을 방지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그린(녹색)’과 ‘화이트워싱(불쾌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눈가림)’의 합성어로, 겉으로는 환경에 좋은 녹색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오염 감소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린워싱과 관련해 켄트워커(Kent Walker)와 팡완(Fang Wan)은 ‘상징적 행위와 그린워싱의 피해’라는 연구 논문에서 다양한 그린워싱 사례를 조사하고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다.

이 연구에서 저자는 환경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그린워크(Green Walk)’로 정의했다. 또 환경을 위해 상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그린토크(Green Talk)’라고 했다. 그린워크와 그린토크의 불일치를 ‘그린워싱’이라고 정의했고, 그린워크과 그린토크를 위해 집중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그린 하이라이팅(Green Highlighting)’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다음 4가지의 가설을 세우고 검증했다. 첫 번째 가설은, 환경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그린워크)는 재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환경을 위해 상징적으로 하는 행동(그린토크)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그린워싱은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 넷째, 그린 하이라이팅은 재무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린워크는 재무성과와 큰 관련이 없었고, 상징적 활동인 그린토크는 가설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그린워싱도 예상대로 재무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린 하이라이팅은 재무성과와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 , 환경과 관련된 직접적인 활동은 재무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의도적인 허위정보로서의 그린워싱은 회사의 재무건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다.

2017 1월 기준 환경관련 인증 마크가 174개에 이른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만 17개의 인증마크를, 해양수산부는 5,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각각 4개씩의 환경마크를 만들었다. 이밖에 국내외 마크를 합치면 그 수가 100개를 훌쩍 넘어선다. 인증마크의 모양이 서로 비슷한데다가, 이 와중에 그린워싱을 목적으로 비슷하게 생긴 가짜 마크까지 생기면서 일반 소비자는 제품에 붙어 있는 인증마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짜인지 또는 가짜인지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6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관련 표시가 있는 제품 10개 중 7개는 친환경제품이 맞는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기업의 단기적인 성과지향, 현실적으로 어려운 단속, 약한 처벌 등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세상에서 그린워싱은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하지만 논문에서 확인한 대로 그린워싱은 해당 기업에 결국은 좋지 않은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연간 약 7조 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포함한 국내외 투자기관 등 금융기관은 최근 앞다퉈 기업에 ESG와 지속가능경영, 사회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책임 있는 투자원칙을 기반으로 한 거대한 자금이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 그린워크와 그린토크가 일치하는 기업으로 향할 것이다. 기업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얕은수의 그린워싱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실된 모습으로 사회를 대하는 용기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김민석 지속가능연구소장(한양대·이화여대·명지대 겸임교수)]

▶오늘의 논문
Kent Walker & Fang Wan (2012), The Harm of Symbolic Actions and Green-Washing: Corporate Actions and Communications on Environmental Performance and Their Financial Implications, Journal of Business Ethics, 2012, 109:227242, DOI 10.1007/s10551-011-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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