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변의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꼭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행여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알아보지 못해서 인사를 놓칠까 생긴 버릇이다. 소셜벤처 업계에 몸담은 지 햇수로 15년째. 성수동만 해도 수백 개의 소셜벤처가 모여 있고, 거리를 걷다 보면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얼굴을 마주치면 ‘여전히 성수동에 계시는구나’하는 반가움과 ‘계속 모험을 하고 계시는구나’하는 고마움이 뒤섞여 찾아온다. 다만, 분명히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나 회사 등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잦다. 상대는 친밀하게 인사하는데 나는 뇌의 온갖 회로를 돌려 기억해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그만한 고역이 없다. 많은 사람과 마주치고, 상당히 많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 매일 새로운 창업팀과 마주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이러한 버거움은 생태계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소풍벤처스 역시 누적 투자기업이 100개를 넘은 상황이다. 투자기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가끔 창업자의 얼굴과 이름이 매칭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기라도 하면 당황스럽다. 투자한 기업의 창업자를 매일 한 명씩 만난다고 해도 3개월이 걸린다. 과거에는 한 명 한 명의 창업자를 직접 연결했지만, 이제는 소풍의 개별 구성원들이 네트워크 관리를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소풍 역시 다양한 분야의 창업가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또 소통해야 하는지, 즉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필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창업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자금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도 함께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네트워크 중에 손꼽는 것이 창업가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