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보지도 듣지도 말할 수도 없지만 손끝 하나 의지해 세상 나섭니다

[동행 취재] 시청각 장애인의 하루 부산 수영구에 사는 이태경(38)씨는 상대방의 손을 잡아야만 소통할 수 있다. 앞을 볼 수도, 들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태경씨는 시청각 장애인이다. 시청각 장애인들은 상대의 수화(手話) 동작을 손으로 만져가며 대화한다. 이를 ‘촉수화’라고 한다. 이태경씨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던 지난 18일 태경씨가 김윤선(64) 촉수화 통역사의 손을 잡으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오늘 태경씨와 하루 동안 같이 다닐 기자가 왔어.”(김윤선) 태경씨는 통역사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입 모양과 수화로 “부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다”면서 “만나서 반갑다”고 했다.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 장애인 태경씨의 외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태경씨는 세 살 때 열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초등학교 입학 이후 점점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부터는 혼자 외출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졌다. 망막색소변성증이었다. 지금은 어둠과 빛 정도만 구분할 수 있다. 태경씨의 어머니는 “안 가 본 병원, 안 해 본 치료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치료 방법이 없대요. 다행히 어릴 때부터 서서히 시력이 안 좋아진 거라 농아인학교와 맹아인학교 두 곳에서 점자와 수화를 배웠죠. 만약 점자를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시청각 장애가 왔다면 세상과 완전히 단절됐을 거예요. 지금은 김윤선 선생님이 도와주고 있어서 태경이가 사람들과 얘기할 수 있게 됐고요.” 김윤선 통역사는 지난 2016년 제주도에서 열린 시청각 장애인 세미나에서 태경씨와 처음 만났다. 17년간 수화 통역 봉사를 해온 김씨도 마침 부산에 살았다. 그는 첫 만남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사회책임지수] ②경제·사회·환경 등 부문별 우수 광역단체

더나은미래·한국CSR연구소 공동기획  더나은미래가 한국CSR연구소와 공동으로 기획·발표한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사회책임지수’ 평가 결과, 경기가 16개 광역단체 중 종합 1위에 올랐다. 2위는 서울, 3위는 대전이 차지했고, 대구와 경남이 뒤를 이었다. 광역단체 사회책임지수의 경제 부문은 크게 ▲생산·소비·인구와 ▲고용·배려 항목을 평가했다. 항목별로 100점씩 총 200점 배점이다. 생산·소비·인구 항목의 주요 지표는 지역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역내 총생산(GRDP), 일인당 GRDP부터 가구당 순자산액, 개인소비, 주민등록인구, 인구밀도 등이 포함됐다. 고용·배려 항목에서는 실업률 뿐 아니라 청년고용률,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등 상생 관련 지표를 반영했다. 경제 부문에서는 제주가 1위다. 제주는 200점 만점에 146.10점으로 16개 광역단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생산·소비·인구 항목만 보면 5위(64.17점)에 그쳤지만, 고용·배려 항목에서 타 단체에 앞서(81.93점)를 받아 순위를 뒤집었다. 강원 역시 고용·배려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경제 부문 2위에 올랐다. 이어 경기, 대전 등 전통적인 대도시 지역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10위권 이하에는 영호남 광역단체들이 한꺼번에 몰린 모습이었다. 광역단체 사회책임지수의 사회 부문은 ▲건강(50) ▲교육·문화(80)▲구난·안전(70) ▲복지·주택(75) ▲사회성과(25)의 5개 항목(괄호안은 배점)을 봤다. 교육·문화 항목이 총 80점으로 항목 중 배점이 가장 컸다. 초·중·고교 학생수와 대학교 재학생수, 인구 10만명당 체육시설수, 지역 문화예산 등 지표가 포함된다. 이외에는 주택보급률과 노인 주거복지시설 현황, 119구급대 10분내 도착률,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병상 수 등 지표를 봤다. 눈에 띄는 항목은 사회성과다. 지자체의 사회적가치 구현 수상실적, 지속가능발전대상 수상실적,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계획 등이 평가지표다. 16개 광역단체 중에서는 서울이 1위였다. 2위인 충남과의 총점 차가

[공익추적] 바우처로 ‘현금깡’, 대상자 대신 가족에 서비스…혈세 줄줄 샌다

편법·불법 도 넘은 ‘지투사업’ 실태 지역사회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바우처 사업’에 투입된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취약 계층이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바우처 카드를 발급하는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이하 ‘지투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2700억원 규모의 보건복지부 예산이 지투사업에 투입된다. 지투사업은 취약 계층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각 지역의 민간 서비스 제공 기관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서비스 제공 기관이 수급 대상자 한 명을 유치할 때마다 월 15만원 안팎의 고정 수입이 생기는 셈이다. 문제는 수급자 유치 과정이나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행위를 정부나 지자체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비스 제공 기관들은 지투사업을 ‘눈먼 돈’으로 부른다. 부정 수급이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일부 서비스 제공 기관장들은 더 많은 수익을 위해 편법을 넘어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무분별한 수급 대상자 유치 경쟁… 편법 넘어 불법으로 오후 3시, 민간 서비스 제공 기관 직원 A씨의 휴대전화 알람이 울렸다. 그는 가방에서 카드리더기와 고무줄로 묶은 바우처 카드 뭉치를 꺼냈다. 20여 장의 카드에는 A씨가 담당하는 수급 대상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에 단말기를 연결한 뒤 카드 중 하나를 골라 기기에 긁었다. 서비스 제공 시각이 바우처 전산 시스템에 주 1회 같은 시각에 매번 정확히 찍혀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 서비스를 하든 하지 않든 정해진 시각에 결제하면 상급 기관에서 문제

학대·유기… 동물들의 비명에 기부하셨나요?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접어들면서 동물 관련 모금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대형 동물 보호 단체는 물론 소규모 단체, 개인들까지도 방송, 유튜브, SNS 등을 이용해 모금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기 동물·동물 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동물 모금에 지갑을 여는 이들도 많아졌다. 아픈 강아지의 사진과 사연이 업로드되면 금세 수많은 응원 댓글이 달리면서 모금이 완료된다.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문의 전화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는 단체도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모금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동물 모금이 가장 ‘핫’하고 성과가 좋다”는 말까지 돈다. ◇온라인 중심으로 동물 보호 단체 모금액 증가 국내 최대 온라인 기부 플랫폼인 네이버 해피빈에 공개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주요 동물 보호 단체의 온라인 모금액은 대형 비영리단체들에 견줄 정도였다. 현재 해피빈에 등록된 동물 보호 단체 중에서 모금액 규모가 큰 빅3는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다. 기존 모금액 랭킹 1위였던 ‘동물권단체 케어’는 최근 박소연 대표의 ‘동물 안락사 논란’으로 탈퇴 조치됐다. 이 단체들의 모금액 순위는 등록된 전체 단체 3262개 중에서 각각 8위, 11위, 4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의 경우 지난해 해피빈에서 총 2억3300만원을 모금했다. 총 11개의 모금함에서 평균 1160만원이 모였고, 1년간 상시로 열어 두는 기본 모금함에도 약 1억원이 쌓였다. 카라의 모금 총액은 1억6400만원이었고, 기본 모금함에는 7700만원이 들어왔다. 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는 지난해에만 모금함 45개를 개설했다. 한 달에 많게는 6개 모금함을 열었는데도 평균 172만원씩 모였다. 조성아 해피빈 서비스실장은 “이용자들이 확실히 동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본소득 실험’ 신호탄 불평등 해결될까 재정 부담만 늘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자체들이 기본소득 실험 신호탄을 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만 24세 경기도민에게 소득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청년배당’을 시작한다. 전남 해남도 오는 3월부터 모든 농가에 매년 60만원을 지급하는 ‘농민수당’ 제도를 시행한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 수준, 노동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수당을 뜻한다. 국민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의 생활비를 주는 ‘완전 기본소득’과 특정 세대나 계층, 지역에 지급하는 ‘부분 기본소득’으로 나뉜다. 청년배당과 농민수당은 부분 기본소득에 해당하는 셈이다. 경기도와 해남의 움직임에 정치권에서는 ‘기본소득 도입과 실효성’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기본소득 도입은 필요하다는 입장과 예산 대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일자리 부족 양극화 문제 대안 될 수 있어” 우선 찬성 측은 기본소득이 자본주의와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불평등, 불안정성 문제에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주요 논거로 제시한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시간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노동자의 수입이 불안정해질 뿐 아니라 근로자 중심이었던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플랫폼 노동자와 같이 새로 등장한 계층을 포괄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다치거나 해고를 당해도 관련 산재보험이나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 구교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여러 나라가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친(親)자본주의 성향의 인물들도 기본소득 도입을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사회책임지수] ①지자체 사회책임 얼마나 준비됐나 점수 내보니

더나은미래· 한국CSR연구소 공동기획 지자체에 사회적가치 바람이 불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과 사회적가치 실현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지자체의 사회책임 이행 수준과 역량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준비가 잘된 곳은 어디일까. 더나은미래와 한국CSR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한 ‘2018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사회책임지수’ 평가 결과, 경기가 광역단체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서울, 3위는 대전이었고, 대구와 경남이 뒤를 이었다. 기초단체 중에서는 종로구(서울), 부평구(인천), 수원시(경기), 원주시(강원), 전주시(전북) 등이 광역별 1위를 기록했다. 지자체 사회책임지수는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단체와 226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평가했다. 평가 기준은 지속가능성 및 사회책임 평가 틀 중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TBL(경제·사회·환경 성과) 또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의 성과 측정 모델을 준용했다. ▲경제 ▲사회 ▲환경 ▲재정·거버넌스의 네 부문을 평가했고, 광역단체는 14항목 208지표를, 기초단체는 12항목 107지표를 활용했다. 데이터는 통계청,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 등에 공개된 공신력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했다. ‘지자체 사회책임지수 평가위원회’는 더나은미래를 포함해 ISO26000 전문가포럼, 지속가능경영재단,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 네 기관으로 구성됐다. ◇대도시·영남권 우세… 지역 간 사회책임 격차 존재해 광역단체 중에서는 경기가 총점 653.37점(1000점 만점)으로 사회책임지수가 가장 높았다. 재정·거버넌스 부문에서는 1위를 기록했고, 경제 부문과 환경 부문에서도 각각 3·4위로 상위권이었다.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69.9%로 전국 평균(53.4%)을 상회했고, 지역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역내총생산(GRDP)은 1723조원으로 광역단체 중 가장 높았다. 도내에서는 수원시, 부천시, 오산시 등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서울은 사회 부문 점수에서 타 지자체를 웃돌아 2위(645.78점)에 올랐다. 특히 사회적가치 구현 실적 등을 평가한 사회성과 항목 점수가

[도시재생, 길을 묻다] 지역민을 1순위로 둔 군산…’찾기 좋은 곳’ 이전에, ‘살기 좋은 곳’ 만들었다

[도시재생, 길을 묻다] ①군산은 어떻게 성공했나 정부가 2021년까지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50조원의 대규모 예산을 쏟아붓는다. 도시재생은 쇠락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재정비 사업으로, 대규모 토목 사업으로 상징되는 재개발·재건축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도시재생 사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도시재생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예산 낭비,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문제가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 진행되던 도시재생 사업에 국비가 투입된 건 지난 2014년이다. 이후 도시재생특별법이 마련되면서 ‘도시재생 선도지역’ 13곳에 4년간 2700억원이 투입됐다. 이어 2016년에는 ‘도시재생 일반지역’ 33곳을 선정해 3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시범사업지 68곳이 선정됐다. 지난해 사업지 99곳이 추가됐고, 올해는 100곳이 새롭게 지정된다. 더나은미래는 공식적으로 사업이 종료된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사례를 분석한 뒤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도시재생 사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단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도시재생의 본질은 주민 참여입니다. 건물이 들어서고 골목만 깨끗해지면 뭐하나요? 지역에 사는 사람들 마음에 들어야죠. 아무리 관광객들이 유입된다고 해도 24시간 365일 그곳에 발붙이고 생활하는 주민들이야말로 우선순위 1번입니다.” 전북 군산의 도시재생 사업 현장을 이끄는 이길영 군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이 말하는 성공 비결은 단순했다. 군산은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4년 당시 월명·해신·중앙동 일대 원도심의 상가 공실은 140개에 이르렀지만, 이제는 거의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 활성화에 성공했다. 도시재생 핵심은 주민…지역민 의견 없으면 ‘예견된 실패’ 군산의 도시재생 성공의 중심에는 ‘주민협의체’가 있다. 주민협의체는

“폐업 원하는 개 농장 주인들을 돕습니다”

개 농장 폐쇄 지원하는 국제 동물권 옹호 단체 ‘HSI코리아’ 지난 10월 4일 오후 1시 인천공항 화물터미널. 말라뮤트 믹스견 피터(가명)는 지난 석 달간 자신을 돌봐준 이모, 삼촌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피터는 이날 오후 3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로 갔다. 같이 자란 15마리 개도 함께 떠났다. 피터를 비롯한 16마리의 개는 모두 국제 동물권 옹호 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코리아(Humane Society International Korea, 이하 HSI 코리아)’에 의해 경기도 남양주의 한 개 농장에서 구조됐다. 캐나다에 도착하면 HSI 캐나다의 보호소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된다. 피터가 있던 개 농장은 HSI 코리아가 2015년부터 진행 중인 개 농장 폐쇄 프로젝트의 열세 번째 대상지다. 피터네 농장 주인 이종민(71)씨는 30여년간 신문 배급소를 운영하다 은퇴하고서 12년 전 노후대책으로 이 개 농장을 인수했다. 처음엔 돈이 좀 됐다. 하지만 갈수록 개고기 수요는 줄어들고 ‘고깃값’이 떨어져 적자가 났다. 이씨는 “이제는 개고기 먹는 사람보다 안 먹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 않으냐”며 “여름 한 철 장사인데 그것마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개들도 잘 팔리지 않는 판국에, 사료 대신 식당에서 ‘짬밥(음식물 쓰레기)’를 얻어다 먹이는 게 불법이 되자 농장 운영이 더 어려워졌다. 200마리가 넘는 개들을 먹일 사료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과태료까지 내고 나면 이씨 손에 떨어지는 게 거의 없었다. 이씨는 “답답했던 찰나에 이 사람들(HSI)이 농장 폐쇄를 도와줄 수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고 했다. 캐나다로 간 17마리를 시작으로,

무너지는 그룹홈…정부 지원 절실해

#1. A 씨(21·여)는 일곱 살 때부터 작년까지 그룹홈에 살았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 5~7명이 관리자 2~3명과 함께 일반 가정집에서 생활하는 주거 형태다. 대규모 양육시설이 아닌 가정집에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끼며 생활할 수 있다는 게 그룹홈의 가장 큰 특징이다. A씨는 무려 14년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며 그룹홈 식구들을 둘도 없는 ‘가족’처럼 느끼며 자랐다. 가족이라 생각했기에 복지사가 손찌검을 해도 ‘사랑의 매’라고 여기며 자신을 설득했다.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고 욕설을 하며 나무라도 꾹 참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A씨의 마음속 상처는 깊어졌고, 결국 복지사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제소된 복지사가 다른 그룹홈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룹홈에서 “제일 큰 언니로서 동생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다”며 A씨를 쫓아낸 것. A씨는 “폭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인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망연자실했다. 이후 다른 그룹홈에 입소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다른 거처를 알아보던 끝에 숙식이 제공되는 골프장 부속 레스토랑을 찾아 현재 그곳에서 1년째 일하고 있다. A씨는 “그래도 여전히 내가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건 그룹홈 식구들뿐”이라고 했다. “인권위 제소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더라면, 하고 후회하곤 해요. 결국 유일한 가족마저 잃게 됐으니….” #2. B씨(20·남)는 7년을 그룹홈에서 보내고 올 1월 그룹홈 퇴소 의무 나이인 만 19세가 돼 독립했다. 7년간 B씨는 그룹홈에 들어왔다 크고 작은 사고를 내 다른 그룹홈으로 보내지는 친구들을 여럿 봐왔다. 복지사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은

갑작스럽게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정에 도움… “지역사회 안전망 더 촘촘하게 만들 것”

굿네이버스·신한금융지주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 공동 진행 굿네이버스는 올해 5월부터 신한금융지주와 함께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 영웅 선정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위기가정 재기지원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급작스러운 위기 상황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진 가정이다. 가족 구성원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취약 계층이 대상이다. 또 하나는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도운 개인이나 단체에 포상하는 ‘희망 영웅’ 시상이다.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총 60억원이다. 3년짜리 사업으로 한 해 20억원씩 집행된다. 지난 11월 말 기준으로 684가구 2243명에 총 9억4500만원이 지급됐다. 이 가운데 생계주거비가 5억5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희망영웅 포상금으로는 6300만원이 쓰였다. 지원 대상자 중에는 한 부모 가정이 많은 편이다. 실무를 맡은 강인수 굿네이버스 복지사업팀장은 “공공 영역에서 지원을 받는 대상자를 중복으로 지원하지 않도록 설계를 했는데 한 부모 가정의 비중이 컸다”면서 “거꾸로 생각해 보면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한 부모 가정은 보통 30~40대 젊은 보호자가 어린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은 있지만 생활은 빠듯하다.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고, 질병으로 인한 소득 절벽에 빠진 이들은 관리비를 체납하기도 한다. 강 팀장은 “위기 가정은 큰 빚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작은 빚이 쌓여 나중에 빚더미에 앉게 될 우려가 있는 가정을 말한다”면서 “조기 지원을 통해 이들이 하루빨리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업을 진행한 지 7개월

위험 무릅쓰고 용기로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우리의 이웃이자 ‘희망 영웅’ 소개합니다

평범한 시민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굿네이버스와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5월부터 의로운 행동을 한 시민이나 단체를 ‘희망 영웅’으로 선정해 상을 주고 있다. 희망 영웅은 굿네이버스 사무국에서 자체 진행하는 언론 모니터링과 외부에서 추천받은 사례를 종합해 이타성·확산성 등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지난 13일에는 올해 일곱 번째 희망 영웅이 탄생했다. 남다른 용기와 희생정신으로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밝힌 희망 영웅들을 소개한다. 1차 희망영웅_ 조상현서울 마포대교 난간 너머에 선 남자. 그리고 투신하려는 이 남성의 허리를 붙잡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틴 시민이 있다. 제1차 희망 영웅으로 선정된 조상현(28)씨는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누군가의 인생이 달라지는 순간인데 못 본 척 지나갈 순 없었다”고 말했다.당시 조씨는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던 중이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지만, 그는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았다. 조씨는 투신하려는 사람에게 농담을 던져가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본의 아니게 초면에 ‘형, 동생’ 하게 됐다. 그는 “능청도 떨어보고 부탁도 해봤다”면서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에 온갖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말했다. 신고 5분 뒤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조씨의 기지로 버틴 덕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2차 희망영웅_ 박진화·김을석·김영찬물에 빠진 자동차 운전자를 구하려고 어선을 몰고 나간 시민이 있다. 지난 6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부둣가에서 한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그대로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마침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박진화(35)씨는 이웃 주민 김을석(50)씨와 함께 작은 어선을 몰고 자동차에 접근해 밧줄로

무수한 관심·기금 모인 저개발국 ‘우물 기부’… 그 많은 우물은 잘 쓰이고 있을까?

[더나은미래·이랜드재단 공동 캠페인 물을 선물합니다!] ②-마을 살리는 ‘우물’ 이야기 몇 년 전 캄보디아 타케오주의 한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국내 NGO가 만들어준 우물물을 마시고 단체로 병에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온몸에 까만 반점이 생기는 증상을 겪거나, 심하면 팔꿈치와 무릎 등이 녹아내리는 등 비소 중독 증세를 보였다. 당시 현지 언론은 캄보디아 내 13개 주 중 7개 주에 있는 우물들이 독성 물질인 비소에 오염됐다고 전했다. 저개발국가들에 대한 ‘우물 기부’가 유행처럼 확산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비소나 인분 등에 오염된 우물, 망가져 방치되는 우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지역의 토양 특성을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빠르게 짓다가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우물도 많고, 제대로 지었다 해도 관리가 안 돼 고장 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우물 기부가 보여주기 식으로 변질되면서 저개발국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 ◇너도나도 우물 기부… 실제 이용 가능한 건 많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서 식수가 부족한 저개발국의 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비영리단체,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저개발국 식수 개발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우물 건립’이다. 상수도 시설 설치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저개발국에 ‘우물 기부’를 하기 위한 모금이 줄을 이었다. 한 방송사는 우물 기부를 주제로 한 모금 프로그램을 주말 황금 시간대에 방영할 정도였다. 수많은 우물이 만들어졌지만, 결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