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목소리1949년 1월 17일 제주도 서귀포시 조천면 북촌리. 오전 11시, 군인들이 찾아왔다. 마을 사람들을 전부 학교 운동장으로 모았다. 군인들은 운동장에 모인 주민들에게 “빨갱이를 찾아라”고 호통쳤다. 그날 영문도 모른 채 총에 맞아 숨진 주민은 300명가량. 제주4·3사건 당시 북촌리에서 일어난 일명 ‘북촌리 사건’이다. 생존자 이재후씨의 어머니는 온몸에 피를 묻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죽음을 확인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는 아들 이재후씨에게 말했다. “먹게, 먹게,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른다. 한번 배불리 먹자. 그릇에 밥 떠놔라.” 이씨는 어머니의 유품인 다듬잇돌을 보며 당시를 회상하곤 한다. 책은 다듬잇돌을 비롯해 저고리, 비녀, 재봉틀, 궤, 은반지, 사진, 엽서 등 제주4·3사건 희생자들의 유품을 사진으로 모았다. 유족의 기억도 함께 담았다. 유품 사진은 한 사람의 소박한 역사를 보여주지만 이면에는 한국의 아픈 역사를 감추고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묻어둔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고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허은실·고현주 지음, 문학동네, 1만7500원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기후변화가 인간의 모든 일상을 바꿔버린 가까운 미래. 폭염, 혹한, 백화, 해빙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속 사랑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집이 나왔다. 단편 ‘천국의 초저녁’에서 주인공 경민의 친구 영우는 신혼여행지로 몰디브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잠기는 중인 몰디브를 갈 수 있는 건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실제 신혼부부들이 할 법한 현실적인 고민이다. 이 밖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정치에 참여했다 헤어진 커플, 폭염에 지쳐 민원을 넣으러 온 사람과 사랑에 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