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지진 이어 전염병 예방해야”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사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네팔 지진과 여진의 비극은 또 다른 재앙의 전조가 될 수 있다. 다름 아닌 몬순(Monsoon), 즉 장마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위생이 열악한 난민촌에 오랫동안 거주하고 있는데, 현재는 드물게 발생하는 설사 질환이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 ‘전염병의 폭풍(storm)’이 오기 전에 국제사회는 콜레라·장티푸스·홍역·간염 등 감염 질환의 창궐을 막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콜레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창궐하는 대표적인 수인성 질병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콜레라 환자는 탈수 증세로 인해 몇 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다. 풍토성 콜레라 지역인 ‘말라위’에서는 올해 초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인해 20여만명이 집을 잃었다. 수재민 캠프에서는 이후 몇주 동안 콜레라가 창궐했다. 사망자들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 정부, 기아자동차,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국제 협력기관들이 말라위 정부와 힘을 합쳐 긴급 콜레라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이재민 캠프와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 10만여명에게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접종했다. 특히 사용된 백신은 한국 정부,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 스웨덴 정부 등의 지원으로 국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IVI가 개발한 것이다. 말라위의 발 빠른 대응 뒤에는 지난 시절 아이티와 르완다, 남수단의 뼈아픈 사례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특히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 후 대규모 콜레라 창궐 사태를 겪었으며, 역설적이게도 이 사태는 네팔 평화유지군의 주둔으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난 초기에 백신 접종이 실시되지 않았고, 뒤늦게 국제 구호기구들이 아이티 주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자연이 주는 아픔까지도 宿命으로 받아들인 그들

엄홍길 대장 특별 기고 네팔 지진 긴급구호 현장 ’20일간의 기록’ 카트만두 북동쪽 산간지대, 7.8도 지진 발생… 지진 피해 지역 산간 오지로 접근 어려워… 구호 단체, 구호품 나르기조차 힘든 상황 무너진 건물·학교, 사람들 기거할 곳 없어… 의료품만 아닌 천막·텐트 공급 가장 시급 네팔을 찾은 지 보름째, 네팔 대지진이 발생한 지 17일째 되던 5월 12일 오전. 최초 진앙지인 고르카 만드레 지역을 찾았다. 주민들에게 구호물자를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산 아래 광활한 평지에 주민 20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트럭에서 쌀 포대를 내리려던 찰나 갑자기 주변이 술렁거렸다. ‘둥둥….’ 발끝부터 느껴지던 진동은 이내 ‘쿵쿵’으로 변했다. 외마디 비명이 쏟아졌다. ‘지진 노이로제’에 걸린 주민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또 왔다’는 걸 말이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주변 건물 없는 평지를 향해 내달렸다. 울부짖는 여인들도 있었다. 나도 따라 뛰었다. 수초 후 300m 옆의 산 한쪽 면 전체가 종잇장처럼 뒤틀리더니 거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귀를 찢는 굉음과 흙 폭풍에 주변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순간 ‘이 사람들이 구호물자를 받으러 내려오지 않고 산속에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하니 머리카락이 삐쭉 서는 공포감이 들었다. 에베레스트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자연이 주는 공포를 여러 번 경험했었다. 1988년에는 산 정상에서 진도 6.6의 지진을 맞닥뜨린 적도 있다. 눈사태가 순식간에 주변 지형을 바꿔놓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12일 고르카 지역에서 맞은 두 번째 지진은 수십년간 산에서 느꼈던 공포를 새록새록 살아나게 했다. 대낮에 눈앞에서 맞는

“전문성 가진 비영리 조직 되도록… 정부·기업의 관심 필요”

한동우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업·국가 의존도 높은 국내 비영리조직… 역량 강화 및 성장 돕는 전문 기관 없어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는 조직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정부나 기업에서 나서 비영리 지원 조직에 대한 고민을 해줘야 한다.” 한동우<사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말이다. 한 교수는 ‘비영리 조직’을 전공한 국내 몇 안 되는 비영리 조직 전문가 다. 비영리 조직이 지속 가능하려면 어때야 할까. ―현재 한국 비영리 조직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나. “비영리 섹터의 핵심은 자발성이다. 그러나 한국의 비영리 조직은 시장과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후원 구조가 취약해 재원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보니 정부 기금이나 기업에 의존한다. 지속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자발성 관점에서도 비영리조직의 정체성을 위협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비영리 조직은 많은데 비영리조직을 지원하는 구조가 없다. 미국의 경우,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고 역량강화를 돕는 조직들이 굉장히 많다. 국내엔 거의 없다. 서울시 NPO지원센터 정도다. 사회공헌정보센터가 있긴 하지만 정보센터로서의 기능이 부족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역시 역량 강화는커녕 사업 영수증 확인하기에 급급하다. 역량강화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해도 굉장히 산발적으로 이뤄진다. 조직의 역량은 커지지 않으면서 사업비만 지원받다보니, 지금으로선 이 지원금 없어지면 망한다. 비영리 조직이 투명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도 의지가 아닌 ‘능력의 문제’라고 본다. 투명해지고 싶어도 ‘투명할 능력’이 없는 거다. 그런 역량을 누군가 계속해서 키워줘야 하는데 그런 조직이 없다.” ―한국 비영리가 지나 온 맥락과도 연관이 있나. “1987년 이후 많은 비영리조직이 생겼다. 큰

[Cover Story]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짐 콜린스 인터뷰

[비영리 분야 위대한 조직, 5가지 특징은…] 1… 미션에 부합하는 ‘성과’ 찾기 2…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리더십 3… 적합한 사람 찾는 걸 최우선 4… 지속 가능한 ‘자원’을 개발 5… 브랜드 구축해 팬층 넓혀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로 꼽히는 짐 콜린스(Jim Collins)와의 인터뷰에는 무려 2개월 반이 걸렸다. 수차례의 이메일과 전화통화 끝에 지난 7일, 그와의 스카이프 인터뷰가 이뤄졌다. 그를 꼭 인터뷰하고 싶었던 건 책 ‘비영리 분야를 위한 좋은 조직을 넘어 위대한 조직으로(Good to Great and the Social Sector)’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기 때문이다. 2005년 미국에서 출간된 지 10년 만에야 번역된 셈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비영리 영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다란 화제가 됐다. ‘경영의 구루’가 비영리 조직을 연구한 건 왜였을까. ―영리 기업에 대한 연구와 책으로 이름난 경영 석학이 비영리 조직에 대한 책을 냈던 게 생소하다. “2001년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출간하고 나서 많은 독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그중 3분의 1 가까이가 비영리에 종사하는 이들이더라. 굉장히 놀랐다. 들어오는 질문들도 비슷했다. ‘비즈니스 모델과는 다른 비영리 단체의 위대함은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나’, ‘(비영리 단체같이) 권력이 분산되어 있는 경우에 리더십은 어때야 하나’, ‘기업에서는 재정적으로 이윤을 내면 또 다른 자본이 들어와 동력이 생기는데, 비영리의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식이었다. 위대한 비영리 조직엔 어떤 원칙들이 있고 기업에 적용되는 원칙과는 어떻게 다를까 하는 호기심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이 책은 그

[희망 허브] ‘복지사회 원동력’·’행복의 연장선’… 나눌수록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옵니다

창간 5주년 특집 / 기부왕 10인이 말한다 정부의 복지는 한계 있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후원받은 학생이 성장한 후 또 다른 선행을 실천했으면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나눔도 삶의 일부로 거듭나길 전쟁 고아 도와주던 부모님 더불어 사는 삶 중요성 느껴 미국의 공익 전문 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스로피(The Chronicle of Philanthropy)’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고액 기부자 톱 50인이 낸 기부금은 110조원(약 102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올해 보건복지 예산 52조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19억2000달러(약 2조1000억원)를 기부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게이츠와 그의 아내가 ‘기부왕’을 차지했고, 프로풋볼(NFL) 버팔로 빌스의 전 구단주인 랄프 윌슨 주니어(Ralph C. Wilson Jr.)가 10억달러(약 1조800억원)를 유산 기부해 2위를, 스포츠 기념물 등 수집품을 판매하는 MBI의 창업자 테드 스탠리(6억5239만달러·약 7000억원)가 3위에 올랐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다. 2010년 5월 국내 유일의 공익 섹션으로 창간한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다 함께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국내의 수많은 ‘숨은 기부왕’을 만나왔다. 창간 5주년을 맞아 그동안 ‘더나은미래’를 응원해준 숨은 기부왕 10인에게 ‘당신이 기부를 통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지’를 물었다.(가나다순) 편집자 주   1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기업이 사회를 더 밝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정부에서 어렵고 소외받는 우리 이웃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인 기업들, 특히 대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눔에 앞장서야 한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없고 함께 가야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100년 후 떡갈나무처럼… 느리고 건강한 성장이 목표

美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리사 파이크 쉬히 환경담당이사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본사 현관 입구엔 미국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라워(David Brower)가 남긴 글귀가 커다랗게 적혀 있다. 환경 단체인가 싶지만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얘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매년 총매출의 1%는 지역 환경 단체들에 기부하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땅을 사들여 자연보호 구역으로 만들기도 한다. ‘댐을 없애자’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과소비도 줄이라고 권유한다. 특이한 건 또 있다. 본사 복도엔 서핑보드가 줄지어 있고, 회사 알림판엔 그날의 파도 정보를 공유한다. 좋은 파도가 오는 날엔? 서핑보드를 들고 10분 거리 바다로 뛰어들면 끝이다. 1984년 회사 내 어린이집을 만들고, 직원들을 위한 ‘근무시간 선택제’를 도입한 곳. 미국 유명 경제 잡지 포천지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쿨한(coolest) 기업’으로 꼽힌 곳, 1972년 만들어져 올해로 43년 된 ‘오래된 기업’이다. 지난달 24일 국내 파타고니아 도봉산점 개점을 기해 한국을 찾은 리사 파이크 쉬히(Lisa Pike Sheehy·사진) 파타고니아 환경프로그램 담당 이사를 만나 인터뷰했다. ―파타고니아를 설명하는 말들이 여럿 있다. 환경을 위해 애쓰는 기업, 직원이 중심이 된 회사, ‘필요하지 않으면 재킷을 사지 말라’는 광고 문구까지. 실제 본사 분위기가 궁금하다. 이본 쉬나드의 책 제목처럼 정말로 파도가 치면 서핑을 하러 나가는 게 가능한가(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는 기업에 대한 본인의 철학을 책에 담았다. 제목은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물론이다(웃음). 근무 환경은 직원들에게 굉장히 우호적이다. 본사 직원이 500명 정도인데, 모두가

7년새 100배 커진 ‘아너 소사이어티’… 초고액 기부 시대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창간 5주년 특별 좌담회… 기부의 미래를 말한다 ‘백만달러 기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백만달러(10억원) 이상 기부자의 기부금 총액은 총 263억달러(28조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70억달러(7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이른바 ‘수퍼 리치(Su per rich)’들이 기부에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에선 ‘메이저 기프트(major gift·고액기부)’보다 한 단계 높은 ‘메가 기프트(mega gift·초고액 기부)’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새 고액 기부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초고액 기부 시대를 준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더나은미래’는 정부, 학계, 비영리단체, 금융기관 등 전문가들과 함께 ‘초고액 기부 시대 열리나’를 주제로 창간 5주년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박란희 더나은미래 편집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는 강학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본부장, 김현아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장, 배정식 하나은행 신탁부 상속신탁팀장, 성열기 삼성패밀리오피스 센터장, 이상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이재란 보건복지부 나눔정책팀장, 최임열 법무부 상사법무과 검사(가나다순) 등이 참석했다. ◇부동산·주식 등 비현금성 자산 기부 늘어… 초고액기부 시대 열렸다 사회=우리나라도 기부금 10조 시대를 넘어섰다. 고액기부자들이 몇 년 새 부쩍 늘어나는 등 기부 문화 확산 속도가 무척 빠르다. 현장에선 초고액 기부 시대에 얼마만큼 근접했다고 체감하는가. 강학봉=1억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수가 2008년 6명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가입자만 272명에 달할 정도로 7년간 100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매년 2배 이상 늘면서, 수십억원대 기부를 문의하는 자산가들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소 10억~20억원대 부동산·주식·보험 등 비현금성 자산 기부를 약속하는 분들이 한 달에 2건

“작지만 좋은 회사 응원하려 대중과의 다리 놨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신혜성 대표 인터뷰 ‘100인의 배심원단’·’댓글’ 등차별화된 소통 앞세워 급성장 “평생을 기술 개발에 몸 바친 중소기업 사장님이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죠. 담보가 없었거든요. 종업원 100명을 해고시켜 원가를 절감한 기업은 ‘좋은 회사’ 소리를 들었고요. ‘뭔가 잘못됐다’ 싶었습니다.” 신혜성(36·사진) 와디즈 대표의 말이다. 대표는 증권·은행에서 9년 동안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직접 방문한 회사만 500곳이 넘는다. 그런데 기업을 알면 알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신 대표는 “증권에선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곳, 은행에선 돈을 안 떼이는 곳이 좋은 회사였다”며 “더 다양한 관점에서 기업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급기야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2012년 5월 탄생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다. 가치 있는 회사들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갖고서였다. 지난 3월까지 약 300건의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모금 성공률이 70%나 된다.(와디즈는 프로젝트별로 5~7%의 펀딩 수수료를 받는다) 지난달 29일, 신혜성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과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를 직접 들어봤다. ―설립 초기, 국내 크라우드 펀딩 분야는 ‘불모지’에 가까웠을 텐데. “2012년 초반, 스타트업 모임에 강연을 갔는데, 한 청년 기업가가 ‘사기꾼이 판을 치겠다’며 비아냥거리더라. 지인들에게 ‘돈 되겠냐’는 무시와 질타도 많이 들었다. 당시 몇몇 펀딩 플랫폼이 운영되긴 했지만, 해외에 있는 모델을 그대로 들여온 방식에 불과했고 잘 굴러가지도 않았다. 인식도, 시스템도 미비했던 거다. 성급히 사업적으로 접근해선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크라우드산업연구소’를 먼저 차렸다. ‘나부터 정확하게 이해해야 시장에 알려줄 수 있겠다’는

김진우 교수가 말하는 벤처 기부 “벤처 기부, 비영리단체 역량 강화하는 계기될 것”

국내 첫 벤처기부 아산나눔재단 ‘파트너십온’… 선정 기관에 연간 최대 2억, 3년간 지원 특정 사업 위한 ‘꼬리표’ 예산 벗어나 계획에 따른 자유로운 재정 운용 가능 국내에도 ‘벤처 기부’가 시작됐다. 아산나눔재단이 최근 새롭게 시작한 지원 사업 ‘파트너십온(Partnership ON)’은 지원 형태가 기존과 크게 다르다. 사각지대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에 기관당 연간 최대 2억원을 최대 3년까지 지원한다. 이 돈을 인건비로 쓰든, 사업비로 쓰든 아무런 용도 제한이 없다.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뿐 아니라 지원받는 비영리조직 자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전문가 그룹의 컨설팅을 포함한 비재정적 지원도 더해진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전국 5개 지역에서 열린 설명회에 500여명이 참여했고, 사업 설명회 이후엔 ‘이런 방식으로 지원하는 곳이 생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이라는 평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아산나눔재단의 파트너십온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한 김진우(50·사진)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한국형 벤처 기부 도입’ 뒷이야기를 들었다. 김진우 교수는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과·기초생활보장과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복지정책 서기관을 역임하고 영국 버밍엄 대학에서 사회정책학과 박사과정을 받은 사회복지 전달 체계 관련 전문가다. 삼성복지재단,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 등 다양한 민간 재단의 지원 사업 실행과 자문에 참여해 온 현장통이기도 하다. ―아산나눔재단의 파트너십온 지원 방식은 비영리를 타깃으로 국내에 도입된 첫 벤처 기부 사례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데, 기존의 지원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폭적인 재정 지원이다. 선정된 기관엔 연간 최대 2억원을 3년간 지원할 계획이다. 어느 곳에 써야 한다는 제한도 없다. 벤처

기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창간 5주년 특집 인터뷰] 한 해 3000억 기부금 움직이는록펠러 자선자문단 멜리사 버먼 젊은 기부자 대거 등장, 기부뿐 아니라 직접 사회문제 해결 나서 에너지·빈곤 문제 등 정부 대신 민간이 주도해 성공시켜 비영리단체도 함께 ‘해결책’ 제시해야 기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지난달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벤처필란스로피네트워크(AVPN)’에서는 ‘기부의 미래’에 관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 관심이 뜨거운 ‘벤처 기부(Venture Philanthropy)’는 전통적 기부 방식이 아닌, 기부를 사회 투자적인 개념으로 보고 자선단체에 투자한다. 아산나눔재단은 최근 ‘파트너십온’ 프로그램을 출범시킴으로써 우리나라 비영리 영역에도 벤처 기부를 도입했다. ‘더나은미래’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전 세계 기부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세계 최대 자선 자문기관인 ‘록펠러 자선 자문단(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y)’ 멜리사 버먼(Melissa Berman·사진) 대표를 인터뷰했다. 싱가포르 AVPN에 참여한 버먼 대표는 “전략적 기부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편집자 주  -14년째 록펠러 자선 자문단을 이끌어오고 있는 전문가로서, 지난 몇 년 동안 기부와 기부자들의 흐름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포드 재단, 켈로그 재단,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같은 거대 재단들을 비롯, 대기업, 고액 기부자 등 기부계의 ‘큰손’들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다. 지난 몇 년간 크게 네 가지 흐름이 두드러진다. 하나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더 적극적으로 기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많은 이가 죽을 때가 다 돼서야 유언으로 남기곤 했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도 흔치 않았다. 이제는 다르다. 기부자들은 이슈에 대해 깊이 있게

[더나은미래 논단] 일방통행 사회공헌에… ‘자선의 덫’ 걸린 기업들

얼마 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 다국적 기업의 CSR 부서 담당자가 방문했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한 지방 도시 빈곤 아동들의 교육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공로상과 업계의 인정을 받은 이였다. 이 회사가 최근 인수합병되면서 새 이사회 앞에서 업무보고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그동안의 성과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서?”였다고 한다. 새 이사회 멤버들은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그녀는 그 결과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수치는 Input(투입자원) 관련 자료였다. 자원봉사자 몇 명이 지역을 방문했고, 몇 시간 봉사를 했고, 지원 비용은 얼마였으며, 학교를 몇 개 지었고, 또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는지였다. 물론 이 투입자원에 대한 중간 산출물, 예를 들면 수혜를 받은 학생 숫자 등은 금방 나타난다. 하지만 이사회가 궁금해한 부분은 이 투입자원에 대한 진정한 산출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정말 교육의 질이 바뀌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아져서, 결국 지원해준 회사의 직원이 되기도 하고, 주주가 되기도 하며, 열성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여달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수치를 측정하려면 그녀는 아마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많은 학자를 동원하여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것이다. 다시 위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결국

“아직 사회적 경제가 낯설어… 공공기관 구매담당자 공감대 필요하다”

사회적기업 공공구매 극심한 불균형… “어떻게 바로잡나” 민·관 대담 지난 3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사경센터) 시장조성지원단이 2014년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기업 공공구매 실적을 발표했다. 정인수 서울시 사경센터 공공구매영업지원단 연구위원은 “서울시 구매에서 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9%나 됐는데, 사회적기업 10곳 중 8곳이 서비스·용역 업체였다”고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이다.’더나은미래’는 ‘미스매치’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민·관의 속내를 들어봤다. 이번 대담에는 송기호 서울시 사경센터 시장조성지원단장, 이철종 사회적기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 정진우 서울시 경제진흥실 사회적경제과장(이상 ‘가나다’ 순)이 참여했다. 편집자 주 사회=’미스매치’ 얘기부터 해보자. 물품을 구매하는 관(官)의 사정이 궁금한데. 정진우 과장(이하 정)=지난해 서울시가 가장 많이 사들인 사회적경제 기업 물품은 인쇄물이었다. 복사지, 화장지 등 일상용품은 카드 결제로 이뤄지는 등 행정 부담이 적다. 하지만 서비스 영역은 얘기가 달라진다. 웬만한 계약이 2000만원을 넘어 입찰을 거쳐야 한다.입찰을 하려면 평가방식이나 가점 등을 고려해 입찰 설계를 해야 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행정담당자 입장에서는 사회적경제를 고려하기에는 업무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이철종 대표(이하 이)=일선 구매업무 담당관들은 아직 사회적경제가 낯설고 왜 적극적으로 구매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공감대가 공공기관 내의 모세혈관까지 퍼져 있지 못하다. 송기호 단장(이하 송)=공공구매 담당자는 늘 선례를 원한다. 첫 사례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공공에서 이전부터 장애인 시설 생산품이나 자활기업 제품을 우선구매했던 전력이 있다 보니 사회적경제의 물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신뢰와 이해도가 있는 상태인데, 서비스의 경우는 아직 탐색기다. 이 과정을 넘어서면 서비스 구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