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이제는 커뮤니티에 집중할 때

회사 주변의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꼭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행여나 아는 사람이 있는데 알아보지 못해서 인사를 놓칠까 생긴 버릇이다. 소셜벤처 업계에 몸담은 지 햇수로 15년째. 성수동만 해도 수백 개의 소셜벤처가 모여 있고, 거리를 걷다 보면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는 얼굴을 마주치면 ‘여전히 성수동에 계시는구나’하는 반가움과 ‘계속 모험을 하고 계시는구나’하는 고마움이 뒤섞여 찾아온다. 다만, 분명히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나 회사 등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잦다. 상대는 친밀하게 인사하는데 나는 뇌의 온갖 회로를 돌려 기억해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면 그만한 고역이 없다.  많은 사람과 마주치고, 상당히 많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 매일 새로운 창업팀과 마주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보지만, 이러한 버거움은 생태계에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소풍벤처스 역시 누적 투자기업이 100개를 넘은 상황이다. 투자기업들이 많아지다 보니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가끔 창업자의 얼굴과 이름이 매칭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기라도 하면 당황스럽다. 투자한 기업의 창업자를 매일 한 명씩 만난다고 해도 3개월이 걸린다.  과거에는 한 명 한 명의 창업자를 직접 연결했지만, 이제는 소풍의 개별 구성원들이 네트워크 관리를 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소풍 역시 다양한 분야의 창업가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또 소통해야 하는지, 즉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필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창업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다는 것은 자금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도 함께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네트워크 중에 손꼽는 것이 창업가들의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20대 대선, 기부 생태계 변곡점될까

남의 일이라고 모른 체 할 수 있을까. 역사에 갇힌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정인이 사건, 장애인의 불편과 학대받는 동물 문제, 아프간과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누군가는 마음이 들끓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소리를 내고 문제해결에 앞장선다. 비영리의 일들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런 헌신들이 있어 아동과 여성, 흑인들이 오늘의 당당한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아직도 세상은 불평등하고 소외된 문제는 너무 많다.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들에 책임을 지고 나서는 영웅들이 있다. 절망한 이들에게 하루 생명을 연장해주는 것도 귀하지만 그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살아갈 환경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 오래 끈질기게 매달려야 해결될 일들이다. 하나의 작은 시도가 사회제도 변화까지 가려면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돈보다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라 큰 보상은 기대하지도 않지만 버티는 것은 중요하다. 중도 포기하지 않으려면 버팀목이 필요하다. 이 영웅들에게 기부는 마치 가뭄에 애타는 농부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물줄기와도 같다. ‘작은 기부금에 담긴 함께 하는 마음’이 영웅의 힘의 원천이다. 그런데 가끔 소중한 기부를 부끄럽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진다. 몇 해 전 동물 안락사와 잘못된 기부금 사용으로 언론에 등장한 한 동물단체가 최근 기부금품법 위반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또, 대선과 맞물려 시민단체의 불법 이익을 전액 환수한다는 한 후보의 공약에 시비가 엇갈린다. 당연한 주장이고 마땅히 해야 할 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기부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아는 전문가들과 대다수의 성실한 공익 기부단체들은 이런 내용이 등장할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Z의 휠체어] 티끌 아껴 지구 지키기

요즘 들어 지구의 수명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날이 가속화되는 지구온난화는 우리로 하여금 지구는 너무나 거대하고 절대적인 존재라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하게 한다. 오늘은 근래 실천하는 환경 보호를 위한 나의 습관 세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첫 번째 습관은 양치컵 사용이다. 이것은 내가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실천 중인 습관 중 하나이다. 코로나 팬데믹 전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할 때, 다른 친구들은 손에 물을 담아 입을 헹굴 때 나는 늘 양치컵을 써왔다. 씻고 관리하는 것이 귀찮아도 조금이라도 손에 물을 덜 묻히고 싶어 시작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이 습관이 물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양치컵을 사용 시 수도꼭지 물을 틀고 양치를 하는 것보다 무려 1.5L의 물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 일인 것에 비해 상당히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두 번째는 음식 포장할 때 다회용기 쓰기이다. 3년간 이어지는 코로나 팬데믹과 최근 무서운 전파력을 보여주는 오미크론으로 인해 외식의 빈도가 줄고 배달이나 포장을 자주 이용한다. 자연스레 플라스틱, 종이 일회용기를 많이 쓰게 되었다. 처음엔 문제의식이 크게 들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 파괴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요즘엔 되도록 식당에 직접 가서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포장해오고 있다. 또한 배달을 시키더라도 일회용품 받지 않기 버튼을 클릭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김민석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업본부장
[논문 읽어주는 김교수] ESG는 정말 비용일까?

한 해를 놓고 보면 학기 중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방학 때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대상의 자문이나 컨설팅을 주로 한다. 이번 겨울방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학 기간 동안 수십여 개 기업과 기관 관계자를 만나 지속가능경영, ESG, CSR 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말이 있다. “회사에서는 ESG를 잘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정작 인원과 예산은 변함이 없다” “ESG 활동 계획을 세우고 보고 드리면, 첫 질문이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 등의 내용이었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모두의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직 내부의 현실은 조금 다른 듯하다. ESG 경영이 기업의 기본적인 활동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는 어느 정도 맞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1~2월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 상위 300대 기업 중 81.4%가 작년 대비 ESG 사업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또한 ESG 위원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곳이 88.4%에 달했고, 탄소배출량 감축, 신재생 에너지 활용,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및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동시에 이러한 ESG 경영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감세, 공제 등 세제지원과 규제 완화, 금융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필자가 지난해 기고했던 ‘ESG의 배신’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있다. ESG 경영이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맞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어설프게 ESG 경영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개념으로 ‘ESG 패러독스(역설)’를 소개했다. ESG와 관련된 워싱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ESG 경영은 선언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ESG

장서정 자란다 대표
[오늘도 자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낭만’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교육이 특정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프로세스이자 리듬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흐름, 리듬을 타야 모든 것이 순조롭고 좋은 성과가 나오듯 교육 역시 어떤 과정, 단계를 거쳐 배우느냐에 따라 얻어가는 것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이 리듬을 어떻게 즐겁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화이트헤드는 교육을 3단계(낭만-정밀화-일반화)로 구분했는데, 유아기에서 초등학생 시기가 ‘낭만(Romance)의 단계’에 해당한다. 낭만의 단계는 어떤 대상에 흥미를 갖고 첫사랑에 빠지듯 강한 동기 부여가 되는 시기다. 또 이 시기 흥미를 느낀 대상에 대해서는 삶 내내 흥미가 지속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모든 부모는 아이들이 각자의 배움에 푹 빠져 즐겁게 성장하길 희망한다. 맞벌이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방과후 아이들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학원과 학습지 정도였다. 아이의 재능과 적성을 발견할 황금같이 귀한 시기에 아이들은 “학원 가기 싫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고, 공부에는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스스로 신나서 하기보다는 끌려다니듯 억지로 공부하는 모습, 책상 앞에 앉아 끙끙대는 모습을 보며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게 했다. 고민 끝에 교육이라는 단어 대신 ‘배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됐다. ‘교육을 받는다’라는 수동적인 동사를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자라는 시간, 즉 ‘낭만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아이가 리듬을 타며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세심한 관찰을 통해 아이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나눌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발자전거를 타다 두발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가 여러 번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싫어하게 되지 않도록 아이가 스스로 페달을 밟으며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만 자전거 뒤편을 살짝 잡았다가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메타버스와 사회혁신] 쓰레기 마을과 웹 3.0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자 승합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가 끝난 곳부터 쓰레기 마을 ‘단도라(Dandora)’라고 했다. 마을의 중심부에 당도하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차창을 열지 않았는데도 농축된 쓰레기의 강한 냄새가 유쾌하지 않은 환영 인사를 건넨다. 우리를 살찌우고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소비한 모든 것들의 껍데기와 잔반들이 뒤엉켜서 충격적인 냄새를 만들어냈다. 그 거대한 쓰레기 산 위에는 마치 시체를 노리는 듯 독수리 떼가 하늘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쇳덩이나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으로 팔 수 있는 것들을 수집하려고 이곳 빈민가 사람들은 쓰레기 산을 열심히 뒤진다고 했다. 6년 전 방문한 케냐 나이로비의 기억이다. 그 뒤로 3년 동안 나는 단도라에 3번을 더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동료 사판(Saffaan)을 6개월간 현장에 파견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당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소수의 아이를 모아서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노트북의 자판 타이핑부터 배워야 했던 아이들은 3년 만에 직접 유튜브에 채널도 개설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이 창출한 ‘플랫폼 경제’가 빈민가 아이들도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며 광고 수익의 혜택을 받을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다. 플랫폼 경제는 많은 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유튜브는 더 재밌고 인기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여 기존 광고 시장에서 광고 매체비를 점유하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들과 경쟁하지 않았다. 모든 이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매체비를 나누어주기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한수정의 커피 한 잔] 커피와 민주주의

“당신은 왜 커피를 마시나요?” 커피업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 질문은 늘 어렵다. 마치, 물은 왜 마시나요? 밥은 왜 먹나요? 이런 질문처럼 느껴진다. 나에게 커피는 각성제다. 아침에 출근하면 사무실 책상에 앉아 한두 모금이라도 마셔야 무엇인가 시작하는 느낌을 받는다. 진정한 하루는 이때 출발하지 싶다. 집에서 휴식하는 주말 아침에도 눈뜨면 일단 커피를 내린다. 그 따듯한 기운에 다시 이부자리로 파고들어 간다 하더라도 커피는 출발이다. 먹을 거 다 먹고도, 당 떨어지는 느낌이 심하게 들 때는 커피믹스가 제격이다. 커피믹스 한잔의 칼로리는 40~50㎉다. 밥 한 그릇이 300㎉인 데 비하면 식사를 대신하기는 어렵지만, 달콤한 그 맛은 식간 급한 불 끄기엔 제격이다. 커피는 리프레시다.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커피는 빠질 수 없다. 어려운 미팅일수록 약간의 긴장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주는 음료는 아마도 커피뿐일 것이다. 정신을 맑게 하면서도 차 한잔을 두고 커피 고르는 취향부터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커피는 중재자이기도 하다. 왜 커피를 마시냐는 질문이 무색하게도, 커피는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커피는 수도승들이 밤새 기도하고 성서를 연구하기 위해 처음 마셨다. 그러나 높은 사람이 마시면 아랫사람도 마시고 싶고, 그 옆 사람도 마셔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계급과 돈으로 막혀 있어도 문화란 그렇게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대항해 시대의 범선들이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무역 항로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1497년 바스쿠다가마에 이어 콜럼버스도 항로 개척에 성공한다. 더 적극적인 공급을 위해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
[농업의 미래, 미래의 농업] 농업도 스타트업이 될까요?

“농업은 스타트업이 될 수 없습니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날렵한 변신과 빠른 성장이 특징인 스타트업의 속성을 고려할 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반기를 드는 창업가들이 나타났다. 청년들은 ‘농업에 왜 농사만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농축산물 부가가치는 30조원 수준에 멈춰 있지만, 그 농축산물을 둘러싼 전후방 가치사슬의 부가가치는 수백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눈을 해외로 돌리면 이 규모는 수백 배 더 커진다. 2014년 월가의 투자가 짐 로저스가 서울대 경영대 강의에서 농업이 미래산업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을 때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경작면적은 1헥타르(1만㎡)를 조금 넘어가는 수준에 불과해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는 비용으로 인식됐다. 반면에 시장분석 전문기관들은 글로벌 농업시장은 연평균 6% 내외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전 세계 농업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인구와 소득도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짐 로저스의 관점에서 아시아 농업에 대한 투자는 충분한 수익성을 보장되는 안전자산이었다. 2022년 해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농업계에서는 작은 파문이 일었다. 창업한 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은 농업 스타트업이 1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농식품 유통업에서 이 정도 규모의 투자는 더러 있었지만 농업 생산이 중심인 기업에서는 처음이었다. 이 소식은 기술산업 전문 뉴스인 테크크런치(TechCrunch)를 통해서 전 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ICT 분야의 대기업과 선진국의 농식품 기업만 소개되던 글로벌 뉴스에 우리나라 스마트농업 스타트업인 그린랩스가 소개됐다.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2015년 농업 스타트업

안지훈 소셜혁신연구소장
[안지훈의 생활정책] 아산의 100원 택시를 아시나요?

충청남도 아산시 선장면 대흥리에는 ‘마중택시’가 온다. 10년 전 아산시가 어르신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조례를 만들고 택시 이용료 100원인 교통 시스템을 구축한 게 마중택시의 시작이었다. 아산에서 시작된 마중택시는 전라남도, 충청북도, 경상남도로 퍼졌고 ‘100원 택시’ ‘따복택시’ ‘섬김택시’ ‘행복택시’ ‘희망택시’ ‘브라보택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전라북도 부안군은 ‘치매 환자 의료지원비’ 조례를 제정했다. 부안군 거주 60세 이상 어르신은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치매 진단을 받으면 본인 부담금 중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받는다. 이뿐 아니라 치매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전문 교육도 진행한다. 보건복지부도 2017년 9월에 치매안심센터 전국 설치, 장기 요양 서비스 확대, 의료지원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발표했지만 부안군보다 10년이나 늦었다. 부안군의 조례가 정부의 정책을 촉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아산의 100원 택시’나 ‘부안의 치매 지원조례’에 대해 대중은 잘 알지 못한다. 시골 사는 어르신의 발이 되어 새로운 일상을 선물한 100원 택시의 가치, 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과 가족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자 했던 지방정부의 노력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언론과 방송에 이런 이야기가 가끔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아이디어 넘치는 행정가의 치적(治績) 정도로 소개될 뿐이다. 정책의 필요성과 효용성, 그 정책이 만들어낸 생활의 변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우리는 중앙에 집중해왔고 중앙에서 벌어지는 큰일에만 주목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논의하는 거대 담론은 실제로 국회의사당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다’ ‘시민 체감형 사업이다’ 화려하게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창업가의 부채질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빼놓지 않고 확인하는 요소 중 하나가 회사의 부채(負債)다. 회계적으로 부채는 자본과 함께 자산을 구성한다. 흔히 부채는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오늘날의 경제는 부채를 질 수 있는 것도 능력으로 본다. 부동산이나 자동차 구입 같은 큰 소비를 할 때는 물론이고 몇만원, 심지어 몇천원짜리 물건도 할부로 구매하는 마당에 부채는 그 자체로 문제라기보단 적절히 관리한다면 경제 활동에 활력을 부여한다. 또 하나, 창업자가 어떤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지도 묻곤 한다. 특히 친하게 지내는 창업자들이 있는지, 사업상의 멘토가 있는지를 묻는다. 흔히 네트워크라는 말로 이야기되는 이 관계들을 나는 다른 말로 관계적 부채라 부른다. 자본적 부채를 조달하는 것이 재무전략에 있어서 중요하듯이 관계적 부채를 얼마나 어떻게 쌓을 것인지는 정보나 기회를 양과 질을 좌우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에 집중하는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이를 약한 연결 이론(Weak Tie Theory)이라 부른다. 약한 연결 이론에 의하면 나에게 사회생활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가족, 연인, 절친한 친구 등 가까운 관계(strong ties)의 사람들보다 적당히 알고 지내는(weak ties) 사람들이다. 약하게 연결된 사람들은 내 주변과는 다른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미 가진 것이 아닌 필요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다는 이론적 설명이다. 창업가들도 마찬가지다. 작은 부탁도 어려워하고, 모든 문제를 스스로 풀어내려는 창업자와 그렇지 않은 창업자. 어떤 성향이 사업에 더 유리할까? 나의 결론은 빚지는 것, 즉 부채감을 두려워하지 않는 쪽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모금하는 사람들] 2022년 모금 전망

매년 1월은 한 해의 사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다. 비영리 단체에도 모금목표와 전략을 짜는 일은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전년도 실적을 기초로 연초에 전략을 잘 짜두어야 헤매지 않고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금 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공론화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모금 목표가 없거나 전년도 성과에 단순히 5~10%를 할증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정했는데, 이제 목표 대비 성과 관리는 필수가 되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 사태는 비영리 단체들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에 경각심을 줬다. 과거에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안정을 도모했던 법인들은 임대수익이 바닥을 치는 것을 목격했고, 모금과 기부자 소통에 다소 소홀했던 단체들은 현장이 멈추고 수입과 지출에 비정상적인 흐름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위기의식도 생겼다. 몇몇 단체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경제가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에 주목하고 디지털 마케팅과 기술을 도입하고 무대를 디지털로 옮겨갔지만, 대부분의 단체들은 이렇게 갑자기 비대면 세상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올해 모금을 위해서 무엇을 더 신경 쓰면 좋을까. 첫째,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워크 시스템 장착과 온라인 소통, 그리고 채널 다각화는 필수다. 효과적인 기부자 소통과 관계관리를 위해서 홈페이지와 이메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통합적 활용은 기본이고 모바일 기반의 활용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시스템이 정교해져야 적절한 분석을 통해 기부자를 더 잘

최재호 현대차정몽구재단 사무총장
[최재호의 소셜 임팩트] ‘온드림 소사이어티’ 탄생기

2021년 1월 3일 현대차정몽구재단 첫 출근 후 벌써 일년이 지났다. 재단에서 맡은 첫 번째 프로젝트는 재단 최초의 브랜드 커뮤니티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비영리 영역에서는 아쇼카 코리아가 운영하는 사회 혁신 뮤지엄 ‘아쇼카 스페이스’, 루트임팩트가 운영하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마루 180′과 ‘마루 360′ 등이 브랜드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공간들을 벤치마킹하며 현대차정몽구재단이 만들고자 하는 공간의 방향성을 수립해나갔다. 미래 세대와 함께 환경 관련 사회문제를 창의적,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이태원, 성수동, 한남동 등 임대 가능한 빌딩을 보러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예전에 청년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서초창의허브’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서 공간 입지와 커뮤니티 형성의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선택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이후에도,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서 소개하는 건물들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휑한 공간을 무언가로 채울 자신도 없었다.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가 ‘페이지 명동’이라는 커뮤니티 스페이스가 명동에 있는데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페이지명동은 사회혁신 기업 더함이 YWCA로부터 회관 건물을 마스터리스 방식으로 위탁 운영하는 곳인데 1층부터 6층까지 공간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 날 직접 방문해보니 마침 1층, 3층, 6층이 공실로 비어 있었다. 더함은 이 공간을 사회 혁신과 가능성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이것은 사회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재단의 방향성과도 일치하였다. 명동성당과 남산타워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입지도 매력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