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 에너지 복지에서 에너지 자립으로, 그 비결은 ‘협력’ 나지막한 언덕길을 올라가니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태양광 발전 패널이 설치된 지붕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빗물저금통은 굵직한 파이프를 통해 빗물을 나르고 있었다. 흙 장난을 하던 아이들은 파이프에서 빗물을 받아 손을 씻고 있었다. “보통 빗물이 더럽다고 생각하잖아요? 빗물로 빨래나 마당 청소 를 하면 묵은 때도 잘 빠지고, 위급할 때는 여과를 해서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빗물에선 단맛이 난다는 사실 모르셨죠?” “미래에 식수가 부족해져도 우리 마을은 끄떡없다”며 주민들이 우스갯소리를 하는 이곳은 성북구 정릉동의 에너지자립마을, 삼덕 마을(구 돋을볕마을)이다. ‘삼덕’에는 삼대가 함께 살아 효가 넘치고, 이웃끼리 서로 베풀고, 친환경 에너지가 넘치는 청정마을이란 뜻이 담겨있다. 에너지자립마을이란 지역내 에너지 소비량을 낮추고 생산량은 높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경제를 확립하는 공동체를 말한다. 2012년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된 삼덕마을은 마을의 에너지 실태 조사와 함께 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했다. 2015년부터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단을 비롯,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에 설치된 14개의 태양광 패널과 23톤짜리 11개 빗물저금통에선 친환경에너지가 지속적으로 생산, 활용되고 있다. ◇빈곤층 에너지 복지에서 출발, 삼덕 에너지자립마을 삼덕 에너지자립마을의 시작은 빈곤층 에너지 복지에서 비롯됐다. 한 달 전기세 5000원을 부담하기 어려운 빈곤층을 만나며 에너지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정릉종합사회복지관이 마을 주민들에게 에너지에 대해 화두를 던지기 시작한 것. 복지관에서 개인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산하면 마을 모두에게 에너지 활동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오정희(55) 정릉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중요한 건 복지관이 원하는 마을이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마을”이 라며 입을 열었다. “초기엔 복지관과 주민 몇 명이 다른 이들에게 에너지 사업을 홍 보하고 설득시켰다면, 지금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에너지자립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복지관은 회의 장소를 빌려주거나 의견 조 율을 도와주는 정도로 후방에서 힘을 보태주기만 한답니다.” 복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