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주민, 세금 꼬박꼬박 내고도 재난지원금은 못 받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기도는 지급 기준에 ‘외국인 제외’ 서울은 한국 국적자의 가족까지 혜택 독일, 세금 내는 내·외국인에 지원금 포르투갈은 난민 포용, 한시 시민권도 지방자치법상 외국인도 주민에 포함 지원 대상 구분은 차별, 평등권 침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 지원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 대다수 외국인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지원금의 재원이 국민 세금이라서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주민 지원 시민단체들은 체류 자격을 얻어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들은 소득세와 지방세 등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도 차별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이주공동행동 등 단체 62곳은 “난민 인정자, 인도적 체류자, 이주민 등을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제외한 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청구인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생활비 30만~5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수급권자와 차상위 계층 등 생활안정지원 대상자 외 주민에게도 생활안정급여를 지원해 복지 사각지대를 개선하고 지역 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경기도는 1300만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하면서 “기본소득의 이념에 맞게 소득과 연령에 관계없이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 ‘외국인은 제외한다’고 명시한 점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주민등록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데, 경기도는 아예 외국인을 배제했고 서울시의 경우 한국인 배우자가 있거나 한국인 자녀를 양육하는 등 한국 국적자와 가족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긴급하게

공공 데이터 요구, 마스크맵 완성… 시민이 뭉쳐 해냈다

코로나 재난 속 빛난 ‘시빅해킹’ 시민이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해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빅해킹(Civic Hacking)이 코로나19 극복의 열쇳말로 떠올랐다. 확진자 동선을 제공하는 ‘코로나맵’과 전국 마스크 판매처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스크맵’ 등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시민이 직접 만든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 교사, 디자이너, 공무원, 비영리 활동가 등 서비스를 만든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 2월 이후 무료로 배포된 코로나19 관련 서비스만 50여 개에 이른다. 정부는 시민에게 공공 데이터를 제공하고, 기업은 운영비를 대는 식으로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사회 재난을 겪으며 시민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 대응 결성부터 마스크맵 공개까지… 숨 가빴던 일주일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전 국민은 ‘마스크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마스크 생산량의 대부분을 약국을 비롯한 공적 판매처에서 공급하는 ‘마스크 공적 판매’ 제도가 도입됐지만 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판매처별 마스크 수량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여론은 나빠질 대로 나빠졌지만 정부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해법을 들고 나온 것은 시민들이었다. 권오현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대표를 비롯한 개발자 17명이 ‘코로나19 공공 데이터 공동 대응'(이하 ‘공동 대응’)을 꾸려 지난 4일 국민 참여 플랫폼 광화문1번가에 “공적 마스크 재고 등 정부가 가진 코로나19 관련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달라”고 제안했다. 공공에서 재료만 넘겨주면 필요한 서비스는 민간에서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다. 공동 대응은 국내

“마스크 한 장 이라도 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쉼없이 가위질을 해댔다

[더 나은 미래 위해, 기자가 해봤다] 취약 계층 보급용 ‘면 마스크 만들기’ 봉사 “애만 태울 순 없어요” 가게 주인, 농부, 주부도 참여 작업 앞서 체온 측정, 위생장갑 착용, 소독 등 꼼꼼히 면 마스크 제작, 재단부터 포장까지 사람의 손 거쳐야 하루새 마스크 1800개 완성, 노숙자·쪽방촌 등 배분 “보건용 마스크만 못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 되길”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마스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적 재난을 한몫 챙길 기회로 삼은 비양심 판매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사이 경제·사회적 약자들은 ‘마스크 소외 계층’으로 전락했다. 정부의 ‘공공 마스크’ 정책 시행에도 마스크 수급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찾아간 수원시가족여성회관 1층 의상실은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다. 경기 수원 주민들이 노숙자 등 취약 계층에게 나눠줄 ‘면 마스크’를 만드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가정주부, 보험 설계사, 식당 주인, 시민 단체 회원 등 다양한 사람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하나.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기자도 노란 조끼를 입고 봉사에 동참했다. 재단·재봉·포장 등 분업해 제작… “허리 펼 시간 없어요” 현장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체온 측정부터 했다. 36.2도. 다행히 정상 범위에 들었다. 이후 손 소독을 하고 조끼와 마스크, 위생용 고무장갑을 받아 착용했다. 매일 공간 전체에 대한 소독도 진행한다고 한다. 봉사 현장이 감염병 전파 통로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방명록에 소속과 이름을 적고서야 현장을 관리하는 수원시자원봉사센터 관계자의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난민에겐 버거운 ‘잠시 멈춤’의 무게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①허영철 공감씨즈 공동대표 ②김하종 안나의집 대표 ③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④이인숙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장 ⑤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코로나19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한 요즘, 난민 신청자의 시간은 한없이 느리게 흐른다. 지난 2017년 4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고, 어렵사리 한국 땅을 밟은 난민 A씨. 벌써 2년 10개월이 다 되도록 출입국에서 난민 심사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법무부에 전화와 온라인으로 꾸준히 질의를 보낸 끝에 받아낸 난민 심사 출석 요청일은 3월 첫 주였다. 그러나 A씨는 난민 면접일 이틀 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난민 면접을 취소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난민 심사 면접이 언제 다시 잡힐지에 대해서는 기약이 없다. 난민 B씨는 2018년 늦가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됐다. 그는 본국에서 정치적 활동으로 고문을 당하면서 고막이 손상돼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구금이 장기화하면서 B씨는 체력과 정신건강이 모두 악화해 가고 있었다. 피부 질환도 심해지고,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혼잣말하는 증상도 생겼다. B씨가 난민 소송을 제기한 지도 1년 3개월 가까이 시간이 흘렀고, 이제 3월 둘째 주 마지막 변론 기일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하루빨리 1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서 구금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B씨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런데 얼마 전 법원에서 변론 기일이 4월 초로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이라고 했다. 고통을 호소하면서 변론 기일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린 B씨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 고민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난민 상담, 법률 조력을 포함한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원장님 밥 최고!”…아이들 카톡에 힘나요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①허영철 공감씨즈 공동대표 ②김하종 안나의집 대표 ③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④이인숙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장 ⑤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아이들 밥은 어떡하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아동센터를 휴원하게 되면서 시작된 고민이다. 밥을 굶는 아이들은 없겠지만, 부모님이 일 나간 사이 편의점이나 집에서 라면 또는 간편식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는 모습이 쉽게 상상됐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최고급으로는 못 해줘도 집밥처럼 좋은 것, 건강한 것을 먹이려고 노력해 왔기에 더 걱정됐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출석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리사 선생님을 근무시킬 수도 없고 외부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웠다.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서울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는 초·중학생 35명의 ‘아지트’다. 지역아동센터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 ‘저소득층 아이의 쉼터’를 떠올리지만, 쪼물왕국은 동네 아이들이 함께 자라나는 놀이터이자 배움터다. 센터 정원이 정해져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 동생들의 돌봄을 위해 센터를 졸업시킨 고등학생들은 “호적 파였다”고 농담하면서도 제 집 드나들 듯하는 곳이다. 이젠 자식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고 배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때부터 일과가 바빠졌다. 지난 3일에는 새벽 1시가 다 돼서야 집에 들어갔다. 도시락은 메인 반찬 하나와 밑반찬 최소 두 가지로 구성했는데,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매일 준비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새벽까지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퇴근하면서 쌀을 불려놓지 않으면 다음 날 점심때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며칠 해보니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전날에 쪼물가족 카톡방에 ▲점심 ▲저녁 ▲점심+저녁 ▲밥 추가 목록을 만들어 투표 창을 띄운다. 마감은 다음 날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원격 근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발견하다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①허영철 공감씨즈 공동대표 ②김하종 안나의집 대표 ③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④이인숙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장 ⑤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얼마 전 지인과 약속을 잡고 만나는 자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 서로 못 알아보고 지나친 일이 있었다. “이게 웬일이니. 우리가 마스크 때문에 서로 알아보지도 못하는, 이게 무슨 일이라니.” 순간 어린 시절 책이나 영화에서 접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이 모습을 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 쉬는 공기조차 안전하지 못한, 망가진 지구. 불과 몇 달 만에 코로나19는 일상의 많은 모습을 바꿔놓았다. 영화관 방문객이 줄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접속자가 늘어난다. 백화점이나 마트 대신 온라인 쇼핑을 한다. 자의든 타의든 근무시간 단축이나 재택근무를 시도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대체 가능한 선택지’를 제공할 기술이 있었다. 사람들이 대면하지 않고도 생활에 어려움이 없다는 것. 이것은 유토피아적 미래인가 디스토피아적 미래인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를지 모르겠다. 나도 그 사이 어디 즈음에 걸려 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커다란 모순’ 하나를 안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구현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현장을 오가며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셜벤처 ‘키자미테이블’을 창업하고 아프리카 르완다에 매장을 낸 지 1년 반 남짓 됐다. 내게 키자미테이블은 국제개발협력의 연장선에 있다. 소셜벤처라는 방식을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루는 것이 내 목표이자 꿈이다. 나 역시 지속가능성의 모순에 빠져 있었는데, 르완다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생활과 경제활동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일 년에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우리가 만든 도시락, 노숙인의 유일한 식사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①허영철 공감씨즈 공동대표 ②김하종 안나의집 대표 ③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④이인숙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장 ⑤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경기도 성남에 있는 ‘안나의집 무료급식소’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평균 550명의 사회적 약자에게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이 소박한 밥상은 어떤 사람들에게 하루에 한 번밖에 먹을 수 없는 끼니다. 사회적 약자인 노숙인과 독거노인이 대부분이다. 최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서울·경기 무료 급식소가 일제히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안나의집 또한 고민이 깊어졌다. 급식소 운영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지역사회 감염 전파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28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가족 같은 노숙인들을 위한 한 끼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같은 개인위생을 강조하지만, 건강한 식사를 통해 체내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발표했다. 급식소 운영을 중단한다면 안나의집 가족(노숙인·독거노인)들은 하루 한 끼도 못 먹게 되고, 결국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된다. 안나의집은 제한된 공간에서 제공했던 무료 급식은 일시 중단하고 대체 식품과 도시락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도시락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지만 이에 따른 걱정과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 550개 도시락과 간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봉사자는 물론 대체할 식료품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매년 부족한 예산에서도 급식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쌀과 고기 등을 후원하는 외부 지원 덕분이다. 그런데 도시락으로 변경되면서 식료품과 일회용품을 추가 구입해야 하는 경제적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의료진에게 숙소 제공…당연히 해야 할 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사회적 약자를 돕는 공익 활동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감염병 위기 속에서도 노숙인, 아동, 난민 등 여러 분야에서 공백 없는 지원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현장의 이야기를 더나은미래에 보내왔다. 각자의 영역에서 고군분투 중인 다섯 명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주 [코로나19, 각자의 현장에서] ①허영철 공감씨즈 공동대표 ②김하종 안나의집 대표 ③엄소희 키자미테이블 공동대표 ④이인숙 영등포 쪼물왕국 지역아동센터장 ⑤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 코로나19로 시민의 일상이 무너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특히 여행업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타격이 심각하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내외국인들의 게스트하우스 숙박 예약은 모두 취소됐다. 공감씨즈는 청년·취약계층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으로 대구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와 결합한 국내외 여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맞아 ‘대슐랭 투어’와 대구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와 연계한 대구·경북 관광 상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모두 취소됐다. 모두가 대구를 찾지 않는 상황에서 대구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료진이다. 그런데 의료진이 숙박할 모텔을 구하느라 애를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대구를 도우러 온 분들이 최소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무료 숙박을 제공하기로 했다. 게다가 김성아 공감씨즈 공동대표의 다른 직업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다. 동료 의료진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의료진에게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감씨즈가 운영하는 공감호스텔동성로와 공감한옥게스트하우스는 지난달 25일부터는 일반 손님을 받지 않고 있다. 대신 대구를 찾은 의료진에게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법원마다 다른 결정

트랜스젠더 여성 A씨는 지난 2015년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다. 법원을 한차례 옮긴 끝에 얻어 낸 결과다. 처음 성별 정정을 신청했던 지방법원에서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성별 정정을 해주지 않았다. 재신청해 봤자 다시 기각될 게 뻔했기 때문에 A씨는 등록기준지를 옮겨 다른 법원에서 절차를 밟았다. 성별 정정은 가족관계등록부상 등록 기준지의 관할 법원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신청한 법원은 A씨를 법적인 여성으로 허가했다. 같은 사례를 놓고도 법원이나 배당 판사의 재량에 따라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의 결과가 달라지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 성별 정정에 대한 명시적인 법률이나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2006년 6월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사상 첫 성별 정정 판단이 나온 뒤, 같은 해 9월6일 마련된 예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이 유일하다. 하급심 법원들은 성별 정정 요건을 명시한 예규에 근거해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예규에 명시된 요건을 법원이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례라도 결정이 달라지는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 사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일부 하급심에서 대법원 결정과 다른 이례적인 판단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다. 지난 2013년 서울서부지법은 외부 성기를 갖추지 않은 트랜스젠더 남성에게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당시 재판부는 “어떤 사람을 남성이라고 판단함에 있어 의복, 두발 등 신체의 외관과 목소리, 행동거지 등이 남성적이면 FTM(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 정정)이 외부 성기를 형성하지 아니했어도 남성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시설만 지으면 문화 소외 해결?… 지방 전시장·공연장 텅 비었다

강원, 문화 공간 이용률 54.9% ‘최하위’ 인구당 시설 수, 非수도권이 높지만 정부 지원 70% 이상 수도권에 몰려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문화 소외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시설 등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공연이나 전시 프로그램이 부족해 수도권에 비해 시설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9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강원 지역의 문화예술공간 이용률은 54.9%로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69.2%와도 약 15%p 차이 난다. 강원 지역의 경우 인구 100만명당 문화기반시설 수가 143.29곳으로, 전국에서 제주(196.34곳) 다음으로 많다. 풍부한 문화 인프라를 갖췄지만 활용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문화기반시설은 도서관·미술관·박물관을 비롯해 문화예술진흥법상 각종 공연장과 전시장 등을 이른다. 문체부의 ‘2018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국내 문화기반시설은 총 2749곳이다. 10년 전인 2008년(1612곳) 조사 때와 비교하면 1000곳 이상 늘었다. 인구 100만명당 문화기반시설 수는 비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제주, 강원, 전남(111.59곳) 순으로 1~3위를 차지한 반면, 서울은 39.62곳으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문화시설 이용률이 낮은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 프로그램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시설에 가보면 텅 빈 상설전시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부 기관의 지원이나 공모사업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지역 기반의 문화사업 인력을 키우기도 어렵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간한 ‘문예연감 2018’에 따르면, 전국에서 한 해 동안 이뤄진 공연·전시 활동 수는 3만4316건이다. 지역별로 나눠보면 서울 1만3217건(35.5%), 경기

“악보도 못 봤는데… 연주가 꿈꾸게 됐어요”

드림하이-미래성장 프로젝트 클래식·영화 등 문화예술 진로교육 전국 41개 지역아동센터 1190명 참여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에게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드림하이-미래성장 프로젝트’ (이하 ‘드림하이 프로젝트’)가 문화예술 분야 진로교육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드림하이 프로젝트는 굿네이버스와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지난해까지 전국 41개 지역아동센터에서 1190명이 참여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클래식 교육, 영화 캠프, 뮤지컬 교육 등 문화예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최근 몇 년 새 문화예술 분야의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2019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연주가, 작곡가 등이 희망 직업 20위권 안에 포진했다. 굿네이버스와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문화예술 분야 진로교육 기회가 부족한 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해 지난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올해 10년째를 맞이한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8월 드림하이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집중 트레이닝을 목표로 한 여름캠프를 열었다. 이번 활동에는 서울 7개 지역아동센터 내 음악가를 꿈꾸는 60명의 아동이 참여했다. 멘토로 함께한 연주자 중에는 세종꿈나무 출신도 더러 있었다. 대학에서 기악을 전공하는 지다윤(21)씨는 시각장애를 가진 트럼펫 연주자 홍린경군의 곁에서 곡 전체를 외워 연주하도록 도왔다. 오보에 연주자 윤세현군의 멘토를 맡은 조하영(20)씨 역시 음대에 진학한 단원 출신이다. 이들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캠프 직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퇴근길 시민을 상대로 게릴라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은정 세종꿈나무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악보도 볼 줄 몰랐던 아이들이 이젠 다른 연주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하모니를 만들 정도로 실력을 쌓고 있다”며 “오케스트라

무주학생연합 영상동아리 학생들이 무주 호롱불마을을 배경으로 한 단편영화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산골에 울려 퍼진 “레디, 액션”… 혹시 아나요? ‘제2의 봉준호’가 여기 있을지

굿네이버스·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무주산골 영화캠프’ 10여 명으로 시작한 무주 학생영상동아리 초·중·고 40명, 단편영화 찍을 만큼 성장해 시나리오·촬영 직접… 전북영화제 은상 수상 드림하이 프로젝트서 카메라 등 장비 지원 지역 현직 영화인들은 교육에 팔 걷어붙여 김수광군은 고 3이다. 방과 후 또래들이 입시학원으로 향할 때 수광군은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대전에 가서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다. 2시간의 배우 수업을 위해 매일 전북 무주와 대전을 오갔다. 이동하는 데만 왕복 3시간. 그래도 꿈이 있어서 행복하다. 처음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영상동아리에 들면서다. 무주 초·중·고 4개교 학생 40명으로 구성된 ‘무주학생연합 영상동아리 DVD’는 지역 학생들이 무주군을 배경으로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활동을 한다. 배우, 연출, 스크립터, 미술, 카메라, 동시녹음, 시나리오까지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도맡는다. 초보 티를 조금은 벗어 던진 지난해에는 단편영화 두 편을 내놨다. ‘제2의 봉준호’ 꿈꾸는 무주 아이들 무주군은 인구 2만4303명의 소도시다. 지난 2013년 인구 2만5398명을 기점으로 매년 인구가 감소하는 소멸위기 지역이다. 문화자원도 부족하다. 영상동아리를 만들기 전만 해도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영화에 대해 배울 기회가 없었다. 학생들이 배우,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저마다 꿈을 키우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영상동아리다. 지난 한 해는 몽땅 영화 제작에 쏟아부었다. 학생들은 4월부터 단편영화 구상을 시작했다. 직접 작성한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회의를 거듭하며 시나리오를 다듬어나갔다. 지난한 회의를 거쳐 두 개의 작품을 선정했고, 팀을 나눴다. 각자 역할을 정하고 무주군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