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아프리카서 희망농사 짓는 이상훈·이송희 부부

지치지 않는 아프리카 봉사”말라리아도 우릴 못 막아요” 이상훈(43), 이송희(37) 부부는 결혼생활 15년 중 9년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다. 세 아이 중 두 딸도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났다. 말라리아와 풍토병에 시달리며 16년째 긴급 구호와 지역 사회 개발에 헌신하고 있는 이 부부는, 이달 말 아이 셋을 데리고 다시 아프리카 르완다로 떠난다. ‘청년’ 이상훈과 ‘젊은 아가씨’ 이송희의 첫 만남이 있었던 바로 그 장소. 200만명이 넘는 르완다 난민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그곳에서 ‘희망 농사’를 지을 예정이다. 운명은, 소설보다 더 극적이다. 이상훈씨가 르완다에 첫발을 내디딘 건 1994년이다. 종족 분쟁으로 대학살을 피해 수백만 명의 르완다 국민들이 난민이 된 상태였다. 극심한 식량부족과 콜레라 등 전염병으로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신문에 난 ‘기아대책 봉사단’ 광고를 보고 지원한 상훈씨는, 겨우 3개월간의 교육을 마치고 르완다에 파견됐다. 의사 2명, 간호사 5명으로 이뤄진 팀과 함께 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 봉사를 시작했다. 밀어닥치는 난민들로 의료팀은 하루 종일 치료와 수술로 전쟁을 치렀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천막으로 돌아오면, 또 다른 ‘먹는’ 전쟁이 벌어지곤 했다. “모두 힘들고 피곤하니 밥 당번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 누가 밥을 할거냐, 김치는 왜 없냐며 매일 큰소리가 났지요.” 상훈씨는 젊고 철없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지 싱긋 웃었다. “이대로는 의료 봉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근 국가들의 봉사단원들에게 SOS를 보냈지요. 다행히 케냐 나이로비에서 도와주러 오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반가운 마음에 상훈씨는 공항까지 달려나갔다. 당연히 40~50대

[Cover story]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②’아쇼카 재단’ 창업자 빌 드레이튼

“사회적 기업가? 불평 대신 실용적 해답을 찾는 사람” 5만달러 모금으로 시작해… 현재 3500만달러로 성장… 아쇼카 펠로우 선정 과정?… 새로운 생각·창의성·윤리성… 기업가 자질·사회적 영향력의… 5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검토… “모든 사람이 변화 창조자로… 한국의 ‘아쇼카 펠로우’ 기대”… 지원서ㆍ아이디어ㆍ에세이ㆍ사업장 방문까지… “5단계 거치면 후보 중 12% 정도만 남아”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라고 불리는 사람. 전 세계 100만명이 넘는 사회적 기업가의 롤 모델(role model). 71개국 2800명 ‘아쇼카 펠로우’의 정신적 스승. 모든 사람이 변화 창조자(change maker)가 돼야 한다고 믿는 남자. 아쇼카(Ashoka) 재단의 창업자 빌 드레이튼(Bill Drayton, 67)을 만나기 위해 미국 버지니아주로 찾아가는 길은 운명처럼 다가왔다. 세계의 Top 10 사회적 기업가 시리즈를 시작하며 어떤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냐는 설문 조사에 빌 드레이튼이 첫손에 꼽혔던 것이다. 인터뷰 전 프로필만으로 접한 빌 드레이튼은 열정적이고 때로는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였다. 사회적 기업가이면서도,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과 함께 미국 최고의 지도자 25인(2005년 US 뉴스앤월드리포트)에 뽑힌 이력이나, 하버드 대학(2006년), 예일 로스쿨(2005년) 등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창으로 선정됐다는 프로필도 이런 심증에 확신을 더했다. 하지만 빌 드레이튼의 첫 모습은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다소 초라해 보일 수 있는 마른 체구. 작은 목소리로 느리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말투. 세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보다는 인도 고승의 이미지가 더 강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사회적 사업과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구분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을

[Cover story]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①’잡 팩토리’의 로버트 로스

“시작은 사명감으로, 생존은 기업가 정신으로” 2000년 정부 지원 끊겼지만 실업 청소년 위해 포기 안 해 연간 매출액 약 99억원… 사회적 비용 절감 약 93억원 돈 버는 일? 어렵다. 직원들 월급 주며 사장 노릇 하기? 더 어렵다. 게다가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사업을 벌인다면? 불가능한 꿈이다. 하지만 이런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가 아니기에, 그리고 꿈꿀 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 악물고 도전한다. 지금 세계를 바꾸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들은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회사를 차리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차린다. 이자를 벌기 위해 은행을 하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돈을 꿔주기 위해 은행을 만든다. 어려운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는 병원을 짓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싼 전기를 제공한다. ‘욕심’을 버리니 세상이 바뀐다.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 나은 미래’는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 지난 3개월간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누볐다. 나라마다 대륙마다 사회적 기업가의 철학과 비전도 달랐다. ‘공동체’를 주장하는 시민운동가에 가까운 사회적 기업가부터, 철저히 시장 마인드로 무장한 사회적 기업가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적 기업가들의 심층 인터뷰와 분석을 통해 한국형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찾아보려 노력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스위스에서 이뤄졌다. 청소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 ‘잡 팩토리’를 설립한 로버트 로스(Robert Roth·60)씨가 주인공이다. 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인 슈밥이 만든 슈밥재단(Schwab Foundation)은 ‘잡 팩토리’가 연간 860만 스위스프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