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반려동물생활연구소에서 서정남 밸리스 대표를 만났다. 그는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인 배스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품을 만든다. /유장훈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해양수산 스타트업이 뜬다] “생태계 교란 어종 ‘배스’를 반려동물 식품으로… 창업 4년 만에 40배 성장”

[인터뷰] 서정남 밸리스 대표 “밸리스는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지정된 배스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배스는 영양가가 무척 높은 어종이에요. 국내에 배스를 처음 들여올 때도 사업성이 있다는 이유였어요. 그런데 막상 번식을 많이해 문제가 됐죠. 해외에서 배스를 식용으로 먹어요. 한국만의 특수성 때문에 무작정 폐기되는 배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은 거죠.” 해양생태계 교란 어종을 활용해 반려동물 식품을 만드는 스타트업 밸리스의 서정남(30)대표는 “해양생태계 교란종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을 깨는 데서 사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찾은 서울 송파구 밸리스의 오프라인 매장 반려동물생활연구소에는 배스 추출물로 만든 다양한 반려동물 식품이 전시돼 있었다. 지난 2017년 창업한 밸리스는 지난해 기준 약 20억7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설립 당시 매출액(5200만원)과 비교하면 4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사업 주요 원료인 배스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상으로 받기도 하지만, 주로 직접 어민들과 계약을 맺어 질 좋은 배스를 구매한다. ‘가치가 없다’고 여겨진 배스가 팔리면서 어민들의 소득도 증가했다. 창업 이후 밸리스에 배스를 팔아 어민들이 얻은 소득은 3억4000만원에 이른다. -스타트업계에서 해양생태계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입니다. “저희도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초창기 멤버들 전공이 해양이랑은 거리가 멀었거든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그냥 버려지는 배스를 업사이클링하면 ‘진짜 사회에 좋은 일’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업사이클링이란 말 자체도 생소했던 시기에, ‘뭔가 될 것 같다’라는 느낌으로 시작한 거였어요. 지금은 해양생태계나 배스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해서 다들 전문가가 됐죠.” -전공 분야가

3일 서울 영등포구 리드원지식산업센터에서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가 친환경 골프웨어 브랜드 에이븐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해양수산 스타트업이 뜬다] 지속가능한 패션, ‘해적생물’에서 답을 찾다

[인터뷰] 이민재 쿨베어스 대표 “청바지 한 장을 만드는 데 2만ℓ의 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들어봤을 거예요. 하지만 스포츠웨어 생산에 정말 많은 화학제들이 들어가는 사실을 많이 알려지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골프웨어는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패스트패션화되기 시작했어요. 유행을 막을 순 없죠. 그래서 소재를 친환경으로 바꾸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고, 해양생태계를 교란하는 해적생물을 활용한 섬유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친환경 패션기업 스타트업 쿨베어스의 이민재(28) 대표는 기능성 의류 생산에 사용되는 소재에도 ‘친환경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리드원지식산업센터에서 만난 그는 “패션산업 전반에서 친환경적인 전환이 일어나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친환경적인 패션 의류를 입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쿨베어스는 지난해 4월 설립된 창업 2년차 신생 스타트업이다. 해적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섬유를 연구·개발하고, 직접 의류를 생산하고 판매도 한다. 올해 기준으로 해적생물을 활용한  ‘극피동물 유래 다공성 물질을 포함하는 항염소 스판덱스’ 기술 특허 등 3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정부가 소각하던 해양생물, 친환경 의류 소재로 -해적생물이 정확히 뭡니까? “어민들의 생산성을 낮추는 생물을 말합니다. 종류는 다양해요. 다시마류에 붙어 자라는 히드라충, 김을 수확하기 위해 설치하는 발에 번식하는 따개비, 바다 사막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성게와 불가사리도 해적생물입니다. 보통은 약품을 써서 없애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성게와 불가사리는 해녀들이 직접 수거해야 하는 생물들입니다.” -의류 생산에 해적생물을 활용하는 원리가 궁금합니다. “현재 자원화에 활용하는 해적생물은 성게와 불가사리입니다. 우선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건져올린 성게 껍데기와 불가사리를 모아 공장으로 가지고 옵니다. 이후 잘게 분해해 간단한

이진희 베어베터 공동대표는 “베어베터가 10년간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업의 방점이 수익 창출이 아닌 ‘발달장애인 고용’에 찍혀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요즘은 베어베터가 알게 모르게 뿌려온 씨앗이 점차 꽃을 피우고 있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직무 개발에 집중한 10년… “발달장애인도 대기업으로 출근합니다”

[인터뷰] 이진희 베어베터 공동대표 지난 2012년 발달장애 사원 5명과 함께 시작한 ‘베어베터’는 10년 만에 300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발달장애인 사원 242명, 이들을 지원하는 비장애 관리직원은 100명을 넘는다. 이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베어베터에서 일을 배운 발달장애 사원이 대기업 정직원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네이버, 삼정회계법인, 대웅제약 등으로 이직한 사원은 65명에 이른다.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베어베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진희(57) 공동대표는 “베어베터가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업의 방점이 수익 창출이 아닌 발달장애인 고용에 찍혀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발달장애인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하는 모습이 익숙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복사·제본 등 인쇄 작업부터 로스팅 원두를 소분·포장하는 바리스타, 화환·화분을 관리하고 플로리스트까지 발달장애 사원들이 수행하는 직무는 다양해요.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NHN 등 베어베터 파트너사 사옥 내 편의점에서 발달장애인이 근무할 수 있도록 했어요. 발달장애 사원들은 하루 4시간씩 근무하면서 상품 검수, 유통기한 확인, 매장 청결유지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대기업 사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파견 근무인가요? “매장마다 다릅니다. 베어베터 소속 직원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기업에서 직접 발달장애 사원을 고용해서 운영하는 매장도 있어요. 최근에 기업들은 발달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의 ‘간접고용’을 넘어 발달장애인을 직접 고용하고 싶어해요. 일해본 경험이 있는 베어베터 소속 발달장애인들이 이직해 대기업 소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과정이 궁금한데요. “어떤 기업에서 발달장애인 채용 공고를 내면, 이 내용을 사내에 공유해요.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는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만난 그는 “기업의 핵심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며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해야만 기업도 지속가능하다”고 했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고민 끝에 찾은 답은 ‘ESG’

[인터뷰]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비상장 기업이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 대기업들이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두고 관련 정책을 챙긴 지도 1~2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상장 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상장을 앞둔 그룹 계열사가 대부분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7월 CEO 직속으로 ESG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이사회 구성원과 주요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유한킴벌리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할 사항은 아니다. 이러한 행보를 주도한 진재승(58) 대표는 “미래를 위해 가야 할 길이라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ESG 각 분야별 소위원회와 리더급으로 구성된 실무 그룹 위원회를 꾸려 ESG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서울 송파구 유한킴벌리 본사는 한산했다. 매달 두 번씩 시행하는 ‘재충전의 날’이라 직원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았다. 이날 만난 진재승 대표는 “지구 환경을 위하는 경영이 중요한 만큼 직원들이 충분히 쉬고 생각할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 ESG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높은데 결국 제도로 만들어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SG 시작, 직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사회(S) 부문 소위원회를 직접 챙기신다고요. “외부에서 위원을 모시기보다 협업에 종사하는 이사회 멤버로 목표와 방향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환경은 제조부문장인 부사장이 맡고, 사회는 최고경영자(CEO), 거버넌스(G)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도합니다. 현업 종사자들이 챙길 수 있는 디테일이 있으니까요.” ―내부 반응은 어떻습니까.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죠.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런데 직접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부터 전 직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은 ‘성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하에 연령,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양질의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7월 11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라라스쿨 구성원들을 만났다. /최다희 청년기자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재밌는 성교육’을 합니다”

[인터뷰]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 성교육 ‘사각지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의 구성원이다. ‘성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슬로건 하에 연령,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양질의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라라스쿨은 유네스코가 규정한 ‘포괄적 성교육’을 지향한다. 기존의 성교육이 성별의 생물학적 특징과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포괄적 성교육은 모든 사람이 주체성을 갖고 평등에 기반한 성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기반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성교육과 배리어프리 성교육 교구를 개발한다. 지난 7월 11일 서울 동작구 사무실에서 성문화연구소 ‘라라스쿨’ 구성원을 만났다. 이수지(30)·노하연(31) 공동대표와 콘텐츠팀의 고지선(28)·손세희(23)씨, 업무지원팀의 이은솔(34)씨가 모였다. 성교육은 ‘평생 교육’ -라라스쿨을 창립한 계기는? 이수지=노하연 공동대표와 성교육 강사로 일하다 만났다. 강사 활동을 하면서 한국의 성교육이 청소년에게 집중돼 있다고 느꼈다. 그마저도 청소년기의 발달 과정에서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기존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생애주기에 따라 즐겁게 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노하연=성교육이라고 말하면 흔히 10대 청소년을 떠올린다. 성교육은 전 생애에 걸쳐서 이뤄져야 한다. 라라스쿨은 2017년엔 유아동 성교육을 주력으로 했지만, 이후 성인으로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하면서 터부시 됐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마련했다. 갱년기 여성이 이 시기 자신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하고 돌볼 수 있도록 돕는 ‘완경파티’, 평등하고 건강한 성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섹스 살롱’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존 성교육에서 어떤 점이 터부시 됐나? 이수지=남성 신체에 비해 여성 신체에 대한 이야기가 터부시 됐다고

임재원 인수마을밥상 대표는 "모든 생명이 순환으로 이어져야 하듯이 음식을 소비하고 생산하는 것에도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연 청년기자
“오늘 누구와 어떤 밥을 먹었나요?”…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마을밥상

[인터뷰] 임재원 인수마을밥상 대표 ‘이 밥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우리는 온 생명 기운 깃든 밥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천천히 온 마음으로 먹고 서로 살리는 밥으로 살겠습니다.’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있는 마을공동체 ‘밝은누리’가 운영하는 식당 ‘인수마을밥상’에 걸려 있는 글귀다. 인수마을밥상은 25년 전 육아 품앗이로 아이들을 함께 키우던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식사를 준비하던 데서 시작됐다. 부모와 아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이웃 주민들도 함께 어울려 밥을 나누던 중, 2010년 3월 한 청년이 마을밥상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렇게 인수동 주민들과 북한산 등산객, 인근 공사장 작업자들에게도 열린 지금의 마을밥상이 됐다. 지난 7월 21일 만난 임재원(47) 인수마을밥상 대표는 “마을밥상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서로 일상을 나누고 안부를 살피는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했다. 연대와 순환, 마을밥상의 운영 비결 인수마을밥상은 평일 점심과 저녁마다 열린다. 한 끼 가격은 5500원. 차림은 현미잡곡밥과 김치를 기본으로 국과 반찬 2종류는 끼니마다 달라진다. 마을밥상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는 주로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구한다. 농부들로부터 얻은 유기농 제철 채소도 쓰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예전처럼 사람들이 한데 모여 밥을 먹진 않는다. 각자 챙겨온 그릇에 음식을 담아 집으로 가져간다. 이러한 상황에도 외부 지원금이나 후원 없이 자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 달 치 식권을 미리 구매하는 ‘달밥’ 회원제와 급여를 받지 않고 일손을 보태는 ‘지킴이’ 문화 덕분이다. 꾸준히 달밥을 등록하는 사람과 단골 주민을 합쳐 한 끼 평균 80명이 마을밥상을 찾는다. 인건비를 받고

김현일 디스에이블드(THISABLED) 대표는 “회사 이름을 ‘장애’라는 뜻의 ‘디스에이블드(disabled)’의 철자 ‘d’를 ‘th’로 바꿔 ‘이것은 가능하다(THIS ABLED)’로 정했다”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한 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예술가 아닌 ‘한 명의 예술가’로”

[인터뷰] 김현일 디스에이블드 대표 국내 첫 장애인 예술가 에이전시 ‘디스에이블드(THISABLED)’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 2016년 설립 직후부터 작가들의 사회적·경제적 자립을 돕는 전시회를 열었고 이후 작품을 활용한 기획, 디자인, 상품, 영상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디스에이블드 본사에서 만난 김현일(31) 대표는 “회사 이름을 ‘장애’라는 뜻의 ‘디스에이블드(disabled)’의 철자 ‘d’를 ‘th’로 바꿔 ‘이것은 가능하다(THIS ABLED)’로 정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한 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 나이에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로에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한 전시장에 들어갔어요. 거기에 걸린 그림이 전체적으로 좋았어요. 색감도 그렇고요. 그런데 관람객도 없고 심지어 인포데스크에 사람도 없이 텅 빈 채 방치돼 있었어요. 그림도 삐뚤빼뚤 걸려 있고요. 알고 보니 발달장애 예술가분들의 그림이었어요. 그날 이후, 이렇게 좋은 작품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작가를 직접 찾아가서 작가님 어머니에게 제안했죠. 그렇게 3개월 정도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2016년에 첫 계약을 했어요.” -우연히 발달장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가요? “학창시절 윗집 살던 형이 발달장애인이었어요. 피아노 되게 잘 쳐서 뉴스도 촬영하고 인터뷰도 많이 하고 나름 유명했어요. 발달장애인 중에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증후군’이었죠. 그래서 재능있는 발달장애인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죠.” -사업을 의지만으로 시작하긴 어렵습니다. “처음에는 어머니께 돈을 빌렸어요. 무일푼으로 창업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당시 어머니께서 망하면 바로 취업하는 조건을 붙여서 빌려 주셨죠(웃음).”

지난 7월 29일 꿈고래놀이터 경기 수원점에서 임신화 꿈고래놀이터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임 이사장은 “장애 아동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 협동조합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이슬이 청년기자
‘치료도 놀이처럼’… 발달장애 부모들이 만든 ‘꿈고래놀이터’

[인터뷰] 임신화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고 4년이 지난 2018년 4월,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하며 단체 삭발과 농성에 나섰다. 다시 4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발달장애인 8명과 그들의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발달장애인 참사’가 발생했다. 발달장애 부모들은 지금도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과 제2차 생애주기별 종합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두 아이의 엄마가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했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주축이 돼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7월 29일 꿈고래놀이터 경기 수원점에서 임신화(48) 꿈고래놀이터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발달 장애 아동들을 위한 놀이터 꿈고래놀이터에서는 보건복지부 사업인 발달장애 방과 후 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 꿈고래놀이터 경기 화성 봉담점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을 연 수원점에는 현재 30명의 아이가 수업을 듣기 위해 방문한다. 화성 봉담점에서는 매주 75명의 아이가 언어, 인지, 미술, 통합, 감각 등 치료를 받는다. 전문 치료사들이 경기도 사설 센터의 평균 단가보다 약 1만5000원 저렴한 4만원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4년 봄 경기도 복지관에서 ‘협동조합의 이해’라는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들었어요. 한 아이 치료비로 200만원씩 들 때였어요. 협동조합을 운영하면 ‘치료에 들인 돈을 다시 우리 아이들을 위해 쓰는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꿈고래어린이집에 함께 다녔던 아이들 학부모가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이름은 ‘꿈고래놀이터’로 정했다. “놀이터에는 치료와 교육을 놀이처럼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주말에도 항상 열려 있는 공간이에요. 아이들과

지난달 27일 만난 이원엽 씽즈 대표는 “여성이 스스로 건강을 케어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먼슬리씽’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씽즈 제공
“맞춤형 펨테크 서비스로 여성 건강 지킵니다”

[인터뷰] 이원엽 씽즈 대표 “한국 사회에서 생리를 터놓고 말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은 생리와 같은 건강 정보를 엄마 혹은 주변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여성의 생리주기와 생리통은 개인별로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주변인의 추천이 항상 자신에게 맞으리란 법이 없습니다. 펨테크(femtech) 기업 씽즈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7월 27일 서울 마포구 씽즈 서울지사에서 이원엽(40)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아내의 부정출혈(하혈) 때문에 씽즈를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월경장애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해 여성 건강 제품을 알아봤지만, 아내의 몸에 맞는 제품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아내뿐 아니라 많은 여성이 맞춤형 제품을 찾기 어려워한다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창업을 준비하면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리 시작 후 여성이 자신에게 맞는 생리대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3~5년이었다. 이 대표는 “맞춤형 제품을 찾는데만 평균 60만원의 기회비용이 드는 상황”이라며 “여성이 스스로 건강을 케어할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 ‘먼슬리씽’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먼슬리씽은 씽즈의 모바일 앱 서비스로 여성의 생리 예정일을 예측하고, 생리 주기에 맞춰 생리대·청결제 등 여성용품을 정기 배송한다. 앱에는 ‘다이어리’ 서비스도 탑재돼 있다.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생리용품의 종류와 사용량을 다이어리에 기록해 두면 이후에 생리용품을 구매할 때 필요한 수량만큼 주문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다. 인공지능(AI)을 통한 큐레이션 기술로 맞춤형 여성용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이용자가 다이어리에 컨디션·감정, 생리량 등 개인의 생체 정보를 적어놓으면, AI가

국내 최초로 '반려견 순찰대'를 도입한 주역들. (왼쪽부터)김지민 유기견없는도시 대표, 이상국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과장, 강민준 경위. /최지영 청년기자
산책하며 동네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가 뜬다

공원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려견의 사회활동과 운동을 위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산책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형광 조끼를 입은 견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반려견 순찰대’다. 반려견과 함께 동네를 산책하며 곳곳의 위험 요소를 살피고 방범 활동을 하는 주민 참여형 순찰대다. 순찰대원 선발시험도 있다. 견주의 ‘앉아’ ‘기다려’ ‘이리와’ 등 세 가지 신호를 이행하면 합격이다. 반려견 순찰대는 지난 5월 서울 강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두 달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최근 서울 내 9개 자치구로 확대 운영이 결정됐다. 7월 26일 서울 반려견 순찰대의 도입과 운영을 주도한 사단법인 ‘유기견없는도시’의 김지민 대표를 만났다. 이날 자리에는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이상국 과장과 강민준 경위도 함께했다. 매일 산책하는 반려견, 동네 지킴이로 -‘반려견 순찰대’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김지민=쉽게 말하면, 견주들이 매일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동네 순찰을 같이하는 거예요. 제복 입은 경찰이 동네를 순찰하듯 반려견과 견주가 활동복을 입은 채로 활동합니다. 덕분에 자연스레 범죄 예방 효과가 생겨요. 또 대원들이 순찰하다가 범죄 현장을 목격하거나 생활 불편사항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함으로써 빠르게 조처를 할 수도 있고요. 이상국=순찰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불편함을 해결하는 게 자치경찰의 근본 목적입니다. 이를 반려견과 함께 하는 거죠. 반려견 순찰대원들은 매일 자유로운 시간에 반려견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지역 내 방범 활동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시작이 궁금한데요. 강민준=자치경찰과 관련된 해외의 여러 시책을 찾아보다가, 일본의 ‘멍멍순찰대’ 운영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는 “버려진 타이어를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상상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송자빈 청년기자
패턴 제각각 ‘폐타이어 신발’… MZ세대 사로잡았다

[인터뷰]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대표 “트레드앤그루브는 상상했던 것들을 구현해 주는 곳이에요. 버려진 타이어를 활용해 신발을 만드는 상상은 현실이 됐죠.” 지난 7월 27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이온(28) 트레드앤그루브 대표를 만났다. 트레드앤그루브는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신발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트레드앤그루브의 ‘트레드’는 노면에 닿는 바퀴의 접지면, ‘그루브’는 접지면에 새겨진 무늬를 의미한다. 버려진 타이어가 신발로 제작되는 과정 이 대표는 “폐타이어는 카센터, 폐차장, 타이어 수거 업체 등에서 구할 수 있다”며 “현재 트레드앤그루브는 한국타이어와 롯데 렌터카와 같은 대기업에서 사용하고 남은 타이어 혹은 생산과정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된 타이어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폐타이어 1회 수거량은 평균 100~300개에 이른다. 타이어 개당 무게는 10kg가량으로 300개를 수거할 경우 3t이 조금 넘는다. 이 대표는 수거한 폐타이어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트럭 두대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거된 폐타이어는 경기 남양주에 있는 트레드앤그루브 자체 공장으로 보내져 고무를 분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고무로 둘러싸인 타이어 내부는 단단한 철사층과 섬유층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가장 바깥에 있는 고무층을 3~6mm가량 분리해야 한다. 분리된 고무는 신발 밑창 등에 사용된다. 이 대표는 “고무층을 분리하는 작업에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며 “트레드앤그루브 공장이 타이어를 정밀 가공할 수 있는 기계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타 회사와의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어를 먼저 분쇄하고 가공하는 프랑스, 인도네시아의 폐타이어 업사이클링 기업과 달리 트레드앤그루브는 자체 설계한 자동화 기계를 통해 폐타이어를 분쇄 없이 가공하기 때문이다. 타이어에서 분리된 고무는 부산에 위치한 신발 공장으로 전달돼 완제품으로

지난달 27일 만난 김병수 미션잇 대표는 “디자인이 주는 가치가 심미적인 것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션잇 제공
“사회적약자도 불편 없도록… ‘포용사회’를 디자인합니다”

[인터뷰] 김병수 미션잇 대표 삼성전자 제품디자이너가 사회 혁신을 위한 디자인·미디어 소셜벤처 ‘미션잇’을 설립했다. 미션잇은 사회적약자를 위한 ‘포용력 있는 디자인’을 제작한다.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 등 장애 유무나 나이, 성별을 떠나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것이다. 미션잇은 현재 매거진 ‘MSV’ 출판,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기반을 둔 제품·공간 디자인, 통합 디자인 워크숍 등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27일 서울 서초구 미션잇 사무실에서 김병수(36) 대표를 만났다. -삼성전자 제품디자이너가 사회적약자를 위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시각장애인 마라톤 가이드러너 자원봉사활동이나 방글라데시 단기선교 등을 통해 사회적약자의 삶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직 포용력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미진하고, 인클루시브 디자인도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 포용력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촉진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주는 가치가 심미적인 것에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미션잇은 어떤 활동을 하는가? “미션잇은 다양한 사용자를 포괄하는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기반으로 리서치나 제품, 공간 디자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주요 고객층은 사회적기업이나 제조업 관계자, 디자이너, 공공사업 운영자 등이다.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수단 중 하나가 매거진 ‘MSV(Magazine for Social Value)’다.” -MSV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MSV는 사회적 가치를 위한 잡지다.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실무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인클루시브 디자인을 잘 표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