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⑪] 일본이 재난 대응을 잘하는 이유

최근 재난 대응 이슈가 한국 사회에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난에 대응한다는 것은 정부 정책, 구호단체들의 활동을 넘어서 한 사회의 구조와 인식을 아우르는 큰 틀의 전략 및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재난 대응의 우수 사례로 손꼽히는 일본의 시스템은 어떨까. 일본 재난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이사호 일본중앙학술연구소 수석연구원에게 노하우를 들어봤다. ㅡ일본중앙학술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재난대응과는 어떤 연관이 있나요? 일본에서는 ‘재난’이란 개념이 익숙한 단어입니다. 오래 전부터 수많은 재난을 겪어왔기에 정부, 기업, 민간단체 등 주체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재난에 대응하는 계획들이 지속돼왔습니다. 일본중앙학술연구소는 불교재단 부설의 연구소로 국제관계한일문제종교의 사회적인 공헌종교의 공공성을 주요주제로 하는데, 저희 연구소 역시 재난 대응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며 꾸준히 연구해왔습니다. 연구소 특성상 다양한 NPO들과의 교류가 많아, NPO를 지원하고 심사 및 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민간단체들의 재난 대응 활동을 직접 접하게 됐습니다. ㅡ일본 NPO들은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나요? 재난대응은 국가정책 중에서도 우선순위가 높고, 전국 지자체들도 심화된 방재대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재난대응만을 전문으로 하는 NPO가 아니더라도, 민간단체들은 평소 자기 고유의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재난이 발생하면 자연스레 대응 활동을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푸드뱅크를 하며 물류기능을 보유한 NPO는 재난이 발생하면 기업들로부터 물품을 받아 재난지역에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다 효과적인 재난 대응을 위해 각자 활동하기보단 역할분담을 해서 들어갑니다. 일본은 재난시 행정기관이 구호활동을 주도하기 때문에 허가없이 민간인이 쉽게 참여할 수 없습니다. NPO들도 행정에 보고하고 허가를 받은 뒤 보조를 맞춥니다.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⑨]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의 비중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사업을 잘 운용하고 있는지 평가할 때, 효율성과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하여 빈번하게 논의되는 지표 중의 하나는 일자리와 고용의 질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구체성과 그 평가에 있어서 좀더 정교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을 의미한다. 2018년의 경우 338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세분화된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지닌 공공기관에 대해서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를 단순화된 공통의 지표로 평가할 때, 그 객관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사기업처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도 해당 공공기관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기대에 대해서, 고용노동부와 다른 공공기관들이 느끼는 당위성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공공기관이 달성해야 하는 사업의 목표를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평가지표를 도출해야 한다. 그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가 공공기관에게 기대하는 가치 창출도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총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이하 SDGs)와 169개의 세부목표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략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SDGs의 17개 목표들은 상호 배타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⑤] 한국에도 日 재단법인의 ‘평의원회’ 제도가 필요하다

일본 재단법인의 새로운 의사결정기구 : 평의원회 이번 글에서는 일본이 2008년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새로운 공익법인제도 중에서, 가장 큰 변화의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재단법인의 ‘평의원회’ 제도를 소개한다. 일본이 재단법인 제도에서 평의원회 제도를 의무화한 것은, 재단법인의 지배구조의 변화를 통하여 투명성 및 재단 운영의 건전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2018년 12월 개정법의 시행에 따라, 일본의 재단법인은 최소한 3인 이상의 평의원, 3인 이상의 이사, 및 1인 이상의 감사로 임원을 구성하여야 한다. 이는 법령상의 최소한 인원이며, 실제로는 각 재단법인의 정관에 따라 최소한의 임원수보다는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비영리법인의 법인형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사단법인과 재단법인으로 나눈다. 그리고 전자는 의결기구 내지 집행기구로서 사원총회가 있는 반면, 후자는 사원총회 없이 이사회만 있었다. 사실 2008년 새로운 공익법인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는 주무관청의 지도감독이나 당해 재단법인의 임의판단에 따라 평의원회라는 임의기구를 가진 재단법인이 있었고, 이 평의원회는 이사 및 감사를 선임하는 선임기관의 역할과 기타 그 재단법인의 중요사안에 관한 자문기관의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평의원은 이사회에서 선임되도록 하였었다.  하지만 2008년 12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공익법인제도에서는 모든 재단법인이 평의원회를 설치하도록 되었고, 평의원회가 사단법인의 사원총회와 비슷하게, 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관이 아니라, 집행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각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사회는 분기에 1회 이상 개최하여, 대표이사(또는 이사장)이 직무집행상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정관에 의해 이사회 개최를 년 2회 이상으로 완화할 수 있게 하였다. 한편, 평의원회는 재단법인 운영에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⑩] 연매출 400억원 올리는 日 소셜벤처 그룹 ‘보더리스’

셰어하우스, 유기농 허브티, 유통사업, 아동의류 재활용 매장, 가죽제품 생산, 농가지원사업 등 국내외를 연결하며 다양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소셜벤처가 있다. 그룹사 총매출은 연간 약 400억원, 자회사도 14개에 달한다. 일본 소셜벤처 보더리스 재팬(Borderless-Japan) 이야기다.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보더리스 재팬의 공동창업자인 ‘스즈끼 마사요시(鈴木雅剛. Suzuki Masayoshi)’씨를 만나봤다. 그는 현재 보더리스 전체 그룹의 부사장을 맡고 있다. ㅡ보더리스는 어떤 회사입니까?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며 그 방법을 비즈니스로 실현하는 회사입니다. 보더리스는 2007년 3월 설립돼 올해로 11년이 됐습니다. 어떤 국가든 빈곤, 차별, 환경문제 등 수많은 사회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NPO 등 여러 기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보더리스는 비즈니스를 통해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ㅡ보더리스가 정의하는 소셜 비즈니스(Social Business)란 무엇입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소셜비즈니스는 지원 대상자와 상호 협동하면서 새로운 관계와 가치를 만들어내며,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조직의 형태는 상관없습니다. NPO, 협동조합, 주식회사 등 모든 형태가 가능합니다. 다만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신만의 솔루션이 있고, 이를 위해 노력하느냐에 달려있죠. 예를 들어 NPO가 농가의 수익을 높이는 활동을 한다면 자기 단체에 수익이 되지 않더라도 소셜 비즈니스로 볼 수 있습니다. ㅡ보더리스는 기업가를 육성하는 방식이 독특하다고 들었습니다. 직원이 회사로 들어와 창업을 하게 도와줍니다. 창업할 직원을 뽑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인이 구상하는 사업 제안서를 제출받고, 합격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입니다. 창업이 자기 만족에 그치고 있는 것인지, 사회문제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⑧] 한국 중소기업형 CSR 지표 개발과 활용 방안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IGI가 발표한 ‘2017 아시아 CSR랭킹’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평가대상이 된 한국 기업들 대부분의 CSR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평균 점수(56.6점)는 작년(43.8점)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표준편차(21.4점)에 있어서는 작년(22.2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하위 10위권에 포함된 기업들(평균 19.9점; 표준편차 3.6점)은 전반적인 CSR활동이 아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CSR커뮤니케이션 활동이 부족한 한국 기업들의 특징도 나타났다. ‘지역사회 발전’과 ‘노동 관행’ 항목 등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소비자 보호’ 항목에서는 일본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CSR 담당자를 만났을 때 느끼는 점은 해당 기업의 CEO가 매우 ‘겸손’하다는 것이다. 즉 “우리 회사가 CSR 활동을 착실히 하면 되지 굳이 외부에 알릴 필요가 있느냐”는 CEO의 뜻에 따라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CSR 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왼손이 하는 CSR 활동을 오른손도 모르게 하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CSR활동을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뿐만 아니라, 투자자가 투자할만한 기업을 선택할 때, 구직자가 일하고 싶은 기업을 결정할 때, 협력업체가 상생의 파트너를 판단할 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해당 기업의 CSR활동 현황이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의 CSR활동을 가장 객관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지속가능보고서다. 대기업의 경우, 관련 보고서의 발간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보고서 작성을 위한 내부 전문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④] 공익법인 회계 기준 韓·美·日 비교 분석

올해 시행된 공익법인 회계 기준, 어떻게 만들어졌나     새로운 공익법인 회계 기준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 공익법인의 결산서류 등의 의무공시 및 외부 회계 감사에 적용되는 공익법인에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자산 가액 5억원 이상 또는 수입 금액과 출연받은 재산 가액 3억원 이상의 공익법인은 ‘공익법인 회계 기준’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해야한다. 단 학교법인, 의료법인,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등 다른 법령의 특별한 경우가 있는 경우와 공시 의무가 없는 종교법인은 이 기준 적용에서 제외된다. 즉, 이번에 시행된 공익법인 회계기준은 주로 사회복지법인 또는 공익법인에 의해 설립된 장학재단 등에 적용된다.  공익법인 회계기준은 복식부기에 의한 재무제표 작성이 원칙인데, 사회복지법인은 아직 단식부기를 채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 단 총 자산가액이 20억원 이하인 공익법인과 2018년 말까지 신설된 공익법인은 2019년까지 단식부기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필수 주석 기재사항의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유예 조항을 부칙에 마련했다.  이렇게 공익법인 회계 기준이 제정된 까닭은 무엇일까. 기존까지 민법상 설립된 비영리법인에 대한 회계 기준이 별도로 제정된 바는 없었다. 1975년 공익법인법 시행령 22조에 ‘공익법인의 회계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사업의 경영성과와 수지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모든 회계거래를 발생의 사실에 의해 기업 회계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었다. 영리 조직의 회계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던 것이다. 상증세법과 최근 고시된 공익법인 회계기준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삭제돼야함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그

[김동훈의 인사이트 재팬⑨] NGO를 돕는 NGO ‘아유스(AYUS)’

현장을 뛰는 NGO를 지원하는 NGO가 있다. 정부도, 중간지원조직도 아니다. 규모가 큰 것도 아니다. 보통의 NGO가 특정 사회 이슈 해결에 집중하는 반면, 이 NGO는 이러한 NGO들을 뒤에서 돕는 역할을 자청한다. 작지만 강한 NGO ‘아유스불교국제협력네트워크(アーユス仏教国際協力ネットワーク)’의 사무국장 ‘에다키 미카(枝木美香. Edaki Mika)’씨를 만나 히스토리를 들어봤다.  ㅡ소개 부탁드립니다. “2011년부터 아유스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에다키 미카입니다.  예전에 다른 NGO의 태국 주재원으로 파견돼 일하던 중 현장 방문을 오신 아유스 이사님들을 만나게 됐어요. 아유스의 활동은 다른 NGO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인데, 당시 제가 몸담고 있던 NGO에서도 아유스 지원을 받고 있었거든요. 그것을 계기로 아유스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ㅡ아유스란 단체는 한국에선 생소한 곳인데요, 어떤 곳인가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아유스는 일본에서 불교를 믿는 분들이 만든 단체로 불교 이념을 기초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종파와 소속에 상관없이 뜻이 맞는 불교사찰, 불교신도, 불교종단들의 후원을 통해 운영하며, ‘평화’와 ‘인권’을 중요한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우리 단체가 직접 현장을 개발해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단체들에게 기금 등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단체들이 우리에게는 현장입니다. 세 번째로 현장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일본에서 함께 고민하거나 현장의 이슈들을 일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ㅡ설립 계기가 궁금합니다.  “걸프전 직후 1993년 일본 경제는 여유가 있었고 해외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에 아유스는 국제 이슈들이 국제개발협력을 통해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어떤 인식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하던 중 설립됐습니다.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⑩] 여러분, 언제 감동받으세요?

휴가를 내고 일본 도쿄와 큐슈 사가현으로 공부 여행을 다녀왔다. 이른바 유명 관광지를 돌며 쇼핑하고 맛집가는 것과는 좀 다른 여행이었다. 선발된 사람들만이 여행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인원 수도 단, 6명이었다. 도쿄에는 몇 군데 랜드마크가 있다. 도쿄타워와 모리타워와 같이 높은 곳에서 전망을 즐길 수도 있지만, 하루 300만 명이 오가는 시부야역과 터미널 앞 건널목도 유명한 관광코스다. 동서남북으로 향한 교차로를 동시에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도쿄의 바쁜 일상과 현대 도시인의 삶을 보여주며 장관을 이룬다. 시부야의 백화점과 쇼핑센터는 많은 사람들로 늘 활기차다. 그 중 히카리에 백화점 8층에는 크리에티브 스페이스 ‘8/’라는 공간이 있다. 공간의 키워드인 개성, 교류, 지속, 편집, 인재 육성 등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장소다. 그 가운데 일본 47개 도도부현(縣)을 위한 세 개의 독특한 상설 공간이 있다. 첫번째는 d47 뮤지엄이다. 일본 47개 지역의 전통 공예, 특산품, 로컬 푸드, 관광 상품과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일본 유일의 상설 뮤지엄이다. 둘째로 47개 도도부현의 디자인 특산품을 판매할 수 있는 ‘d47 design travel store’이다. 세 번째는 식당이다. 전국 각지 생산자들의 식재료를 이용해 매달 다른 지역의 건강한 일본의 음식을 소개하며 아울러 지역 맥주, 일본주, 음료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이곳들은 모두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Nagaoka Kenmei)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인 D&DEPARTMENT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왜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뮤지엄과 지역 식당을 도쿄 한복판 백화점 안에 열었을까.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더 나은 미래를 떠나며…

2012년 3월 편집장을 맡아 호기롭게 달린 지 6년이 됐습니다. ‘좋은 뜻’만 품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더나은미래라는 공익 섹션이 필요 없는 날이 되는 게 내 소원”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했습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돌이켜보니 감사할 일이 많았습니다. 팀원이 많지는 않았지만, 모두 ‘공익’이라는 재미없고 딱딱하고 관심 없는 이슈를 어떻게 하면 한 명한테라도 더 알릴까 고민하던 정예 부대였습니다. 이런 팀워크로 일하는 게 저에게는 더없이 큰 행복이었습니다. 공익 분야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난 것도 행운이었습니다. 자본의 논리에 맞지 않아도,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정말 가치 있는 일에 열정을 다해 헌신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강퍅했던 제 성격도 점점 더 따뜻해졌습니다. 2016년 2월 더나은미래는 리더십이 바뀌는 과정에서 존폐 위기도 겪었습니다. 돌이켜보니 고난을 통해 저는 사회적으로 목소리가 약한, 억울한 사람들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갖게 되었습니다. 편집장을 넘어 매체를 경영하는 간접 경험 또한 덤이었습니다. 그 사이 네 살이던 둘째 딸은 열 살이 되었습니다. 워킹맘으로서 일할 수 있고, 밥벌이할 수 있게 해준 더나은미래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더나은미래를 통해 부족하지만 아주 조금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기사 잘 봤다”는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되었고, 기사 덕분에 도움받은 사람과 제도를 접했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기사로 더러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끼친 적도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⑨] 배려의 에피소드

연말이라 여러 가지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모임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네 명 이상이 참여하는 모임에 되도록이면 가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럿이 모이면 가벼운 일상 안부와 직장 이야기 그리고 사회 안팎의 정치이야기를 하며 실속없이 겉도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까왔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 네트워킹의 자리를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H 회사의 송년회는 우리의 스폰서 기업이기도 하고 대표님이 직접 초청하였기에 거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의 잔치이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뒷자리에 얼굴 도장만 찍고 올 계획이었다. “도착하시면 알려주세요?” 담당자의 SNS가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다. ‘내가 VIP도, 직원도 아닌데 나까지 챙기실 것까지 없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행사장에 도착하였다. 아뿔싸, 호텔 연회장 메인 한 가운데 테이블에 그것도 회사 대표님의 옆자리로 앉게 되었다. 그 테이블에는 한 해 동안 그 기업과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진행한 비영리 단체장들이 함께했다. 회사의 지난 일 년 간의  업적과 성취를 축하하며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300여명이 넘는 대규모 사내 송년회 자리에 비영리 협력 단체들을 초청한 것도 고마운데, 헤드 테이블에 좌석을 배치한 것은 풋풋한 배려로 느껴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행사 내내, 단 한 번도 사장님, 전무님, 상무님과 같은 직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금년 장기근무근속상은 누구 누구‘님’께서 수상을 해주시겠습니다”와 같이 직함을 생략하고, ‘님’이라고 만 하여 직장 내 지위고하를 알 수가 없었다. 아울러 사장을 위한 동선 파악과 자리 배치 그리고 특별한 사진 촬영도 없었다.

[배원기 교수의 비영리 회계와 투명성-③] 공익법인을 대하는 韓日 엇갈린 행보, 법제도 뜯어보기

일본과 한국, 공익법인제도 차별점 분석    일본의 NPO관련 법제도는 시민사회와 함께 성장해왔다. 특히 1980년대 시민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일본내 공익법인제도의 개선이 단계별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과거 일본의 민법상 공익법인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법인형태로 설립되는 것이 매우 까다로워서, 법인격 없는 단체로 활동하는 곳들이 많았다. 이에 법인격 없이 비영리 활동을 하던 단체 대표들이 개인 명의로 직접 은행 계좌 개설, 사무실 임차, 은행 융자 등 금융 거래를 할 수 밖에 없어 개인적인 부담과 책임이 커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시민사회활동을 제약한다는 비판과 함께 비영리법인 지원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1995년 64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한신·이와지 대지진을 기점으로 일본 공익법인 지원 법제도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봉사활동으로 지진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영속적인 활동 지원을 위한 법제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이에 1998년 특정비영리활동촉진법(일명 ‘NPO법’)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이 법은 2008년 공익법인제도 개혁 3법 시행 이후에도 그대로 존속,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공익법인 제도 개혁을 검토하면서 해당 법을 폐지하려했으나,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폐지하지 못했다.  NPO법에 규정된 특정비영리법인들은 우리나라의 시민단체(사회의 공공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비영리 조직)와 유사한 반면, 일본 민법에 의한 공익법인은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법인이 대다수다.  또한 대부분 소규모로, 재단법인 형태가 없다. NPO법이 제정되도록 앞장섰던 비영리법인 ‘시즈(Civil Society, 시민활동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드는 모임)’는 이후로도 일본 정부의 지원없이 일반

[여문환의 비영리 현장 이야기-⑧] 2017 세계자원봉사협의회 아태지역 자원봉사회의에선 무슨 이야기가 오고갔을까?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세계자원봉사협의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Volunteer Effort · IAVE) 아태지역 자원봉사회의가 열렸다. IAVE는 1970년에 탄생하였으며 전 세계 70여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일한 글로벌 자원봉사 조직이며, 아태지역회의는 2년 한 번씩 열린다. 한국에서도 30여명이 넘는 자원봉사 관련 단체 담당자들이 참여해 열심히 배우고 경험을 공유했다. 이번 회의에서 우리 JA Korea는 ‘JA 대학생 자원봉사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가난, 질병, 교육, 분쟁 그리고 재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온갖 어려움과 싸우는 자원봉사 단체들. 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애쓰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과 성공한 사례를 공유하며 네트워킹을 하느라 3박 4일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특히 이번 행사는 젊은 대학생들의 자원봉사회의가 함께 열려 뜻깊었다. 음악과 노래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동들을 돌보는 한 대학생 자원봉사단체에서는 회의 내내 쉬는 시간마다 기타를 메고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줘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회의 분위기에 흥을 돋우워 주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라는 국가가 주는 개최지 장점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이 나라는 구정, 석가탄신일, 이슬람과 힌두교 명절 그리고 크리스마스까지 국가공휴일로 지정하였듯이,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구성된 국가이다. 한국보다 훨씬 복잡한 문화적 갈등과 오해가 얽혀있지만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모토로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다종교 국가인 말레이시아는 자원봉사 활동에서도 그 장단점을 동시에 보여줬다. 문화적 포용성은 높았지만, 어려움 또한 존재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암방지협회 담당자는 이슬람 사회의 ‘일부다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