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두려운 소리, ‘잔액이 부족합니다’ #1. 책가방보다 마음이 더 무거운, 주나의 이야기 ‘내일은 30분 일찍 일어나서 걸어가야지.’ 여고생인 주나(가명·17)는 아침잠을 줄이고 다른 친구들보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섭니다. 교통카드 잔액이 몇 백 원 단위로 줄어들 때마다 마음이 무겁기 때문입니다. 방과 후,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교육을 위해 분당우리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에듀투게더센터’로 갈 때도 책가방은 여전히 주나의 어깨 위에 있습니다. 가방을 집에 내려놓고 센터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집에 가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가방을 동여맨 채 센터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2. 저녁밥보다 꿈이 소중한, 태인이의 이야기 “일주일에 3~4일 정도 굶고 군것질 안하면 그럭저럭 학원에 다닐 수 있어요. 40분 정도는 걸어 다녀요. 언덕 두 세 개만 넘으면 금방이니까요.” 대한민국 최고의 베이스 연주자가 꿈인 태인(가명·16)이는 따뜻한 밥보다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는 게 익숙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편안함도 내려놓습니다. 밥 먹을 돈과 교통비를 아껴야 베이스를 배우러 학원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 5만원, 아이들의 든든한 ‘꿈’이 됩니다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의 생활 상담을 진행하면, 교통비에 부담을 느끼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심지어 아르바이트로 교통비를 충당하는 학생들도 있어 안타까웠죠.” 분당우리복지재단의 박수진 사회복지사는 작년 8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정 학생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기 위해 네이버 해피빈에 모금함을 개설했습니다. 이후 저소득 가정 학생들에게 교통비 신청을 받자, 40여명이 저마다 절실한 상황을 적어 신청서를 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데 부모님께 교통비를 타서 쓸 수는 없어요. 한 시간 거리는 걸어 다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