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과분한 격려받은 지난 2년… 올해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이른 새벽 반짝이는 이슬은 하늘을 향하여 불평했습니다. 하나님, 이 차가운 새벽 저를 이렇게 추위에 떨게 하십니까? 진정 저를 사랑하여 만드신 것입니까? 제게 따뜻한 햇볕을 내려 주십시오. 그 소원대로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쳤습니다. 그러자 이슬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산마루서신에서) ‘존재의 긴장이 사라지면 존재 자체도 사라진다’. 이른 새벽, 묵상을 위해 이 글을 읽고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지난 2년간 더나은미래 편집장 자리를 돌아봤습니다. 고민하고 분투했으며, 때로 안주하고 교만했습니다. 2013년 결산보고서를 쓰느라 한 해 더나은미래 발자취를 들여다보니, 걸어온 자리가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4월 창간 3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6차례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공익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하려는 시도였는데, 분에 넘치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굿네이버스·하트하트재단·코이카·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아름다운가게·초록우산어린이재단·한국사회투자 등 외부 파트너들과 공익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아산미래포럼’을 발족한 것은 매우 뜻깊었습니다. 탈북·장애·미혼모·비행·가정외보호 청소년의 자립과 성장을 위해 35인의 현장전문가들과 함께 25번의 좌담회를 갖고, 솔루션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청년 소셜벤처인 위즈돔과 함께 6월부터 7개월 동안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행사를 통해, 13곳의 국내 대표 사회공헌 우수 기업을 초청했습니다. 2주에 한 번 지면을 메우기에도 헉헉대는데,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삼성꿈장학재단 손병두 이사장 대담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소명의식’ 때문입니다. ‘더나은미래는 왜 존재하는가’, 누군가 물을 때, 그 답을 좀더 잘 하고 싶어서입니다. 중국 베이징으로 떠날 일정이 막혀 계속 더나은미래 편집장을 하게 된 것도 ‘보이지 않는 손’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4년에도 더나은미래팀은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모두

[Cover Story] [신년 대담] 손병두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과 유영학 현대차정몽구재단 이사장에게 공익분야의 길을 묻다

새해 소원요? 나눔이 변함없이 잘 이어지는 거죠 손병두 이사장 – 올해로 재단 운영 7년째 “교육자로서 의식 가져라” 직원들에게 신년사로 강조 유영학 이사장 – 공헌 효과 높이기 위해 가급적 여러 기관과 협력 나눔국민대상 수상키도 한 손엔 논어·한 손엔 주판 들어야 하는 기업인… “도덕적으로 잘 벌어서 진정성 있게 잘 써야죠” 사업계획·결산자료 모두 정부에게 감독관리 받아 재단의 투명성 높아져 공익재단 운영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명의식 정부 사각지대 메우기 위해 질적 성장 고민할 것 ‘자본주의의 꽃’. 공익재단을 일컫는 말이다. 자신이 번 돈을 선뜻 사회에 내놓고, 공익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빌 게이츠&멜린다재단 등 선진국에선 자본주의만큼 공익재단의 역사도 깊다. 우리나라에도 국내 최초의 공익재단인 양영재단이 출범한 지 70년이 됐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최대규모 재단인 삼성꿈장학재단 손병두(72) 이사장과 현대차정몽구재단 유영학(57) 이사장을 만나, ‘향후 5년, 공익재단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신년 대담을 가졌다. 사회= 경제 위기 속에서도 국내 대표그룹 회장들이 신년사에서 사회공헌 관련 키워드를 언급했다. 두 분은 올해 신년사에서 어떤 점을 강조했는가. 손병두= 올해로 7년째를 맞은 재단 신년사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직원들에게 ‘단순 사무직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라’고 얘기했다. 장학생들에게는 ‘확실한 국가관을 가지라’고 했다. 7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장 밀착형 복지를 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유영학= 우리 재단은 2007년에 설립됐지만 2011년 말에 이름을 현대차정몽구재단으로 바꾸고 2년 동안 새로운 사업을 많이 벌였다. 올해는 사업을 내실 있게 운영하면서,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완하려고 한다. 미국의

[Cover Story] ‘빨리’ 대신 ‘함께’… 올해 이들이 세상을 달렸습니다

cover story 더나은미래가 만난 사람들, 그 후 올 한 해 더나은미래팀은 국내외 수많은 현장을 누볐다. ‘빨리’ 달리기보단 ‘함께’ 달리는 트랙 위에서 만난 사람들. 연말을 맞아 2013년 더나은미래가 만난 사람들, 그 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커진 무대, 확산되는 가치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재기에 성공한 창업자로 소개됐던 김윤상(49·스시생)씨<3월 26일자 D1면>는 지난 8월, 점포 확장 공사를 통해 좌석 수를 두 배(현재 30석)까지 늘렸다. 일본 방사능 등으로 초밥 업계가 고전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매출 증가세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투자할 테니 같은 모델로 점포를 늘려보자”는 제안도 심심찮게 받고 있다. 최근에는 소자본 부부 창업자들에게 전수할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탈북 청소년을 돕는 탈북자 부부, 겨레얼 대안학교의 최동현·순영옥 부부<6월 11일자 D8면>는 기사 이후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최동현 대표는 “기존 아동 수가 28명이었는데, 기사 후 입소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대거 몰렸다”며 “현재 42명의 아이가 들어와 있고, 여건상 함께 할 수 없는 대기자들도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장애인 수영 선수 이인국(17·안산 단원고2·9월 24일자 E1면)군에겐 낭보가 잇따랐다. 기사 게재 이후, 생애 처음으로 출전했던 국제대회인 ‘2013 쿠알라룸푸르 아시아 장애청소년 경기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국제적인 선수로 거듭났고, 지난 18일에는 ‘2013 대한민국 인재상’까지 받았다. 손연재(2011 수상), 양학선(2012 수상) 등 국내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작년 연말 ‘솔로대첩’에 맞서 ‘나눔대첩’을 기획했던 송주현(26)씨<2월 26일자 E7면>는 기사가 나간 이후 “강의 기회가 배로 늘고, 후원을 원하는 분들도 많아져 이를 나눔

“고액기부, 프러포즈하듯 이상대 충분히 알고 요청해야”

조 색스턴 nfp시너지 대표 작은 단체들, 기부자 모으려면 타깃·브랜드 가치 명확히 정해야 “모금시장이 포화됐다는 생각을 버려라. 기부를 끌어낼 방법은 언제나 있다.” NPO를 위한 연구컨설팅기업인 nfp시너지 조 색스턴(Joe Saxton·사진) 대표의 조언이다. 조 색스턴 대표는 영국 모금 컨설팅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 2~3일 한국NPO공동회의가 주최한 ‘2013 나눔문화선진화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고액·유산기부에 대한 비영리단체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듯, 첫날 콘퍼런스에만 500명이 참석했다. ―영국에서의 모금 트렌드는 어떻게 변해왔는가. “20~25년 전에는 다이렉트TV를 통해 광고했고, 15년 전에는 길거리모금을 통해 매년 60만명이 정기 기부를 하게 됐다. 길거리모금이 흔해지자, 이후엔 방문모금이 등장했다. 전화모금을 거쳐 최근에는 SNS나 문자모금이 많아지고 있다. TV나 인터넷보다 문자모금이 훨씬 더 쉽다. 최근 필리핀 하이옌 태풍피해 모금에서 문자모금으로만 150만파운드(약 26억원)가 모였다.” ―영국 자선단체들은 모금활동을 위한 마케팅·운영비에 몇 % 정도를 사용하는가.(우리나라는 기부금품 모집법상 모금액 대비 최고 15%까지만 쓸 수 있다) “제한이 없다. 99%를 행정비로 써도 된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기부자는 내가 낸 돈의 100%가 프로그램 사업비로 쓰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행정비가 없는 단체가 정말 좋은 단체인가. 사무실도 없고, 기금을 잘 썼는지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특히 막 시작한 자선단체에 15%만 행정비로 쓰라는 건 너무 어려운 구조다. 정부가 ‘15% 룰’ 규제를 하게 되면, 자선단체의 성장을 막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기부자들이 자선단체를 잘 감시하라’고 얘기한다. 최근 영국에서는 컵트러스트(cup trust) 스캔들이 일어났다. 2000만파운드(350억)의 수입 중

[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③ 확고한 전문성 갖춘 영국NPO

3년 파트너십 맺는 데 준비만 2년… 꼬장꼬장한 NPO 유언장에 ‘유산 기부하자’ 캠페인 벌이는 NPO 단체들 모금과 후원자 확보 위한 홍보·마케팅 투자 당연시 후원 기업의 모든 정보 모아 인권 침해·부패기업 걸러내 ‘죽을 때 당신의 삶을 남기세요(After Death, Leave Life)’ 세이브더칠드런UK가 올해 벌이는 유산 기부 캠페인 타이틀이다. 세이브칠드런UK는 유산 기부를 받기 위해 2개 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수지 스테이븐 미래전략 리서치팀장은 “유산 기부와 고액 기부는 우리의 전체 모금액(2억8370만 파운드, 4800억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죽음과 신생아의 삶을 연결시키는 전략으로 캠페인을 브랜드화하면서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영국에선 매년 9월과 10월 유산 기부 컨설팅 전문 기관인 ‘리멤버 어 채리티(Remember a Charity)’와 ‘윌 에이드(Will Aid)’가 각각 주도하는 유산 기부 활성화 공동 캠페인이 벌어진다. 영국 전역에서 비영리 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시민들이 유언장에 ‘유산 기부 하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독려하는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영국에서 만난 NPO 담당자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우선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비전과 미션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지난해 기업 후원을 1억507만파운드(2500억원) 받은 세이브더칠드런UK는 기업과의 파트너십 기준이 있다. 타냐 스틸 모금후원팀장은 “포르노, 담배,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과는 절대 파트너십을 맺지 않고, 제약회사나 정유·가스·광산업,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 아동 학대 경험이 있는 기업, 모유를 대체하는 분유 판매 기업, 부정부패와 연관될 수 있는 보안 경호회사 등은 위험도가 높은 기업으로 분류한다”며 “모든 기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데, 특정 기업과 사업을 하기 전에

[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② 전문성·역량 갖춘 지원 조직… 이들이 많을수록 비영리단체도 성장

[박란희 편집장의선진 NGO 견학] ② NPO를 위한 중간 지원 기관 비영리단체 지원하는 카프…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통해 시민사회 성장시키는 역할 NPO 연합해 모니터링 하고 책임 있는 기업에 투자 권유 비영리단체 전체의 생태계 키우고자 하는 노력 보여줘 NPO(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NPO. 지난달 24일 방문한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iton)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카프의 역사는 80년에 달한다. 카프은행을 운영하고, 소셜벤처 투자를 하며, 비영리단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은 500여명에 달하고, 연간 1조원 이상의 사업을 벌인다. 컨설팅 그룹을 10개 운영하며, 9개국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에이미 클라크 자문팀장은 “우리의 파트너는 대기업, 고액기부자, 비영리단체들”이라며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사회와 제3 섹터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브 잇 백 조지(Give it Back, George·돌려줘 조지)’ 프로젝트는 최근 카프에서 벌인 대표적 캠페인이다. 작년 3월, 영국 정부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제공해왔던 소득세 감면 혜택(Gift Aid)에 대해 한도액을 정한다고 발표했다. 당장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국제정책 캠페인팀 아담 피커링씨는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보니, 7%의 고액 기부자들이 영국 기부액의 45%나 되는 돈을 기부하고 있으며, 기부자들에게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이번 발표로 인해 기부금이 5억파운드(약 8500억)나 줄어드는 걸 알 수 있었다”며 “7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8차례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정부 부처 장관들과 10차례 미팅을 가졌으며, 1161개 비영리단체들의 서명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번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뿐 아니다. 카프는 기부에

[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①영국의 과학적 모금 현황

기부도 이젠 통계와 포트폴리오, 전략의 승부 자선단체 16만개 경쟁 치열 정부 지원금 줄어들면서 통계와 연구자료 바탕으로 모금별… 연 수입 6400억원 옥스팜 후원 중단 비율 줄이기 주력 비영리 전문 컨설팅회사는 비용 대비 모금액 가장 높은 유산 기부 주목, 연구 진행 영국의 자선단체 수는 16만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비영리민간단체 1만889개(안행부 등록)의 16배다. 자선단체의 역사도 깊다. 영국 옥스팜은 70년 역사를, 세이브더칠드런은 94년 역사를 지닌다. 옥스팜(Oxfam), 캔서리서치UK(Cancer Research UK), 브리티시 하트 파운데이션(British Heart Foundation) 등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채리티숍이 영국 전역에 20만개로, 1년에 모으는 돈은 130억파운드(약 22조원)다. 영국 자선단체는 어떤 생태계로 움직이고 있을까. 기부와 나눔이 일상화된 나라 영국을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9월 말 한국NPO공동회의가 진행한 6박8일의 ‘2013 영국NPO해외연수:모금마케팅 및 국제개발협력’ 연수를 동행 취재했다. 이번 연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24개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함께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5일, 영국의 대표적인 NGO인 옥스팜 영국 본부 사무실에 들어서자 일행들 사이에선 “와아~” 하는 탄성 소리가 들렸다. 700명이 근무하는 3층짜리 건물은 외벽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통유리와 햇살이 내리쬐는 아늑한 건물, ‘이곳이 비영리단체 사무실이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1942년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공격에서 탈출한 그리스인을 돕기 위해 시작된 옥스팜. 현재 옥스팜 영국의 수입은 3억6790만파운드(약 6400억원)이다. 후원자 수는 50만명으로, 옥스팜에서 운영하는 채리티숍은 700개가 넘는다. 채리티숍 수익금은 전체 수입의 22%, 개인 기부와 유산 기부 등이 25%를 차지한다(나머지 44%는 정부 및 자선재단 보조금). 참고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

“성공하면 기부하겠다 하지 말고, 일상적으로 나누세요”

김만덕상 받은 여성 CEO, 송경애 SM C&C 대표 여성 CEO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결혼기념일·생일 등 기쁜 일 생기면 나눠 기부는 용기이자 습관… 내게 주는 선물 같아 1987년 스물다섯에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한 비티앤아이(BT&I)를 2600억원대 항공권을 판매하는 기업체 전문여행사로 키워낸 송경애(51·사진) SM C&C 대표. 비티앤아이는 최근 SM 계열사인 SM C&C에 흡수합병돼, 송 대표는 기업체 고객과 함께 한류스타들을 위한 행사와 투어, 해외촬영 지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나눔’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이자 여성 CEO로는 처음으로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결혼기념일, 회사 20주년 기념일, 생일 등 기념일마다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해, 별명이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다. 송 대표는 최근 기부의 일상화에 기여한 공으로 김만덕상을 수상했다. “저는 그냥 기쁜 날에 맞춰 기부합니다. 작년에 아들이 스무 살이 됐을 때 뭘 할까 고민하다가 컴패션을 소개받아 해외 아동 20명을 돕기로 했죠. 한 달에 90만원인데, 우선 제 이름으로 하고 나중에 아들한테 넘길 거예요. 기부는 용기이고 습관이고, 저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누구를 불쌍히 여겨서 하는 건 아니에요.” 송 대표는 “기부(Give)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만, 나눔(Share)은 공유하는 것”이라며 “기부보다는 나눔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표의 나눔 뿌리는 어린 시절 자란 미국에서부터 싹텄다고 한다. 고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150달러를 내고 저녁을 먹는 자선파티에 많이 참여했는데 자연스럽게 ‘아~ 남을 도와야 하는구나’라는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⑥ “나누려는 마음 있으면 다 돼… 주저말고 나서야”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6>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 100만원에서 시작한 나눔 2008년엔 부산지역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해 나눔은 여유보다 마음… 몽골에서 지하수 팔 땐 외상으로 기계 사서 보내 앞으로 아프리카에도 물 공급 더 해주고 싶어 작년부턴 사회복지사에 賞 임직원들은 명절 때마다 이웃 찾아가 생필품 전달해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는 동안, 회장실 밖으로 커다란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직원은 양팔 가득 자료를 끼고 있었다. 남성복’인디안’을 비롯해 여성복 ‘올리비아 로렌’, 영캐주얼 브랜드 ‘NII’ 등 10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 기업 세정그룹 박순호(67) 회장과 인터뷰할 시간은 딱 1시간. 본사가 부산에 있다 보니 서울지사에 올 때는 빽빽한 스케줄이 밀려 있다고 했다. “출근하자마자 아직 화장실도 못 갔습니다.” 첫인사로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13개 계열사에 종업원 6000명,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을 키워낸 40년 역사가 손에 담겨 있었다. 자연스레 사업 이야기가 시작됐다. “경남 함안의 시골에서 자랐는데, 모두가 어려웠던 시대를 지내며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산의 한 지역 시장에서, 장사가 안 돼 문 닫은 건물 2층을 뜯어내고 공장을 차렸다. 74년에 창업한 이후 큰 위기가 세 번 있었다. 가장 어려웠을 때는 1988년 무렵, 재래시장의 도매상을 정리하고 대리점 체제로 유통방식을 바꿀 때였다. 2년 넘게 고민해서 내놓은 안이었으나, ‘재래시장에 물량이 없어서 못 파는데 무슨 짓이냐’ ‘너무 위험하다’고 다 반대했다.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크게 성공했다.” 박

글로벌 사회공헌… “베푼다는 생각 버리고 현지 주민 존중해야”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12인 간담회 값싼 노동력·풍부한 자원 개발도상국 찾는 기업들 그만한 사회적 책임 요구 현장 조사·사전지원 통해 해당 국가의 필요 찾아내 기업의 비즈니스와 접목 임직원 공감대 바탕으로 일자리 제공·시설 정비 등 현지 지역사회 변화시키고 비영리단체와 손 잡아야 글로벌 사회공헌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올해 삼성전자의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사상 첫 90%를 돌파했다. LG전자도 전체 매출의 85%를 해외시장에서 달성했고,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도 61.4%에 달한다. 값싼 노동력, 풍부한 자원을 찾는 기업들의 발길이 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집중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 8월 29일 더나은미래가 주최한 ‘글로벌 사회공헌 간담회’에서는 각 기업의 글로벌 CSR 담당자들이 다양한 전략과 고민들을 쏟아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은 다비육종, 두산중공업, 삼성전자, 삼익악기, 세아상역, 아시아나항공, LG전자, GS칼텍스, 포스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자동차(가나다순) 등 12곳이다. ◇역량·현장 니즈·공감대…’교집합’을 찾아라 글로벌 사회공헌에 대한 기업 담당자들의 고민은 비슷했다. ‘해당 국가의 필요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을 어떻게 접목할 것이냐’였다. 기업들은 몇 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와 사전 지원을 통해 두 영역의 교집합을 찾았다. 의류 제조·수출 기업인 세아상역은 2010년부터 미국 국무부, 미주개발은행, 아이티정부와 총 3억달러를 투자해 아이티 재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엔 현지 주민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목표로 아이티 산업단지에 의류 공장을 지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부터 캄보디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취항지의 세계문화유산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해남 아시아나항공 사회공헌팀 차장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한국 사회 멍들게 하는 3가지 ‘구멍’

더나은미래와 아산나눔재단이 함께 연 공동 기획 포럼 ‘아산미래포럼’의 분과별 회의에 참석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문제의 현상과 본질이 비슷했습니다. 각 분과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이라서 겪는 어려움 외에도 장애, 탈북, 미혼모, 비행, 가정 외 보호 등 또 다른 장벽을 하나씩 지니고 있는 이들의 문제를 다룹니다. 분과별 문제의 공통점을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제도나 정책 자체만을 보면 사각지대가 없을 정도로 ‘해외의 좋은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놓았습니다. 마치 정책 쇼핑이라도 한 듯 말입니다. 하지만 그 모델만 베꼈을 뿐 이를 국내에 적용시키는 전달 체계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은 부족합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통일부 등 부처별로 각각 좋은 모델을 들여온 후 각 부처 산하에 ‘○○센터’나 ‘○○재단’을 두고 사업이나 지원을 쪼개주는 형태가 많습니다. 좋은 제도라도 결국 이를 적용할 곳은 지역사회(Community)이지만 개별 부처별로 쪼개지는 톱 투 다운(Top to Down) 방식의 정책으로 인해 재원이 많이 낭비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러웠습니다. 복지 서비스든 정책 시행이든 이를 뒷받침할 지역사회의 촘촘한 전달 체계에 대한 고민이 매우 시급합니다. 둘째, 학교의 문제입니다. 장애, 탈북, 미혼모, 비행, 가정 외 보호 청소년들은 결국 사회에서 함께 섞여 살 구성원입니다. 하지만 학교 안에서는 이들을 위한 통합이나 배려가 없습니다. 이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상처받고 대안학교를 택하거나 거리로 나옵니다. ‘학교’라는 마지막 소속 집단이 없어지고 나면 이들을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다시 진입시키는 데는 두세 배, 아니 몇십 배의 사회적 비용이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⑤ “이건음악회 23년째… 사회공헌 오래 하려면 좋아하는 분야 선택하길”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5>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문화소외지역 주민 위해 매년 여는 클래식 음악회 솔로몬 군도서 벌채할 땐 허가받기 전 재단 세우고 주민 교육 사업부터 벌여 ‘돈 벌면 나누겠다’ 말고 분명한 목표 정한 뒤 직접 관심갖고 공헌해야 목재회사와 문화예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이건산업 박영주(72) 회장을 말하려면 이 두 가지를 빼놓을 수 없다. 이건산업은 1990년부터 인천에 위치한 회사 공장에서 ‘이건음악회’를 시작,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예술 사회공헌을 23년째 해오고 있다. 오랜 역사 앞에서 ‘그 돈으로 어려운 아이를 돕지 웬 클래식 무대냐’는 비아냥은 사라지고, 이건산업엔 ‘문화예술 사회공헌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1972년 회사를 창업한 지 벌써 41년째인데, 당시 어떤 비전을 품었나. “창업 때부터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은 없었다. 나는 놀기 좋아하고 취미도 많다. 다만 남들이 안 하는 전문 분야를 개척하고 싶었다. 그 일을 통해 사람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진다는 보람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고생스러운 기업 운영을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1960년에 군 제대 이후 몇 달 동안 일급 노동자들과 함께 합판공장에서 나무를 깎았다. 그 경험을 통해 ‘기업이 돈만 벌어서는 안 되고, 사람들을 위해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평생 머릿속에 갖게 됐다. 우리 회사가 그동안 노사 분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경영에도 진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 단기적인 봉합만으로는 안 된다. 기업을 한다는 건 몇 십 년 직원들과 같이 사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