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리언 오마(Cyprian Ouma) 월드비전 동아프리카지역 아동영양사업 자문관

“군사·건설비 지원 느는 데 아동 영양 급식은 뒷전” 지난 2000년, 전 세계 지도자들은 2015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8가지의 ‘새천년개발목표(MDGs·Millennium Devlopment Goals)’를 세웠다. 월드비전은 이 중 가장 진척도가 낮은 4번(유아사망률 감소)와 5번(모성건강증진) 달성을 위해 2010년부터 100여개 국가에서 공동으로 글로벌 아동보건캠페인 ‘Child Health Now’를 진행하고 있다. 정책포럼 참석을 위해 방한한 시프리언 오마(Cyprian Ouma)씨로부터 아프리카 현장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영국에서 공중보건학 석사를 받은 그는 23개 아프리카 국가의 영양조사를 지휘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 상황은 어떤가. 국제사회에서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비율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2억3900만명 이상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영양실조에 허덕인다. 전 세계 저체중아동 1억4800만명 중 4분의 1이 아프리카 아동이다. 영유아 영양실조를 조사하기 위해선 팔 위쪽 둘레를 잰다. 내 손가락만 한 굵기의 팔을 가진 아이가 100만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게 매년 반복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영양실조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강력하면서도 올바른 리더십을 갖고 있으면 국제사회의 지원과 더불어 변화가 잘 이뤄진다.” ―정책포럼에서도 제기되었듯이, 아프리카를 지원해온 공여국들이 장기적인 자립지원보다는 눈에 보이는 단기 성과에 급급해 왔다는 비판도 있다. 공여국들의 지원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나. “원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데,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영양실조 문제는 단기간에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사업에 지원할 때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물론 아프리카의 국가들도 원조받는 데만

[글로벌 식량 위기와 영양실조 대응 정책 포럼] 에이즈보다 무서운 영양실조… 1분에 5명 사망

영양실조로 면역력 저하 빈곤국 질병 숨겨진 원인 비용 대비 효과 높은 질병 중심 프로그램에 영양개선은 외면받아 농업 개선·식량 지원과 지역주민 보건 훈련 필수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데도, 과테말라에선 발육부진 아동 비율이 48%나 되는 데 반해 몽골에서는 16%에 불과하다. 과연 빈곤국의 경제성장만 달성하면, 영양실조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가.” 지난달 31일 유엔영양상임위원회(UNSCN)에서 시민사회위원회 의장을 맡고있는 테드 그레이너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그는 오히려 거꾸로 볼 것을 주문했다. “영양실조 개선에 초점을 두면, 아동의 학업성취가 높아지고, 성인기에 소득을 높여 빈곤층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지렛대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오는 18일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린 이번 행사는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FID· 이하 코피드)과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이 공동주최한 정책포럼으로, ‘글로벌 식량 위기와 영양실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이뤄졌다. ◇글로벌 식량 위기와 영양실조는 무슨 관계? 그레이너 교수는 “2008년 전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와 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해, 곡물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굶주림을 겪는 인구가 1억명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식량값이 높아져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계층은 빈곤국의 아동들이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저개발국 빈곤가정은 보통 소득의 60~80%를 식료품 구입에 쓰는데, 곡물값이 비싸져 소득 전부를 식량구입에만 써도 가족들이 끼니를 잇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양실조의 패턴도 바뀌고 있다. 그레이너 교수는 “급성 영양실조는 언론의 관심이라도 끌지만, 만성적인 영양실조는 점점 늘어도 아예 보도조차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만성 영양실조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③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사회 지도층, 나눔봉사 앞장서야… 800억 모금 비결은 감동 서비스” 후원자 모으는 힘은 신뢰… 감동·마케팅 결합으로 모금 늘고 자생력 생겨 ‘나영이의 부탁’ 캠페인, 성범죄 공소시효 없애 직접 행동으로 옮길 때 사회 변화할 수 있어 서울시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제훈 회장은 소파 옆에 ‘무조건 살아 단 한번의 삶이니까’라는 책을 엎어놓고 있었다. 지난해 한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한 ‘한국의 폴포츠’ 최성봉(23)씨의 자서전이었다. 최씨는 5세 때 보육시설을 나온 후 거리생활을 하다 우연히 성악을 접하고 대전예술고 성악과에 진학, 2009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린이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생활하던 아이였다. 이를 계기로 최근엔 어린이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 회장은 “우리가 도와준 친구들이 이렇게 성공한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고 참 고맙다”고 했다. ―어린이재단은 1948년 시작돼, 후원금 규모가 800억원, 직원이 1100명(계약직 포함), 자원봉사자 3만명에 달하는 국내 대표격인 복지재단입니다. 하지만 최근 ‘더나은미래’에서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국내 비영리단체 인지도를 조사해보니,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한국어린이재단에서 한국복지재단으로, 2008년에 어린이재단으로, 2010년부터 ‘초록우산’을 어린이재단 앞에 붙였어요. 이름을 몇 번 바꾸다 보니 그런 것 같고요. 또 어린이재단이 지금까지는 정부가 직접 하지 못하는 복지관련 위탁사업을 많이 하다 보니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별로 없었어요. 해외사업을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해, 유명배우들을 홍보대사로 두고 있는 다른 비영리단체에 비해 홍보가 덜 됐죠. 저희는 전국에 70개 사업기관이 있고, 후원 아동도 국내 3만~4만명, 해외

나눔 트렌드 한자리에 국제 콘퍼런스 개최

국제적인 나눔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제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나눔국민운동본부 등이 주관하는 ‘제2회 국제나눔 콘퍼런스’는 오는 6월 13일~14일 이틀 동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콘퍼런스에선 글로벌 기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전문가와 기업 사회공헌 및 CSR 전략을 주도하는 해외 전문가들이 강사로 초빙된다. 기조연설을 맡은 영국의 RLM 핀스버리 스콧 콜빈(Scott Colvin) 이사는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자”는 ‘레거시 10(legacy 10)’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스콧 콜빈 이사는 방한 전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의 기부 참여를 독려하고, 자선단체를 위해 지속가능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한국에도 부자들이 기부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회가 주어지면 기부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첫날에는 ‘나눔 선진화를 위한 법·제도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린지 라폴(Lindsay L.Lapole) 미 자선기부연금협의회(ACGA) 회장은 ‘미국 계획기부 모델’을 설명할 예정이다. 둘째 날 기조 강연자인 에이미 잭슨(Amy Jackson)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사회공헌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발전과제’라는 주제로, 제레미 프렙시어스(Jeremy Prepscius) 미 BSR 이사는 ‘사회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가치의 상생을 위한 핵심전략 모색’을, 수 애킨스(Sue Adkins) 영국 BITC 이사는 공익연계마케팅(CRM)을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강연할 계획이다. 1992년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BSR은 전 세계 60개국에서 기업 CSR을 지원하는 단체이다. 영국 BITC는 1982년 영국 찰스 황태자가 설립한 단체로, CSR과 기업평가, 교육, 포럼, 네트워킹 등을 진행하며 전 세계 CSR서비스 기관 네트워크인 CSR360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 시리즈] ①일부 기업, 마케팅 활동 사회공헌으로 포장… 기부금 공개 꺼려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 시리즈] ① 나눔 선포한 기업 다수가 사회공헌 홍보에만 ‘눈독’ 기부금 투명성도 떨어져 “진정성 없는 공헌 계속되면 부정적 이미지 탈피 못 해” ‘사회공헌 2조원 시대’라고 한다.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비용 지출액은 2조8735억원에 달한다(전경련 사회공헌백서, 2010, 220개 기업). 하지만 사회공헌에 대해 일부 기업은 “돈을 쏟아부어도 효과가 없다”고 하고, NGO나 복지기관 등에선 “진정성 없는 마케팅·홍보수단”이라고 하기도 한다. ‘더나은미래’는 기업 사회공헌의 현실과 대안을 3회 시리즈로 짚어본다. 지난해 5월, 국내 대표공연장과 문화나눔사업인 꿈나무 오케스트라 후원을 사회공헌활동으로 펼친 H기업. 이 기업은 당시 “꿈나무에 대한 악기구입과 연습공연 등 다양한 후원을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H기업은 이 사업에 5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벤트와 광고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이 4억원으로, 저소득계층을 위한 실제 지원액은 1억원에 불과했다. 행사진행을 맡았던 관계자는 “자체광고에 대부분을 써놓고 사회공헌이라고 홍보하는 기업이 얄밉지만 1억원 지원이 어디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 사회공헌 비용, 진짜 2조원일까? ‘더나은미래’가 최근 국내 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사회공헌 인식조사’ 결과, 많은 전문가들은 “홍보와 이미지에만 치우친 진정성 없는 사회공헌의 부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우선 가장 의문을 품는 건 ‘2조원’이란 비용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회공헌비용으로 유일하게 인용되는 것은 전경련 사회공헌백서다. 매년 각 기업체별 설문조사를 통해 사회공헌 비용을 측정한다. 하지만 기업 자체적으로 수치화하다 보니, 검증이 어렵다. 한 기업사회공헌 관계자는 “기부금 항목에는 준조세성격의 기부도 많고 기업출연재단에 내는 돈도 많아, 전체 사회공헌 사업비 예산은 기부금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라며

통조림 공장을 카페로… 영리기업 능가하는 세계의 사회적 기업

프랑스 ‘SOS’파리 시내 5개 병원 빈곤층 대상으로 운영 돈뿐만 아니라 문화·제도적 변화로 성장해 나가야 ‘코인 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이하 CSCB)’는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적 기업으로 꼽히는 곳이다. 연간 총수익은 70억원(약 360만파운드)에 달한다. 영국 런던의 사우스뱅크 지역에 있는 사무실에 가면 인상 깊은 사진을 한 장 볼 수 있다. 템스 강 남쪽의 공장 밀집지역이던 이곳이 급격히 슬럼화된 채 버려졌던 1970년대 사진과 함께 2000년대를 비교한 조감도다. 한 민간 개발업자가 만든 조감도엔 강변에 고층 타워를 중심으로 근사한 빌딩들이 서 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이곳은 CSCB라는 사회적 기업에 의해 전혀 다른 모습이 됐다. 민간 개발업자의 재개발 계획에 반발한 주민들이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벌였고 1984년 아예 자체적으로 CSCB를 만들었다. 결국 런던시는 지역 주민들의 뜻을 존중해 민간 개발업자의 토지를 사들인 후 CSCB에 지역 정비사업을 위탁했다. CSCB는 13곳의 폐허 공간을 새롭게 변모시켰다. 코인 스트리트 주민센터(Coin Street Neiborhood Center)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탁아 공간, 각종 교육·편의시설이 있다. 1930년대 템스 강변의 랜드마크였던 ‘옥소 타워(OXO Tower)’는 인스턴트 고기 통조림을 만들던 공장이었으나 지금은 전시 갤러리와 디자이너들의 작업 공간, 이색숍, 레스토랑과 카페 등으로 탈바꿈됐다. 30여개 상업시설의 임대료, 주차장 수입 등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지역의 문화와 복지에 재투자된다. 공원과 강변 산책로 등이 있는 고급 아파트임에도 임대료가 저렴한 이유다. 코인 스트리트는 현재 주민들의 요구로 수영장도 지을 계획이다. ◇전 세계의 사회적 기업은 진화 중 유럽과

느린 삶 실천하는 일본 ‘카페슬로’

소셜 프랜차이즈까지 생겨 17일 오후, 일본 도쿄 고쿠분지(쒢分寺)시에 위치한 ‘카페슬로(Cafe Slow)’. 카페 입구엔 공정무역 사무실이 있고, 야외 테라스를 지나니 널찍한 커피숍이 나왔다. 벽면은 흙벽 그대로의 다소 거친 질감을 살렸고, 카페 곳곳 인테리어는 자연 속에 들어와 있다는 편안한 느낌을 줬다. 이 카페는 30년간 유네스코에서 활동한 요시오카 아츠시 대표가 2001년 만든 사회적 기업이다. 무농약 커피를 통해 공정무역을 실천하고, 지역에서 수확한 친환경 식재료만 사용하며, ‘의식주를 통해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느린 삶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카페슬로는 카페 역할뿐 아니라 지역 예술가들의 라이브공연과 미술작품 전시와 세미나 등을 여는 등 지역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도 한다. 한 달 매출은 400만엔(5800만원) 정도로, 1년에 7억원가량을 벌어들인다. 하라다 선임매니저는 “처음에는 자전거 가게의 창고를 흙과 볏짚 등 자연소재로 개조했다”며 “문을 연 지 3년까지는 지출만 있고 수익은 거의 없어 고생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팬이 늘었다”고 말했다. 카페의 성공으로 2006년 규슈, 2007년 오사카 지역, 이어 홋카이도 등 전국에서 ‘슬로 카페’들이 생겨났다. 일본에만 ‘슬로 카페’를 표방한 곳이 30여곳 넘는다. 한마디로 ‘카페슬로’라는 소셜 프랜차이즈가 된 것이다. 선임매니저인 하라다씨는 “슬로 카페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카페 창업과정과 내부 장식, 운영 등을 문의해오면 적극 컨설팅해주고 있다”며 “개인이 직접 창업하거나 기업의 지원을 받아 창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시오카 대표는 ‘슬로라이프를 지향하며 도시와 농촌을 잇자’는 NGO인 ‘나무늘보클럽’의 간사이기도 하다. 카페를 통해 환경·유기농 이벤트에 참가해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나눔의 리더를 찾아서] ② 이순동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

“자원봉사 문화 업그레이드 위해 ’30년 홍보 달인’ 재능 나눌 것” 자원봉사 참여율 20% 한계… 시혜로 여기는 인식 때문… 이런 문화토양틀 깨야 여행·콘서트 접목… “봉사는 즐겁다” 개념 확산… 기업·NGO 함께 성장해야 일간지 기자를 거쳐 삼성에서 30년 가까이 홍보·커뮤니케이션을 책임졌던 이순동(65)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은 ‘나눔’을 통해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국자원봉사문화 이사장직을 맡아 “자원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고 나섰다. 올해는 15년 동안 유지해오던 ‘볼런티어21’이란 이름도 한국자원봉사문화로 바꾸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지난 14일 서울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신문사 기자로, 삼성의 홍보·광고 책임자로, 이제 비영리민간단체(NPO)의 리더로 변신했습니다. 제3의 인생을 사는 소감이 궁금합니다. “홍보를 하는 사람은 뒤에 숨어야 해요. 그런데 이제 자원봉사문화를 홍보하려니 안 나설 수가 없네요(웃음). 기업이나 비영리단체나 리더가 하는 일은 비슷해요. 인력과 재원을 적당히 운영해서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기업이 ‘이윤’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지향하는 데 반해, 비영리 분야는 근본적으로 이타적이잖아요. 남을 돕기 위한 일 아닙니까. 봉급을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영리기업에선 금전적으로 보상받았지만, 비영리단체에선 봉급은 안 받아도 자기 성취를 심리적으로 보상받으니까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나눔이죠.” ―2009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맡았고, 이후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도 맡으셨는데요. 자원봉사나 나눔 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습니까. “기업 홍보를 하면서 처음에는 판촉으로 홍보하다, 80년대 후반부터는 이미지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판촉이나 이미지는 ‘감정’적인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평판’의 시대예요. 이미지는 좋지만 평판이 나쁜 기업이 있어요. 기업이 지속가능한

[Cover Story] [사회적 기업 2.0시대가 왔다] ① 세계 사회적 기업은 진화 중_일본의 사회적 기업 ‘고토랩’ 르포

빈방 개조해 여행객에게 내줬다… 버려진 마을, 활력이 찾아왔다‘잠자는 쪽방’ 2000여개 호스텔로 만들어 제공값싼 숙박비로 고객 유치 고령화로 물들었던 마을 어느새 여행객들로 북적“사회적 기업 수익을 지역문제 해결에 재투자 지속가능 시스템 필요”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인증사회적 기업(644개)과 예비사회적기업(1324개)을 포함한 사회적 기업 수는 2000개에 달한다(2011년 기준). 고용인원도 3만4000명으로 양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 고용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다 보니 질적인 성장은 미흡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제 우리도 다양한 사회문제를 비즈니스 방식으로 해결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회적 기업 2.0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편집자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지하철로 1시간30분가량 걸리는 요코하마시 가나가와현 고토부키 지역. 지난 17일 지하철에서 내려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휠체어에 탄 노인 몇 명이 길거리에 나와 있었다. 쭉 들어선 5층 높이의 건물 사이로 편의점에서 산 먹거리를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걸어가는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한 할아버지가 자세히 길 안내를 해줬다. 요코하마 호스텔 빌리지라고 적힌 건물 1층의 안내데스크에 들어서자 30대 청년 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건물 한쪽 벽면에는 이곳을 다녀간 수백명의 즉석사진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고토부키 지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인 ‘고토랩(Koto lab)’ 오카베 도모히코(岡部友彦·35) 대표.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 건축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5년부터 7년째 이 지역을 바꾸는 데 올인한 청년 사회적 기업가다. 원래 이곳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려 했던 그는 NPO 활동을 하는 이들과

[12가지 핵심과제] ④ 아동_힘없는 아동정책… 아동 애드보커시(Advocacy·권리옹호) 그룹 키우자

‘아동의, 아동을 위한 법’… 필요한 때 아동 정책 매번 후순위, 예산도 OECD 중 꼴찌 경찰·병원 협조 없어… 사건 사후 체계 조사 안 돼 국내에 아동 백서 없고 정책·방향도 성인 중심 독립적인 위상·예산 가진 아동권리 옹호 단체가 정부 감시·정책 제시해야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PC방 화장실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영아를 비닐봉지에 담아 질식사시키고, 이를 인근 모텔 주차장 화단에 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26세 여성 전모씨. 이후 언론과 인터넷에선 “엄마가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동거하던 남성과 임신한 줄도 몰랐다”는 뒷얘기가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버려진 영아의 죽음’에 대한 목소리는 어디서도 없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식의 보도만 있을 뿐, 아이의 생존권이나 건강 등에 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버려진 또 한 명의 아동’이 있었다. 아이 엄마 전모씨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간암으로 잃고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 밑에서 전혀 보호받지 못한 채 가출, 수년 동안 PC방과 찜질방을 떠돌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동 권리는 찬밥 신세 이 사건이 선진국에서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영국에선 2000년 부모의 학대로 아동이 사망하는 ‘빅토리아 크림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의회는 수차례 조사활동을 벌였고, 토니 블레어 총리는 “10개월 동안 최소 10회의 위기개입 시점이 있었으나 놓쳤다”며 기존 아동보호제도를 ‘실패’로 규정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04년 아동법이 전면 개정됐다.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세이브더칠드런 김희경 권리옹호부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이 학대아동을 구출하러 갔다가 아버지에게 맞아

사이먼 피커드 에어비스 사무국장_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해해야 10년 후 생존…일류기업은 이미 비즈니스 전략으로

[글로벌 CSR을 말한다] 엡손, 컴퓨터 기증하러 동아프리카 갔지만, 높은 온도차로 작동 안 돼 정말 필요한 건 ‘자전거’ 해외 진출 글로벌 기업들 진출국의 문화 이해하는 넓은 시각 가져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하는가, 아니면 법적으로 강제해야 하는가.’ 지난 13일 고려대 아시아경영센터가 주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글로벌화’ 심포지엄에서는 발라 라마사미 중국·유럽국제경영학교 교수를 비롯해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샘 리 이노CSR 대표 등 국내외 CSR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참여한 유럽의 대표적인 CSR 관련 산학 네트워크인 에어비스(EABIS·The Academy of Busi ness in Society)의 사이먼 피커드 사무국장을 만나 글로벌 기업의 CSR 트렌드를 짚어봤다. ―에어비스의 구체적인 활동은 무엇인가.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선 엔론사태(7대 기업이던 엔론사의 분식회계와 비윤리적인 로비활동이 드러난 사건)와 닷컴 버블 사태가 터졌다. 이를 계기로 15개 글로벌 기업과 유럽의 8개 경영대학장이 모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략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IBM, 존슨앤존슨, 마이크로소프트, 셸, 유니레버 등의 기업이 참가했다. 현재는 40개 글로벌기업과 80개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이 참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리서치, 교육, 실행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사회공헌을 혼동하고 있다. 사회공헌을 하는 착한 기업이라고 홍보하면서도, 노사관계나 환경 및 협력업체와의 상생관계 등 사회적 책임은 소홀한 경우도 있다. 글로벌 기업은 CSR을 필수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나.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 선도적 기업은 CSR을 비즈니스 전략으로 본다. 물이 없으면 코카콜라는

서서 수업할 수 있는 전동의자·높낮이 조절 작업 테이블 등 지원… 매년 6000명씩 장애인 ‘홀로서기’ 돕는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무상 임대 장애인 채용 사업주에 1인당 1000만원 이내, 최대 2억원까지 지원 대체 보조기기 없는 경우, 근로지원인 서비스로업무 효율성 높여 광운전자공업고 국어 교사 김대선씨. 2009년 1월 스키를 타다 펜스에 부딪치는 사고로 흉추 4번이 손상, 하지 마비 중증 장애인이 됐다. 2년 동안 치료를 받은 후 2011년 고등학교에 복귀했으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 교사를 채용한 경험이 없는 학교의 교무실, 화장실 문턱, 계단 등이 그를 맞이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학교 측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 문을 두드렸다. 공단은 김씨가 교실과 교무실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학교 안의 각종 문턱을 없애고 자동문을 설치했다. 이뿐 아니다. 서서 수업할 수 있도록 ‘전동 특수 작업 의자’를 지원했고, 휠체어가 탁자 밑으로 쏙 들어갈 수 있는 ‘보조 공학 테이블’과 ‘높낮이 조절 교탁’을 설치했다. 김씨는 “처음 장애인이 돼 교단에 섰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이 걱정했다”며 “달라진 장애인 선생님과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의 ‘홀로서기’ 돕는 보조 공학기기 지원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사고나 질병으로 생긴 후천적 장애가 전체 장애의 90%를 차지하고 있다(2011년). 직업을 갖고 있다가 갑작스레 장애인이 될 경우, 선천적 장애인보다 훨씬 적응이 어렵다. 일상생활부터 직업활동까지 모든 생활 영역에서 장애인의 ‘홀로서기’를 돕는 보조기기나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유명한 서울대 이상묵 교수(지구환경과학부)의 사례처럼, 최근 IT와 첨단 ‘보조 공학기기’의 발달로 장애인에게 불가능한 직업 영역이